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11.21 탄핵과 헌법 1조 운동, 양 축으로 가자
  2. 2015.02.16 국무총리 과연 필요한가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 등을 저지르고, 국정을 파탄으로 이끈 몸통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것은 특별검사가 진행해야 할 수사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원내 야당이 해야 할 몫과 광장의 촛불이 해야 할 몫도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그래야 박 대통령이 ‘국정복귀’ 운운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 원내 야당은 탄핵 절차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야 3당 대표들이 모여서 범국민 서명운동을 결의했다고 하는데, 자기 역할을 못 찾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국회 내에 있는 야당들이 해야 할 일은 서명운동이 아니라, 어떻게든 탄핵을 성사시킬 길을 찾는 것이다. 탄핵이 눈앞으로 다가와야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해도 할 것이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탄핵이 현실화될 것 같으니까 사퇴했다.

탄핵 절차로 갔을 때 우려되는 것은 네 가지이다. 첫번째는, 국회 내에서 탄핵 소추 의결에 필요한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찬성을 얻을 수 있느냐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좌고우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야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미 새누리당 안에서도 탄핵 얘기가 나왔다. 이들이 탄핵에 동의하도록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뇌물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가 누구든 퇴출명단에 올릴 준비가 국민들은 돼 있다.

두번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고민해봐야 소용없다. 만약 헌법재판관들이 탄핵 소추를 기각한다면 헌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여론이 그렇다. 따라서 아무리 보수적인 헌법재판관들이라고 하더라도 법리적으로든, 상식적으로든 탄핵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 심판에 걸리는 기간도 최대한 단축하도록 여론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

세번째는, 국회가 탄핵 소추 결의를 하게 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당들은 진작에 총리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 때문에 망설여서는 안된다. 만약 황 총리가 대통령 탄핵 소추 결의 이후에도 박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국정을 농단하려 할 경우에는 황 총리까지 탄핵시켜야 한다.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면 가능하다. 역사를 보면, 권력서열 3위자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사례도 있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던 때에도 권력서열 3위인 외교장관 허정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었다.

네번째,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1명의 임기가 내년 1월, 3월에 각각 끝나는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최소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가능한데, 임기가 끝나는 헌법재판관 자리가 새로 충원되지 않으면 그만큼 가결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뇌물수수를 한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고 버틸 헌법재판관이 있을까?

그래서 지금은 야당들이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하고,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당이 해야 할 몫은 바로 이것이다.

물론 탄핵 절차가 시작된다고 해서 시민들은 촛불을 놓아서는 안된다. 국회나 헌재에만 맡겨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앞으로는 퇴진과 함께 우리가 꿈꾸는 나라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12일에 이어 19일에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제 헌법 제1조가 제대로 실현되는 민주공화국을 염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담고 있는 의미는 매우 강력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는 다른 국가의 헌법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헌법 제1조는 입법권이 의회에 있다는 것으로 시작되고, 일본헌법 제1조는 천황 얘기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만들어진 ‘대한민국 임시헌장’과 ‘대한민국 임시헌법’에 뿌리를 두고, 제헌헌법으로 이어진 문구이다. 이 두 문장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응축된 문구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촛불은 헌법 제1조를 실현하는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제도를 손보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 정답이다. 민주주의가 잘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시민들의 직접참여를 보장하며, 지방의 자치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이렇게 대한민국이라는 집의 구조를 뜯어고쳐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이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다.

이 일은 결국 주권자인 시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이 일을 맡겨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촛불은 ‘헌법 제1조 운동’으로 계속 타올라야 한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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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1987년 6월 민주혁명을 계기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논의될 당시의 일이다. 직선제 개헌을 한다는 데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어떤 대통령제를 도입할 것인가를 두고 법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소장 학자들은 4년 임기에 재임을 가능하게 하고 부통령을 두는 방안을 선호했다. 반면 중진 학자들은 단임제로 하고 국무총리를 두는 안을 주장했다. 개헌 논의를 주도하던 정부는 5년 단임과 국무총리를 두는 안에 무게를 두었다.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김영삼, 김대중 등 당시 야권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러닝메이트로 대통령과 함께 선출되는 부통령은 2인자로 부각되기 마련이라서 대통령이 절대적 권력을 향유해 왔던 우리의 정치 경험상 생소할뿐더러,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기에 앞서 국가원수이자 통치권자이기 때문에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당시에는 지배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5년 단임 직선제 대통령에 국무총리를 두는 현행 헌법이 탄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명망가를 국무총리로 임명해서 야당과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에 대한 방탄막으로 이용했다. 3당 합당 전까지 여소야대 정부를 운영해야 했던 노 전 대통령으로선 이현재, 강영훈 같은 총리의 도움이 절실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회창, 이홍구, 이수성, 고건 등 잠재적 후계 그룹을 총리로 기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총리를 사람을 키우는 자리로 보았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무총리 자리를 ‘DJP 연합’의 도구로 사용해서 김종필, 박태준, 이한동 자민련 총재가 연이어서 총리직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보수층을 인식해서 고건 전 총리를 첫 총리로 기용했고, 정권이 안정되자 이해찬, 한명숙 등 정치적 동반자를 총리로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기용해서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고 후계자로 키워 볼 생각을 했으나 박근혜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정 총리는 반쪽 총리로 전락했고, 그 후엔 관리형인 김황식 총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대선 공약과 마찬가지로 이 약속 또한 공허하게 되고 말았다. 세종시로의 정부부처 이관을 약속한 박 대통령으로선 책임 내각제를 운영해야 할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총리는 물론이고 대부분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간 상황에서 전처럼 청와대가 친정(親政)을 하다가는 정부가 마비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웬만한 사안은 세종시에서 총리와 내각이 스스로 결정하고, 총리가 정기적으로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내각의 의견을 전달하는 구도가 되어야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밤새워 보고서를 읽고 모든 사안을 일일이 지시하는 만기친람형 미시(微視) 관리를 하고 있어 총리는 아무런 용도가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하에서 총리는 행사에 참석해서 인사말이나 하고 국회에 나가서 내용 없는 답변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소신형 장관을 찾아볼 수 없는 행정부이다 보니 명색이 행정수도라는 세종시에선 어떠한 결정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총리와 장관은 세종시와 서울 사이를 끝없이 떠도는 유랑객이 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기를 들고 행정수도를 관철한 박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는 일도 없는 총리이지만 총리라는 자리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기만 한 것도 아이러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이 총리를 못 구해서 정부 자체가 골병이 든 형상이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제 정부에 어정쩡한 총리를 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은 총리를 통치 수단으로 이용했고, 1987년 개헌 후에도 총리는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방탄용으로, 연립정부에서는 연정 파트너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로 이용됐다. 헌법은 총리가 국정을 통할한다고 규정하지만 그런 기능을 비슷하게나마 했다고 평가받을 총리는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하다.

17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이완구 신임총리가 국무위원등 참석자들로부터 경례를 받고 있다. (출처 : 경향DB)


기회가 되면 개헌을 해서 총리라는 자리를 아예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경복궁 위에 베르사유 궁전처럼 버티고 있는 청와대를 버리고 세상으로 내려와서 총리와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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