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원 임용률이 반토막 나자 교대생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이를 지켜본 사범대학 학생들이나 교수들은 교대생들의 요구가 지나치게 비상식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0 대 1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임용 경쟁에 시달려온 사범대생들의 입장에서는 교대생들의 요구가 투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사범대학은 교원 양성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다. 교원 임용률이 10%도 안될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재수 삼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유명 사범대의 경우 학생들이 아예 교직을 포기하고 고시나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사범대학이 이렇게 붕괴된 이유는 교육부가 교원 자격증을 무차별적으로 남발했기 때문이다. 사범대학은 중등교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비사범계열 학과에서 더 많은 중등교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2016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사범대학 정원은 403개 학과 총 1만284명이다. 그런데 일반대학의 2331개 학과에서 교직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5년도에 승인된 인원만 해도 8707명이다. 기존에 승인된 인원을 합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전체 정원이 교육통계에서조차 정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교육대학원은 교사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나 정원 1만3887명 중에서 중등교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양성과정이 1만38명에 이르고 있다.

이것을 보면 사범대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의 모든 학과에서 중등교사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대학이나 교육대학원은 중등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사범대학처럼 교직 전담 교수를 채용해서 교육과정을 엄격하게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교육대학원의 경우 선발과정도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등록만 하고 과정만 이수하면 누구나 중등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모든 대학에서 중등교원을 양성한다는 것은 중등교원 양성 전문기관으로서의 사범대학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범대학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교원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등교원의 전문성을 무시한 결과는 중등교원의 양성 및 임용 과정의 왜곡과 전반적인 교원의 질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공립 중등 임용시험이 해마다 20 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양성기관이 교사의 수업 전문성 향상보다 임용시험 준비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등교원 자격증의 남발은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립학교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중등교원 자격증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사립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등교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채용을 미끼로 사립학교에서 어떤 요구를 해도 비정규직 교사는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립학교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기간제 교사에 대한 갑질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모두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교원 양성기관 평가를 실시하여 정원 감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4주기 평가에서 대대적으로 중등 임용 정원을 감축한다고 했으나 사범대 및 일반대 교육과 418명, 교직과정 1368명, 교육대학원 1434명 정도에 그쳤다. 3~5년에 한 번씩 하는 이런 평가 방식으로는 교육대학원 정원을 모두 정리하는 데도 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교원 양성기관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등교원 자격증 남발의 책임을 대학에 돌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일반대학 교직과정이나 교육대학원 양성과정을 통하여 중등교사를 양성하는 것은 설립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를 즉각 폐지하고, 중등교사 양성을 사범대학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에는 학교 현장의 수요를 고려해서 사범대학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의대 졸업하면 의사가 되는 것처럼 사범대 졸업하면 중등교사가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사범대학 정원만으로도 공급 초과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일반대학이나 교육대학원에서 중등교사 양성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등교원 자격증이 대학으로서는 충분히 장사가 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교육부는 더 이상 책임을 대학이나 학생들에게 돌리지 말고 정책적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등교원 자격증 장사, 이제 좀 그만할 때가 됐다.

<김주환 | 안동대학교 사범대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8월 칼럼에서 서남대 폐교 방침을 비판하는 가운데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노회한 교육관료층에게 벌써 휘둘리는 것 같다고 썼다. 하지만 8월31일 김 장관이 수능 개편안을 유예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섣불리 결정을 내려 교육현장에 혼선을 일으키고 반발을 자초했다면, 김 장관은 자신이 뜻한 교육개혁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관료집단에 포획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시행 방침과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보면 다시 걱정이 많아진다. 내년 예산안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쟁점이 많으니 내후년을 기대하며 일단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러나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틀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은 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장관의 무사안일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임박한 위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미 줄인 대학입학정원 4만4000명 외에 약 10만명을 2023년까지 추가 감축하려는 교육부 계획의 타당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고교 졸업자는 2023년에 약 40만명으로 떨어진다. 대학 진학률을 70%로 가정해도 지원자 28만명은 내년도 입학정원 52만명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반면에 평생교육이나 재교육, 외국인 유학생 등으로 대학입학 수요가 5~6년 만에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다. 추정컨대 2023년까지 교육부가 계획한 10만명의 무려 두 배인 20만명 가까이 줄여야 한다.

교육부가 입학정원 10만명 축소 목표가 위기 극복에 불충분함을 외면하는 것은 학령인구 급감이 예고된 시점에서도 대학 난립을 허용하여 거품을 키운 책임이 두려운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비판적 논자들 역시 이 문제를 제대로 따진 적 없음도 꼬집어야 옳다. 어쨌든 교육부는 기존 방식의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2주기 평가를 그대로 밀어붙일 기세이다. 지난 8월25일 관련 보도자료만 봐도 심각한 문제는 여전하다. 두 가지만 따져보자.

첫째, “학생의 선택에 의한 조정 존중”이라는 가소로운 어구를 써 가며 신입생 충원율 배점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한계사학은 더욱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만 살아남고 지방은 국공립대학을 비롯한 소수의 대학 외에 모두 고사함으로써 한국 대학의 생태계는 처참한 꼴이 될 것이다.

엄청난 대학정원 축소가 필요한 현실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것은 어렵다. 가령 줄어드는 등록금 수입을 정부 지원으로 보전하는 공영형 사학을 제안해도 수도권 사립대들은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 난제를 치열하게 고민해도 시원치 않을 터에 아예 고민조차 없으니 수구정권의 정책과 똑같다. 하다못해 수도권 4년제 대학들에 전문대에 적합한 전공을 무원칙하게 허용해온 잘못을 고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는가.

둘째, 교육부는 1주기 평가지표가 열악한 처우의 전임교원을 양산한 부작용을 인정하면서 2주기에서 “전임교원 일자리 수준 악화 방지”를 약속한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다음 대목에서는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의 만점 기준 유지를 밝힌다.

이 해괴한 지표의 점수를 따느라 대학의 개설 강좌는 많이 줄고 교수의 주당 수업시간은 크게 늘었다. 당연히 교육의 질은 나빠지고 시간강사 대량해고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더해졌다. 이 문제는 교수 1인당 학생수로 표현되는 법정 교원 충원율을 평가지표로 바꾸면 명쾌하게 해결된다. 그러나 교원 충원율은 교수 규모를 유지해야 하니 돈이 들고,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돈을 아낄 수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관료와 비리사학의 짬짜미에 분노가 치민다.

