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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 훈련 하면 역시 태~극기. 어려서 길을 걷다가도 애국가가 울리면 길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바쳐야 했다. 모른 척하고 걷다가는 선생님에게 걸려 귀싸대기를 얻어맞아야 했다. 누구처럼 무릎 꿇린 채 따귀를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랬다. 나도 증인이다. 우리 교회 형이 우상숭배하지 말라는 목사님 설교를 곧이곧대로 알아먹고 대들었다가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유신에 반대하는 이런 엑스 소리를 들으며 발길질에 날아갔다. 태극기는 그렇게 무서운 대상이었다.

공기놀이를 하다가도, 줄넘기를 하다가도 일동 일어섯! 국기가 있는 학교 교정을 향해 동작 그만, 얼~음. <뽕>이나 <어우동>을 보러 극장을 찾은 어른들도 일동 차렷! 국기에 대한 경례.

그 시절 그 풍경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는 갑다. 관공서 말고 태극기가 항상 걸려 있는 쪽은 무당 점집 같은 곳. 동그라미 태극 문양이나 눈썹처럼 둘러친 괘는 고대 샤먼 세계와 떼어놓을 수 없는 상징들. 나라 무당 만신들은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뜀뛰기를 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대표선수 마사이족보다 더 높이 뛸 수가 있다. 또 우익 집회에서도 항상 태극기는 단골손님. 우리나라 우익들은 신기하게도 미국 성조기까지 양손에 들고 응원이다. 십자군을 자처하면서 이스라엘 국기까지 등장했다니 우리가 이렇게 큰 대국인지 미처 몰랐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연방이 부럽지가 않구나.

지금은 쏙 사라지고 없지만, 한때는 한반도기가 유행이었다. 남북단일팀 탁구도 재밌었고 축구 실력도 엄청났지. 낮은 단계 통일이라도 금방 오는 줄 알았다. 한반도기와 태극기, 인공기가 친근하게 펄럭이고 남북이 얼싸안으면서 같이 울었다. 몇 해가 뭔가, 육이오 때로 후퇴한 지금 분위기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을 그때는 함께했구나.

가까운 면사무소에도 태극기와 나란히 새마을기가 걸려 있다. 새마을기는 내려야 할 때가 된 듯싶다. 너무 오래 새마을이었다. 태극기는 통일의 그날까지 펄럭일 것인데, 독재자처럼, 세월호 선장처럼, 동작 그만!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지 않으면 천번 만번 경례해주마. 흔들어주마.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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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