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7.09.18 [사설]재심 무죄청구한 검찰의 과거사 반성, 이제 시작이다
  2. 2017.09.14 [사설]왜 강원랜드는 기득권세력의 먹잇감이 되었나
  3. 2017.08.31 [사설]국정원으로 나라 망친 원세훈에 내려진 심판
  4. 2017.05.29 [아침을 열며]검찰의 운명
  5. 2017.05.25 [사설]노조 파괴 혐의 현대차 눈감아주다 이제 기소한 검찰
  6. 2017.05.23 [사설]넥슨이 우병우 처가 부동산인 줄 안 정황 자료 묵살한 검찰
  7. 2017.05.19 [사설]이번에는 반드시 불가역적인 검찰개혁을 하자
  8. 2017.03.07 [사설]검찰은 특검의 자세로 남은 비리 파헤쳐라
  9. 2017.03.07 [사설]대통령 탄핵 이유 분명하게 드러낸 특검 수사 결과
  10. 2017.02.13 [사설]청와대 파견 검사들 검찰 복귀 불허해야
  11. 2017.01.04 [사설]부패한 권력 검찰을 시민 통제 아래에
  12. 2016.11.29 정말 바뀌어야 할 것은 ‘검찰’
  13. 2016.11.29 박근혜 퇴진은 ‘박정희 신화’ 청산 계기 돼야
  14. 2016.11.25 [사설]버티는 대통령엔 탄핵뿐, 여야 공조로 빈틈없이 추진하라
  15. 2016.11.24 [녹색세상]대통령의 노예들
  16. 2016.11.23 [시론]탄핵, 닉슨과 박근혜
  17. 2016.11.22 깔끔하게 내려오시라
  18. 2016.11.22 [박래용 칼럼]미친 마부에게 말을 맡길 순 없다
  19. 2016.11.22 [사설]제 발로 못 나가니 쫓아낼 테면 쫓아내보라는 건가
  20. 2016.11.22 [사설]김기춘·우병우 수사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검찰이 과거 시국사건 6건에 대해 직권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6년부터 4년 동안 재심을 권고한 73건 중 당사자 일부가 재심을 청구해 이미 무죄판결이 내려진 사건들이다. 함께 기소됐던 공동 피고인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아직 신청하지 않은 18명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해주는 것이다. 검찰이 과거 시국사건에 대해 먼저 재심을 청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찌 보면 재심 청구를 대행해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의미있는 걸음이라 평가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초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검찰의 재심 청구는 과거사 반성의 후속 조치라 할 수 있다. 검찰은 불과 5년 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 구형’ 방침을 어기고 ‘무죄 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임은정 검사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재심 청구에선 재판부에 무죄 구형을 할 것이라고 한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성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미 법원에서 무죄가 내려진 사건 중 몇 건을 추려 재심을 대행 청구해준다고 과거가 청산되는 게 아니다. 과거사 반성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규명하는 절차가 병행되어야 한다. 유서대필 사건의 경우 24년 만에 누명을 벗었지만 당시 검찰 수사관계자 누구 한 사람 사과 한마디 없다. 검찰은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선 조봉암 사건 재심을 권고한 진실화해위에 대해 “결론에 꿰맞춘 궤변”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부끄러운 과거 청산에 책임을 져야 할 검찰이 되레 적반하장의 태도였다. 이제 정권이 바뀌자 다시 태도를 바꾸니 선뜻 믿기가 어렵다. 새 정부 들어 검찰이 적폐청산 1순위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검찰의 과거사 반성은 여론무마용이거나 잘못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과오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청산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법적으로 바로잡고, 명예를 회복시키고,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를 고쳐야 진정한 청산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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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가 2012~2013년 채용한 신입 사원 518명 가운데 95%인 493명이 국회의원 청탁 등으로 부정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채용비리 규모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비서관 출신을 포함해 10명 이상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도 80여명의 인사를 청탁해 20~30명이 채용됐다고 한다.

도박 중독 등의 폐해에도 강원랜드를 설립한 것은 폐광 지역에 일자리를 마련해 서민들 생계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이다.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에만 3000억원의 수익을 냈고 임직원 연봉이 7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이런 기업의 일자리가 그동안 권력자나 지역 유지의 자제들로 채워지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강원랜드는 청탁 대상자의 자기소개서 점수를 높여주는 방법으로도 안되면 인사팀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각종 점수를 조작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도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2014년 함승희 사장이 취임한 뒤 강원랜드는 이 같은 비리를 자체 감사로 밝혀내고 2016년 2월 춘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1년 넘게 시간을 끌다가 박근혜 정권 탄핵 후인 지난 4월에야 최흥집 전 사장과 권모 전 인사팀장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권 의원이나 염 의원 등 청탁자들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최 전 사장은 강원랜드 사장에서 물러난 뒤 2014년 5월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과 염 의원은 모두 당시 여당 소속으로 지역구가 강원이다. 집권정당 인사인 데다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눈감아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공기업 채용비리는 비단 강원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조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점수 조작으로 입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도 감사원으로부터 채용비리가 적발돼 최근 원장이 물러났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사장이 지명한 수험생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8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9.4%로 18년 만에 최악이다. 채용비리가 근절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기업 채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찰도 기득권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강원랜드 등 공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비리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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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30일 법정 구속됐다. 당초 2심의 징역 3년형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정치·선거에 관여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였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직무 영역에서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국정원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나 국정원은 막대한 예산과 광범위한 조직을 거느린 핵심 정보 기관이다.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진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이명박 정부와 여당엔 유리하고, 야당에는 불리한 내용을 인터넷에 전파하며 여론을 조작했다.