김상곤 장관의 제5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는 진보 학자들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새 위원회는 교육관료의 관성과 기득권을 떨쳐버린 혁신적인 정책기조를 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 정책만으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당사자인 대학 구성원들, 지역 사회와 지자체 등이 협력하여 자율적인 대학 통폐합을 추진하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사학 소유주’ 등 교육마피아의 아성을 무너뜨릴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은 효과적인 정부 정책이며, 주무 장관만이 아니라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정확한 인식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내년 예산에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위해 1000억원을 배정했지만, 그것은 공영형 사학 확대의 실질적 계획을 동반해야 성공한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가 지난 3일 내년도 초등학교 교사를 올해의 8분의 1 수준만 채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논란이 뜨겁다. 전국의 교육대 학생 등은 “예고 없이 나온 사상 최악의 교원 임용 절벽 사태”라며 반발했다. 반면 누리꾼 일부는 교대생들의 “교대 특권주의”라고 맞받았다.

교육부가 초등 교원 감축 계획을 밝히면서 제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저출산으로 초등학생 수가 크게 줄었고, 서울에서만 1000여명이 초등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받지 못하는 등 ‘임용 적체’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교사를 준비 중이던 교대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선발인원을 유지하다가 한계에 이르자 학생들에게 피해를 떠넘겼다”고 했다. 누리꾼들 일부도 “지난해 800명 가까이 뽑았는데 100명으로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줄이는 건 너무했다. 임용고시 준비하던 교대생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 게 맞다”(트위터 아이디 beb****)고 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교대 학생들이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국가가 설립한 대학인데 적어도 졸업생만큼의 선발 인원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놓고 ‘교대 특권주의’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현행 법률상으론 전국의 교대와 초등교육과가 있는 일부 대학을 졸업해야만 임용고시를 볼 수 있게 돼 있다. 한 누리꾼은 “교대는 초등교사 임용 ‘시험자격’을 주는 곳이지 초등교사 임용을 보장해주는 곳이 아니다”(아이디 lov****)라고 지적했다. “서울이나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으로 가서 교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박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한 교대생이 쓴 것으로 추정된 “솔직히 죽어도 시골은 (가기) 싫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SNS상에는 ‘교대X’이라는 욕설 글이 오가며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졌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서울·경기에 자꾸 몰리고 지역으로 안 가려고 하니, ‘교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결국 아이들의 교육 불평등으로 연결될까봐 씁쓸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일반 칼럼 > 지금 SNS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거리 불안  (0) 2017.08.21
‘문재인 케어’  (0) 2017.08.14
초등교사 감축 논란  (0) 2017.08.07
담뱃세 논쟁  (0) 2017.07.31
‘최저임금’ 와글  (0) 2017.07.24
#스크린도어_시  (0) 2017.07.17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12일 취임 3일째를 맞이한 문재인 대통령은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중등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면서 2018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국·검정 혼용체제를 검정체제로 즉각 전환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육부도 검정체제로 전환한다는 재수정 고시를 16일자로 행정예고하였다. 몇 년 동안 한국사회를 편 가르고 적대감을 증폭시킨 국정화 갈등이 마침내 종결된 것이다.

그런데 16일자 교육부의 ‘즉시 보도자료’에는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검정체제로의 전환만을 말하고, 2015교육과정에 따라 오는 8월3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의 심사본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이다. 12일자 청와대 업무지시에는 ‘검정 교과서의 집필기간 확보를 위해 현행 2015교육과정 적용시기 변경을 위한 수정고시 등’을 이행하라고 나와 있는 데도 말이다.

교육부는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컨트롤타워가 부재해서, 또는 청와대와 소통이 어려워서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심지어 출판사로부터의 소송을 걱정한단다. 언론에서는 교육부가 진퇴양난에 처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교육부도 언론도 국정제를 폐지함에도 불구하고 2015교육과정을 지속해야 하는 명분이나, 폐기해야 하는 이유를 교육과정과 연관해 설명하고 있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하는 전자결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래서 기억을 되짚어보자. 2015교육과정은 역사학계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적 반발과 ‘효도 교과서’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2월 이 교육과정의 적용 시기를 1년 연장하여 2018년부터 적용하겠다고 결정하였다. 동시에 교육과정의 구성과 집필기준은 바꾸지 않은 채 국정체제를 국·검정 혼용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였다. 따라서 검정체제라는 이름으로 8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심사본은 검정으로 위장한 여러 버전의 예비 국정교과서에 불과한 것이다.

역사학자 다수가 2015교육과정을 반대한 이유는 전체 구성과 집필기준과도 연관이 있다. 2015교육과정은 중·고교 역사교육의 계열성을 무시한 채 시대별 생활문화사를 뺐거나 조금만 집필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중·고교 모두 지나치게 정치사 중심이다. 그렇다고 정치와 지역, 세계를 연관시켜 설명하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지도 않다. 폐기된 국정교과서가 증명했듯이, 세계와의 연관은 말 그대로 장식품처럼 처리되어도 무방한 구성이다. 내용 요소를 그대로 둔 채 분량을 100쪽 정도 축소해 제작하도록 하고 있으니 한국사를 서술하기도 벅찬 것이다. 근현대사보다 전근대사를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고 있어 역사교육의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우선 당장은 대통령의 지시처럼 적용 시기를 바꾸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정체제를 폐지하고 검정체제로 전환한다는 취지에 부합한다. 이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도, 소통의 어려움 문제도 아니다. 교육부 관료들이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진정으로 납득했다면 16일자 수정 고시에 반영했거나, 그러한 의지를 밝혔어야 할 사항이다.

장기적으로는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며 미래가치를 담아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사편찬위원회와 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과서 검정 업무를 떼어내는 한편, 인사와 예산이 독립된 교과서 관련 정책기구 또는 시민정치교육을 전담할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4~5년 간격으로 교과서 검정을 실시한다는 전제를 두고, 교육연한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10년 내지는 12년마다 개정하는 주기성을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논리에 따라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과서를 제작하는 ‘적폐’가 제발 없어졌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도 별로 바뀌지도 않은 교육과정에 맞추느라 3년 만에 교과서를 완전히 다시 쓴 황당한 경험을 또 하고 싶지 않다.

