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이 기사 좀 보세요.” 한 학생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교육단체의 대학입시 전형 관련 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였습니다. 희망 직업이 기자인 그 학생은 종종 언론 기사를 들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마침 그 단체의 보도자료를 갖고 있어서 건네주고 다음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단체의 조사 내용 대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조사 자체에 더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를 준비하는데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교과 내신 시험과 수능이라고 응답한 것을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수능 전형이 아닌 학종을 비판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것은 억지로 끌어다 붙인 것 같거든요.”

“학종에서도 내신 성적이 아주 중요하고, 또 아직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등급도 적용하거든, 그래서 그렇게 발표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정시 수능전형을 비판해야죠. 이런 방식의 주장은 옆집 아이가 시험을 망쳤으니까 친구인 내가 야단을 맞아야 된다는 논리가 아닌가요?”

“네 말대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 같구나. 네가 지적한 것은 설문조사 연구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문제들이지. 첫째, ‘시각의 오류’. 이것은 조사자는 잘 알고 있지만 응답자들이 잘 모르고 헷갈릴 수 있는 설문 문항의 문제이지. 이 조사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설문 문항 안에 있는 ‘학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종=현행 모든 대입전형요소의 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설문을 했던 것이지. 둘째, ‘욕심과 문맥의 오류’, 한 질문에 두 개 이상의 질문을 섞는다거나, 여러 개 용어의 의미를 섞어서 조사를 한 것이지. 이 조사에서도 학종과 대학입시의 다른 요소들의 의미를 섞어서 질문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단다. 셋째, ‘체면의 오류’, 당연한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질문을 한 경우이지. 우리 교육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하지. 그렇다보니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잘 몰라도 제시된 문항 내에서 대학입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잘 모르는 ‘학종’이 문제라고 응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것도 그런데요, 이미 학종에서 평가하지 않는 ‘R&E’나 ‘외부 인증 시험’ 같은 것까지도 문제가 되는 학종의 평가 요소라고 왜 강조를 했을까요?”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거든. 학종의 평가 내용에 이미 그런 내용들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은 대학입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교육단체에서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사실이 아닌 것을 근거로 조사와 발표까지 한 것을 보면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지.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가짜뉴스의 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문제가 많네요. 이런 내용을 조사해서 개학 후 수업시간에 발표해봐야겠어요. 사회 선생님이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잘 써주시겠죠? 아! 맞다. 교내 교과심화 탐구대회에도 출품하면 되겠네요. 하하하.”

학종을 비판하는 기사를 학종에 활용하겠다는 아이들의 놀라운 아이디어와 밝은 웃음이 추운 겨울을 싱그럽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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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