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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타이거픽처스 자문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이때의 시장은 교과서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시장이 아니라, 바로 ‘삼성’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넘어간’ 것은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말하는 이광재가 아니었을까? 

“광재마저도 이미 삼성으로 넘어갔는데, 나보러 혼자서 어쩌라구?”나는 이런 얘기로 대통령의 말을 해석했다. ‘2만달러 경제’ ‘샌드위치 위기론’ 등, 지난 정부의 국정을 토건으로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동시다발적 FTA 국면으로 끌고간 근본적인 힘은 삼성에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경제범죄로 구속되어 있던 이건희 회장을 끄집어낸 것은 전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주도했던 평창 동계올림픽 3차 유치 시도였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도 황당하지만, 삼성이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롭게 시도하는 사회와의 관계맺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하계올림픽과 달리 도시 차원에서 진행되는 동계올림픽은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무조건 찬성 목소리만 나오지는 않는다. 푸틴이 직접 나섰던 지난 동계올림픽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주로 개도국인데, 한국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경제범죄자였던 이건희 회장을 사면하는 황당한 일을 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이광재를 축으로, 많은 국정의 기본 방향 설정에 삼성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삼성 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명목상으로는 현대 출신 대통령이고, 같은 재벌가 출신이니 삼성도 좋아졌을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 정권 들어 국내 회사가 정부와의 관계에서 특별히 좋아진 건 별로 없고, 진짜 한몫 챙긴 것은 외국 회사들이다. 

참여정부에서 기업도시 건 등을 삼성이 먹었다면, 현 정권에서 진짜로 처먹은 것은 딱 두 종류, 유통자본과 외국 회사들이었다. 특히 외국 컨설팅 회사들은 중요한 국정과제를 좌지우지하면서, 사실상 청와대를 장악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 시청료 인상을 비롯한 KBS 구조조정 방안은 보스턴 컨설팅에서 했다. 지금 야권 등원의 중요한 명분의 하나였던 농협의 신경분리나 한전 구조조정 방안 등 이전 정권에서는 주요 국책연구소에서 했던 일들을 매킨지에서 했다. 이게 도대체 나라 꼴이 아니다. 한술 더 떠서 외국계 컨설턴트들이 아예 청와대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후변화협약 기본 방향이니 이런 걸 잡겠다고 하니, 정부가 정부 꼴이 아닌 게 당연하지 않은가? 삼성이 현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힘을 덜 쓴 건, 정권이 삼성을 견제해서가 아니라 외국계 회사가 약진하며 벌어진 기이한 사건일 뿐이다.

이 상황에서 삼성이 취한 전략은 지역화, 즉 외국계 컨설팅 회사와 결탁이 덜 된 지방정부를 공략하는 일이었다. 대표적인 삼성 장학생이었던 이광재를 따라 강원도 도정에 들어간 건 물론 송도 신도시를 따라 인천,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전북 등 결국 동네마다 삼성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게 되었다. 중앙정부는 매킨지와 보스턴, 지방정부는 삼성. 이런 결탁 속에서 인천공항 매각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한·미 FTA 국회 비준 이후, 주요 국정사업에 새로운 시어머니로 미국 상공회의소마저 적극 나서고 있는 게 최근의 형국이다. 이러니 국민들의 경제적 삶이 형편무인지경에 빠지고, 서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진 것 아닌가? 주요 국책사업을 외국계 컨설팅사에 넘기지 말라는 특별법이라도 신설해야 할 상황이다. 경제 민주화니, 금융 민주화니, 현 상황에서 너무 고급 개념이고, 국정이나마 한국 사람이 하는 것이 개혁의 내용이 될 지경이다. 지자체 중 가장 나간 건 안희정 지사가 있는 충남이다. 한국 농업의 최대 적이었던 카길을 유치하는 것을 도가 나서서 추진하고 있으니, 이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지, 미국 안마당에서 다국적 자본에 유린당하는 중남미 어떤 국가인지, 나라 꼴이 꼴이 아니다.

변화의 출발점은 삼성, 현대와의 관계이다. 작게는 삼성을 대기업 중의 하나일 뿐으로 보는 일, 넓게는 현대건설 등을 축으로 하는 건설사에 주는 특혜를 그만두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외국계 컨설팅사를 앞세운 매판자본들의 국정 농단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게 이제부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숙제다. 삼성 공화국, 이제는 그만하자! 삼성 장학생들이 법조계와 언론계를 장악한 건,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새로 출발하게 되는 시민의 정부에서도 삼성 장학생들이 한자리 차지해서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 대통령 선거에서, “삼성에 특혜를 주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삼성이 FTA를 불러왔고, 현대가 토건을 불러왔다. 이런 거, 다음 정부에서는 그만하자. 정권은 망해도 특혜 기업만 번영하는 기이한 지난 두 번의 경험, 충분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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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