신주백 | 연세대 HK연구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최근 3년 중 가장 강한 농도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던 올봄, 어린 자녀를 둔 엄마·아빠의 속은 타들어갔다. 어른들도 목이 아파 외출을 꺼리는 날, 아이들은 공원에 오종종 모여 ‘현장학습’을 했다.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찼다. 어린이의 호흡량은 어른의 3배. 어른이 심각하다고 느낄 수준이면 아이에겐 ‘재난’에 가깝다.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환경부는 초미세먼지·미세먼지 주의보 때 교육현장에서 야외수업이 ‘자제’될 것이라고 했지만 수업 조정 판단은 어린이집·유치원 원장과 학교장 재량이다. 게다가 한국은 미세먼지 기준이 느슨해 ‘고농도’에 신음해도 주의보는 쉽게 발령되지 않는다. 원성이 높아지자 올 1월 환경부는 ‘건강취약계층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주의보’보다 더 엄격한 ‘예비주의보’를 만들게 해 교육현장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전국 지자체 가운데 예비주의보가 시행되는 곳은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3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을 찾은 아빠와 딸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17일 교육부와 함께 한번 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이번엔 서울시교육청과 엇박자다. 이날 정부는 ‘야외수업 자제’ 기준을 기존 ‘예비주의보’ 이상 단계에서 그 이전 단계인 ‘나쁨’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은 ‘보통’일 때도 야외수업을 자제시키겠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기준 조정을 검토해 다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애초 서로 충분히 논의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혼란이다.

환경부가 다음달 8일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힌 미세먼지 담당자 대응교육도 이상하다. 전국 유치원·학교 담당자만 대상이다.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할 어린이집이 빠졌다. 복지부는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서 어린이집 교사 대상으로 미세먼지 내용을 포함한 안전교육을 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도, ‘미세먼지 담당자’ 대상의 교육도 아니다. 대응교육조차 따로따로다.

지난겨울과 이른 봄, 아이들이 최악의 미세먼지 속에서 ‘각자도생’한 후에야 내놓은 대책이다. 적어도 각 주체가 ‘딴소리’ 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송윤경 | 정책사회부 kyung@kyunghyang.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실물을 내놓기 전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념의 문제였다. 정권이 역사관을 독점하면 안된다는 생각, 미래세대에게 하나의 역사관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생각.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무기로 싸웠다.

전선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높은 국정화 반대여론을 바꾸기 위해 완성도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지만 현대사에 교묘한 편향과 왜곡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2016년 11월28일 현장검토본 발표 후 깨졌다. 사람들은 이제 “이게 교과서냐”고 묻는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든 이들은 최신 연구 대신 수십년 전 폐기된 학설을 인용하고, 조선 대표 실학자를 소개하며 다른 이의 영정(인물그림)을 썼으며 좌우가 바뀐 사진을 원사료인 양 실었다. 교육부가 지적을 받아들여 현장검토본에서 수정했다고 밝힌 오류 건수만 760건인데, 민족문제연구소는 현장검토본과 공개된 최종본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실제 수정 건수는 1072건이라고 밝혔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최종본에 653개의 오류가 더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중 일부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견해 차이”라며 버티고 있다. 교육부 말대로라면 견해가 다를 수 있는 내용을 교과서에 실었다는 뜻이다. 수능시험에라도 나오면 당장 소송감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어떤 국정교과서 찬성론자들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을 강조한 것이 왜 문제냐”고 한다. 아쉽게도 국정교과서는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팩트로 싸운다. 교과서가 무기다. 현대사 부분까지 가기도 전에 교과서는 놀랄 만한 수준을 드러낸다. 세계 민주국가들의 교과서 발행체제를 공부하며 국정화 비판 논리를 준비하던 역사학자와 교사들은 상대를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사실에 실소를 짓고 있다. 한 지인이 “그래도 아까우니 한국어 교재로 활용하면 어떠냐”고 했다. 국립국어원이 단 1주일 동안 어문규범을 감수한 결과 <한국사>에서만 1436건의 비문과 오탈자, 표기 오류가 발견됐다. 한글교재로도 못 쓴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청와대가 시켰고 여당이 온 힘을 다해 뛰었다. 공무원이 뜻을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진짜 잘못은 국정교과서 발표 이후부터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인정한 부분만을 봐도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그사이 ‘주문자’는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촛불광장에선 수백만명이 얼굴을 드러내고 “국정교과서 폐기”를 외쳤다. 교육부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면, 선의로 했으나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반성했다면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하기 힘들었다면 몇개월 뒤 떠날 장관이 탄핵국면과 여론을 핑계로라도 이용해 교육부의 자존심을 지켰어야 했다.

교육부는 느닷없이 ‘다양성’이 중요하다며 국·검정혼용제를 발표해 국정교과서의 생명을 연장하고, 연구학교를 운영하겠다며 가산점과 돈으로 교사들을 유인하다 그마저도 안되니 보조교재로 뿌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장관은 행자부 장관과 법무부 차관을 대동하고 연구학교 신청을 막는 외부세력이 있다며 “법적 조치”를 운운했다. 겁쟁이들은 늘 “두고보자”고 한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기적 같은 기회를 교육부는 최선을 다해 걷어찼다.

대선 후보들은 교육부 폐지와 개편을 말하고 있다. 교육부가 정말 문을 닫게 된다면 이준식 장관과 현 간부들의 책임이 팔할이다.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꽃다발을 주고, 전국의 학교현장을 찾아다니며 덕담을 건넨 시간을 떠올리며 장관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교육부가 받은 박수는 장관이 아니라, 보도자료에 이름 한 줄 나오지 않는 공무원들이 헌신한 결과다. 공약은 ‘공약(空約)’이 되기 십상이고 교육부는 인사물갈이로 개편을 대신할지도 모른다. 어떤 결과든 이런 교육부는 마지막이길 바란다.

