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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09 [기고]배송편의와 동떨어진 도로명주소

새주소사업은 1996년에 시작돼 20년이 지났지만 행정편의적으로 추진돼 좌충우돌하면서 이제는 국제주소표준에도 맞지 않게 되어버렸다. 기존 계층구조에서 소통구조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은 ‘주소’를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나 기관, 회사 따위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을 행정구역으로 나타낸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세금 징수 등의 행정과 통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주소를 사용해왔다. 이 행정주소는 시·군(구)·면(동)·리·호로 행정적 위계 단계를 따라서 호(戶)를 파악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계층구조의 행정주소는 산업화된 사회에서 물류 배송 또는 길을 따라 건물의 위치를 찾는 데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길을 따라 선형적으로 건물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스트리트 어드레스’ 체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새주소사업이다.

스트리트 어드레스는 동적인 개념으로서 근대 영국에서 길을 따라가면서 건물에 번호를 붙여 우편물을 신속 정확하게 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됐다. 행정계층구조가 아닌 소통구조인 이것은 전 세계로 파급되어 우편 등 사회적 서비스의 배송체제로 구축됐다. 스트리트 어드레스는 접근도로와 건물에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해 서비스의 ‘배송통로’와 ‘배송점’을 나타내는 체제로 구축된다. 세계적으로 스트리트 어드레스는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와 이용, 물적·인적 소통을 위한 지리정보체제(GIS)를 구축하는 골격을 이룬다. 근래에 스트리트 어드레스는 효율적인 국제적 물류 소통을 위한 국제주소표준(UPU S42)으로 설정됐다.

지금까지 새주소사업은 행정자치부 지방세제정책실에서 추진해 왔다. 그러다보니 세금 징수 등의 행정편의를 위한 계층구조의 행정주소 틀에 갇혀 사회소통체제인 스트리트 어드레스 같은 정보과학적 지리정보주소체제를 만들지 못했다. 법정리 지역의 마을인 ‘리’에 하나의 도로명을 부여하거나, 아파트나 대학교 등 단지 내의 건물들에 대해 ‘건물군’으로 하나의 건물번호를 부여해 계층구조의 단위로 만들었다. 그렇게 설정된 도로명과 건물번호는 건물을 찾아가기 위한 길 찾기와 위치 찾기 기능에 쓰이지 못한다. 또한 기초번호 간 거리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서 건물번호가 거리정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없다.

애초부터 행정자치부가 행정주소가 아닌 지리정보주소를 만들기를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지방세제정책실은 새주소사업이 국토 관리와 국민의 안전과 편의, 물적·인적 소통을 위한 국가의 GIS를 구축하는 사업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방세제정책실이 소통구조의 지리정보주소체제를 만들지 못할 것 같으면, 국토교통부가 나서야 할 것이다.

새 주소는 행정편의체제에서 소통구조로 체제가 수정되어야 한다. 배송통로인 도로와 배송점인 건물에 고유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하면서도 정보과학적 지리정보체제를 갖추어 국제주소표준에 맞게 짧고 정확해야 한다.

김선일 | 부경대 교수·과실연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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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