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성미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다. 이 산을 밀어버리려는 사람들에 맞서 마포주민들이 오래된 싸움을 했고, 이겼다. 그후 이 지역에서 ‘마을 만들기’라는 주민들의 실험이 시작됐다. 많은 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어하는 대안학교 중의 하나도 생겼고, 주민들이 쓸 수 있는 동네 극장도 생겼다. 우리가 외국의 지자체에서만 보던 크고 작은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주민들이 홍익재단의 초·중·고 건립 계획으로 나무를 뽑으려 하자 몸으로 나무를 부둥켜 안고 있다. (경향신문DB)


고건 시장 시절에, 성미산 마을학교만큼 서울시가 자랑할 만한 지역 공동체가 형성된 적이 있었다. 한양주택이라고 불리던 곳이고, 담장을 허물고 꽃담을 만들던 동네…. 진짜 시민들의 삶 속에서 정말로 공동체라고 부를 만한 곳으로 형성되어 가던 곳으로 아직도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동네다.

멀쩡하던 한양주택의 집들을 부수고 주민들을 쫓아내면서 올라간 것이 은평 뉴타운이라는 슬픈 아파트촌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한양주택 같은 곳들을 부수기 위해 아주 특이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아파트 재건축위원회! 철저한 이익 공동체의 임시 조직! 여기에는 지역유지라고 불리는 토호들이 분위기를 만들고, ‘집값파’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일종의 경제 공동운명체로 바뀐다. 재건축의 성공 여부에 운명이 걸린 주민들, 아!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공동체가 아닌가.

멀쩡하던 주민 공동체를 부수고 토호들의 배를 불리는 뉴타운과 지역개발 사업들. 이게 한국의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까지 기형적으로 전개시켜 스스로 ‘이명박 정부’라고 부르는 ‘괴물 탄생’의 진짜 힘이 아니었던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자기 동네로 돌아가면 전형적인 토호들의 힘 위에 서 있다. 한때 야도였던 부산이나 민주화의 성지였던 광주나 ‘토건 한국’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결국은 토호들 힘 위에 서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전국의 토호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서울 생활하게 될 자식들을 위해서 아파트 한 채씩 사두던 곳, 그게 바로 강남 아닌가 여기에 소위 조·중·동 기자들은 물론이고 경제신문 편집국의 간부들까지 강남으로 이사간 다음 강남불패의 신화가 생겼고, 고위 공직자들까지 몰려가서 땅으로 치부하겠다고 한 세월, 그게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주민들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서울 은평뉴타운 진관내동 한양주택 (경향신문DB)


지역 공동체는 깨지고, 모든 걸 개인이 집값을 올려서 해결하겠다던 기형적 모습, 그들의 대통령이 바로 이명박이였던 것.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런 토호들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정상적인 국민 경제로 전환하지 못한 게 슬픈 일이다. 결국 그런 토호들의 대마왕, 뉴타운 시장 그리고 4대강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 싸움에서 결국 토호들이 진다. 왜냐하면 더 이상 40~50대들이 가진 대형 아파트를 사줄 30대가 없고, 30대들이 가진 작은 아파트를 다시 사 줄 20대는 없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죽어라고 일했던 한국의 민중들과 소박한 시민들이다. 토호들의 연맹, 개발동맹이 바로 그 거위들을 비정규직과 조기 퇴직의 끝으로 밀어내, 이제는 아무리 집을 지어도 그걸 받아줄 국민이 없는 상황까지 왔다. 세상일이라는 게 오묘해서 ‘강부자 정권’이 바로 강부자들과 토호들의 몰락의 시발점이 된 것 아닌가 빚내서 집사기, 이건 끝났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정부에서 아직도 난리를 치지만 그 1인 가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남은 농가의 할머니 아니면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20대다. 독립을 기도한 20대들은 최근의 경제난으로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는 게 추세다. 1인 가구가 증가하니, 집을 더 지어야 한다 토호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새누리당과 함께, 그런 시대는 끝났다.

토호들을 위한 공화국, 그 속에 20~30대는 없다. 토호들이 땅과 아파트로 너무 손쉽게 치부하는 일이 사라져야 20~30대가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자녀양육에 뼛골 빠지는 40대, 그들이 바로 무상급식의 지지층들 아니었던가 자신들은 수억, 수십억, 너무 쉽게 벌어가면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몇 만원의 지원금이 아깝다, 그게 오세훈을 정치적으로 몰락시킨 그 힘이다.

우린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한양주택이 은평 뉴타운에 깔리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고, 성미산 마을학교 같은 게 지금부터라도 전국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그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고, 잘사는 나라로 가는 길이다. 개포 재건축단지의 성공에 구청장이 목매는 새누리당의 나라, 그 시대는 역사 속으로 흘러가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은 새 흐름의 첫 번째가 아니라 구시대의 마지막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불행히도 그 말은 이명박이라는 이상한 존재의 등장으로 사실이 아닌 게 됐다. 새 시대가 와야 하고 새 물은 흘러야 한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바라는 재건축이 성공하는 시대, 그 시대가 오면 안된다. 우리는 지금 시민의 사회, 시민의 정부로 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토호와의 마지막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남에서 부산까지, 강정에서 여의도 MBC까지, 우리는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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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