장은교 정책사회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정치 비평 > 기자 칼럼, 기자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메모]치킨값,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0) 2017.03.17
법원행정처 603호  (0) 2017.03.14
마지막 교육부  (0) 2017.03.09
성소수자를 지지하는가  (0) 2017.02.28
안희정 현상  (0) 2017.02.23
금지옥엽과 수신제가 사이  (0) 2017.02.21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근혜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종착역에 이르렀다. 이를 가능하게 한 힘의 원천은 국민 수백만명이 만들어낸 거대한 촛불이다. 촛불혁명은 4월혁명 이후 군사쿠데타 주모자들이 진행한 이승만 정권에 대한 처리와 6월항쟁 이후 야당이 주도한 5공청산을 잇는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특히 과거의 죽은 권력에 대한 심판과 달리 지금은 국정농단을 저지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국정농단을 보면서 국가란 무엇이며 정부는 중립적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군사정권이 조작한 간첩단 사건들, 납북어민을 간첩으로 몰아간 정부, 아직도 묻혀 있는 군 의문사 사건들, 수십년간 계속되는 사학비리, 최근의 세월호 대참사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국민의 편이 아니고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가진 중립적인 기구가 아니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 모든 사례를 모으면 정부는 난지도의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대학은 진리의 배움터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85%는 사학이다. 여기서 비리가 발생하면 구제받을 길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사학의 천국이자 또한 사학비리의 천국이다. 사학비리가 만연하고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사학비리를 비호하고 저지른 죄까지 사해주니 이만한 지상천국이 따로 없다. 이 엄청난 일을 담당하는 정부 기구가 교육부이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2007년 사립학교법 개악으로 발족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9년간 60개 학교를 정상화했다. 여기서 정상화란 쫓겨난 비리재단에 학교를 다시 돌려준다는 매우 나쁜 말이다. 더구나 그 정상화의 대부분이 불법이었음이 상지대 대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재단에 학교를 돌려주어 분규를 재연하고 사학을 망치는 것도 부족해서 공공연하게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니 도둑놈에게 곳간을 맡긴 꼴이다.

그런데도 불법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덮기에 급급하다. 상지대가 교육부와 6년간 소송한 끝에 김문기 비리재단을 몰아냈는데 파견된 임시이사는 교육부의 대리인에 불과하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또 상지대를 정상화하겠다고 달려든다. 이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비리재단 복귀 공식에 따르면 상지대를 또 김문기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이렇게 막나가도 되나? 도둑놈 잡아달라고 경찰을 불렀더니 경찰이 도둑놈과 한통속인 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사학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사학비리를 부추겨 사학을 회복불능의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들의 눈에 사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건물과 토지와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알짜배기 수익사업체이자 이사장의 신성한 사유재산일 뿐이다. 여기서 어떤 교육이 가능하고 어떤 창조가 가능하겠는가? 창조경제는 돈 빼먹기, 창조교육은 사학 죽이기에 다름 아니었다.

국정농단을 계기로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먼저 교육부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사학비리, 이화여대 사태, 대학평가 세 가지만 봐도 교육부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의 수명을 연장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국민 합의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정부개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합의기구가 발족한 이유를 참고하면 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당연 폐지 대상이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불법을 은폐하기 위한 기만적인 상지대 정상화가 아니라 교육을 좀먹고 나라를 망치는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시급하게 정상화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정부 기구로서 시효 만료되었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기구이므로 교육부 해체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폐지가 답이다. 상지대 정상화는 그 다음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정대화 | 상지대 교수·정치학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신청을 한 학교가 전국 중·고교 중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마감 시한을 닷새 연장하면서까지 연구학교 신청을 독려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이다. 이로써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5429개 중·고교 중 경북 영주의 경북항공고, 경북 경산의 문명고 등 경북 지역의 2개 사립고교만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 구미의 오상고는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가 교사와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교육부는 국립고 교장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며 독려했지만 연구학교를 신청한 국립고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0.04%에 그쳤다. 2014년 0%대의 채택률로 학교 현장에서 퇴출당한 교학사 교과서의 재판이 된 셈이다.

지난해 11월27일 ‘국정화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집회에서 한 청소년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전국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외면당한 이유는 명백하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데다 역사적인 사실 오류만 수백건에 달하는 함량 미달의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하자 “학교의 자율 선택을 방해하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을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성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다. 건강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에게 왜 사지 않느냐고 어깃장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꼼수를 쓰려 하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에는 수업 보조교재 형태로 배포하겠다는 것이다. 안될 일이다. 보조교재 사용 방침은 국정교과서를 배포할 경우 주 교재로 의무사용토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자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0.1%도 안되는 채택률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가 담겨 있다.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쏟아붓고도 학교가 거부한 최악의 불량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그게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그도 이렇게까지 고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교육부 장관직을 제안받았을 때 교육을 위해 한몸 불사르리라 다짐했을 수도 있고, 가문의 영광이니 해보자고 자리욕심을 냈을 수도 있다. 부동산 투기·차녀 국적 포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했을 때 어려운 고비는 다 넘었다 여겼을까.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월13일 취임했다. 박근혜 정부의 세번째 교육부 장관이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 후보자 4대 필수과목이 병역비리, 세금탈루,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였다면 박근혜 정부 장관의 필수과목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자기최면’이다. 이 장관은 여러 부처 장관들 중에서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발군의 자기최면 능력을 보이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는 이 장관이 취임하기 전 발표됐다. 이 장관은 정권이 만든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이 심각해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되풀이했다(그가 8종 검정교과서들을 읽어봤는지는 모르겠다). 편찬기준도 집필진도 비공개해 ‘복면집필’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복면가왕>도 노래가 끝나야 가수얼굴을 공개한다”며 웃었다(요즘 말로 이런 걸 ‘×드립’이라고 한다). “국가가 역사관을 독점하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라는 지적엔, “교과서가 공개되면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기까지가 “우리는 ‘올바른 교과서(정부가 지은 국정 역사교과서 이름)’를 만들고 있다”는 1차 자기최면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 등 총 3종의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이 부총리,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정지윤 기자

2차 최면은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이후 시작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최면이다.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편향과 역사왜곡에 더해 기초적인 사실오류까지 무더기로 발견되자, 장관은 국정교과서 수정적용안을 내놨다. 2018학년도부터 국·검정교과서를 혼용하며, 2017학년도엔 원하는 학교만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가산점과 연구비 1000만원을 주며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는 교육청은 제재하겠다고 밝혔다(다시 말하지만 절대 강행하는 것은 아니란다). 연구학교 신청과 지정은 오는 2월10일까지 끝내야 한다(지금 학교는 방학 중이다). 201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개정 교육과정 교과목들은 2021학년도 수능부터 반영되지만, 한국사는 1년 앞당겨 2020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한다(수능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겁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다). 국정화 강행이 아니라 ‘국·검정혼용’이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최소 2년 걸리는 검정교과서 개발도 1년 안에 끝내라고 통보했다(개발시간은 줄었지만, 검정교과서 심사는 강화하겠단다).