원세훈 전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원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구치소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대선을 앞두고는 야당 후보 낙선 운동까지 벌였다. 2012년 말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여당인 박근혜 후보와 야당인 문재인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3.6%포인트에 불과했다. 원세훈 국정원의 불법 활동이 민의를 왜곡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공무원 정치 관여 행위의 기준을 제시했다. 국정홍보성 글이나 현직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시글이어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반대로 이어지면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특정 게시글에 찬성·반대를 클릭한 행위 1200회, 이외의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2027회를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인터넷 사이트 계정과 트위터 계정에서 이 같은 글 게시와 찬반 클릭이 장기간 반복된 것으로 볼 때 불법 행위가 능동적·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이런 불법을 저지르고도 북한 선전선동에 대응해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이버활동이라고 궤변을 토했다. 문제의 인터넷 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며 1심부터 파기환송심까지 내내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런 인물이 국정원장이었으니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원훈에 따라 국가와 시민에게 진실로 충성한 국정원 직원들은 이명박 정부 내내 좌절감이 컸을 것이다.

댓글 사건은 원 전 원장의 범죄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외에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등에도 원 전 원장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의 배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 댓글공작을 한 민간인들의 상당수는 ‘늘푸른희망연대’ ‘한국자유연합’ 등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가 설립하거나 이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관변단체들인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세력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좌천됐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내밀한 사생활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사퇴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진상조사 중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 당시 적폐는 13건에 이른다.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공작을 철저히 파헤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원을 바로 세우고, 추락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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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하기 싫은 수사였구나. 지난달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기소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든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된 역사적 수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촐했다. 달랑 9장짜리 보도자료에 특별수사본부 공보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비공개 브리핑이 전부였다. 지난해 11월 최순실씨 등을 기소할 때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발표하는 모습을 생중계까지 했던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입맛에 맞는 수사를 골라 의도대로 끌고 가며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한 과거와 너무 다르다.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의 거센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수사가 시작됐고, 그 수사의 최종 목표가 자신들과 한몸인 박근혜 정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긴 했지만 사실상 특검의 ‘설거지’를 한 셈이고,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를 파면 팔수록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신이 났을 리 없다. 그때 이미 검찰은 다가오는 운명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최고 사정기관이라 불린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그 자리는 중앙정보부가 차지하고 있었고,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보안사령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이 검찰을 압도했다. 검찰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다. 고문, 조작 등의 불법수사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자리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법률 전문가 집단의 ‘법질’이 대신하게 되면서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지난 11일 커피를 마시며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검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2003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다. 참여정부 들어 판사 출신 여성 법무부 장관(강금실)이 임명되고 파격적인 고검장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내 반발이 커지자 노 전 대통령이 검사들을 직접 설득하겠다며 만든 자리다. 과거처럼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검찰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대화와 소통으로 공감대를 찾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사들은 그 자리에서 ‘검사스러웠다’. 고졸인 노 전 대통령에게 대학 학번을 묻고, 수사정보를 통해 얻었을 것이 분명한 대통령의 과거나 친·인척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여야 거물 정치인을 줄줄이 구속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다시 한번 위상을 떨쳤고, 참여정부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권불십년. 이제 검찰도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다수가 된 데다 새 대통령이 바로 참여정부 검찰개혁 실패를 민정수석 자리에서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에 낸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때) 검찰개혁의 출발선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봤다. 즉,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걸 개혁의 핵심으로 본 것”이라며 민정수석으로 오면서 검찰과의 전용회선(핫라인)까지 끊었다고 소개했다. 권력과의 유착이 검찰의 가장 큰 폐해라 보고 권력을 잡은 스스로가 그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과의 유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이 참여정부 2인자로 불린 문 대통령을 잡기 위해 엄청 뒤를 캤지만 나오는 것이 없어 오히려 놀랐다는 얘기도 돌았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에 비법조인 출신 조국 서울대 교수를 임명한 데 이어 판사 출신의 법무비서관, 전직 국회의원 민정비서관, 감사원 출신 공직기강비서관 등으로 민정수석실 진용을 짰다. 검찰 출신은 반부패비서관 한 명뿐인데, 그조차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로 박근혜 정권에 찍혀 옷을 벗은 인물이다. 참여정부 출범 때와 흡사하다. 인권변호사인 문재인 민정수석, 부산대 총학생회장을 했던 이호철 민정1비서관, 판사 출신 박범계 민정2비서관, 여성 변호사 황덕남 법무비서관, 인권변호사인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등 모두 비검찰 출신이고, 사정비서관만 오래전 검사를 그만둔 양인석 변호사였다.

문 대통령이 과거의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조만간 증명될 것이다. 바야흐로 개봉박두다. 제목은 <검찰의 운명>. 당장의 관전포인트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누가 캐스팅되느냐다. 문 대통령이 장고하는 건 검찰개혁을 위한 최적의 배역을 찾기 위해서 같다. 이 작품은 음모와 복수가 난무하며 누가 권력을 뺏고, 빼앗기느냐가 결정되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국민들에겐 우리 사회의 부패와 범죄 근절을 위해 사정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며 경쟁하는 복리를 안겨주고, 검찰도 본래 존재가치인 ‘인권보호’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준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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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11년 유성기업의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현대자동차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청업체 노조에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재벌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의 행위는 불법 소지가 다분하므로 검찰의 기소는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 범죄 증거를 확보하고도 시간을 끌다가 사건 발생 6년 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두고 전격 기소했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어도 검찰이 법과 원칙대로 이 사건을 다뤘을지 의문이 든다.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은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2011년 손을 잡고 지금껏 갖은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해왔다. 검찰이 이 같은 현대차의 비위 증거를 확보한 것은 4년여 전이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현대차 임직원들은 2011년 초 유성기업에 제2노조(어용노조)가 설립되자 그때부터 수시로 유성기업 사측으로부터 노조 운영 상황을 보고받았다. 현대차는 제2노조 조합원 확대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회의실에서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이 2012년 말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e메일 등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사실 확인 불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현대차 직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소장에는 검찰이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임직원을 노조파괴 혐의로 기소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박민규 기자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고, 지난해 2월에는 새로 확보한 증거들을 모아 현대차 임직원들과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검찰에 다시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가 지체되면서 지난해 3월 노조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올 2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 구형(징역 1년)보다 높은 형량이었다.

