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목·유희진기자 jomo@kyunghyang.com

ㆍ노회찬 “토마토밭 없애 만든 갈대밭 국민이 원하는 4대강일까요”
ㆍ정두언 “일자리·환경 다 고려한 거죠. 친기업도 ‘친서민’ 될 수 있어”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국민소통위원장(이하 정두언)=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이로니컬하게 서로를 필요로 했던 것 같아요.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있어서 진가를 발휘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에 더 험악한 독재로 가는 데 제동이 걸렸다고 봐요. 두 분이 역사적으로 화해하는 게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왼쪽)와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이 지난 19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강윤중기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이하 노회찬)=역사의 화해는 진실이 가려진 토대 위에서 가능하죠.

정두언=동의합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공(功)을 더 인정하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지난 정부 10년의 이야기도 해보죠. 우리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화두를 써서 재미를 좀 봤어요. 그만큼 과(過)가 많았다고 봅니다. 물론 공도 있고요. 김대중 정부는 수평적인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를 파괴했죠.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도 미숙한 점이 많았어요. 좌우 양날개로 국가를 끌고가는 게 없었죠.

노회찬=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민주화, 남북 대화협력 등은 평가할 수 있고요. 다만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에 서민들은 잃어버린 게 많습니다. 한나라당은 대권 말고 잃은 게 없었죠.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47%가 정부와 국민 사이에 소통이 안된다고 답했어요.

정두언=어느 정부나 안된다로 나올 것 같아요. 이명박 정부만 그렇다고 인정하긴 힘들죠. 작년에 대통령도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느끼는 국민이 없었습니다. 제가 소통위원장을 하면서도 편가르기, 불신의 벽을 많이 느껴요. 지역·세대·이념으로 갈라지면 무조건 불신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단절이 있어요.

노회찬=소통 노력을 안한다고 보지는 않아요. 부족하죠. 대통령이 일주일에 시민 100명씩을 만나는 것 같은 형식 문제가 아닙니다. 불통은 내용의 문제죠. 국정운영 방식에 크든 작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예요.

정두언=최근 내용적 변화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도실용은 서민·중산층에게 우선순위를 두는 거죠. 정권 초기 어려움을 겪다 보니까 정신이 없어 우선순위를 못 둔 거 같아요. 이제 초점을 맞추니까 대통령 지지도에도 반영되는 것 같아요.

노회찬=이 대통령이 이문동 시장에 갔을 때 한 이야기 중 경제가 어려워지면 서민 살림살이가 제일 먼저 어려워지고 경제가 좋아져도 서민 살림살이가 가장 늦게 좋아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문제는 올 상반기까지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정책이 많이 나왔어요. 어느 나라든 경제위기 때는 서민 복지를 늘립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4대강 정비사업 때문에 내년도 국토해양부 예산 중에서 서민임대아파트 몫을 40% 줄였어요. 중산층·서민 지향적인 입장 천명과 실제 정책 차이가 너무 크지 않나요.

정두언=
감세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요. 그 효과를 지금 거두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버틴다고 평가받지 않습니까. 4대강 자체도 경제 살리고, 일자리 만드는 데 필요한 정책이죠. 서민 예산 축소 비판이 나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반0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직접 보고를 받아보면 그렇지 않다고 하거든요.

노회찬=4대강 사업비 3분의 1을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4대강은 포클레인으로 하는 거죠. 경제위기인데 최우선 사업인가요.

정두언=한반도대운하가 실패한 이유는 속된 말로 뻥을 쳤기 때문입니다. 땅 파고 물 채우는 운하도 아니었어요. ‘대’자가 붙으며 여론에 밀려 좌초됐습니다. 지금 한강을 보세요. 전두환 전 대통령 전에는 매년 홍수가 났는데, 저렇게 만든 뒤에 물이 맑아지고, 홍수도 안 나요. 지금 영산강, 낙동강은 하수구로만 써요. 한강처럼 만드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매년 홍수 피해 복구 예산이 5조원 정도예요. 그걸로 하면 무리한 사업도 아니죠.


노회찬=4대강에서는 홍수가 안 나요. 작은 개천 범람이 있을 뿐이죠. 금강 유역에 우리나라 토마토 생산의 3분의 1을 해내는 지역이 있는데, 4대강을 하면서 갈대밭으로 만든다고 해요. 가을에 사진찍는 것 말고 용도가 없어요. 광활한 갈대밭을 갖고 싶은 게 국민들의 염원인가요(웃음).

