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8일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비리(경향신문 8월27일자 1면 보도)에 대해 ‘음모론’을 들고나왔다. 그는 함 전 사장이 재직 중 30대 여성 집 근처에서 상습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사태를 “강원랜드의 치졸한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였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바람직한 시행 방향은? 토론회에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김 원내대표의 음모론은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 연루된 황인오씨와 관련돼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4일 ‘간첩 전과자를 공기업 상임감사에 앉히려는 정부’라는 제목 아래 황씨가 강원랜드 상임감사 후보 2명에 포함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결국 김 원내대표의 음모론은 강원랜드가 조선일보 보도에 따른 파장을 덮기 위해 경향신문에 함 전 사장의 3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흘려줬다는 추측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2개월 전 비리 제보를 접하고 추적 취재를 해왔던 기자 입장에서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김 원내대표 추측대로라면 강원랜드는 두 달 전부터 조선일보 보도를 예상하고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경향신문에 제공했어야 한다. 하지만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지난 2일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받아낸 것이다. 함 전 사장 인터뷰는 조선일보 보도 하루 전인 8월23일 이뤄졌다. 그래도 김 원내대표가 음모론을 고집하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함승희 사건’에 묻혀 ‘종북몰이’의 호기를 놓친 한국당 입장에서 음모론을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제1야당 원내대표라면 실체도 불분명한 ‘음모론’의 덫에 빠지기 앞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국민적 공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점은 주문하고 싶다. 매 주말 관용차량을 타고 30대 여성 집을 찾아가 밀회를 즐기고 비서진을 통해 결제를 시키고도 탈이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함 전 사장은 한국당 정권이 키운 ‘괴물’이다.

“저희는 처절한 진정성으로 더 낮은 자세로 국민들이 부를 때까지 쇄신과 변화의 노력을 할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달 11일 여의도 당사 현판을 철거하면서 한 말이다. 아직도 그 다짐이 유효한지 묻고 싶다.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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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강원랜드가 2012~2013년 채용한 신입 사원 518명 가운데 95%인 493명이 국회의원 청탁 등으로 부정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채용비리 규모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비서관 출신을 포함해 10명 이상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도 80여명의 인사를 청탁해 20~30명이 채용됐다고 한다.

도박 중독 등의 폐해에도 강원랜드를 설립한 것은 폐광 지역에 일자리를 마련해 서민들 생계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이다.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에만 3000억원의 수익을 냈고 임직원 연봉이 7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이런 기업의 일자리가 그동안 권력자나 지역 유지의 자제들로 채워지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강원랜드는 청탁 대상자의 자기소개서 점수를 높여주는 방법으로도 안되면 인사팀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각종 점수를 조작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도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2014년 함승희 사장이 취임한 뒤 강원랜드는 이 같은 비리를 자체 감사로 밝혀내고 2016년 2월 춘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1년 넘게 시간을 끌다가 박근혜 정권 탄핵 후인 지난 4월에야 최흥집 전 사장과 권모 전 인사팀장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권 의원이나 염 의원 등 청탁자들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최 전 사장은 강원랜드 사장에서 물러난 뒤 2014년 5월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과 염 의원은 모두 당시 여당 소속으로 지역구가 강원이다. 집권정당 인사인 데다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눈감아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공기업 채용비리는 비단 강원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조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점수 조작으로 입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도 감사원으로부터 채용비리가 적발돼 최근 원장이 물러났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사장이 지명한 수험생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8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9.4%로 18년 만에 최악이다. 채용비리가 근절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기업 채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찰도 기득권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강원랜드 등 공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비리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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