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대담한 청년들이 있다. 단체 시흥청년아티스트를 만든 청년 10인이다. 김광수 대표(23)를 비롯한 이들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 소셜 아티스트’라는 미션을 걸고 작년 11월 출범했다. 청년 10인은 지구 살리기 거리캠페인, 가로수길 모니터링, 세월호를 기억하는 벚꽃길 축제 등의 주민활동을 펼쳤다. 동시에 또래 청년의 고민과 활동욕구(237명)를 조사하고 대학생 아르바이트 혁신 워크숍(130명)을 진행하며 청년정책을 구상했다. 그러더니 올 8월 청년기본조례안을 만들어 시흥시에 냈다. 이후 마트, 등산로, 행사장에서 주민과 일대일로 소통하며 주민청구 서명을 받은 기간이 약 3개월이다.

‘우리 청년의 문제는 우리가 풀 테니 도와 달라’는 진솔한 행동은 동네 어른들의 신뢰와 지지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일파만파의 감동과 기적이 일어났다. 주민청구의 문턱인 유권자 2%의 갑절이 넘는 1만4373명이 서명했고 김광수 청년 명의로 대표발의됐다.

그리고 12월18일 시흥시의회는 이들이 발의한 청년기본조례 원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10인의 청년이 지역 유권자의 4%를 서명 조직함으로써 김윤식 시흥시장과 윤태학 시의회 의장은 주민자치의 새로운 역사를 쓴 공동주역의 영예를 누렸다. 이 모든 일이 10인의 청년으로부터 시작돼 1년여 만에 일어났다.

돌아보면 이들처럼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뿐 아니라 가슴과 발을 움직인 10인의 감동이 없었으며 지역 유권자 4%의 기적을 만들어본 시도가 없었던 것이다. 지역의 청년, 주민, 정부, 의회가 동의한 조례도 놀랍다. 청년위원회와 협의체의 설치·운영은 물론 정책의 초점이 청년의 참여와 실행 주도에 맞춰져 있다.

지난 11월에 개최된 2차 공청회 ‘대담한 청년과의 대담’에서도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청년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육성·지원”과 “지역 기반의 청년 자립을 위한 청년정책 수립”이다.


2020 서울형 청년보장제도_경향DB



서울시는 2년 전부터 청년유니온과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단체와 협약을 맺고 청년기본조례를 준비했다. 이 과정을 거쳐 작년 11월 서울시의회 의원 34명이 공동 발의한 청년기본조례가 올해 1월 제정됐다. 정부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일자리 숫자에 연연하고 청년발전기본법이 소관 위원회에 정체된 상황에서 서울시 조례의 탄생은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청년문제를 종합적으로 풀기 위한 법적 모델이 된 최초의 청년 자치법규이자, 청년 당사자가 지방정부 및 의회와의 거버넌스를 통해 조례안을 만든 최초 사례다. 시흥시의 감동과 기적은 이런 토대 위에서 상상되고 실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1월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활동(설자리), 노동(일자리), 주거(살자리), 공간(놀자리)의 4개 분야 20개 정책으로 구성된 기본계획의 하나가 요즘 연일 화제인 청년수당이다. 내년 시범 시행될 청년수당의 요지는 이렇다.

서울 거주 만 19~29세의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 청년(사회 밖 청년)이 대상이고, 공익 활동이나 자기주도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계(자본)를 쌓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3000명을 선정해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청년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경기도의 청년통장,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더불어 무상급식, 무상보육에 이은 정책 이슈로 급부상한 데에는 원인이 있다. 청년문제가 ‘흙수저의 헬조선’이라는 화약고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은 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반대하며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다는 ‘징벌적 예산 편성’을 예고하면서다. 논쟁은 청년수당이 복지인가 아닌가 또는 정부의 취업지원정책과 같은가 다른가에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본질은 지방자치의 일선 현장에서 합의된 청년정책이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어도 괜찮은가 하는 점이다.

덩달아 청년수당, 통장, 배당이 각기 무엇이며 어찌 다른지를 공부하는 청년과 부모가 늘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추세는 시흥시의 청년과 주민처럼 10인의 감동이 4%의 기적을 만드는 데까지 저만치 앞서 있다. 일례로 고양시에서도 청년 주도로 주민발의가 모색되고 성북구청은 청년지원조례를 추진 중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의 물밑 진격이 수면 위로 속속 상륙할 것이다. 이 풀뿌리 흐름을 과거의 정부 일방주의 관행으로 막는다면, 그것은 지역 청년과 주민이 스스로 일궈 나가는 지방자치의 감동과 기적, 그 ‘국민행복’의 국정기조를 정부가 부인하는 꼴이다.

청년수당은 물론 통장과 배당, 정부의 취업 패키지와 희망펀드를 다 합해도 이미 주저앉은 청년에겐 힘겹다. 일, 주거, 공동체의 문제가 함께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으면 문제는 터진다. 희망의 시작은 청년의 자조활동이며 여기에 지역 주민이 지방자치로 응답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1~2년차 신입사원의 목까지 치기 시작한 상황에서 취업이 곧 만사형통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청년자조의 대담한 희망이 활짝 꽃피우게끔 정부가 지방자치의 노력을 응원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도 ‘우리의 정부, 우리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김종휘 | 성북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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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