정두언=워낙 이야기를 잘 하셔서, 설득력이 있어요(웃음). 4대강 문제는 일자리·환경 등 다목적이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노회찬=토건 산업을 통해서 고용 문제를 돌파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현 정부 정책 특유의 컬러가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시장 중심의 경쟁 위주로 펴 더 강해진 강자가 전체를 먹여 살려보자는 게 신자유주의 노선인데, 그리 가고 있죠.

두언=신자유주의에 관한 한 저는 한나라당에서 마이너리티입니다. 10년 넘게 신자유주의가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양, 피할 수 없는 추세인 양 받아들여왔던 게 사실인데요. 반드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이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지만 제국주의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경제 규모나 세계 속의 위치를 보면, 신자유주의를 피한다고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어요.



<정두언 “교육청이 극우 불러 특강할 땐 ‘세상에, 일을 하잔 거냐’ 싶어”>

노회찬=강자가 나머지를 먹여 살린다는 말은 솔깃한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10년간 검증했는데, 약자가 더 많아졌어요. 예를 들어 대형 유통마트도 없앨 수 없죠. 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이 다 죽어야 한다는 건 곤란하죠. 대형 유통, 재래시장, 동네마트의 공존, 즉 강자와 약자의 공존은 저절로 안 되죠.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그게 불가능하니까 정부 역할이 필요하죠.

정두언=
신자유주의와 친기업주의를 동일선상에 놓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구분해야 합니다. 선진국이, 사다리 걷어차기 표현도 있지만, 유리한 경제체제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 강요한 거란 점에서 되돌아봐야 하지만, 독자적으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느냐도 생각해야 합니다.

노회찬=지구화 시대에 홀로 살 수 없죠.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그리고 친기업에 반대 안 합니다. 다만 친중소기업 하고, 강한 중소기업이 뿌리 내리게 해야죠. 대기업은 고용 못하지 않습니까.

정두언=국정 운영을 하다보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배분해야 하니까 힘들어요. 서민·중산층에게 자원을 집중하다 보면 성장이 문제를 겪어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서민부터 어려워지고요. 이율배반적인 구조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과거 정부는 서민 위주의 예산 배분을 했는데, 서민들이 많은 덕을 봤냐는 거죠. 친기업도 친서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노회찬=친기업은 반노동, 친노동은 반기업이라는 도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면, 친기업 자체가 나쁘지는 않아요. 다만 수출이 40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늘었는데,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습니다. 내수 시장이 잘되어야 합니다. 10년 사이 비정규직이 2배 늘었는데, 구매력이 떨어진 건 분명하지 않습니까. 덜 사고, 덜 팔리고, 공장 가동률 떨어지는 악순환을 뭘로 해결합니까. 수출이나 4대강으로 해결 안 됩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한 신자유주의에 일대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두언=분배 쪽에 관심을 갖는 진보신당이 집권해 실제 그렇게 하면 나라가 정말 온전할까요. 서민에게 도움이 될까요. 노동시장 유연성만큼은 양보할 수 없고요.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됐다고 굳게 믿고 있어요.

노회찬=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밖에 안 됩니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진척되다 보니까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자영업에 너무 몰려서 비대화되는 거 아닙니까. 또 노사관계를 보면, 동반자라고 하지만 존재를 인정하는 경우가 참 드물어요. 쌍용차 사태 때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겠다고 말합니다. 반 헌법적 발상입니다. 존재가 부정당하니까 극한적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죠. 국민이 부러워하는 나라를 보면 노동이 강합니다. 노조 조직률 높고, 사회적 영향력·책임감도 큽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없애고, 약화시킨 나라는 빈부격차가 더 커지고 있어요.

두언=없애라는 건 잘못이죠. 그러나 지금 같아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겁니다. 좌우 문제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보·보수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중국에선 자본주의가 진보죠. 좌우도 선악 개념 없이 객관적으로 봐야죠. 게다가 ‘개혁 대 보수’라고 쓰니까 정치가 더 혼란스럽죠. 북한 정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진보이고 좌파가 된다는 거죠.