이 장관은 “학교현장의 혼란을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장관들은 단체로 부끄러움을 잊는 주사라도 맞은 걸까. 서울대 교수로 20년을 재직한 장관이 ‘혼란’의 말뜻을 모를 리 없다. 자기최면이 아니고서야, 시정잡배나 쓸 법할 억지를 멀쩡한 얼굴로 반복할 리도 없다.

장관은 시한부다.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몇 단원을 다 배우기도 전에 이 장관은 자리를 떠나게 될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외에도 교육부는 ‘최순실 특혜’ 의혹의 중심인 이화여대에 대학재정지원사업 몰아주기, 청와대 입김에 따라 국립대 총장 지명 미루기 등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다.

내일이면 취임 1년. 이 장관은 장관직 제의를 받았을 때 품었던 꿈을 얼마나 이뤘을까. 그는 1년 전 취임사에서 “무엇보다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했다. “항상 멀리 내다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조타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최면에서 깨어나 거울 앞에 홀로 설 장관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장은교 정책사회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모든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친일·독재를 미화해 폐기해야 마땅할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제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부른 것은 검정 절차 탓이라는 지적이 있어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중·고교에서 쓰일 검정 역사교과서가 집필기준에 미달하면 검정 심사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의 큰 틀을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도록 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로 만들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고, 박정희·이승만 관련 내용과 북한의 도발 사례를 대폭 늘린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지 않는 검정 역사교과서는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판사가 심사본을 제출하면 교육부 지침에 따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출판사들로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탈락하면 교과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정 역사교과서 필진이 자기 검열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를 개연성이 높다. 검정 역사교과서가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검정 혼용 방침에 따라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자신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기 부정이자 무원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2015년 8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교육부 위탁으로 역사 교수와 중·고교 교사 13명이 참여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들어 공청회까지 거쳤다. 하지만 국정화 고시가 발표되면서 해당 집필기준은 시안으로만 남아있다.

시민에게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려볼 요량으로 꼼수만 쓰고 있는 교육부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박근혜표 국정교과서’에 부역해온 잘못을 속죄하는 길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27일 교육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사용을 1년 유예하고, 유예 기간이라도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려는 학교가 있으면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검정교과서를 개발하여 2018년학도부터 국·검정을 혼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품질’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먼저 역사인식의 기초인 사실의 오류가 너무 많다. 필자가 보기에는 근현대사 부분의 경우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에 비해 낫다고 말할 수 없다.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 선생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인데, 통합 이전의 직책인 내무총장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이니.

더 큰 문제는 사실과 사실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특정한 의도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외교론과 실력양성론의 독립운동을 유달리 강조하고 노동자·농민 등 대중의 생존권운동을 사회주의운동처럼 취급하며 가벼이 다뤘다. 또 유신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말할 때 흔히들 그 이유를 긴급조치에서 찾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법률이 제9호이다. 그럼에도 1300여명을 구속시킨 제9호보다는 경제문제를 다룬 제3호를 중점 소개하고 있다. 사실을 빙자하여 시대의 이미지를 비틀어 버린 대목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1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국정교과서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러다보니 국정교과서는 더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정치적 배경을 빼버렸고, 식민지기 역사를 수탈과 저항의 역사로만 기술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설명한 생활사 부분이 없다. 경제와 사회 영역이 생략·축소된 경우는 고대, 고려, 개항기 서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시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길안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재이다.

이것도 수정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글쎄, 필자들이 수정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문장을 수정해서 될 일도 아니다. 분량과 수업 시수를 고려하며 단원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까지 감수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수정이 아니라 ‘신판’ 제작이다. 오탈자 수정도 신고하는데, 이 지경에 이르면 ‘재검정’을 해야 한다.

이런 교과서를 현재의 검정교과서와 함께 사용하면 2017년 고교 1학년생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국정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운 학생은 검정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의 전체 쪽수가 최소 100쪽 차이가 나는데, 근현대사 부분에서 특히 편차가 크다. 반대로 국정교과서는 특정한 곳에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는데, 검정교과서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국정교과서를 배운 학생이 2019년의 입시를 준비하려면 다른 출판사의 책을 2~3종 더 사서 공부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외워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부 장관은 ‘공통 범위에서 출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자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절충이라지만 부담을 학생과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면 2018년 국·검정 혼용을 본격화할 때는 어떻게 될까. 이때 사용할 검정교과서는 1년 만에 인쇄까지 해야 해서 시간이 매우 촉박함도 문제지만,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교재라서 문제다. ‘대한민국 수립’ 문제와 같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더구나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은 정치사 중심이어서 역사교육의 계열성을 무시하고 있다. 1876년 개항 이전과 그 이후의 서술 비율도 6 대 4를 지향하고 있어 근현대사 교육을 강조하는 지금까지의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검정을 혼용할 것이 아니라 2019년도부터 적용할 교육과정을 우선 새로 개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역사교육을 정치화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침 내년에 대선이 있으니 역사학 대회에 참가하는 학회들이 후보자들에게 역사교육 공약을 공개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시기를 1년 늦추고, 2018년부터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함량미달의 불량 교과서’로 판명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즉각 폐기를 요구한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긴 교육부의 행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2018학년도부터 국정교과서와 함께 검정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정화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총리는 또 “2017학년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10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국정화를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시민들에게 탄핵당한 ‘좀비 교과서’를 되살려 보겠다는 기회주의적 행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당초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시기를 1년 유예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가 새누리당 친박계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막판에 국정화 강행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선언해도 시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할 상황에서 교육 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부를 최악의 선택을 한 교육부는 정권의 시녀 부처로 전락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꼼수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권자인 시민의 3분의 2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전국 교육청 17곳 중 14곳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이 내년 2월 말 야당 등의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교육부 의지와 상관없이 국정화 자체가 법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의 오류, 내용의 전문성 결여, 해석의 정치적 편향성 등으로 학교 현장에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 미달로 판명났다. 한마디로 독재자 박정희 정권의 과오는 축소·왜곡하고 업적은 과대평가한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의 효도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국정화 정책은 시작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했겠는가. 그럼에도 교육부는 지난 2년 동안 자신들이 심사해 통과시킨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좌편향 운운하며 역사교육을 이념대결로 몰아갔다. 이들의 뇌리에는 오직 박 대통령 한 사람만 있었을 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국정 역사교과서로 피해를 입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은 안중에도 없었다.