현대차 늑장 기소와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형식적 기소는 검찰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처벌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사건도 덮을 수 있다. 여기에 노조를 바라보는 공안 검사들의 비뚤어진 시각까지 더해지면 노동자들은 처벌을, 기업은 면죄부를 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같은 시스템 개혁 외에도 노동 문제에 검찰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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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부동산을 사들인 넥슨이 매매계약 체결 전 땅 주인의 신상을 알고 있었고,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넥슨은 검찰에서 땅 주인이 우 전 수석 처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시종 진술했다. 우 전 수석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으니 특혜 매입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이 갖고 있던 ‘소유자 인적 사항 정리’라는 문서를 확보했다. 넥슨 실무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받은 이 문서에는 ‘이상달씨 자녀 둘째 이민정, 남편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2부장)’로 부동산 소유자가 적혀 있다. 문서 작성 시점이 2010년 9월로 넥슨과 우 전 수석 처가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6개월 전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4월 13일 (출처: 경향신문DB)

검찰은 어찌 된 일인지 이 문서를 경시했다. 은행 대출 자료일 뿐 내부 보고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넥슨 실무자 등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파트 전세 계약만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누군지 궁금한데 하물며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계약을 하면서 상대를 알려 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는 넥슨 측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의 말을 이렇게 곧이곧대로 수용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넥슨이 매입 과정에서 우 전 수석 처가에 특혜를 주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도 의혹투성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은커녕 휴대폰 통화 내역도 조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겨냥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특별수사팀 팀장은 ‘우병우 라인’의 핵심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이었다. 우 전 수석은 수사 받는 신분이었음에도 법무·검찰 수뇌부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박영수 특검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여기에 우 전 수석과 유착한 검찰 고위층의 ‘돈봉투 만찬’ 사건도 터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특임검사 임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개입과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과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검사들의 비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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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타락상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은 검찰의 도덕적 인식이 일반인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검찰개혁 여론이 들끓어도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음을 이 사건 하나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18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감찰을 받고 있다. 사표 수리로 사건을 덮지 않고 일벌백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측근인 안태근 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2년 넘게 맡고 있다. 안 국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던 우 전 수석과 수백차례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정상적인 검찰이라면 안 국장을 수사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맡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그를 수사하지 않았다. 돈봉투 만찬은 우 전 수석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된 지 나흘 뒤인 지난달 21일 이뤄졌다. 만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간부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건넸고, 이 지검장은 답례로 법무부 검찰국 1·2과장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줬다.

18일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사선서 앞으로 검찰 관계자들이 지나고 있다. 검사선서는 대통령령 ‘검사선서에 관한 규정’에 정해진 것으로 신임 검사가 취임식에서 읽어야 한다. 김영민 기자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행위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수사 검사가 피의자를 봐준 뒤 사후에 돈을 받은 셈이어서 뇌물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건이 처음 한겨레에 보도된 뒤 이들이 보인 ‘검찰과 법무부가 밥 먹고 소통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무소불위 권한에 취해 도덕적·법적 판단에 마비가 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 지시이긴 하지만 ‘셀프’나 마찬가지인 이번 감찰을 시민들이 인정해줄지도 의문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사활을 걸고 이 지검장과 안 국장 감찰에 임해야 한다. 자금의 출처로 알려진 특수활동비의 적법 집행 여부도 따지고, 만약 장관 부재 상태인 법무부에서 이창재 차관(장관 대행)의 허락을 받고 검사들에게 돈을 건넸다면 이 차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검찰의 강력하고도 조직적인 저항에 매번 무산됐다. 설득이나 대화를 통해 검찰을 개혁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향후 1년은 한국 역사에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검찰개혁의 호기이자 적기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정의롭고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와 수사·기소권 분리 등 각종 제도 개혁과 부패 검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으로 검찰을 확실히 주권자의 편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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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은 어제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한정된 수사기간과 주요 수사대상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는 절반에 그쳤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성역을 끝내 넘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의 표현이다.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특검이 다 드러내지 못한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나머지 부분을 검찰이 밝혀내야 할 차례다. 관건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최순실씨 일가의 의심스러운 재산 형성, 최씨 딸 정유라씨의 학사 부정 등은 드러난 것보다 밝혀내야 할 부분이 더 많다고 특검도 인정했다. 검찰이 맡은 역할이 특검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등 수사팀이 6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90일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특검이 수사에서 성과를 낸 것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정하게 수사한 덕분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여권은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까지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 그런 만큼 이들은 또다시 검찰을 조직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이번 검찰의 2차 수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재가동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수사 초기 검찰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이 빈번하게 통화한 사실도 최근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우 전 수석과 한통속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민은 검찰을 버릴 것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 특검의 자세로 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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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등 5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밝힌 기존 8개 혐의를 더하면 총 13개에 이른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그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등 박 대통령 탄핵 사유는 이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특검 수사의 최대 성과는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검은 433억원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공권력과 국가 기구를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원활한 합병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대가라고 못 박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인 이동흡 변호사는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법원은 뇌물 공여자인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통령 등이 시킨 대로 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을 동원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뇌물죄는 뇌물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의 죄를 훨씬 무겁게 묻는다. 박 대통령은 삼성 뇌물만으로 탄핵감이라 할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 대국민 보고’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기남 기자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연설문이나 인사 자료를 유출해 국정 개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특검 수사로 더 많은 범죄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의 마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외교부까지 뻗쳤다. 최씨는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내정된 인사까지 밀어내고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와 김인식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을 앉혔다. 청와대 의료시스템이 붕괴 상태였던 것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최씨 소개로 불법 의료업자들로부터 시술을 받고 공식 자문의가 아닌 김영재씨로부터 ‘비선 진료’를 받았다. 일급 기밀인 대통령의 혈액 등 건강 관련 정보가 새나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의식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도 관여하고, 최씨 민원을 받아 KEB하나은행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확인됐다. 청와대 지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극우 단체에 지원해 ‘관제 데모’를 유도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이렇게 남용했다.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민낯도 드러났다. 황 대행은 청와대 압수수색 등이 이뤄지도록 특검팀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거꾸로 나왔다.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를 공표해야 했다. 그래야 특검이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행은 알량한 법 지식을 이용해 결정을 미루면서 국회와 특검을 능멸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황 대행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특검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덕분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인 정경유착을 뿌리뽑지 않고서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특검 수사팀의 의지도 작용했다. 청와대는 “특검의 수사 결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의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헌재가 판단할 일이다.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어제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75.7%와 73.3%다. 탄핵심판 선고가 일주일 안으로 다가왔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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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파견된 검사 6명이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민정수석비서관실에 근무하는 검사 출신 행정관이 검찰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1997년 제정된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할 수 없다. 그러나 검사는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근무하다 다시 검사로 임용돼왔다. 편법 파견이다. 하지만 정권마다 구태가 되풀이됐다. 노무현 정부 때 8명, 이명박 정부 때 22명,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15명이 재임용 형식으로 검찰로 복귀했다. 그때마다 비판이 일었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번에 사표를 낸 검사들은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지목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선발한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권력과 검찰은 서로 멀리 있어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검찰은 권력과 결탁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법을 집행할 수 있다. ‘말을 잘 들으면 눈감아주고, 눈엣가시처럼 굴면 본때를 보이는’ 식으로 수사권을 자의적으로 발동할 수 있다. 검찰 출신 우 전 수석도 정권과 결탁해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 결과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개혁대상 제1호로 꼽힌다.

