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6.15 ‘강경화가 있다’
  2. 2017.06.08 [사설]강경화 후보를 낙마시킬 결격 사유가 없다
  3. 2017.05.30 [박래용 칼럼]야당만 모르는 세 가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준 논란을 보며 프랑스 대혁명 당시 처형됐던 올랭프 드 구주가 떠올랐다. 페미니스트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구주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혁명 정신이 여성을 소외시켰다며 인권선언문을 다시 썼다. ‘여성의 인권과 시민권 선언문’이다. 하지만 절대왕정은 구주를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은 사람’으로 단죄하고 1793년 단두대에 세웠다. 구주는 선언문 10조에서 “여성은 교수대에 설 권리를 가졌다. 마찬가지로 여성은 법이 규정한 공공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한 연단에 오를 권리도 가져야 한다”고 외쳤다.

강 후보자가 올랭프 드 구주와 같다는 게 아니다. 구주가 단두대에서 희생됐던 배경과 강 후보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반동 정치와 여성 혐오(여혐)다.

혁명 뒤엔 늘 반동 정치가 횡행했다. 특히 성별 문제가 개입될 때 역사는 빠르게 전복 수순을 밟았다. 미국 노예해방을 위해 싸웠던 백인 여성들은 정작 노예해방선언이 열리는 대회의장에 출입이 금지됐다. 프랑스 혁명 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는 구주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리고 촛불혁명 뒤 지금 한국 사회에선 ‘강경화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혐오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지없이 목도되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문성을 의심하고,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전문성 문제는 강 후보자가 현안 경험이 없어 외교 수장으로 부적절하다는 논리였다. “얼굴마담”(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민간 여객선 선장이면 몰라도 전시 항공모함 함장을 맡길 수 없다”(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식이다.

관료적 조직 유엔에서 강 후보자의 위상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전직 외교부 장관들이 역량을 입증했다. 개혁의 적임자라며 외교부 노조가 지지 성명을 냈다. 무능 외교로 평생 상처를 안고 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강 후보자 임명을 촉구했다. 더 이상 외교부 장관에게 필요한 전문성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그뿐인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앞이라 생각하고 설득해 보라”고 모욕성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국은 얼마나 더 있는지, ‘누락해야 할’ 정보는 또 없는지, 누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강대국에 끌려다녔던 외교를 벗어나기 위해, 제재가 아닌 소통하는 안보를 위해 오히려 유엔 출신 외교부 장관이 필요한 때라고 대신 답하고 싶다.

도덕성 문제는 분명히 흠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치명적 흠은 아닌 것 같다. 위장전입은 부동산 투기, 학군 편입용이 아니라고 판명됐다. 증여세 늑장 납부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사례에서 보듯 고위 공직자 낙마 사유는 아니었다.

이젠 강 후보자의 대응 방식까지 문제 삼는 분위기다.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시민 작가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국가 앞가림을 어떻게 하나”라며 미심쩍어했고, 야권은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몰아세웠다. 도덕성 문제로 공격받았던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선방’했고 강 후보자는 선방 못했다는 비교일 수 있겠다. 그러나 잘못은 사과와 반성이 중요하다. 잘 막고, 잘 버티는 대응 방식이 잣대가 될 순 없다.

더 심각한 건 강 후보자 논란이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문제를 비롯해 추경, 정부조직개편 연계설마저 감지된다. 이는 ‘강 후보자가 (야당의) 존재감을 위한 제물’이라는 엄포나 다름없다. 아무리 정치가 권력을 좇는,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분야라 해도 ‘딜’이라는 말이 버젓이 나돌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224년 전 올랭프 드 구주가 외롭게 섰던 그 단두대 위에 ‘강경화가 있다’.

정치부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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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위장전입과 증여세 체납에 대해 “공직자로서 판단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17년 전 외국에서 공부하다 귀국한 딸의 이화여고 입학을 위한 것이라 했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더구나 위장전입한 주소지가 강 후보자 말고도 수차례 위장전입용으로 이용된 것까지 드러났지만, 강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부탁한 은사를 밝히지 않아 자세한 경위를 규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머지 의혹은 상당 부분 풀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 봉천동 연립주택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은 어머니가 강 후보자의 이름만 빌린 것이고, 박사학위 논문 표절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땅값이 70배 올라 투기 의혹이 제기된 남편의 거제 부동산 매입 과정에도 불법은 드러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의원과 강 후보자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는 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에서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 하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강 후보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어통역 업무로 공직을 시작해 외교부에서 경력을 쌓았고 유엔에서 다자 외교를 담당했다. 그를 처음 유엔직으로 기용한 것은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며, 반기문 전 총장과 후임자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총장도 그를 고위직에 임명했다. 객관적으로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로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한 전문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피해자 중심의 해법이 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진 사안인 만큼 현실적인 해법을 찾겠다고 방향도 제시했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강 후보자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양자 협상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북핵이 유엔의 현안이 되어온 만큼 유엔에서 일해온 강 후보자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청문회 답변에서도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외교부를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하지만 외교부 장관의 역할 중 하나가 외교부의 개혁이다.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깨면서 새로운 외교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오히려 비고시 출신이자 70년 외교부 사상 첫 여성 수장인 강 후보자가 그 적임자일 수 있다.

