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토지를 포함한 환경은 공공재로서 이것을 이용해 내가 이익을 보려 하면 불특정 다수가 손해를 보게 되며, 반대로 나의 헌신으로 인한 환경 개선은 불특정 다수의 이익으로 보상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얻는 이익보다 불특정 다수가 받는 총손해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크다는 것이며, 반대로 불특정 다수가 얻는 총이익은 내가 감내해야만 하는 손해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핵심인 ‘생태계서비스’ 개념이기도 하다.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으로 특정 기업이 얻은 이익은 수많은 주민이 짊어져야 할 총손해에 비해 형편없이 미미한 것이며, 4대강 사업으로 기업이 얻은 이익에 비해 우리 국민이 평생을 두고 지불해야만 하는 손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반대로 벌거벗은 선산을 힘들게 녹화한 비용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얻는 총이익에 비해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는데, 환경을 오염시킨 악덕기업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것이며, 선산을 복원한 종손은 이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 선진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정부다운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참관 등을 위해 방한한 미국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왼쪽부터),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등이 지난 22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발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뜻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경제학에서 계산하지 못하는 환경비용은 고스란히 개인들이 메워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부자에게 쥐여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각종 개발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만든 장치로 엄격할수록 개발과 관계없는 주변 개인의 손해는 적어진다. 국민이 고르게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책무를 지닌 대한민국 정부가 유독 자연환경 분야만큼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다. 생선을 맡긴 사람은 이미 고양이가 취할 행동을 뻔히 알고 있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준 꼴이다. 현재 이 제도는 은행이 대출 신청자에게 본인의 신용평가를 하라는 것이며, 판사가 재판을 받는 자에게 자신의 죄를 목록별로 정리해서 달라는 격이다. 은행이 파산하고 범죄자가 사회를 활보하게 되는 것이 뻔한 것 아닌가?

환경영향평가는 해당 개발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기관이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환경영향평가를 개발하고자 하는 자가 작성하는 우스꽝스러운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승용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극히 미미하여 없다고 계산하면 그만이고,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어딘지 모를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잘 살 것이라고 기술하면 그만이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4대강이나 케이블카, 최근 불거진 사드 부지와 같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들 또한 이렇게 진행된다. 이미 문제가 없다는 답을 내어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 제도 하나만으로도 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자연환경평가 꼴찌 수준에 맴돌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세먼지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온난화는 지구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한 것이 개인의 잘못이며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문제인가?

환경조사자료는 그 특성상 개발자가 숨기고자 하면 알아내기 매우 어렵다. 4대강 사업과 현재 진행 중인 오색케이블카 사업 등 대표적 정부 사업에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졌다면 대다수 국민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날이 대한민국 ‘환경적폐’ 청산의 시작일 것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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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여느 때 같으면 두 정상 간 상견례가 되겠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긴장감이 감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7월6일 (출처: 경향신문DB)

중국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문 대통령의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지시로 부드러워지다 최근 다시 강경해졌다. 시 주석은 그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사드 철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이나 역내 평화와 안정 확보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오히려 전보다 입장이 강해진 것이다. 지난주 문 대통령이 방미 중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중국의 강경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의심하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강조한 것이 중국의 반발을 부른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대중 포위전략처럼 비친 점도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할 접근법은 사드 논의를 잠시 미루고 북핵 해결에 집중하자고 중국에 제안하는 것이다. 북핵이라는 공동 현안을 우선하고 이견이 있는 사드는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기간만큼 시간을 벌어놓고 있다. 이 시간은 단지 유예기간이 아니다. 현재 북한의 태도나 핵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6차 핵실험과 ICBM 개발 완성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한·중이 함께 북핵 해결책을 찾고 나아가 한·미·중 간 공동의 북핵 협상안을 마련,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 문제로 갈등을 심화시키는 마당이 아니라, 대북 공조로 북핵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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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누락 파문은 군내 ‘미군추종세력’의 건재를 확인해 준다. 과거에도 미군추종세력에 의한 국기문란 행태는 없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드를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다. 사드는 무오류의 미군 및 미국의 권능을 상징한다. 이 절대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미국은 사드를 철수하고, 다시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삼단논법은 이들의 신념이다.