교육부는 더이상 시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빚어질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반역사적인 죄악이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촛불민심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준식 부총리를 향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연세대 재학 중 학점 미달로 학사경고를 3회 받고도 제적되지 않고 졸업하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장시호 관련 연세대 체육특기자 학사운영 특정사안 조사 결과’를 보면 1996~2012년 연세대 체육특기자 685명 가운데 장씨처럼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졸업한 학생은 115명에 달했다.

장씨는 1998년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해 2003년 8월 졸업했다. 당시 연세대 학칙에는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으면 제적하도록 돼 있었지만 장씨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교육부는 장씨가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졸업 취소는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대학이 관행처럼 학칙을 위반해 뒤늦게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사관리를 부실하게 운영한 연세대에 모집 정지 등 행정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조치로는 무너진 대학교육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선서를 위해 단상에 올라 있다. 김창길 기자

체육특기자에 대한 부실한 학사관리는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체육에 특별한 소질을 지닌 학생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상급학교 입학 시 특례를 인정하는 체육특기자 제도는 “운동만 잘하면 명문대 졸업까지 가능하다”는 암묵적 합의를 만들어내며 파행적으로 운영돼 왔다. 미국이나 일본의 체육특기자 학사관리는 국내 대학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미국의 체육특기자는 대학스포츠관리기구가 정하는 매 학기 학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일본도 대학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업 성적을 가장 중요시하고, 입학 후에도 학사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체육특기자의 입시와 학사관리를 전담할 기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제2의 정유라·장시호의 출현을 막고, 체육특기자의 입시 및 학사관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올바른 교과서’라고 이름을 붙인 국정 역사교과서가 공개됐다. 그간 국민들은 역사학자 대다수가 집필을 거부한 마당에 국정 교과서가 제대로 쓰여질 수 있을까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내용을 가지고 평가해 달라’면서 서술 내용과 수준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국정 역사교과서라 하면 대부분은 한국사, 그중에서도 근현대사에만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국정화된 역사교과서에는 고등학교 <한국사>뿐 아니라 중학교 과정의 <역사>도 있다. 그리고 중학교 <역사>에는 한국사와 세계사가 모두 포함된다. 중학교 <역사>에서 세계사를 서술한 부분은 한국사 분량의 5분의 1가량이다.

중학교 과정에서 배울 <역사> 가운데 일부만 살펴보기로 하자. 중학교 <역사>의 제4장 제1절은 중국의 송·요·금 시대를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은 전체 200여쪽 가운데 4쪽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적은 분량에서도 너무 많은 오류 내지 사실관계의 착오가 발견된다.

역사학자들이 11월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긴급 분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우선 113쪽을 보면 ‘송은 거란과 화약을 맺고(전연의 맹), 평화를 보장받는 대가로 막대한 물자를 거란에 제공하였다. 11세기 후반 신종은 이러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왕안석을 등용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신종이 거란에 보내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왕안석을 등용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왕안석의 개혁은 거란에 보내는 물자(세폐)의 축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재정 적자 상황의 타개를 목표로 삼았을 뿐이다. 재정 적자를 야기한 주요인도 거란에 보내는 세폐가 아니었다. 서하와의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군사비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오른쪽 보조단에는 ‘(전시에서) 황제가 합격자를 직접 선별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전시는 황제가 형식적으로 주관하는 시험일 뿐이다. 황제가 시험 과정에 구체적으로 간여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물며 전시는 당락을 가르는 시험도 아니다. 합격자의 순위만을 정하는 시험이었다.

114쪽에도 부정확한 서술이 적지 않다. 넷째 줄에는 ‘송이 약속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자 금은 이를 구실로 송의 수도 변경을 공격하였다’고 적혀 있으나, 이 또한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금이 송을 공격한 것은 약속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송이 맹약을 어기고 금에 도발하였기 때문이다. 책은 바로 이어서 ‘금이 여진 문자를 사용하고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한족의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정체성을 유지하였다’고 서술했다. 이 역시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다. 금이 문화적 독자성을 유지한 것은 전반기까지이다. 12세기 후반을 넘어가면 여진족의 한족화가 심각하여 금 조정이 이에 대한 대책을 부심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패배한 남송은 금과 평화롭게 지내는 조건으로 매년 은과 비단을 제공하였는데, 이로 인해 부족해진 재정을 메꾸기 위해 강남 지역을 개발하였다’라고 서술한 부분이다. 강남 개발은 이미 2세기 후반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위진남북조와 수당을 거쳐 남송이 되면서 강남 개발은 사실상 일단락되기에 이른다. 강남 지역의 개발과 금에 대한 세폐의 제공을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도 심각한 오류이다.

그 아래에 등장하는 ‘남방에서 새로운 품종의 벼가 도입되어 강남지역에서는 1년에 쌀을 두 번 수확하였다’는 서술도 대단히 곤란하다. 이곳에서는 남송 시기에 ‘남방에서 새로운 품종의 벼가 도입’되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남방의 새로운 벼, 즉 점성도(참파벼)는 11세기 초반인 북송시대에 도입되었다. 또한 북송과 남송을 통해 강남에서는 벼의 이기작이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송대에 벼의 이기작이 있었던 지방은 양광(兩廣) 및 푸젠의 일부 지역이었다. 벼의 이기작이 이 시기 농업의 발달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이기작이 행해진 지역은 오히려 낙후 지역이었다.

중국의 송·요·금 시대에 대한 서술은 전체 교과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오류가 너무도 많다. 역사교과서 내용은 이념적 편향 여부를 떠나 사실관계에서만큼은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적어도 중국사 부분에 관한 한 오류와 착오가 지나치게 많다. 약간의 수정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이근명 |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중국 중세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11월28일 교육부는 끝내 국정교과서를 공개했다. 국정교과서를 어떻게든 기정사실화하려는 속셈이다. 이는 국정교과서의 부당성을 규탄하며 국정화 강행이 가져올 혼란을 우려하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국정화는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다. 역사 지식의 논쟁성, 해석의 다양성, 비판적 사고를 배운다는 역사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 국정교과서는 그 자체로 ‘반교육적’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전쟁을 불사하면서 국정화에 앞장섰다. 이번에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 현대사 서술이 많이 줄었는데도, 유독 박정희 정부 시기는 분량을 크게 늘렸고, 박정희와 직접 관련된 서술이 매우 많으며 그의 공적을 곳곳에서 기록하였다. 사진까지 신경 써서 5·16 쿠데타 때의 군복을 입은 사진을 뺀 대신 산업현장에 선 그의 모습을 실었다.

