치킨에다가 맥주로 날밤을 까던 청춘은 어느덧 중장년. 요새 젊은이들은 피맥, 피자와 맥주 궁합을 즐긴댄다. 그렇다면 할배 할매들은 김맥. 김치전에 맥주도 먹어보면 정이 들게야. “질목(길목)마다 생기는 거시 치킨 집이오. 지름에 튀게만 가꼬 나오는 음석(음식)에 뭔 정성이 있겄으요마는… 정성으로 해디릴라믄 요 찝개벌거지(집게벌레) 같은 걸로 괴기를 건질 때부터 맴가짐을 다르게 쓰야재라. 똥집이라도 하나 더 넣어드릴라고 해야재라. 뭔일이든 손해날 작정을 하고서래도 맴을 쏟아야 쓰는 뱁이재라.” 시골동네 ‘시장 통닭’ 주인장 말씀.

나는 중동 사막을 건너 맥주 천국 유럽땅으로 건너왔다. 이곳 친구들과 치맥이나 피맥 약속들을 잡아두었다. 치킨 피자가 고마운 것은 찢고 뜯어서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뭐든 나눠 먹어야 즐겁고 맛나다.

“다들 묵묵히 잘 먹었다. 어쨌든 엄마의 닭요리는 맛있었으니까. 빈센트 아저씨가 인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가자마자 앙토냉 삼촌은 참았던 말을 터뜨렸다. ‘형은 저 빈센트란 양반이 남부에서 어디에 살았는지 알아? 미치광이들 소굴에 살았어, 저 화가라는 작자. 미친놈이야. 정신병원에도 있었다고. 조심해야 해.’ 하지만 빈센트 아저씨는 미친 사람이 아니란 건 내가 더 잘 안다. 불쌍하고 외로운 사람인 건 맞지만 미친 사람은 아니다.” 오베르의 하숙집 딸 아들린 라부의 7월8일 일기. 소설가 마리 셀리에가 쓴 <고흐와 함께한 마지막 여름>의 한 장면. 친구가 없었던 빈센트 아저씨. 맥주 대신 그래서 압생트 독주에 취했던 모양이다. 맥주 한 잔도 없이 어떻게 닭고기를 먹었나. 불쌍한 빈센트 아저씨.

와인은 가톨릭, 맥주는 개신교, 커피와 물담배는 이슬람. 나는 내 종교자리에 충실한 까닭으로 차가운 맥주를 사랑한다. 젊은 친구들과 치킨이나 피자 한 판 시켜놓고 싶은 날. 그러나 불쌍한 고흐처럼 하숙집에 앉아 시장 통닭을 그리워한다. 이곳도 연일 덥다. 맥주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을 것이다. 노천카페마다 얼마나 또 많은 얘기들이 파도치고 있을까.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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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