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했다. 국방부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드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발사대 6기에 미사일 48발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돼 본격적인 작전운용에 들어갔다. 정부의 용어로는 ‘임시배치’이지만 사드 포대 배치 완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추가 배치된 사드 발사대 4기가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기지에 반입된 뒤 설치되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미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잔여 발사대 4기와 배치 보강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고 있다. 정부는 임시배치라고 밝혔지만 이날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안보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배치는 오류의 연속이었다. 우선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이 확인된 바 없다.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이다. 후방의 미군 시설 및 증원전력의 보호가 주목적이지만 한국의 핵심 시설 및 전력 방어에 결정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드는 또 미국으로 날아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간에서 요격할 수도 없다. 상승하는 과정이나 대기권 밖 비행 단계가 아닌 종말 단계에서 중·고고도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맞춰 떨어뜨리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사드로는 한국도 지키지 못하고, 미국 본토를 향하는 미사일도 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후 급히 배치를 결정했다. 마치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 같은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무기처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드 배치는 또한 중국에 대한 지렛대도 완전히 놓치는 결정이다.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서 알 수 있듯이 한·중관계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또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는 문 대통령의 복안도 물건너갔다.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중국의 보복을 당할 처지가 됐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의 동력도 결정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완전히 손을 떼는 일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사드 배치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진정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일말의 효용이 있다면 사전에 시민들을 상대로 배치 필요성을 설득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전날에야 발사대 4기 반입 계획을 통보했고, 미군은 새벽에 발사대를 성주에 배치했다. 사드 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막은 채 군사작전하듯 배치를 강행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으면서, 또다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정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오락가락 대응에 외교안보 전략 부재만 노출한 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사드 배치라는 결론에 다다른 셈이다.

이번 사드 배치 과정은 노무현 정부 초기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을 연상케 한다. 그때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서막이었던 파병 결정을 경험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서두른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다행히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 결정이라는 장치가 남아 있다. 사드 배치의 전략적 효용성과 중국과의 관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멈추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견인하면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할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강대강의 대증적 대응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핵발전소는 반대하는데 핵무기 반대 구호는 왜 함께 외치지 못할까?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무서운 ‘대량살상’의, 아니 절멸의 무기가 바로 한반도에 있는데 말이다. 이것은 지금 한국 반핵(아니 탈핵?) 운동의 난제다.

사실 전 세계 핵 관련 운동을 보면 ‘반핵’인가 혹은 ‘탈핵’인가 하는, 운동적으로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 비교하면 유럽은 반핵(Anti-NUKE) 운동이 주였고, 그에 따라 핵무기 반입 저지 및 미군기지 반대투쟁을 했다. 그리고 일부는 녹색당 창당의 밑거름이 됐고, 일부는 더욱 급진적인 사회운동으로 남아 이미 이익집단이 된 ‘조직노동’에 대한 견제세력이 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스리마일 원전 사고 등을 계기로 주로 반원전운동 혹은 원전가동 중단운동을 했다. 그리고 그들 반원전운동은 자국의 핵무기를 타국에 배치하는 문제에 미온적이거나 모른 체했다. 그들은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참전을 반대하는 반전평화운동에 가담하기는 했으나 적극적인 군비축소 및 특히 미국산 핵무기의 폐기운동으로는 진행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반원전운동은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중산층 지향의 시민운동이었다.

지금까지 양상을 보면 한국의 핵관련 운동은 미국과 비슷하다. 반핵이 아니라 탈핵운동 일변도이며, 원전가동 중단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핵무기 및 미군기지 문제에 대체로 침묵하며, 외부세력이 아니라 주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다. 일례로 작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때 미국은 즉각 B-52 핵전폭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지만 ‘탈핵’운동단체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사드 무기를 한국에 반입하면서, 미국은 한반도 인근에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핵무기가 포함된 한·미 군사훈련을 시행했지만 그에 대해서도 탈핵운동은 거의 침묵하고 있다.

경북 성주군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전격 배치한 26일 성주골프장의 길목인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사드 반대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결국 탈핵은 하지만 반핵은 못하는 사회. 이는 사회적 분위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지진대의 원전 가동과 방사능 유출에 극도의 공포를 갖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북·미 긴장고조로 현실화될 수 있는 핵폭탄 투하와 가공할 방사능 구름에 대해선 강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북한 핵무기 개발을 비판하지만, 이 모든 긴장의 한 축인 미국에 대해선 현저히 불균형적인 태도 내지 침묵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 불균형, 이 의식적인 동시에 무의식적인 검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탈피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면 없이 한반도의 전쟁,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는 요원한데 말이다.

4월26일 새벽, 우리 사회의 이런 한계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멀찍이 떨어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의 주민들에게 날벼락으로 떨어졌다. 그날 새벽 한국 경찰이 경비를 선 가운데 미군이 모는 트럭들이 사드 장비를 옮겼다. 70~80대의 연로한 주민들은 그 새벽 자신들의 고요한 마을을 습격한, 점령군처럼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던 미군들과 그들을 보호한 한국 경찰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외쳤다. “미국 경찰은 물러가라!”

이 구호가 바로 전율이다. 그들은 이 사회를 꼼짝 못하게 하고 있는 이념적인 편향과 왜곡을 넘어서 곧바로 알아차렸다. 무엇인가 잘못됐다, 이것은 나라가 국민을 향해서 할 짓이 아니다, 이 나라 경찰은 미국 경찰인가.

근데 왜 이 사회는 침묵하는가? 왜 우리는 박근혜의 국정농단에만 분노하고,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농단’에는 침묵하는가? 물론 여기에는 넘어서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탈핵뿐 아니라 반핵을 고민해야 하고, 친미와 반미를 다 고민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과연 이 땅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도 현장의 상황은 너무 절박하고, 고령의 원주민들은 이 모든 현대사와 한국 사회의 못난 모습이 그들에게 전가한 부담을 안은 채 사드 배치를 온몸으로 막고 있다. 평화로워야 할 가정의 달, 과연 당신의 평화를 깨는 세력이 누군가 한번 생각해보고,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기억해주기 바란다.

권영숙 | 노동사회학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