이 책은 은밀하게 되살아난 교학사 역사교과서로 불릴 소지도 많다. 두 책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친일 문제에서 많이 다르다. 그러나 건국절 논리를 전면화한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 건국 아버지로 이승만의 공적 부각하기, 친재벌 교과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성장일변도의 경제사, 냉전적 시각을 강화한 북한 서술 등은 매우 많이 닮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과서라면서 정작 학생을 배려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교과서는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역사책이며, 풍부한 학습자료와 다양한 학습활동을 담은 수업 안내서여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맥락 없이 나열된 수많은 사실, 본문과 연계되지 않은 사진과 자료들, 조악한 편집 등으로 도대체 읽기가 힘들다.

터무니없는 부실 교과서이기도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거의 똑같은 문장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오류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자서전이라 쓴 터무니없는 잘못을 비롯해 곳곳에서 사실의 오류가 확인된다.

편향과 부실은 예견된 재앙이다. ‘99.9%의 교과서가 편향되어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총리의 주장을 기억해보자.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거나,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던 대통령의 발언은 또 어떤가? 애초부터 원하는 대로 써줄 필자만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 신원을 철저히 감춰온 ‘복면집필자’ 31명 중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복면집필자가 실제로 썼는지도 의문이다. 교과서라면 당연히 교육과정이나 편찬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 책은 교육부가 법원의 판결을 받고서야 공개했던 편찬기준과 현저히 다르다. 그런데 그 편찬기준조차 애초에 만든 편찬기준과 또 달랐다. 더구나 공개 직전에 황급히 수정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누가 썼는지도 불분명한, 부실투성이 교과서. 은밀하게 되살아난 교학사 교과서이자,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선포한 교과서. 아니 교과서란 이름이 아까운 이 책을 전국 모든 학교의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선생님들이 불복종운동을 선언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도 거세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철회 운동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도 국정교과서의 폐기를 요구하면서 교과서 구입 거부 운동을 공언하고, 교육청에서 학부모의 뜻을 존중하여 교과서를 개별구입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교육부가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일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책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문제까지 감안하면,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아 발생하는 혼란은 상상 그 이상이다.

국정화는 오직 한 사람, 박 대통령을 위한 일이었다. 그 한 사람을 위해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이 공론과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며 강행했다는 점은 2016년 가을 온 국민이 아프게 체험하는 사태와 본질적으로 같다. 이미 국정교과서는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했다. 국정교과서를 조건없이 폐기해야 옳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독산고 교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개를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기초적인 사실 오류가 수백건에 달할 정도로 함량 미달의 부실 교과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라이트 시각을 반영하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편향성은 차치하더라도 엉터리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이준식 부총리는 “질 좋은 교과서”라고 했으니 교육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에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서울·광주·전남 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역사교육연대 등 역사학회가 그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오류가 한 쪽당 1.5건가량이고 1·2권을 합치면 400~500건에 이른다. 오류와 왜곡이 너무 많아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역사적 사실을 틀리게 기술한 것은 물론 최근 연구를 통해 오류로 밝혀지거나 학회에서 쓰지 않는 과거 사료가 들어간 사례도 허다했다. 인류 최초의 금속도구는 순동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인데도 <한국사>엔 청동기로 기재됐다. 중학생용 <역사2>에는 인류 최초의 법전이 ‘우르남무 법전’이 아닌 ‘함무라비 법전’으로 나와 있고, <한국사>엔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 대신 내무총장으로 잘못 표기됐다.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 기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것은 역사 왜곡이다.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란 단어를 20회 이상 사용하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을 대폭 늘린 대신 1987년 6월항쟁 이후 30년간의 역사는 4쪽 안팎에 그쳤다. 친일파의 범위에서 군인, 경찰, 사법관료와 동아일보 김성수, 조선일보 방응모 등 언론 사주를 빼기도 했다. 또 집필진이 초고본에 “유신헌법이 민주화운동의 헌법적 근거가 됐다”거나 “외환위기의 원인은 파업”이라고 서술했다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토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국편은 직원들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했다는 논란을 가릴 증거인 초고본과 개고본을 모두 삭제해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교육부는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는 것은 물론 수십억원의 국가 예산을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국편이 초고본과 개고본을 삭제한 경위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가 어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여론 수렴 후 내년도 학교 현장 적용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편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검토본은 우려했던 대로 헌법가치를 부정하고 편향적 역사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장검토본은 1948년의 이승만 정부 수립을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했다.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이승만 정부라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한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친일파를 ‘친일세력’으로 완화하고, 친일 관련 서술을 줄인 것도 이해가 안된다. 정부가 앞장서 건국 97년의 역사를 68년으로 축소하고,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반민족적, 반역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장검토본은 또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옹호·미화하고 있다. 독재란 용어를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바꾸고, 박정희 정권 시절을 다룬 단원 제목을 ‘냉전시기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경제·사회발전’으로 정하는 식이다. 독재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5·16쿠데타의 경우 쿠데타 명분과 함께 개혁을 설파하는 ‘혁명공약’까지 따로 싣고 있다. 쿠데타의 정당성을 옹호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체제였다”고만 기술했다. “대통령이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기존 교과서 기술과는 천지 차이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는 마치 국가 안보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

경제성장도 성과는 강조하고 문제점은 축소하는 편향적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문제점과 관련해 ‘전태일 분신사건, 농민의 희생 등이 있었다’는 식으로 단순 사실만 나열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마을운동의 경우 비판적인 내용은 한 줄에 그치고 칭찬 일색으로 서술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이 부총리는 “역대 정부 독재를 사실대로 서술하고 경제성장의 성과와 한계를 균형있게 서술했다”고 밝혔지만 낯부끄러운 얘기다.