지난 9일 여야는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복귀를 2년간 금지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청와대 파견’이라는 ‘훈장’을 달고 친정으로 돌아와 패거리를 만들고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독립성을 훼손하는 악순환을 중단해야 한다. 검찰청법에서 검사의 청와대 근무를 금지한 배경에는 ‘청와대 파견 검사는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파견 검사들의 복귀를 일정기간 제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검사 6명의 검찰 복귀도 불허해야 한다. 이들은 우 전 수석과 함께 일하며 국정농단의 수발을 들었다. 지금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 내부에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검찰에서 파견 나온 검사들이 우 전 수석 수사에 소극적인데, 특검이 끝나고 검찰로 돌아갔을 때 조직의 역풍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파견 검사의 복귀는 특검팀 검사의 사기 위축은 물론 우 전 수석 수사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검찰은 청와대와 단절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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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의 적폐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비리에 눈감아 오늘의 대혼란 사태를 야기했다. 김기춘·우병우 같은 검사 출신 인사들은 갖은 공작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홍만표·진경준 같은 전·현직 검사장은 공익의 대표자와 사회의 거악이 백지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민이 꿈꾸는 세상과 검찰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자명해졌다. 시민의 감시에서 벗어난 검찰,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은 부패한 폭압기구에 불과하다.

한국 검찰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2200여명의 검사와 7000여명의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검찰은 그 자체로 직접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는 거대 권력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도 지휘한다. 경찰이 형사 사건의 97%가량을 처리하지만 수사 주체는 엄연히 검찰이다. 경찰 단독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조차 발부받을 수 없고 경찰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도 없다. 검찰은 기소도 독점하고 있다. 검찰이 봐주기로 작정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아무리 나쁜 사람도 죄를 물을 수 없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기관도 사실상 검찰밖에 없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검찰은 자체 비리에 둔감할 뿐 아니라 제 식구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 4일 (출처: 경향신문DB)

