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19일 0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원자핵공학을 포함한 일부 에너지 분야 교수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에다 몇몇 언론매체들이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이렇다. “탈원전은 전력수급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이런 문제로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원전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당분간 없다. 고리 1호기 생산 전력은 2016년 총 발전량의 0.85%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역시 발전량 비중이 0.57%로 지금 즉시 닫아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17년 26.3%이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력 설비가 20% 이상 가동되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설비 예비율이 적어도 22%가 되도록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넉넉하게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실제 전력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가 전망처럼 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더라도 전력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차례로 곧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니 오히려 전력공급은 남아돌게 된다. 건설 중단을 고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준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사이 전력 수요관리에 보다 집중한다면 전력공급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전력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급부족으로 요금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력요금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사회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원거리 송전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송전거리가 엄연히 다른데도 전국 단일 요금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배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대안들은 많다. 오히려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전 유지는 우리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살자는 것이자,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온갖 비용을 미래세대로 넘겨 우리 세대 전체를 ‘먹튀’로 만드는 행위다. 원자력학계는 원전을 더 짓자고 할 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폐로 기술에 답을 줘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따진 후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잘해낼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출발선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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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폐쇄가 결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어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를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하기로 했다. 관리·감독 기관의 권고는 한수원의 원전 수명연장 결정에 구속력을 발휘한다.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2017년 6월18일을 끝으로 고리 1호기는 전력 생산을 마치고 폐로 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하며 국내 원자력발전의 막을 연 원전이다. 2008년 한 차례 수명연장을 거쳐 올해로 37년째 가동 중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고장과 비리 등 말썽과 잡음이 끊이지 않아 ‘노후원전’ ‘사고원전’ ‘비리원전’ 등의 오명도 얻었지만 한국 원전산업의 견인차이자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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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구정지와 폐로 또한 국내 37년 원전 사상 처음 경험하는 일로 그 역사적 의미와 향후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한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이번 결정이 시민과 여론의 뜻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다. 산업부와 한수원 측은 애초 안전성과 경제성에 별 문제가 없다며 고리 1호기의 수명 재연장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민·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과 부산시, 여론 등이 가세해 폐로 쪽으로 돌려놓았다. 지역·시민사회의 결집된 힘이 국내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폐로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정부가 정치·사회적 고려를 반영해 폐로 결정을 내린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나름의 평가를 받을 만하다.

폐로는 그동안 경험한 적이 없고 준비도 안돼 있는 새로운 도전이다. 원전 설계나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갖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실제 해체 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폐기물 처리나 소요 비용 등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불투명하다. 이번 폐로 결정 과정처럼 지역·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안전한 폐로 절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고리 1호기 폐로가 원전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할 시설을 2051년까지 건설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과 그 일정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또한 원전 역사 37년 동안 묵혀두었던 난제 중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고리 1호기 폐로와 사용후핵연료 처분 등의 난제 앞에서 신규 원전 확대를 고집하는 것은 현 세대의 안전과 미래 세대의 부담을 모두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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