여기서 중대한 의문이 생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갖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74조1항에서 “대통령은 국군을 통수하게 되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군이 중대 안보 현안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이 작동불량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통수권은 누구한테 있다는 건가.

사드 파문의 책임자인 고위장성은 “미군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보고를 누락했다고 실토했다. 대통령보다 미군의 권위를 더 무겁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보고누락은 형식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합법인 셈이다. 군이 사드 배치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미국의 의지만 지킬 수 있다면 국내법이든 시민이든 안중에 없다는 식이다.

군의 대통령 통수권 무시 행태는 참여정부 때 더 심각했다. 2004년 ‘작전계획 5029’ 청와대 보고누락 사건을 보자.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미군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작전계획은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참여정부 방침과는 정반대였다. 그럼에도 합참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미군 측과 논의를 진행했고, 이를 뒤늦게 안 청와대는 계획을 중단시켰다.

10여년의 시차를 둔 두 사건은 군의 통수권 무시 행태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이런 일이 진보정권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보고누락 사실이 들통난 뒤 군의 행태도 똑같다. “미군과 협의했다”고 핑계대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신성불가침인 나라에서 이보다 더 좋은 변명거리는 없다. 정부가 여기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은 한국에 선한 의지를 갖고 있으므로 추호도 의심해서는 안된다는 보수층의 굳은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싸움을 벌인다면 사면에서 적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미국보다 국내 보수 세력이 먼저 벌떼처럼 일어섰다. 보수정치인들은 사드 및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고, 보수 언론은 미국 조야의 불편한 심기를 연일 집중 부각했다. 마치 한국 정부가 감히 미국에 도전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미국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며 당장 한국이 사드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 해결책인 양 몰고 갔다. 사드 보복을 자제하라고 설득하러 중국에 간 국회의원들을 매국노로 몰아붙이던 그들이 지금 와서 미국의 대리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국 대통령의 군 통수권에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미군 위주의 한·미연합사 운영체계 탓이 크다. 한국군은 동등한 입장에서 연합사를 운영한다고 말하지만 중요 현안 논의 시 미군이 “외국군은 회의장에서 나가달라”며 한국군을 내쫓는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미군을 상전으로 모시는 이런 불평등 구조 속에서 한국은 자유의지를 갖고 안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미군의 하위적이고 보조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문제는 한국군이 이런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내 미군추종세력의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는 무한대에 가깝다. 그들은 북한과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고 대화상대로 여기는 것은 한·미동맹의 존재 때문이라고 믿는다. 또한 동맹이야말로 북핵 해결을 위한 유일한 카드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미국과의 협력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관계가 절대적이고 영원불변한 국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보통의 국가관계론’을 주장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고, 세계 10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의 군대가 마치 젖을 떼지 않으려는 어린애처럼 미군에 매달리는 것을 과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니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이명박 대통령의 보복 폭격 지시에 군 수뇌부가 미군에 “쏴도 되는가?”라고 문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온전할 수 없다. 현재 한국군에 대한 통수권은 한국과 미국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 같다. 묻고 싶다. 한국군의 국적은 어디인가. 미국인가 한국인가. 아니면 이중국적인가.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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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의 국내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를 국내에 추가로 반입한 사실을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누락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청와대는 25일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의 반입만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기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해야겠지만 국방부가 업무보고에서 추가 반입 사실을 누락한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림마당] 2017년 5월 31일 (출처: 경향신문DB)

그간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주권에 대한 폭거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시민사회와 야권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더니 탄핵 이후에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야밤에 사드 장비 국내 반입, 경북 성주 배치 등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에 중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정부 시기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전 정부와 달리 국회 비준 등 재검토 방안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보고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설령 단순 실수라 해도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실수를 가장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군 통수권자에게 항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는 국제 문제이자 민감한 국내 쟁점이기도 하다. 외교, 안보,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남북, 한·중, 한·미 관계를 두루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당연히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과도 연계해야 한다. 결코 소수의 군인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드 기습 배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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