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6.25 문재인, 노무현의 꿈을 실현할 때
  2. 2017.09.26 적폐청산, 새 정치 밑거름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탁월한 연설가였다. 그가 했던 연설의 대목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이 연설은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친구에 관해 얘기한 것이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말은 떠듬떠듬 유창하지 않게 원고를 보면서 읽었습니다만,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문재인을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에, 그의 친구 문재인은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쓴 책인 <운명>의 제일 마지막 문장은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모시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력을 이어받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여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역사적 과업을 이뤄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숙제 한 가지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한 가지 중요한 숙제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바로 정치를 정상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를 비정상화하고 지역주의를 강화시키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 신념이 너무나 강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그는 2003년 12월 국회에 정치개혁 입법과 관련된 편지를 보냈다. 그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제대로 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시 2005년 7월 선거제도만 바꾼다면 야당에게 총리 추천권을 주는 ‘대연정’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대연정’이 흔한 일이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서는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려 했던 것은 대연정을 해서라도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그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선호하지만 다른 선거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당시 대연정 구상에 대한 반발이 여당 안에서도 거세자 그는 “되물어보고 싶습니다. 이 낡고 고장 난 정치제도로 비정상적인 정치를 계속하자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언제까지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까?”라고 여당 당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런 희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척박한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그의 생각은 너무 앞서나간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이후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선거제도 개혁을 현실로 만들 기회가 왔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 왔던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수도권, 충남, 충북, 강원, 제주, 부산, 울산 등지에서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적은 광역지방의회(시·도의회) 의석을 얻었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대부분의 시·도의원을 뽑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에서 자유한국당은 25.47%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회 의석 중 2.96%(135석 중 4석)만 차지했다. 그동안 90%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해오던 부산에서도 자유한국당은 36.73%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12.77%(47석 중 6석)의 의석만 얻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도 더 이상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합리적 보수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경북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 자유한국당은 극도의 혼란 상태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만 하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이만 한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합의해내고, 개헌 등의 과제에 대해서도 큰 틀의 일정과 원칙 정도라도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제도 개혁은 협상과 타협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이 중대한 일을 국회와 여당에만 맡겨놓아서는 안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290쪽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이런 노무현의 꿈과 신념을 현실로 만들 때가 되었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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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정치보복 논란이 뜨겁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빌미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김경수 의원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반발하자 정 의원은 “국가정보원이나 국가정보기관이 정치보복을 하지 말자는 것”이 적폐청산이라고 재반박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고, 정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의 정무수석이었다. 그러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정치보복 프레임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다른 한편으로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사상 최저치인 65.6%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최고치였던 82.3%와 비교하면 16.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넉달 전 지지층의 5분의 1 정도가 빠져나간 셈인데, 주로 빠져나간 사람들은 5060세대, TK와 PK 일부, 주부·자영업자·무직자 등으로 박근혜와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실제로 정치보복인지 아닌지를 떠나, 길고 긴 추석 연휴 동안 다섯 가구 중 한 가구의 명절 밥상머리에서는 적폐청산한다는 새 정부의 행태가 지난 정부와 다를 게 뭐가 있냐는 얘기들이 오갈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것 자체가 빈사상태의 자유한국당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자유한국당은 도대체 무엇을 놓고 정치보복이라 주장하는 것일까. 대뜸 국정원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을 말하는 것일 게다. 수사의 칼날이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 정부에까지 겨눠지자 지난 정부도 아니고 지지난 정부까지 ‘터는’ 것은 ‘치사’하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필자 또한 정치보복에 적극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치보복일까? 과거에 당한 것을 되갚아주고 싶은 보복의 감정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실제의 범죄행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만약 있었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정치적 관용의 한계를 넘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가 핵심이다.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서 온라인 빅데이터를 분석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박근혜가 당선된 2012년 18대 대선에서 얼마나 어마어마한 수의 ‘알바’가 활동했고 그들이 정치적 공론장을 얼마나 심각하게 망쳐놓았는지를. 그들의 활동이 선거결과를 뒤바꾸어 놓았는지 여부를 확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들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이 나라의 정치적 공론장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당시 분석가들은 온라인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계속해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규모로 이렇게 체계적으로 활동하려면 잘 갖추어진 조직과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텐데, 그걸 제공하는 자들은 누구일까? 짐작은 가지만 증거는 없었다. 이제야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을 보면 역시나 그 짐작이 맞았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에 세금과 조직을 제공했고, 그들의 활동은 그 당시 청와대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를 수호해야 할 제1의 책임을 가진 대통령이, 청와대가, 국가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썼다면 헌법 위반이고, 선거법 위반이고, 국정원법 위반이다. 보복의 감정이 있건 없건 수사하고 처벌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정치적 관용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사안이다. 그러니 정치보복 운운은 도무지 어불성설이다.

그러면 이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정치보복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여전히 빠져나간 5분의 1은 정치보복이라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제시한 이유들 중에 정치보복은 3~4위를 오가는 중요한 이유이다. 정치보복이 아닌데, 그 프레임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래도 자꾸만 그 프레임에 발목을 잡힌다.

그 이유가 뭘까. 나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과 ‘촛불정신’ 이외의 다른 정치동력을 찾아내지 못한 데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가 지나간 시대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면 비어있는 것은 다가오는 시대의 비전에 접근해가는 정치이다. 적폐청산이 새 시대의 비전에 접근해가는 불편부당한 과정임을 설명할 수 있을 때, 누구도 감히 정치보복을 입에 담을 수 없을 것이다. 밀월의 시간은 끝나가고 성적표를 받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비전을 세우는 것도 아직 지지율이 높을 때 가능한 일이다.

<장덕진 |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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