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의 실패 원인으로 과도한 정치적 의도 개입, 개혁 관련 법제화의 실패, 낮은 수준의 국민적 지지, 적정 국방예산 확보 실패, 그리고 군의 집단이기주의를 꼽는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군의 통합을 해치는 각 군 이기주의다. 자군 중심의 배타적 행태는 편협한 것으로 군의 고질적 병폐다. 통합해 적과 싸울 준비를 해야 할 군은 집단이기주의에 집안싸움이나 하는 후진적 구조다.

그런데 개혁 집행부가 군을 장악하지 못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봉합해 버리니 개혁은 본질이 훼손되고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구심점 약한 3군의 병립적 구조, 균형발전 명분에 따른 예산 나눠먹기, 해묵은 군 간 불신이 만들어낸 우리 군의 독특하고도 파행적인 모습이자 청산해야 할 모습이다.

모든 개혁에는 저항과 고통이 따른다. 국방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제도로 보호받고 관행을 통해 특혜와 이득을 누려온 기득권 세력이 저항하기 마련이다. 오랜 역사의 자군 이기주의와 관행이란 이름의 적폐를 깨야하고, 각종 비효율적 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며, 임관 출신 간 불신과 진급 만능주의도 수술해야 한다.

처음에는 개혁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받아들이는 시늉을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 또한 잘 알고 있다. 안보상황에 변화가 있거나 또는 개혁 추진동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이 틈을 놓치지 않는다. 온갖 되지 않은 명분과 구실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사안은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차기 정부로 넘겨 버린다. 실현되기 힘든 상황조건 단서를 달아 마냥 뒤로 미루는 식의 저항은 개혁을 방해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시작하는데, 단골 화두가 군심(軍心)이다. ‘내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군심’ 등을 내세워 개혁에 반대하는 일부 기득권의 마음이 마치 군 전체의 일치된 생각인 양 오도한다. 언론을 통해 군심 이반, 군심 동요, 출렁이는 군심을 전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군심의 사전적 의미는 군인들의 일치된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은 대통령의 정당한 통수권 행사와 개혁의지를 훼손시키고자 부하들의 생각이 무조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아전인수식 군심을 내세우니 억지의 극치다.

군심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각 군별, 지역별, 계급별 병력 수 등을 근거로 표본집단을 엄정히 선별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객관적인 설문지로 설문을 진행하고 과학적인 통계기법을 동원해야 한다.

한데 과거부터 최근까지 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군심을 들먹였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통계적 엄밀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불만을 숨기고, 앞으로 닥칠 불이익을 막을 요량으로 군심을 들먹이는 것에 불과하다. 개혁과정에서 저항세력이 즐겨 쓰는 군심이란 말은 불안감과 분노를 갖고 있는 집단이 이기적 목적에서 악용하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저항세력부터 척결해야 한다. 군심을 들먹이는 자들이 그들이다. 이를 위해 군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정성적 판단에 더해 정량적 분석과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국방개혁 과정에서 군인들 저변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 또한 요구된다.

지금 군 내부에서는 “지금까지는 너희끼리 해먹었으니 앞으로는 우리끼리 해먹는 게 개혁이다”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돈다고 한다. 집단이기주의와 군 간 불신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이들이야말로 군의 발전과 통합을 막는 자들로 적폐세력이자 청산해야 할 대상임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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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는 국가이익을 도모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경영의 최대 중대사다. 이는 국방, 외교, 경제, 정보, 문화, 환경, 심리 등 국력요소가 총망라된 통합적 개념으로서 결코 국방부만의 독점영역이 아니다. 작금의 사드배치 문제를 두고 군 출신 최고위 책임자들이 취한 행태를 보면서 수치심을 넘어 측은지심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라고 강변해왔지만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안보, 외교안보, 환경안보, 국민심리 등의 면에서는 오히려 위협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물론 ‘국방’은 국가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국방은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유지·발전해 왔다. 그러나 안보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우리의 국력과 국민의식 수준도 크게 향상되어 이제는 ‘혈맹’ 관계에만 의존해온 한계를 벗어나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적인 국방체제를 구축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점증하고 있다. 이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전시작전통제권,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 방위비분담문제, MD체계 및 사드배치 문제 등을 국익이 상호균형을 이루는 호혜평등의 입장에서 검토·보완함으로서 지금까지 돈독하게 이어온 대미 우호적 국민감정을 더욱 견실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 6월 2일 (출처: 경향신문DB)

