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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 타이거 픽처스 자문


이번 연재를 시작하면서 다음 정부는 ‘시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이때의 시민은 ‘시민단체’의 그 시민이 아니라,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시민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실제로는 ‘서민’이라고 말하지만, 이 서민은 시민보다 훨씬 더 실체 없는 개념이다. 노조조직률이 10% 밑으로 내려가는 한국의 상황에서, 민중들은 자신을 노동자라는 계급적 필터를 통해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이라는 말로 이해한다. 서민!

서민이라는 정치적 실체는 이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이기도 하다. 계급적 자각을 탈색하고 서민들을 자신들의 지지기반으로 만들기 위한 군인들의 통치수단이었고, ‘서민’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여전히 군사정권을 계승하는 정치집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서울시 보궐선거는 억지로 ‘서민’이라는 한나라당 틀에 가두어놓은 민중들이 그 대신에 ‘시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빈민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도시빈민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곳일수록 반한나라당 성향이 강했고, 박원순 시장에게 몰표를 주었다.
이 추세가 지금과 같이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은 결국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대대적으로 패퇴하게 되고, 대구·경북 등 소위 ‘한나라당 버전’의 동토의 왕국에서나 겨우 숨을 쉬는 지역당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스스로를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한나라당의 지역당화를 그 어느 때보다 소망하고 있다. 여전히 한나라당이 ‘명품정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대통령의 연설 속에 나오는 ‘국민’이 바로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30% 남짓의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일 것이다.

직장인들이 서울 압구정동 제5투표소를 찾아 서울시장 투표를 하고 있다.


서민이라는 개념은 이미 중산층 붕괴의 현장 속에서 한국에서는 의미 없어진 개념이고, 시민과 국민의 대결, 50~60대의 고령층과 청년의 대결, 그런 양상을 가지게 됐다. 프랑스 대혁명처럼 짧은 기간에 극단적으로 표출된 대혁명의 형태는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천천히 그리고 2012년에 매우 농축적으로 일종의 시민 혁명을 경험하게 된 셈이다. 서민, 국민, 이 틀 내에서 한 번도 정치적 실체를 가지지 못했던 시민의 시대가 우리에게도 열리는가?
자신을 ‘시민’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규정하는 사람들은 이런 한나라당의 몰락을 지금 그 어느 순간보다 강렬하게 원하고 있다. 한·미 FTA 날치기와 함께, 더 이상 ‘국민’이라는 애국심의 규정과 ‘국익’이라는, 결국은 다국적기업 일부와 여기에 복무하는 고위공무원들 일부의 이익일 뿐인 상징 조작은 급격하게 힘을 잃어가고 있다.

운명적으로 한·미 FTA를 다루게 된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내의 대표적 협상파였던 김진표 원내대표, 모두 수원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작년 지방선거에서 수원시장이 된 염태영 시장은 수원환경운동센터 공동대표 출신이다. 이 지역은 이미 시민단체의 대표를 시장으로 선출한 지역이다. 서울에서는 아주 강렬하게, 경기도에서도 역시 만만치 않게, 이미 ‘서민의 정당’과 ‘애국정당’이라는 이상한 틀로 이상한 통치를 했던 한나라당의 정치적 근거가 무너질 것이다. 남는 것은 강남지역뿐이다.

자, 강남에는 누가 나갈 것인가, 이 질문이 이제 예민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강남, 서초, 송파를 묶어 부르는 강남 지역에서도 송파의 일부는 이미 한나라당 땅은 아니다. 연령별 투표 양상이 이 지역에서도 강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충분히 높아지면, 강남의 할아버지들만으로 한나라당이 이곳을 지기키는 어렵다. 여기에 이곳에도 독서모임이나 토론모임 등 지역 모임들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후보가 나간다면 해볼 만하기는 하다. 이미 분당에서 손학규 대표가 가능성을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에, 강남이라고 해서 대구 수준으로 동토의 땅은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정치인들을 만나서 확인해본 결과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대변되는 강남갑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정동영, 정세균 등 민주당 스타들도 강남갑은 무서워하는 것 같다. 이곳에 도전장을 내볼 수 있는 개인은 안철수 외에는 없을 것 같다. 강남갑에서 한나라당을 밀어내면, 총선, 대선은 그걸로 게임 끝이다. 강남갑에서 ‘시민의 후보’가 승리한다면 대구 인근을 제외하면 한나라당이 한국에서 발붙일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그 옆의 강남을은? 여기는 좀 다르다. 공성진 전 의원의 탈락으로 무주공산이기도 하지만, 계급적인 성향이 강남갑에 비해서는 좀 낮다. 만약 전략적으로 강남갑과 강남을 중, 한 곳을 선택해서 집중하라고 하면 나는 강남을을 선택하겠다. 여기도 자가 보유율이 50% 조금 넘을 뿐이라서, 전·월세대책 같은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이 생각보다 중요한 곳이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강남대책이라고 하면 은마아파트로 상징되는 아파트 재개발 촉진책만 내세우지만, 실제로 강남에는 세입자도 많다. 물론 다른 지역보다는 전세가 비싸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모두 자기집을 가지고 있어서 집값 올라가면 좋아할 것이라는 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자,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강남을, 누가 이곳에 출마할 것인가? 내년 총선 1번가는 강남을이다. 1%와 99%의 싸움, 시민적 보편 권리의 출현, 그 앞에 설 영웅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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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