<노회찬 “시장 시절 버스정책 칭찬할만 대통령 된 후 서민정책 아쉬워”>

회찬=좌파, 진보가 곧 친북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전쟁 이후 남북 대립이라는 환경 속에서 정치적 반대자에게 ‘너 빨갱이지’하면서 친북 좌파 딱지를 붙인 것이고, 그 영향이 남은 겁니다. 친자본의 경제정책 노선이면 보수이고, 친노동 노선이면 진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진보가 너무 적어요. 범보수 안에는 민주당도 들어가고요. 균형이 맞게끔 왼쪽이 좀 더 커져야죠.

정두언=
왼쪽이 너무 커진 거죠. 이 대통령이 시장할 때 했던 것 중에 청계천보다 교통정책이 더 훌륭했다고 봐요. 전형적인 좌파 정책이거든요. 사유화된 버스노선을 뺏어 와서 공유화한 거죠.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좌파냐는 거죠. 시민을 위해 필요하면 이 정책도 쓰고 저 정책도 쓰는 거죠. 이념 틀에 얽매일 필요가 있나요.

노회찬=버스정책은 박수 치고 싶은 정책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실익을 주는 공공정책이었죠. 족보로 치면 좌파 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념 대립은 지양해야죠.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이념지향적이지 않나요. KBS 사장 임기 남았는데 무리하게 해서 법원에서 문제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나요. 진중권 교수도 눈엣가시처럼 보였을지 몰라요. 이념적 경향이 다르다면 사안에 관계 없이 내치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국방부 장관이 병영 내에 붙인 불온서적 리스트 같은 난센스가 과도하게 이념적 긴장을 유발하고 대립을 초래하는 거죠.

정두언=아픈 예만 잘 짚어서 이야기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저도 불만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교과서 문제는, 저는 좌편향이 아니라 북편향됐다고 보거든요. 북한 교과서 비슷해요. 그렇긴 한데 교육청에서 현대사 특강을 하면서 극우라 불리는 사람들을 불렀어요. 제가 ‘세상에, 일을 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 했습니다. 달게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회찬=국회나 정당 문제를 살펴보죠. 국민이 가려워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의석이 많다는 걸 앞세워 무리하면 다른 법안인들 논의할 필요가 있나요.

정두언=협상이 안 되면 표결로 가야 하는 게 상식인데, 그게 안 돼요. 정치 실종이고, 국가적 큰 위기입니다. 정치권에 와서 보면 자기는 다 옳고 상대는 다 틀렸어요. 진보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더 그래요. 뭔지 모르는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버러지 보듯 호통치고 말이죠.

노회찬=정당과 시민 간 소통 문제를 보면, 시민들이 선출된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요. 선거제도 문제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자들이 평균 45%로 당선됐다면, 55%는 원하지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 겁니다. 사표를 줄이고 크고 작은 목소리들이 국회에 선출돼 권력에 반영되는 게 중요합니다.

정두언=이 대통령께서 8·15 경축사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한 것도 그런 의미라고 봐요. 요즘 정당은 시대에 안 맞는 것 같아요. 당 대표, 당 대변인, 사무총장 있는 구조,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당 구조는 60년대 김종필 전 총리가 만든 거예요. 요즘 누가 정당에 자기 의견을 반영하려 합니까. 지금 구조로는 국민 목소리를 담아낼 수 없다고 봅니다. 진보정당 구조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노회찬=용산참사는 장례식도 못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런 걸 군기 잡는 사례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불쌍한 사람들이 망루에 올라갔다가 더 불쌍해진 사태 아닙니까.

정두언=명실상부한 서민정책은 없어서 밥을 굶거나 교육을 못 받거나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거죠.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선진국을 만들려면, 법치주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용산참사는 법치주의에 배치되죠.

노회찬=법치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법의 결함 문제도 있습니다. 법이 허술해서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올라간 측면이 있거든요. 뭐 그리 대단한 범법을 했습니까. 과잉 진압 과정에서 사람 목숨까지 잃었는데, 미안하다는 말도 못합니까.

정두언=쌍용자동차 사태 때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앉아 있을 때 노조원 부인들이 제발 가달라고 한 걸 생각해봐야 해요. 국민들도 사태를 냉정하게 본다는 걸 인식하면 좋겠어요. 소통은 상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인데, 나눔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력이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이다 보니 갈등이 너무 격화돼요. 민주노동당에서도 장관이 나와야 해요.

노회찬=국민 여론, 특히 많은 쟁점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청해야 합니다. 소통 상대를 기무사가 사찰한다든가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공안기관들이 눈에 띌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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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