‘국방개혁’은 국가재정상의 제한과 대미협력의 문제 등 정부의 일방적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고려요소가 많다. 그러나 이의 하위개념인 ‘군대개혁’은 다르다. 그 핵심은 군대문화의 개혁으로서 국군통수권자의 의지만 있으면 관련제도 개혁을 통해서 얼마든지 단행할 수 있다. 입법절차를 요하는 제도개혁이 아니라 ‘대통령령’이나 ‘국방부령’ 혹은 ‘규칙’ 개혁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부들에겐 양성과정에서의 훈육제도, 근무평가제도, 진급제도, 상벌제도 등의 개혁을 통해 지향하는 의식과 리더십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으며 병사들에게는 병영생활제도, 정신교육제도, 인권보장제도, 상벌제도 등의 개혁을 통해 바람직한 군대문화가 정착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군대개혁을 군대에 맡겨서는 불가능하다. 조직 이기적인 변명의 논리만 늘어놓음으로써 객관성을 잃어버릴 것이 뻔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군내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를 전격 해체하고 방산비리에 연루된 역대 국방장관들을 모두 처벌했다. 좌고우면 없이 돌파하는 특유의 리더십에 힘입어 개혁을 위한 정지작업은 성공했다. 그러나 관계 장관 및 참모들에 의한 제도개혁의 후속조치가 따르지 못해 인적청산이 적폐청산의 모두인 양, 정치 선전 효과만 누리다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 때 비로소 국방개혁에 본격 착수했다. 그가 동부전선 최전방부대에서 사병으로 복무하면서 군대개혁의 필요성을 얼마나 통감했으면 훗날 “군대가 젊은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썩게 만들고 있다”고 일갈했겠는가? 그의 재임기간 중에 ‘국방개혁 2030’이 입법화됐다. ‘병역의무 기간 단축’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무기체계 첨단화에 따른 병력 감축’ 등이 포함된 우리 군 최초의 국방개혁 기획문서였다.

우리 군대 내에는 아직도 친일세력에 의해 주조되고 독제권력에 의해 체질화된 생명경시, 부하 인권무시, 상급자 편의 위주, 증오적인 경쟁 유발 등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권위주의 문화의 적폐가 상존해 있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은 도전의식을 잃고, 자존감을 상처받아 눈치보기에 익숙한 패배적 도망주의자로 길들여지고 있다. 이런 문화에 젖어 생활하던 병사들이 제대 후 학교 선후배 간, 직장 상사와 직원 간 위계적이고 불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면 얼마나 우려스러운 일인가? 병패는 이뿐만이 아니다. 군대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최근 폐기된 ‘국정역사교과서’보다 훨씬 더 시대역행적인 교재로 수십 년간 병사들에게 정치교육을 시킴으로서 국민의식을 황폐화시켜 왔다.

민주주의 발전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며 세계가 극찬한 촛불명예혁명을 극렬 반대해온 극단주의자 대부분이 고령의 남성들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복무 경험이 없는 여성들이 훨씬 합리적이며 정의감이 강하고 당당했다. 전적으로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군대 생활을 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정치교육에 찌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군대가 달라지면 나라가 달라진다. 군대 내에 쌓여 있는 적폐를 청산하여 자랑스럽고 자부심 넘치는 군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군대, 진심 어린 신뢰와 찬사를 바탕으로 자식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그런 필승의 군대로 거듭나게 하자.

표명렬 | 전 육군정훈감·평화통일화해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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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국방부가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사드에 대해 제대로 보고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가 작심한 듯 다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사드 추가 배치를 파악하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 들어있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문구 등이 최종적으로 삭제되면서 두루뭉술한 내용만 보고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묻자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드 보고에 비협조적이라고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 장관에게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 “지시한 일이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장관과 국방부는 보고 누락 논란이 오해라는 투로 해명하고 있다. 군통수권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군의 특성상 고의 누락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이미 사드 도입에서부터 배치까지 불투명한 태도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발사대 4기 등을 추가 반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확인한 적은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국방부는 사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서 보고했어야 한다. 언론 보도로 추가 배치 사실이 일부 알려졌다는 것으로 잘못을 면할 수 없다. 보고서 초안에 들어 있는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내용을 삭제한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가 중시하는 사드 배치 문제를 처음 보고하면서 민감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는, 사드가 몇 기 배치됐느냐는 단순한 부분까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사드 추가 배치 보고를 누락한 것이 미국의 보안 유지 요청을 감안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문민통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야당들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사드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사건을 침소봉대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진실 공방 논란으로 이어질 조짐도 있다. 청와대는 이를 감안해 조속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사드 보고 누락 논란은 또한 강도 높은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국방부 자체 역량과 논리로는 군의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시민의 시각에서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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