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최고 난제인 대학입시 개편과 저출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른바 ‘서울대 입학 보장 출산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실망감, 교육부란 정부 조직이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제도 발상의 단초였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노인 복지, 교육 양극화 해소, 부동산시장 안정 등의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제도는 간단하다. 자녀가 없거나 하나·둘인 가정은 해당 사항이 없다. 셋째 이상 낳는 가정에 혜택을 준다. 구체적으로 셋째 아이는 지방 거점 국립대와 ‘인(in)서울’ 대학 입학을 보장한다. 넷째는 연세대나 고려대 입학증을 준다. 다섯째는 서울대 입학을 허가한다. 다음 순서 아이는 취업 부담까지 덜어준다. 여섯째는 의·치대 입학 우선권을 주고, 일곱째는 공무원으로 임용한다. ‘먹튀’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조건이 붙는다. 대학 입학과 공무원 임용 특혜를 받은 사람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 부모를 모시지 않거나 불효를 저지르면 즉시 자격을 박탈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선발 방법, 선발 시기, 수능 평가 방법 등에 대해 숙의·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제안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강윤중 기자

이 제도는 복잡다단한 입시를 단순화했다. 수시와 정시모집 비율을 어떻게 할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를 도입할지 말지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또 역대 어떤 입시제도보다 공정하다. 유일한 변수가 부모의 출산 노력이다. 집안의 경제력이 자녀의 진학과 취업에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도 사라진다. 수십년 쌓인 교육 폐단도 일거에 해소된다. 당장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화가 무너진다. 집안의 다섯째들이 주로 다니는 서울대는 부모 봉양 의무를 진 학생들이 ‘실버’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일종의 특성화 대학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교육열에 편승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하며 몸집만 불려온 대학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교수들도 마찬가지이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을 인재로 키울 수 있는 교수만이 국립대와 연·고대에 재직할 수 있다. 10대 중·고교생들을 무겁게 짓눌러온 경쟁의 부담이 대학과 교수들에 넘어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기업의 채용 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특정 대학 출신자에 가산점을 주기 위해 전국의 대학을 13등급으로 구분한 하나은행 같은 곳은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아야 한다.

새로운 제도하에서 사교육은 의미가 없다. 사교육 시스템이 무너지면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과 목동의 아파트 가격 거품은 저절로 꺼진다. 부동산 값을 억누르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민들에게 엄포를 놓을 일도 없고, 금융당국이 복잡한 대출 제도를 만들 필요도 없어진다. 김상곤 부총리가 시세보다 낮게 대치동 아파트를 팔았다지만 집값이 폭락하면 결과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가 효과적으로 소비되면 3조9000억원짜리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에 목을 매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고민도 줄어들 것이다.

지난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1.05명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30년 뒤 인구는 절반으로 준다. 장담하건대 정부가 제도 검토 계획만 내비쳐도 출산율이 솟구칠 것이다. 10년쯤 지나면 1950~1960년대 베이비붐 때처럼 5~7명씩 아이를 낳는 가정이 이곳저곳에서 나올 것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시골 마을에도 생기와 활력이 돌고, 입양아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주면 버림받고 학대받는 어린 영혼들이 사라질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돈이나 권력보다 부부간의 금실, 형제·자매간 우애, 부모에 대한 효도 등이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된다. 여러 명의 자녀를 양육하려면 성 평등, 일·가정 양립, 워라밸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존재 자체가 기쁨인 자녀가 노후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고령화로 인한 노인 부양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 어린이와 청소년도 행복해진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은 다양한 체험 활동과 독서로 즐겁게 지내고 공부는 대학에 가서 하면 된다.

황당한 얘기라고? 하지만 지난 10여년 출산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수많은 대책을 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예비고사·학력고사·대학수학능력시험 등으로 입시 제도를 숱하게 바꿨지만 교육 경쟁은 여전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정책이 반드시 지속 가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정책 중에서도 예산 부족 등으로 지속성이 의심스러운 것들이 많다. 인구가 너무 늘면 어떻게 하느냐고? 이 문제는 그때 닥쳐서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제도는 대증적 처방과 조변석개가 특징 아니던가.

<오창민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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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