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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릴 때 나는

저 커브 길을 펼 수도

구부릴 수도 있었지

저 커브 길 끝에

당신을 담을 수도 있었지

커브 길을 들어 올릴 수도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지

당신이 내게 오는 길이

저 커브 길밖에 없었을 때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했지

커브 길 밖에서는 언제나

푸른 자전거 벨이 울렸지

 - 이윤학(1965~)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기다림이 길을 만든다. 기다림이 푸른 자전거 벨소리를 듣는다. 기다리다 지치면 길을 폈다가 구부리기도 하고 몇 번이나 길 끝에 그리운 사람을 담아보기도 한다. 기다리다 심통 나면 길을 들어 올렸다가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기다림은 고통스러운 희망에서 온다. 보고 싶은 사람, 간절히 바라는 삶이 끝내 오지 않아도 금방 나타날 것만 같아서 기다림을 그칠 수 없다. 길 끝에 고정된 눈을 거둘 수 없다. 포기할 수 없는 희망에 붙들려 다른 어디로도 갈 수 없다.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오지 않는 사람과 얼마나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는가. 절망보다 잔인한 희망에 갇혀 있으면서도 기다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만나지 않아도 여러 번 만난 것 같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오지 않는 사람, 없는 존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조차 살려내 만나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기다리지 않으면 내가 죽기 때문이다.

김기택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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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