한국 사법시스템의 원조격인 독일은 검찰에 자체 수사 인력이 없다. 검찰에 기소·불기소의 재량도 주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 일본은 경찰이 체포·압수수색 영장 등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시민들이 심사하는 제도도 있다. 무작위로 뽑은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지방 법원마다 설치돼 검찰을 견제한다. 미국에서는 범죄 수사를 원칙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고, 검사장을 시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다. 영국은 중대 경제 범죄가 아닌 이상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한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 검찰의 권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검찰을 두려워하지만 검찰은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검찰에 부여된 막강한 힘은 정의의 편에서 공익을 수호하라는 취지지만 검찰은 강자의 이익을 위해 썼다. 부정한 정권일수록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세우고 민정수석을 리모컨으로 활용한다. 곽상도·홍경식·김영한·우병우·최재경을 거쳐 지금의 조대환까지 현 정권의 민정수석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해 청와대와 각 정부 부처는 매년 수십명의 검사를 파견받고 있다. 검찰은 정권과 거래하며 전리품을 챙긴다. 입법·사법·행정부의 주요 권력기관은 검찰의 재취업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직 공안 검사인 황교안과 박한철은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으로 옮겼고, 국회는 검사 출신 의원들로 넘쳐난다. 검찰 공화국, 검찰 파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정권과 한 몸이 된 검찰이 한 일은 시민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이번 게이트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검찰은 부실·편파 수사를 했고 결국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일을 키웠다. 2년 전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인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정보를 교류했다는 청와대 문건이 공개됐을 때 검찰은 문건의 유출 과정만 문제 삼았다. 우병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겨냥하는, 본말 전도로 일관했다. 최순실씨 관련 비리는 지난해 7월 언론에 최초 보도가 났지만 압수수색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특검 출범이 기정사실화하자 검찰은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시민 통제에서 벗어난 검찰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취약하다는 증거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한 것도 무소불위의 검찰이 대통령 권력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권의 축소와 분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 공수처가 검찰의 의도적인 수사 기피와 검찰 부패를 막는 대증적 처방이라면, 검찰권 남용을 막는 근본 대책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가칭 수사청과 기소청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처럼 주민이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직접 선출하자는 의견도 경청할 만하다. 정권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고 중앙집권적인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법무부에 대한 시민 통제도 필요하다. 검사 출신이 아닌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법무부 주요 보직을 전문 행정관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직적인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다만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는 검경 간의 권한 배분이 아닌, 인권 신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의 인권 의식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검찰에 더 이상 ‘셀프 개혁’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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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국민이 검찰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혐의가 나오고 어떤 비리가 더해질 것인지 검찰의 수사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것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범죄 혐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별개로 우리는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건들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국정농단과 엄청난 비리가 일어났는지 근본 원인을 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민정수석은 청와대에서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민정수석은 국가 인사에 관여하고 감시하며 사정기관들의 정보를 취합하기도 한다. 현재 확인된 여러 비리들은 민정수석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지만 실상은 민정수석이 오히려 이런 일들에 공공연하게 앞장선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4일 오전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검사 출신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앞서 박근혜 정부에는 곽상도·홍경식·김영한 3명의 민정수석이 있었는데 모두 검사 출신이었다. 사의를 표명하긴 했지만 우 전 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된 최재경 민정수석 역시 검사 출신이다. 이 밖에도 정홍원 전 국무총리, 황교안 국무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 안대희 총리 후보, 그리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까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이 정도 되면 대한민국은 사실상 검찰공화국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검사 출신들이 가장 막강한 실권을 행사하고 있던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엄청난 비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실질적인 견제기관 하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한국의 검찰조직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일들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 결코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임기 중 가장 후회되는 일로 검찰을 개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함께 근본적으로 한국의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 수십년간 외쳐온 말뿐인 그들만의 개혁이 아니라 진정으로 검찰이 바뀌어야만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동규 | 충남 아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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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민주세력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고 있다. 우리의 상대는 박근혜나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정희다. 박정희를 가리키는 ‘반신반인’이라는 말에 모두 놀랐겠지만 이곳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겸양이다. 이곳에서 그는 온전한 ‘신’이다. 샤먼이다. 박정희 초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기복하는 모습을 이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정희 신화를 재생산하는 일은 쉬지 않고 진행됐다. 박정희 동상을 크게 세우고, 그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새마을 담론을 동원하면서 박정희 신화를 끊임없이 불러내고 있다.

신화의 세계에서 박정희와 싸우는 일은 참 어렵다. 신화는 맹목적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데올로기보다도 강력하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가치와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이지만 신화는 조건 없이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는 무섭다. 박정희 신화는 비판하면 할수록 더 단단해진다. 신화의 세계에서 박정희는 어떤 대화와 토론도 허락하지 않는다.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교조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오늘 교육부에서 발표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이곳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박정희 신화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경기 군포 지역구를 버리고 고향을 찾아온 김부겸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기 위해 고육지계를 썼다. 그는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그리고 그것과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의 교류를 제안했다. 의표를 찌르는 제안이었다. 민주진영에서는 그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민주당 후보의 공약에 박정희 컨벤션센터가 무슨 말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부겸의 의도는 박정희를 신화의 영역으로부터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내리자는 것이었다. 김부겸은 박정희를 역사의 세계로 호명한 후, 그를 신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차근차근 그의 행적을 역사적으로 따져보자는 계획이었다. 김부겸이 오해와 논란을 감수하면서 내건 그 ‘아슬아슬한 공약’은 이유가 있었고 타당한 것이었다. 그것은 대구·경북에서 신화가 된 박정희와 싸우는 방편이었다. 신화를 상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김부겸은 박정희를 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그런 부담스러운 공약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박근혜 스스로가 박정희 신화를 깨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박근혜는 박정희 신화로부터 걸어 나온 ‘신의 딸’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판단이 아니라 아버지의 신탁(神託)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의 언어는 아버지의 그것이고, 그의 국가관도 아버지가 끌고 가던 유신체제의 그것이다. 박근혜는 아버지의 시대에 성장이 멈추어버린 신의 딸이다. 그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여 좋은 사람을 곁에 두지 않았고, 국가와 개인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시대착오적 국가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랏돈을 빼돌려 최순실에게 주어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고,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에게 냉혹한 보복을 하였다. 박근혜를 지배한 것은 박정희의 신탁이었다. 그가 재벌들을 불러놓고 거래를 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버지가 하던 방식대로 권력을 휘두르다 파국을 맞이했다.

이제 시민혁명의 횃불이 켜지고 박근혜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자 박정희 신전의 어둠도 걷히고 있다. 요즈음 박근혜의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모양인데, 중요한 것은 박근혜의 퇴진 과정에서 박정희 신화의 본질을 보여주고 그것을 역사적으로 청산하는 일이다. 박정희가 저렇듯 신화가 되어 그의 유령이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는 것은 그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역사적 청산의 기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짚어서 정리하고 평가하고 징벌하는 작업을 하면서 그것이 박정희의 신탁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떤 정치인은 박근혜의 퇴진을 두고 명예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걱정스러운 발언이다. 이 사태를 정치적 타협으로 적당히 마무리하겠다는 정치적 수사가 아닐까라는 염려 때문이다. 박근혜가 자진 사퇴를 한다고 해도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박정희 신화는 다시 부활할지 모른다.

