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총선 결과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필자는 4월5일자 정치시평에서 야권 분열이 여당의 압승을 보장하지 않으며 야권이 분열된 채 치러진 선거에서도 여소야대 결과가 출현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여소야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떠올렸던 것은 여당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들을 포함하면 여권이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당이 제2당으로 몰락하고 어떻게 해도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는 결과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번 총선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단호한 심판이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반면 총선 결과가 야권에 주는 의미는 복잡하다.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 국민의당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나 더민주가 자신이 승리한 선거라고 주장할 근거도 있다.

호남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이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호남유권자들의 선택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역주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결과를 특정 지역의 민심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진행되지 않는 동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호남유권자들의 선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들이 등장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호남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필자로서 이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두 가지 흐름이 우려스럽다.

먼저 선거과정에서 출현한 호남홀대론이다. 국민의당 내에서 호남홀대론으로 더민주를 비판한 경우가 있고, 더민주는 호남을 홀대한 바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호남에서 홀대받았다는 정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이 국민의당을 지지한 핵심 원인은 아니다. 호남유권자들이 지난 대선에서는 우대를 받아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는가? 이들이 2년도 되지 않아 갑자기 홀대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민주에 채찍을 들게 되었겠는가?

호남유권자가 더민주에 채찍을 든 주요 원인은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극복할 전망을 더민주가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판단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더민주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국민의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하고 대응해야 한다. 즉 호남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호남우대론이 아니라 호남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수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호남유권자들의 선택을 지역주의로 모는 경향이다. 야권은 오랫동안 지역주의 극복을 중요한 정치과제로 삼아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지역주의는 특정 지역의 패권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지역주의에 기대었던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둘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야권 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호남출신의 유권자들을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의 호남유권자들은 지역주의에 따라 선택하지 않았다. 수도권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여권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지지했다. 더민주가 정당투표에서 얻은 득표율과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율의 차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자신과 다른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이를 지역주의로 모는 주장은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정신은 물론이고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의 민심을 해석하는 데 있어 위의 혼란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호남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호남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잘못된 주장이 대립하는 구도가 출현할 수도 있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러한 잘못된 담론들에 기댄다면 야권은 모처럼 얻은 기회를 다시 상실할 것이다.

국민의당이나 더민주 모두 호남유권자들의 선택의 의미를 지역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누구를 지지했든 호남유권자들의 선택은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의 참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큰 흐름 속에 있었으며,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도 그 흐름에 합류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의 놀라운 결과가 만들어졌다. 누구든 이 흐름을 확대하고 우리 사회의 큰 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한 설득력이 있는 비전을 제시할 때 야권을 새롭게 구성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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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