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미투’ 운동이 새롭게 호명하는 유명인사의 이름부터 살핀다. 하루를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미투’와 함께하는 나날이라고 할까? 한반도의 햇빛 찬란한 평화 무드 속에서 미투라도 붙잡고 어떻게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정치인 무리들이 있고 심지어 김어준의 표현대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의도로 ‘공작’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투 지지자이다. 그것도 아주 진실되고 열렬한 지지자.

설사 그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돈줄’로 자기 내부의 피해자들 입을 막고 상대편 내부를 부추기고 있다 해도 그렇다. 나는 오히려 민주당이 산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막강한 파괴력의 이 미투 운동을, 그동안 너무도 알아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내부의 적들을 색출하여 모두 다 털어버리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이 나라가 힘없는 사람이 살기 좋은 더 공정하고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길 바라기에 기꺼이 촛불을 들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했던 ‘진짜 진보’와 그러는 척 연기하며 호시탐탐 그저 ‘꼴리는 대로’ 자기 권력을 행사하는 데(심지어 못되고 파렴치하게)에만 사실상 진심이 있었던 ‘가짜’를 구분하라고 민초가 다시금 만들어준 선물 같은 ‘절호의 기회’ 말이다.

그것도 지방선거 다음이 아니라 직전에. 일부러. 잘못된 후보들을 골라내어 ‘얼른’ 내다버리라고. 더 늦기 전에. 예컨대 수행비서의 성폭행 폭로 이후 2시간 만에 안희정 도지사를 제명시킨 것처럼 신속하게 얼른….

오프라 윈프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며 “오랫동안 여성은 남성들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이야기했지만 들어주는 곳도, 믿어주는 곳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대는 끝났습니다(Time is up)”라고 외칠 때 프랑스에서는 카트린 드뇌브가 성폭력은 범죄지만 ‘여성의 환심을 사려거나 유혹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남성들에게 여성을 유혹할 자유를 허하라고 했다.

나는 정확히 그 두 여성의 말에 모두 지지한다. 그건 결코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다. 카트린 드뇌브의 표현처럼 ‘우리는 성폭력과 적절하지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가 설사 결혼한 남자라 하더라도 다른 여자를 좋아할 수 있고 도를 넘지 않는 방법으로 유혹할 수도 있다. 적어도 그걸 처벌하지 않을 만큼의 관용은 베풀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물론 저마다 다른 자기 내부의 도덕에 따라 그를 비난하거나 두둔하는 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과의 개인적인 교류나 접촉을 아예 피한다’는 이른바 ‘펜스 룰’이 더욱더 확산될 수도 있다.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의 이름을 딴 이 규칙이 미투 운동의 확산 속에서 지금은 회식이나 출장에서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식으로 번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연애를 안 해서 문제인 시대다. 연애가 스펙 쌓기라는 이 시대의 의무 탓에 뒷전으로 밀려난 뒤로 혼술·혼밥 같은 쓸쓸한 트렌드가 대세인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아예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과의 만남이나 접촉을 스스로 원천봉쇄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면? 남성은 물론 여성,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런 때 이윤택이나 김기덕 같은 끔찍하게 추악한 괴물에게 모욕당하고 상처 받은 우리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베니스는 물론 아카데미를 휩쓴 채 지금 개봉 중인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판타지 괴물 이야기를 잘 만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냉소로 가득한 시대에 치유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SF 로맨스 영화다.

물론 괴물이 등장한다. 심지어 연구소의 청소부이며 농아이며, 심지어 예쁘지도 않은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상처받은 괴물이 등장한다. 그런데도 영화는 잘난 자들, 엘리트들, 중요한 자들에게 그동안 실컷 농락당하고 더러워진 우리의 눈과 마음을 단박에 정화시키는 놀라운 마법을 발휘한다. 기원을 알 수 없는 ‘다름’을 극복하고, 언어의 장벽마저 무력화시키고,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그렇게 다른 둘이 황홀하게 하나가 되는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지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할까? 또 상하관계 안에서 행해지는 모욕적인 성추행과 달리 삶은 달걀 하나로도 전달할 수 있는 호감이 얼마나 로맨틱한 관계로 승화될 수 있는지 배우기 위해서도 이 영화를 봐야 한다. 무엇보다 그게 얼마나 아름답고 섹슈얼한지 당신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라도.

<김경 칼럼니스트>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