검찰과 특검수사, 국정조사, 탄핵 등의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목표는 박정희 신전의 어둠을 걷고 박정희의 신탁이 어떻게 박근혜를 통해 육화되고 박정희의 유령이 우리들 곁을 어떻게 배회하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질서의 건설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일 |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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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도 차츰 끝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대면조사 최후통첩과 별도로 연일 수사의 강도를 높이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매일 몰아치는 대기업 수사는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정조준하고 있다. 뇌물죄가 입증되면 대통령은 퇴진 이후 사저가 아닌 감옥으로 가야 한다. 30일부터는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특검도 내달 초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20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 수사·국조·특검·촛불이란 파도가 사방에서 동시에 박 대통령을 덮치는 양상이다. 어느 것 하나도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2일, 늦어도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못 박았다. 야 3당은 각각 탄핵안 준비기구에서 탄핵안을 만들어 이달 말 공동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도 야당 발의 단계부터 동참할지, 표결에만 참여할지 아직 고심 중이나 찬성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탄핵을 둘러싸고 불가측했던 안개가 걷힌 것은 다행이다. 이대로라면 수적으로도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필요한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대통령 탄핵 당론 채택을 논의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적 불행이 기어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하게 된 작금의 상황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부정·거부하고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철회하는 등 대국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겼다. 그리고 되레 ‘탄핵을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강경으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이 자진 퇴진의 기회를 걷어차고 장기 농성 태세에 들어감에 따라 탄핵 추진은 불가피한 외길이 됐다.

지금 시중에선 사람 둘만 모이면 어느 자리 할 것 없이 온통 박근혜·최순실 얘기뿐이다. 부끄러움과 한탄, 자괴감에서 비롯된 ‘박근혜 피로’가 하루하루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정공백과 혼란은 벌써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국정수행은 불가능하다. 피의자 신분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래서도 안된다.

민심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 3당은 촛불민심에 나타난 시민들의 분노와 기대를 모아 나라의 혼란을 서둘러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새누리당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어느 때보다 대승적으로 타협하고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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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국정농단의 몸통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정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없다. 법적으로만 간신히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본인만 이 현실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불법과 비리를 지속적으로 저질러온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으니, 그동안 온갖 의혹과 반대에도 대통령이 앞장서 밀어붙였던 정책들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문제의 정책들은 이전과 변함없이, 아니 더욱 신속히 진행되는 것 같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예정대로 28일에 공개하겠다고 한다. 국정화 추진은 학생과 교사, 대부분의 역사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사안이다. 그리고 국정화의 선봉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밀실·굴욕 협상은 외교부 장관이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밀어붙인 정황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충분한 개연성이 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시치미를 뗀다. 여성가족부는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는 비판은 외면하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금 지급만 서두른다. 환경부는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반려하라는 결론을 내린 조작·부실 평가서였다. 국회의원, 양양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공동 현장검증을 실시한 지 이틀 만이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사업신청서가 제출되기도 전에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적극 추진을 지시했다.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이 알려지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탄핵 주도를 선언한 23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뒤편으로 청와대 본관 건물이 보이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여건 조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돌변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 양국 서명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도 밀실협상 논란으로 막판에 무산됐던 사안이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했던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결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만큼 격렬한 반발과 분노를 샀다. 하지만 국방부는 롯데의 경북 성주골프장과 경기 남양주의 국유지를 맞바꾸면서 사드의 조기 배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1일 검찰은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심 형량인 징역 5년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작년 민중총궐기의 근원이었던 박근혜 정권 폭정의 실태가 훤히 드러난 지금도 검찰의 현실 인식은 여전하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의 말이 떠오른다. “괴물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중략)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 인간들 말이다.”(홍세화, <생각의 좌표>) 눈에 띄는 괴물이라면 맞서 싸울 수는 있다. 하지만 괴물을 무조건 추종하는,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기계적 인간들’과 일일이 싸울 수는 없다. 이런 절망적 현실 때문에 지옥에서도 살아남았던 레비가 노년에 자살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 현실도 썩 달라 보이지 않는다. 괴물을 따르는 평범한 사람들이 땅에서 갑자기 솟아날 리 없다. 이들도 결국 교육의 결과다. 대입과 취업이 지상 목표가 되어버린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강요된다. 자율적·비판적 사고 능력은 퇴화되고, 지시받은 업무를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실무형’ 인간이 만들어진다. 자기가 노예이면서도 노예인지 모르는 인간 말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요즘 광장에서 만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놀랍고, 반갑고, 고맙다. 무엇보다 미안하다. 이제는 정말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부패한 권력일수록 학교 교육을 통제해 아이들을 기존의 현실에 순응하는 ‘기계적 인간들’로 키우려 한다. 자유롭고 비판적 사고의 숨통을 옥죄는 학교, 영혼을 없애는 교육에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광장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가능성을 직접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드는 간절한 바람이다.

조현철 서강대 교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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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군중이 매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의 의회’를 열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능가하는 분노의 함성과 외침이 만추의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권력의 사유화’로 박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듯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지도자는 국가를 이끌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1974년 7월25일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닉슨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바버라 조던 하원의원은 “국민의 공적신뢰(public trust)를 배신한 대표는 탄핵될 수 있다”고 연설하였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대표에게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지 ‘신탁’한 것이 아니다. 대표는 주권자인 국민의 수탁자(fiduciary)가 아니라 대리인(agent)일 뿐이다. 수탁자는 피수탁자인 국민의 공익을 위해 정치권력을 행사하도록 위임받았지만, 위임받은 기간 동안 피수탁자인 국민에 대한 책임성으로부터 면제된다. 반면에 대리인으로서 대표는 주인인 국민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지도록 기속(羈束)되며, 따라서 국민의 공적신뢰를 상실한 대표는 권력을 회수당할 수 있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이 대리인인 대표, 특히 대통령의 권력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주기적 선거를 통한 퇴출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탄핵제도를 헌법에 넣음으로써 입법부가 국민을 대리하여 공적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을 비롯해 대표들의 권력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19일 전국 60여 곳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96만명(경찰 추산 26만여명)이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부산 서면 촛불집회(왼쪽 사진)에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만명이 참가했다.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 새누리 해체’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오른쪽 위). 광주 집회에선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시민들이 도청 앞 분수대에 횃불을 켜고 열었던 ‘민주성회’가 재현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는 26일 5차 촛불집회에 최대 3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은 미국식 탄핵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 65조는 대표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을 소추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일당과 범죄를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특검에 의해 추가 범법행위가 밝혀지기 이전에도 탄핵 소추를 당할 수 있다.