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반드시 한 명 이상을 낙마시켜야 한다며 강 후보자를 노리고 있다. 야당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낙마시킬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만의 정치게임일 뿐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청문회를 공직자 검증이 아닌 권력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시민의 비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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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문재인 정부 파격인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기분” “뉴스 보는 게 힐링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이런 인사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1주일 전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진영의 틀에서 벗어나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찾았다. 인재 풀을 최대한 넓혀서 보니까 그런 게 보이는 것 같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낙점하고 검증팀에 넘긴 뒤 제발 뭐 큰 게 나오지 않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 순항만 계속되겠는가. 첫 충돌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 일자리 추경일 것이다. 지금으로선 인사 문제를 무사히 넘어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부조직 개편은 중소기업벤처부와 안전 분야 일부 등으로 최소화할 계획이다. 어차피 내년 개헌 과정에서 정부조직에 상당한 변화가 요구될 것이다. 지금 정부조직 개편까지 손을 대면 다른 건 못한다. 일자리 추경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사무실을 나서며 딸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의 예상은 맞았다. 인사부터 암초에 부닥쳤다. 취임 20일 만이다. ‘사이다 인사’는 톡 쏘는 청량감은 줬다. 하지만 선(先) 인물, 후(後) 검증은 결국 사달을 냈다. 야당의 반발은 일견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야당이래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지난 정권에서 실제 그랬다. 더구나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약속했던 인사 5대 원칙 위배 논란이 더해졌다. 당연히 솔직한 설명이 필요했다. 비서실장을 통해 대리 사과한 것은 문재인답지 않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다. 일흔 번에 일곱 번이라도 직접 나섰어야 했다.

노나라의 계강자라는 정치인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물었다. 공자는 “정치 정(政)의 본뜻은 바를 정(正)이다. 정치인이 자신을 바르게 정하고 아랫사람에게 모범을 보인다면 어찌 바르게 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리더부터 바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29일 직접 해명한 것은 정도(正道)다. 협치를 요구하려면 먼저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 손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다.

야당은 여기서 멈추는 게 옳다. 절망적 상황에서 출범한 새 정부다. 반발도 정도껏 해야 한다. 지금 야당만 모르는 게 있다. 첫째는 자격이다. 지금 야당이 문재인 정부를 돌로 칠 자격이 있느냐고 시민들은 묻고 있다. 이들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전입과 과연 무관한가라는 의심을 품고 있다. 결함투성이 국회의원들이 인준권을 쥐고 호통치는 모습은 갑질의 횡포로 비치고 있다. 불공정이다. 지금의 야당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 그보다 더한 인물도 인사를 강행했던 것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시민들이 나서 국회의원들을 검증해보자” “다 까보자” “선거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중요한 건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세상이 바뀐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둘째는 변화다. 세상은 달라졌다. 김무성의 ‘노 룩 패스’를 시민들은 더 이상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지 않는다. 김무성이 보좌관에게 보낸 캐리어 패스 방법을 ‘노 룩 패스’로 명명했고, 과거의 유사 갑질을 더 찾아냈고, 그 행위 뒤편에 숨겨진 인성을 고발했다. 시민은 우매하고 약한 듯이 보이지만 실은 강하고 현명하다. 마치 망명객처럼 이역만리에서 일일논평하고 있는 홍준표의 페북 소음도 언제까지 인내만 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셋째, 야당은 시민의 힘을 간과하고 있다. 시민은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린 주역이다. 집단지성으로 무장한 시민 앞에 언론도 패러다임 전환을 실감하고 있다. 언론의 계몽주의 시대는 지나고 오히려 시민들이 언론을 분석·평가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어제 여론조사 결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 찬성은 72.4%, 반대는 15.4%였다. 만약 야당이 총리 인준안을 붙잡고 계속 발목을 잡을 경우 시민들은 대의(代議)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왜곡된 대의기관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됐다.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 시민들은 새로운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실감하고 있다. 여태껏 몰랐던 경험에 시민들은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진화하고 있다. 진화한 시민들이 길을 내고 있다. 한 단계의 성취는 더 높은 성취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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