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문제로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류가 큰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한류의 위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과거사에 대한 일왕 사과 요구 이후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 내 한류 열풍은 급격히 식었다. 일본의 심각한 반한·혐한 분위기로 인해 한류 콘텐츠 업체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오히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류는 특성상 다른 나라의 정치·외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정치·외교적 변수로 언제 위기나 기회가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이 시점에서 한류 산업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이 주는 교훈처럼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한류 시장 다변화를 위해 한 나라에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나 유럽 등을 대상으로 투자와 지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한류 콘텐츠를 수출하고 유통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지 자회사 설립, 현지 프로모션과의 상호 합작 콘텐츠 제작 확대 등 한류 현지화 전략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또한 국경 개념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문화 콘텐츠 유통 경로 개발로 당사국의 규제를 뚫거나 우회하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우리 스스로 힘을 키우는 길밖에는 없음을 이번 사태로 뼈저리게 절감했다. 한류로 인해 경제적 이익도 컸지만 우리나라의 국격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드로 촉발된 중국의 대국답지 않은 제재를 한류 산업 전반을 재정비하고, 한류 콘텐츠의 생산·유통·소비 경로를 질적으로 개선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김은경 | 주부·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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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