탄핵은 헌법에 명시된 합법적 절차이나, 현 탄핵사태가 헌정위기로 발전할 것인가의 여부는 박 대통령의 대응에 달려 있다. 여야의 탄핵 소추 시도에 대해 박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의 충실한 ‘대리인’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임성으로부터 면제된 ‘수탁자’처럼 행동함으로써 자유 헌정주의의 기본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 소추에 필요한 ‘적법한 절차(due process)’를 밟는 데 협조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탄핵 소추가 의결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된 기간 동안 과도정부를 대행할 국무총리의 임명도 거부할 태세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이 하원에 의해 탄핵 소추된 것은 그의 범법행위보다도 검찰의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법이 충실하게 집행되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인 제임스 매디슨은 “대통령이 헌법을 전복하려고 시도한다면 탄핵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닉슨은 헌법을 전복하려 함으로써 국민과 의회를 분노케 했고 퇴출된 후에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이 갈수록 더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최순실 사건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탄핵 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최고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공적신뢰를 배신하였기 때문에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거리와 광장에서 분출되고 있다. 이제 거리에서 분출되고 있는 분노를 의회 대표들이 장내로, 의사당 안으로 끌어들여 처리해야 한다. 계속 ‘거리의 의회’가 ‘제도권 의사당’을 압도할 경우 국민적 분노는 통제불능 상태가 될지 모르며,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 박 대통령은 탄핵에 필요한 절차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국회와 검찰에 협조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더 책임성 있는 민주주의로 전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노자는 “멈추어야 할 때와 장소를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知止不殆)”라고 가르쳐 주었다. 박 대통령은 이미 멈추어야 할 지점을 너무 멀리 넘어가 버려 위태롭게 되었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만족해야 할 최적점을 발견하는 것이다(知足不辱). 박 대통령이 만족해야 할 최적점은 국민의 일반의사이다. 광장에서 표출되고 있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면 박 대통령은 닉슨처럼 치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임혁백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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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힐러리 클린턴의 꿈은 백인 남성들의 이해를 대변한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좌절됐다. 클린턴은 고별사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한탄하면서 장차 미국 소녀들 중에서 여성 대통령이 꼭 나오기를 바란다는 비원을 전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나오기 힘든 여성 대통령이 4년 전 한국에서 나왔다. 유교의 영향으로 가부장적 색채가 짙고, 남성 중심적인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당시 필자는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대단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는 무슨 힘으로 대통령이 됐을까. 무엇보다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후광과 영남 지역주의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의 “우리도 한번 기 펴고 살아보자”는 표심도 여성 대통령 만들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18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신임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런데 박 대통령이 임기를 못 마치고, 그것도 모양새 나쁘게 내려올 것 같다. 비선 측근들이 국정을 농단하도록 방치했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공모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공범’ ‘피의자’로까지 규정했다. 국정농단과 비리에 대해서는 장차 법적 조치가 따를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대신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과오에 대해 짚으려 한다.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내려와야 한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2014년 1월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을 외쳤고, 작년 7월에는 “내년에라도 통일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북한 붕괴를 믿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들인데, 최근 그 발원지가 최순실이라는 비선 측근이었다고 알려졌다. 대통령이 ‘주술적’ 예언에 근거해 외교·안보정책을 펴다니? 이건 국정농단을 넘어 국가안위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금년 들어 숨 가쁘게 전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 일련의 결정들이 북한 붕괴를 앞당기려는 조치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북핵 문제에 대해 대화·협상 대신 압박·제재로 일관한 것도 북한붕괴론에 뿌리를 둔 것이었다면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밖에 안 나온다.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해서 국론분열과 국익훼손을 자초한 것도 그렇지만, 작년 말 일본에만 유리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뭔가에 들씌워지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결과였다. 최근 대통령의 리더십이 붕괴된 상황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서두르는 것도 앞으로 국익을 해칠 것이다. 요컨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관련 결단들은 결과적으로 나라를 절단 낼 가능성이 크다. 하루속히 시정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전시작전권 환수 무기 연기는 최대 최악의 과오다.

요즘 박 대통령은 해외 언론의 만평을 장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희화화한 만평들을 보면서 부끄럽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3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불참했다. 박 대통령 자신이 대외적으로도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는 걸 실토한 것이다. ‘피의자’라서 다음달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결국 못 갈 것이다. 이쯤 됐으면 대통령은 모양새가 더 나빠지기 전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자기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지지자들마저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 사람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운운하면서 버틴단 말인가. 설사 법적으로 버틴다 할지라도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이미 식물 대통령이 되었다.

박 대통령은 여성들이 그나마 얼굴이라도 들고 살 수 있도록 깔끔하게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 소녀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고별사에 이런 말을 보태주기 바란다. “소녀들이여, 그대들은 꿈을 갖고 모든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하고 파워풀한 존재다. 나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립적이고 유능한 사람들이 돼라. 그리하여 여러분 중에서 성공한 여성 대통령이 꼭 나와주기 바란다”라고.

황재옥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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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돌아섰다. 검찰이 등을 돌린 것은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군과 경찰이 시민의 편에 선 것과 같다. 살아 있는 권력에 굴종하고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다는 ‘하이에나 검찰’의 재빠른 변신이다. 검찰은 촉이 빠르다. 검찰의 표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란 뜻이다.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

국정복귀 일성으로 던진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는 지금 박근혜가 갖고 있는 패가 흑싸리 껍데기만큼 보잘것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됐다. 특검 후보로 반짝 거론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 친분이 있다. 부산의 룸살롱 마담이었던 그의 내연녀 임모씨(혼외아들의 생모)에게 레스토랑을 차려준 사람이 이영복이다. 하마터면 채동욱에게 조사를 받을 뻔한 박근혜는 ‘채동욱 특검’ 시나리오를 좌절시켰다. 대통령의 엘시티 발언은 김수남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김 총장도 이영복과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검찰총장에게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란 얘기가 돌았다. 문재인·김무성 연루설까지 더하면 1타3피, 1타4피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정에 고심하는 수준이 이 정도다. 김 총장에게 물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영복 회장을 아시는가.

