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안과 공포의 시대다. 일회용 생리대와 계란, 용혈성요독증후군(HUS·햄버거병) 의혹을 받고 있는 맥도날드의 안전성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되었다. 소비자 수난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제품의 안전 불감증 문제는 최근에 나타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부여하는 HACCP 인증은 제품의 안전을 보장하므로 소비자들은 좀 더 비싸더라도 HACCP 인증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HACCP 인증 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어겨 적발된 업체가 계속 증가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1년 4월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및 사망 사건은 제품안전 불감증의 대표적이며 가장 심각한 사례이다. 제품안전은 소비자가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아무리 음모론이 들끓어도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회적 권리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출하되는 계란에 대한 전수 조사가 진행중인 8월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는 판매중지 안내문을 게시하고 다른 제품으로 계란 매대를 채워놨다. 김기남 기자

소비자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시민단체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에 의해 주창되었다. 1962년 3월15일 케네디 대통령은 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한 특별보고서에서 네 가지 소비자 기본권리를 제시했다. ‘안전보호 권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알 권리’,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간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권리’, 소비자의 이익이 정부정책에 충분히 고려되고 행정법원에서 공정하고 신속히 처리되도록 하는 ‘의결을 반영시킬 권리’가 네 가지 권리이다. 이 네 가지 권리는 유엔의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이후에 보상, 교육, 건강한 환경과 생필품에 대한 권리들이 추가되었다. 이 권리들은 소비자를 시민으로 규정한 ‘소비자 시민주의(consumer citizenship)’에서 소비자가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사실 소비자 시민주의는 권리보다는 의무를 강조해왔다. 시민으로서 소비자는 윤리적,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고려를 한 소비를 해야 하며, 소비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소비가 의무로 강조되는 추세이다. 그런데 갑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민으로서 소비자의 의무는 갑질과 무관한가?

마트에서는 반 이상을 먹다 남은 고기를 가져와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반품해달라는 진상 소비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TV홈쇼핑 업계에서는 빈 박스나 다른 제품, 심지어 쓰레기를 넣어 반품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매월 수천건에 이른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들은 ‘블랙컨슈머’이다. 블랙컨슈머들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악의적인 입소문을 내거나 부정적인 글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 때문에 기업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요즘 소비자는 호갱이라고 일컬어지는 호구고객과 진상고객인 블랙컨슈머로 양분되는 것 같다. 많은 소비자는 호갱이 되어버렸고 소수의 블랙컨슈머는 소비자들을 갑질쟁이로 손가락질 받게 했다.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법적·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일회용 생리대와 계란의 안전성 문제는 소비자의 안전보장 권리가 핵심이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이 신체와 환경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살충제 계란의 원인은 공장식 가축사육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때, 미래의 일회용 생리대와 계란의 안전성은 단순한 안전 관리 감독의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결국 생산과 소비의 과정이 환경에 한 갑질 때문에 우리의 건강에 해를 받는 역습을 당한 꼴이다.

우리 모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황금주 | 중앙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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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는 우리 식탁의 풍경을 바꾸었다. 계란이 들어간 각종 제품도 외면을 받았다. 밥상의 걱정이 살충제 계란만이 아닐 수 있다는 전조도 보였다. 문자 그대로 누란지위(累卵之危)다. 먹거리 안전이라는 기본권을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었다. 숨을 고르고 지난 15일 이후의 일들을 찬찬히 복기해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친 수준이긴 하지만 축산물 안전관리 체계의 개선방안이 여러 가지 제안되었다. 축산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의 한계,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농축산물에 대한 이원화된 관리체계 때문에 생긴 사각지대 문제 해결 방안 등이다. 현실의 문제는 첩첩산중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 사건으로 먹거리 위기가 그나마 지금이라도 드러난 것이 다행이다. 계란의 살충제는 결국 촘촘한 식품 안전망을 만들어낼 카나리아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 정부 책임자를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지난 14일 정부의 초기 발표와 대처는 인상적이었다. 계란처럼 매일 먹는 대표적인 식품에서 유해물질이 단(!) 두 시료에서 검출되었다고 해서 계란의 전국적 유통금지를 즉각 이끌어낸 정부를 본 적이 없다. 곧 이어 나름 신속한 검사로 계란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티도 있었다. 이른바 ‘불검출’ 농장의 계란에서 다시 살충제가 검출되기도 했다. 전에 모르던 새로운 살충제 성분이 느닷없이 나타나기도 했다. 난각코드의 부실관리 문제도 불거졌다. 그래도 재검사 농가와 검사 대상 살충제를 확대해가며 문제가 되는 살충제를 찾으려고 노력한 점은 고무적이다.

