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옛말에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여러 곳에 쓰일 수 있지만 법의 규범력에 대해서도 쓰일 수 있다. 즉, 어떤 법을 제정하거나 집행함에 있어 일반인들의 통념과는 달리 지나치게 가중한 형벌을 규정하거나 혹은 아주 사소한 것도 가중하게 처벌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그 법률 및 그 법률의 집행은 희화화되면서 규범력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도 이런 일을 실제로 경험한 바가 있다. 바로 2008년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인터넷에서 유행한 ‘닭장차 투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경찰이 ‘평화롭게 둘러앉아서 자유발언하고 노래하는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판단하여 처벌하겠다고 하자 그 때까지만 해도 불법집회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것’인줄 알았던 많은 시민들이 집시법과 그를 집행하는 경찰을 희화화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즉, 많은 사람들이 ‘내가 참여한 집회가 불법집회라면 (처벌받는다 하더라도 나는 정당하기에) 내 발로 경찰버스에 올라 타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법을 제정하거나 집행함에 있어서는 ‘가벼운 것은 가볍게, 중한 것은 무겁게’ 처벌하도록 하는 균형감각 혹은 일반인들의 통념과 일치할 수 있는 현실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균형감각 혹은 현실감각은 끊임없는 고민과 소통을 통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희회화된 낙서범 구속시도
 
그제, G20정상회의 홍보포스터에 낙서한 사람을 검찰이 구속하려고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학강사 박모씨의 변호를 맡게 됐다. 당연한 일이지만 법원은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에 대한 일반 시민들 대부분의 반응은 ‘너무 지나친 대응으로 어이없다’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트위터 등 소셜웹에서도 ‘Gee를 부른 소녀시대도 처벌받아야 한다’ 혹은 ‘이제 쥐잡기 게임은 목숨걸고 해야 한다’는 등 검찰의 지나친 대응을 비꼬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검찰의 법집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정도를 넘어서 법과 그 법의 집행이 희화화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시민들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솔직히 이번 정부 들어서 검찰이 제대로 된 균형감각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지나치게 정치적이며,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느낌까지 받고 있다.  
 
물론 이는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광우병쇠고기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무차별적 수사와 기소, 광우병의 위험성을 다룬 MBC PD수첩에 대한 무리한 기소, 네티즌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정치적 기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거의 사문화된)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통신죄를 이용한 수사 및 기소, 용산과잉진압에 대한 편파적 수사와 수사기록 비공개 등을 이유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심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2009년 4월 법조인들(변호사와 법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검찰의 과제’에 대해 ‘법률신문’이 행한 설문조사의 답변 중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이 총 48.9%를 차지할 정도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 한겨레 신문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와 그로 인한 노 전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검찰에 대한 신뢰, 특히 그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더욱 하락하였다. 검찰의 중립성에 대하여 한겨레 신문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무려 78.8%가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답변이 나왔다(2009년 10월 11일자 기사).



이렇게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권력의 눈치만 보는 검찰이 정부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G20 정상회의에 대해 ‘차분하고, 균형 잡힌’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일반 시민들이 느낄 불편함이나 두려움에 대해 헤아릴 수 있었을까?

이번 사건은 단순히 G20 정상회의가 있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G20 정상회의 때문만이라면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검찰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은 검찰이 민주화되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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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