“그렇잖아도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으로부터 그런 첩보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얼굴을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악수 한번 한 적도 없다. 난 부산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 전혀 모른다.”

-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는 뭔가.

“아마 대통령도 비슷한 정보보고를 받은 것 아닌가 싶다.”

- 검찰총장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 문재인·김무성 연루설은.

“지라시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써대는 소설이다.”

박근혜는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던지고 있다. 최순실을 덮으려 개헌을 꺼내든 것을 보면 그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비정상인지 알 수 있다. “거짓 자기를 스스로 자기라 믿으며 마음의 평화를 지켜가는 리플리 증후군과 비슷하다”(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는 의학적 소견은 그래서 더 무겁게 들린다.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다. 미국의 여류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에서 유래했다. 주인공 톰 리플리가 재벌 아들인 친구를 죽인 뒤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자기 말이 탄로날까봐 불안에 떠는 단순 거짓말쟁이와 달리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다.

박근혜의 거짓말은 리플리의 수준을 넘어섰다. 최순실 보도에 대해 “사회 혼란 일으키는 유언비어”→“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사실”→“연설문 도움받은 정도”→“선의로 한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또 다른 거짓말을 내놓는 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감찰에 나선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문란’이라며 내쫓았던 그다. 이제 와선 “나도 최순실에게 속았다”고 한다.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 자기방어 논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비정상적 자기합리화, 자기왜곡, 공감능력 상실이다. 100만 촛불민심 앞에서 뻔뻔할 수 있고, 어떤 위기에서도 멘털 갑으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불행히도 김종필 전 총리의 “5000만명이 시위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예언은 점점 맞아가고 있다. 의학 교재엔 리플리 증후군의 위험성도 쓰여 있다. ‘본인의 상습적인 거짓말을 진실인 것으로 믿게 되면 단순한 거짓말로 끝나지 않고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위험이 높아진다.’

지금 박근혜에게 나라를 맡기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미친 마부에게 말을 맡기는 것과 진배없다. 리플리는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재능 있는 박근혜씨’는 현실의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그의 거짓말 릴레이와 막가파식 버티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검찰 수사도 못 받겠다고 하더니 국회 추천 총리도 철회하겠다고 한다. 중대범죄의 주범이 청와대를 진지 삼아 농성 중이다. 성(城)안에 갇힌 줄 모르고 성 밖 시민을 상대로 결사항전 태세다. 자기 살겠다고 나라야 결딴 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짓이다. 내일은 또 뭘 꺼낼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대통령은 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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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에 의해 포위된 청와대에서 홀로 웅크린 채 거짓 해명에 억지 부리기, 버티기로 일관하는 사람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야금야금 국정 복귀의 기회만 노리다가 여론이 악화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억지다 싶으면 찔끔 물러서가며 오로지 대통령 자리를 지킨다는 일념으로 시민에 맞서고 있다. 최순실씨 등 3인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그동안 나돈 이야기로 어느 정도 단련된 시민조차 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이었다.

정권 초기에 잠시 연설문 등의 표현에서 최씨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 박 대통령의 말은 온통 거짓이었다. 지난 4월까지 외교문서는 물론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까지 줄기차게 최씨에게 넘기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등의 설립과 모금 전 과정을 깨알같이 지시한 것도 모자라 재벌 총수에게 최씨의 납품 청탁까지 챙겨준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KD코퍼레이션이라는 업체로부터 현대자동차에 원동기용 흡착제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씨는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했고 박 대통령은 정몽구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를 관철했다.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대통령이 한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22일 (출처:경향신문 DB)

그래 놓고 검찰 조사 내용은 상상과 추측에 불과하며, 수사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말 잘 듣던 검찰이 하루아침에 변해 없는 혐의를 뒤집어씌웠다는, 삼척동자도 코웃음 칠 억지주장이다. 어제는 돌연 국회가 추천해주는 총리를 임명해 내치를 맡기겠다는 자신의 제안까지 거둬들였다. “(야당이 제시하는)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야당 핑계를 댔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말 즈음에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자숙하는 체하다 지나가면 다시 배짱을 부리는 것도 오직 한 가지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자리마저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다. 검찰을 종처럼 부릴 수도 없고, 재벌 총수를 불러 돈을 뜯을 수도 없는 자리로 변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도 주재할 엄두를 못 내는 그 자리의 쓸모는 오직 하나, 당분간 수사를 피하는 것이다. 나라 꼴이 어떻게 되든 지금 그에게 중요한 일은 대통령이라는 석자가 붙은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다. 그것을 위해 박 대통령은 저잣거리 사람들도 하지 않는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절대 제 발로 나가지 않을 테니, 나를 끌어내릴 수 있으면 해보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 지금 이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중·고등학생도 주시하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대통령이 국가를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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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소개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의혹도 밝혀진 게 없다. 우 전 수석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줬다가 지난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돈을 돌려받은 과정에서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몰래 변론’ 같은 개인 비리 외에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최씨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 개입해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재벌 수사도 미완성이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삼성 등 재벌과 청와대 간의 거래가 보다 정밀하게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도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검찰은 2주쯤 뒤 특검에 모든 수사 자료를 넘기고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일이 산더미인데 몸만 풀다가 가는 셈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수사팀은 검사보 4명, 파견 검사 20명 등으로 구성된다. 검사 32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검찰 특별수사본부보다 인력이 적다. 특검의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해 최장 120일이지만 대통령이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90일이다. 검찰 수사마저 거부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를 고려하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검찰에 수사할 시간을 1~2주라도 더 주는 것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효과적이다. 정권에 굴종했던 검찰이 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기회를 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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