정작 아쉬웠던 것은 소통 문제였다. 식약처는 매우 신속하게 때로는 전문가 단체의 도움을 받아가며 안전문제에 대한 걱정을 줄이려 노력했다. 농식품부도 사건 발생 단 며칠 만에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를 마치고 ‘향후 유통되는 모든 계란이 안전하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이런 노력은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고 결국 혼란만 가중시켰다.성급하게 국민의 우려를 가리려 했던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출발이 되었어야 했다. 최선을 다해 정확한 정보를 하루빨리 찾아내겠다고 말하면, 우리 국민은 기다려주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기 관찰 연구가 없기 때문에 참고할 선례가 없다. 살충제 오염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지역에 유통되었는지 등 노출에 대한 필수적 정보도 부족하다. 장기간에 걸친 추적관찰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할 일이 적지 않아 몇 달 내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터놓고 투명하게 보여주면 좋겠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위험정보에 대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한국환경보건학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밝혔듯이, 계란처럼 매일 먹는 식품에 대해 실제 우려해야 하는 것은 ‘만성’독성 영향이다. 식약처가 ‘급성독성’ 영향에만 집중하여 매일 먹어도 안전한 계란의 수를 언급하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될 때, 이미 제대로 된 소통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2001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탄저균 아포를 담은 우편물이 방송사 등에 발송하는 테러 기도로 몇 명이 사망했다. 탄저균은 피부의 상처를 통해 침투하는 치사율이 높은 세균이다. 그즈음에 장난으로 밀가루를 마치 탄저균처럼 우편봉투에 넣어 보내는 유사테러행위가 자주 발생했다. 미국 사회는 더 커다란 불안과 혼란에 빠졌고, 보건당국은 신속한 대처를 주문받았다. 당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많이 보강된 직원은 리스크 커뮤니케이터(위험소통 전문가)였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위해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위험과 불안 관리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새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우선 가치로 지키며 원칙과 소통을 강조한다. 그런 이 정부를 국민들은 신뢰하고 지지한다. 불안하고 답답하더라도 국민은 정부의 노력을 믿고 정확한 정보가 나올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줄 것이다. 소비자를 믿어주면 좋겠다. 지금의 경험과 시행착오는 향후 생산현장의 축산물 안전위생 정책을 개선하는 데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초래한 혼란과 비용이, 결국 우리 식탁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바탕이 되기를 희망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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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산란계 농가의 계란에서 맹독성 살충제인 DDT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날림 전수조사와 뒷북 대응도 모자라 식품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게다가 산란계 농장 420곳을 대상으로 보완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북 1곳, 충남 2곳의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추가로 검출돼 부적합 농장이 52곳으로 늘었다. 특히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부적합 계란 35만개가량이 빵이나 훈제계란 등으로 가공돼 시중에 판매된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오후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 이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전수조사에서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이 나왔다. 연합뉴스

농식품부는 경북 영천과 경산에 있는 농장의 계란에서 DDT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지난 18일 전수조사 결과 발표 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1973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 DDT 성분이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DDT는 인체에 흡수될 경우 암과 마비, 경련 등을 유발하는 맹독성 농약이다. 반감기(체내에 들어온 물질의 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최대 50년에 달해 국내에선 사용이 금지돼 있다. 농식품부는 “영천과 경산의 농장에서 검출된 DDT는 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아 계란 유통을 허용했다”고 했지만 이런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 지난 4~5월 충남 홍성의 산란계 농가가 생산한 계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비펜트린’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발표하지 않았다. 당시 이를 즉각 공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더라면 살충제 계란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정도로 사태를 키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진 뒤에도 늑장 대처와 엉터리 통계, 농장 명단 오기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심지어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농장이 ‘부적합’으로 발표돼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

급기야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가축사육 환경 개선과 식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골몰할 게 아니라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고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부른 참사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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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오랫동안 계란은 건강의 적이라는 누명을 썼다. 1913년 러시아 생물학자 니콜라이 아니츠코프가 “콜레스테롤이 토끼의 혈관을 막는다”는 주장을 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계란은 심혈관질환의 주범이 됐다. ‘계란은 하루에 하나만’이라는 법칙도 생겼다. 그러나 지난해 오래된 철칙이 무너졌다. 미국 정부가 “건강한 성인에게 콜레스테롤이 든 음식이 해롭지 않다”고 발표한 덕분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이유로 계란을 한 개만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계란은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한다. 우유와 더불어 단일식품으로 여러 가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먹거리로 사랑받는다.

한국은 난생설화가 나올 만큼 계란을 사용한 역사가 깊다.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온전한 모습의 신라시대 계란이 출토되기도 했다. 금관 등 부장품과 함께 매장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계란은 주로 병아리를 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문서상 계란을 이용한 요리법은 조선시대 들어서 발견된다. <음식디미방> <주방문> 등에 기록돼 있다. <주방문>에는 계란을 밥 위에 얹어 찌는 알찜의 설명이 나온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판매수량 제한 조치가 시작된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소비되는 계란은 백색란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갈색란(99%)이다. 둘 사이에 성분상의 차이는 없고, 소비자들이 갈색란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000년 184개, 2010년 236개, 2014년 254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3일에 두 개꼴로, 주요 단백질 보충원인 셈이다.

계란은 계절적인 요인이나 전염병 등으로 인해 수급에 변동이 생긴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분식집에서 공짜로 제공하던 계란말이는 사라졌다. 김밥 속 계란 지단은 크기가 절반으로 줄고, 기사식당의 ‘서비스 계란 프라이’도 끊겼다. 일부 마트에서는 ‘1인 1판’으로 판매를 제한하기도 한다. 물량 부족 탓에 계란 중개상이 문을 닫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계란 절벽이 현실화하자 급기야 정부는 산란용 닭과 계란을 항공기로 긴급 수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AI 초동대응에 실패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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