국정교과서는 내용의 문제에 앞서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해치는 반민주적, 반헌법적 성격 때문에라도 폐기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뉴라이트 계열이거나 친정부 학자들이 다수인 집필진은 편향성 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편찬과정과 집필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밀실집필을 강행함으로써 국정화 정책의 공신력도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바꿔보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려는 기도가 성공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국정농단 주범으로 국정 운영의 권능을 상실한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자 반역사적인 폭거다. 이런 교과서로 국가의 미래인 학생을 가르쳐선 안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비선 실세 국정농단의 몸통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정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없다. 법적으로만 간신히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본인만 이 현실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불법과 비리를 지속적으로 저질러온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으니, 그동안 온갖 의혹과 반대에도 대통령이 앞장서 밀어붙였던 정책들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문제의 정책들은 이전과 변함없이, 아니 더욱 신속히 진행되는 것 같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예정대로 28일에 공개하겠다고 한다. 국정화 추진은 학생과 교사, 대부분의 역사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사안이다. 그리고 국정화의 선봉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밀실·굴욕 협상은 외교부 장관이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밀어붙인 정황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충분한 개연성이 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시치미를 뗀다. 여성가족부는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는 비판은 외면하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금 지급만 서두른다. 환경부는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반려하라는 결론을 내린 조작·부실 평가서였다. 국회의원, 양양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공동 현장검증을 실시한 지 이틀 만이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사업신청서가 제출되기도 전에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적극 추진을 지시했다.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이 알려지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탄핵 주도를 선언한 23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뒤편으로 청와대 본관 건물이 보이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여건 조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돌변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 양국 서명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도 밀실협상 논란으로 막판에 무산됐던 사안이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했던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결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만큼 격렬한 반발과 분노를 샀다. 하지만 국방부는 롯데의 경북 성주골프장과 경기 남양주의 국유지를 맞바꾸면서 사드의 조기 배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1일 검찰은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심 형량인 징역 5년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작년 민중총궐기의 근원이었던 박근혜 정권 폭정의 실태가 훤히 드러난 지금도 검찰의 현실 인식은 여전하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의 말이 떠오른다. “괴물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중략)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 인간들 말이다.”(홍세화, <생각의 좌표>) 눈에 띄는 괴물이라면 맞서 싸울 수는 있다. 하지만 괴물을 무조건 추종하는,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기계적 인간들’과 일일이 싸울 수는 없다. 이런 절망적 현실 때문에 지옥에서도 살아남았던 레비가 노년에 자살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 현실도 썩 달라 보이지 않는다. 괴물을 따르는 평범한 사람들이 땅에서 갑자기 솟아날 리 없다. 이들도 결국 교육의 결과다. 대입과 취업이 지상 목표가 되어버린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강요된다. 자율적·비판적 사고 능력은 퇴화되고, 지시받은 업무를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실무형’ 인간이 만들어진다. 자기가 노예이면서도 노예인지 모르는 인간 말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요즘 광장에서 만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놀랍고, 반갑고, 고맙다. 무엇보다 미안하다. 이제는 정말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부패한 권력일수록 학교 교육을 통제해 아이들을 기존의 현실에 순응하는 ‘기계적 인간들’로 키우려 한다. 자유롭고 비판적 사고의 숨통을 옥죄는 학교, 영혼을 없애는 교육에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광장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가능성을 직접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드는 간절한 바람이다.

조현철 서강대 교수·신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몇 해 전 재벌 총수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 후 영훈국제중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학교 재단 임원이 특정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 조작을 지시하고 이를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는 등 온갖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특권층 자녀가 하나고 편입학 전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교육청 감사결과 적발되어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은 1년 넘도록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하나고 입시 부정을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우리 사회 특권층의 부정입학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사법당국은 특권층 부정입학에 무관심하다. 특히 검찰 조직은 국민정서를 외면한 채 교육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특권과 반칙에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봉한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 검사들의 일상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엄청나게 흥행했다. 이 영화들이 왜 폭발적인 흥행을 거뒀는지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영화 속 내용이 현실과 정확하게, 아니 그 이상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현실에서 목격하고야 말았다.

영훈국제중 입시 부정, 하나고 입시 부정, 이화여대 입시 부정 의혹 등은 이른바 특권층의 특권의식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 구조가 얼마나 심각하게 고착화해 있는지 명백하게 드러낸다.

이런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 공식적인 신분제도는 조선 후기에 철폐되었건만 다른 형태의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사회 혼란을 핑계로 입시 부정을 눈감아주는 검찰 조직이 존재하는 한 특권층 입시 부정과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학업에 전념해야 할 청소년들 사이에서 “또 다른 정유라가 있을지 모른다. 중·고생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외침이 터져나오고 있을까. 사법당국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관할 교육당국이 특별감사를 통해 입시 부정, 회계 부정, 채용 비리 등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으나, 서울서부지검은 사건 일체를 관할 경찰서로 이첩하고는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지휘를 했다. 검찰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는 동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터져나왔다.

검찰에 허락된 사정의 칼날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권력이다. 이를 특권층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할 때 어느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출석일수가 모자라도 권력의 힘으로 졸업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자격을 갖추지 못했어도 권력으로 입학 지원 자격 자체를 바꿔버린 일도 밝혀졌다. 이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을 허락했다. 뿐만 아니다. 학교생활도 학점도 졸업도, 심지어 졸업 후 취업과 사회생활에서도 온갖 특혜를 누렸다. 특권층에겐 ‘헬조선’이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이 땅의 많은 흙수저들은 극도로 절망스러운 현실과 마주하고 섰다.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전경원 하나고 해직교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100만명이 모인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학과 교수들도 그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으면 ‘불복종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국정화에 찬성했던 보수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하려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은 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법률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 상정했다.

15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성명에는 전국 102개 대학의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이 참여했다. 김창길 기자

그런데도 교육부는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가족교과서 발행을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부야말로 ‘혼이 없는 비정상’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5종 가운데 교사용지도서 2종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공격하면서 정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교사용 지도서로 인해 편향적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던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교사용 지도서를 제외한 것이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보는 책이라 사전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변명을 했다. 교육부는 또 국정 역사교과서의 의견수렴 절차를 공개토론형이 아닌 ‘비공개 접수형’으로 진행하며 반대 여론 형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교육부 장관이 고시만 개정하면 된다. 지금 당장 국정화를 철회해도 내년 3월부터 기존 검정교과서를 쓰면 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것이다. 또 주권자의 3분의 2가 반대하는 국정화 강행은 시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을 강행한다면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주권을 침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과 교육부 관료, 국사편찬위원회와 집필진은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이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