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국방개혁도 ‘버전 업’ 시대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 1.0’으로 간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화 발전시킨 ‘국방개혁 2.0’ 버전을 국민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실패한 것에 대해 흔히들 정권이 바뀌면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을 주된 이유로 든다. 그러나 속을 내밀히 들여다보면 국방개혁이 왜 필요한지 군 구성원들 스스로 공감하는 데 실패한 탓이 컸다. 보수적인 군 수뇌부가 진보 정권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식이었다. 군 구조의 하드웨어적인 개혁을 하면서 군인 정신의 소프트웨어 파워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국방개혁 2020의 좌절은 시스템과 정신 변화가 함께 어우러져야 국방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국방개혁 2020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군은 지극히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집단이다. 그만큼 잘못된 과거를 고치는 데 인색하다. 한국 군부가 창군 당시 친일세력과 군사 쿠데타·독재 시절의 유산을 지금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군 원로들이 국군의날(10월1일)을 광복군 창설일(9월17일)로 바꾸자는 얘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

국방부는 지난 4월25일 ‘가짜 신화’ 논란을 빚은 심일 소령(1923~1951년)의 북한군 자주포 파괴 전공을 기정사실화하는 발표를 했다. 이를 놓고 심일 소령 논란이 군 역사 바로잡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방부가 새 정부 출범 전에 ‘알박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심일 소령 신화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도 사실이라고 결론내는 것은 무리”라며 “심일 소령의 공적 진위 문제는 군의 울타리를 넘어버렸다”고 말했다. 군 정훈교육이 아니라 국민교육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당초 심일 소령 논란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이대용 전 베트남공사(예비역 육군 준장)의 발언을 인용해 “심일 소령이 6·25전쟁 개전 당시 실제로는 대전차포 1문을 적에게 넘겨주고 도망갔다”고 보도했고, 군 안팎에서 ‘가짜 영웅’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국방부는 ‘심일 소령의 전과가 사실’이라는 산하기관인 군사편찬연구소 보고서를 발표할 것을 육군에 지시했다. 심일 소령이 육군임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한설 육군 군사연구소장(육군 준장)은 즉각 이를 거부하고 40일 동안 자체적으로 확인 조사를 실시한 후 심일 소령의 공적이 허위라고 국방부에 보고했다. 역사학 박사인 한 소장은 “역사학자로서 양심을 거스르면서까지 국방부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기관과 육군 기관이 맞서는 형국이 되자 당황한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심일 소령 공적확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이 위원회는 편파적 행태로 계속 구설에 올랐다. 지난 1월에는 일방적인 발표회 형식의 ‘무늬’만 공청회를 열어 군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다.

심일 소령의 공적 논란은 1981년에도 있었다. 당시 박경석 육군본부 인사참모차장(준장)은 진상조사 책임자로 조사를 벌여 사실이 아님을 밝혀낸 후 심일 소령의 태극무공훈장 삭탈을 건의했지만 전두환 군사정권 출범으로 후속 조치는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해 공적확인위원회는 관련 서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경석 장군을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공적확인위원회는 6·25전쟁 당시 심일 소령과 함께 맨주먹으로 적 전차를 물리쳤다는 전쟁 영웅들인 김기만 중사 등 ‘육탄 5용사’는 “사실을 과장·미화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사실이 아님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이전부터 육탄 5용사는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이 미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군 안팎에서는 1949년 개성 송악산 전투의 ‘육탄 10용사’와 베트남전 앙케패스 전투의 태극무공훈장 조작 의혹 등 ‘가짜 영웅’ 논란이 수십년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군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보수 정권과 군 고위층이 책임 회피를 위한 ‘군 영웅’ 만들기를 남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육군은 최근 국방부의 강행 지시에도 불구하고 심일상 수여 재개 논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후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상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심일 소령의 군인 정신을 기린다며 ‘심일상’을 제정한 뒤 육사 우수 생도 3명과 탁월한 통솔력을 발휘한 전방 근무 중대장 14명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육사 심일상의 경우 제정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않는 등 밀실에서 이뤄진 사실이 확인돼 누가 일방적으로 만들었는지도 진상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육군은 앞서 부사관 영웅실에서 ‘육탄 10용사’를 제외했다. 육군은 영웅실에 6·25전쟁 이후 부사관들만 포함시켰다는 이유를 대지만, 육탄 10용사의 핵심들이 전사한 게 아니라 북한군에 귀순한 사실이 드러나 가짜 논란에 휘말려 있음을 의식한 조치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군의 가짜 영웅 대부분은 일본 군국주의를 모방한 과거 친일 군부의 작품이다. 일본 군국주의 선동의 도구가 한국군으로 건너와서 호국 영웅의 아이콘으로 포장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일본조차 이미 ‘(관동군) 육탄 3용사’와 같은 군국주의 가짜 영웅 지정을 반성하고 있지만, 한국군 고위층 대부분은 “사실 (가짜 영웅의) 공적을 인정하면 편하고, 뒤집기는 어렵다”는 말로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최 교수는 “귤상자에서 귤 하나가 썩으면 전부의 상품성이 바닥난다”고 지적했다. 가짜 영웅이 진짜 전쟁 영웅의 가치까지 훼손시킨다는 의미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군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가미한 ‘2.5’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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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국방부가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사드에 대해 제대로 보고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가 작심한 듯 다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사드 추가 배치를 파악하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 들어있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문구 등이 최종적으로 삭제되면서 두루뭉술한 내용만 보고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묻자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드 보고에 비협조적이라고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 장관에게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 “지시한 일이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장관과 국방부는 보고 누락 논란이 오해라는 투로 해명하고 있다. 군통수권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군의 특성상 고의 누락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이미 사드 도입에서부터 배치까지 불투명한 태도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발사대 4기 등을 추가 반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확인한 적은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국방부는 사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서 보고했어야 한다. 언론 보도로 추가 배치 사실이 일부 알려졌다는 것으로 잘못을 면할 수 없다. 보고서 초안에 들어 있는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내용을 삭제한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가 중시하는 사드 배치 문제를 처음 보고하면서 민감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는, 사드가 몇 기 배치됐느냐는 단순한 부분까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사드 추가 배치 보고를 누락한 것이 미국의 보안 유지 요청을 감안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문민통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야당들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사드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사건을 침소봉대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진실 공방 논란으로 이어질 조짐도 있다. 청와대는 이를 감안해 조속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사드 보고 누락 논란은 또한 강도 높은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국방부 자체 역량과 논리로는 군의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시민의 시각에서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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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의 국내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를 국내에 추가로 반입한 사실을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누락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청와대는 25일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의 반입만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기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해야겠지만 국방부가 업무보고에서 추가 반입 사실을 누락한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림마당] 2017년 5월 31일 (출처: 경향신문DB)

그간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주권에 대한 폭거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시민사회와 야권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더니 탄핵 이후에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야밤에 사드 장비 국내 반입, 경북 성주 배치 등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에 중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정부 시기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전 정부와 달리 국회 비준 등 재검토 방안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보고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설령 단순 실수라 해도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실수를 가장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군 통수권자에게 항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는 국제 문제이자 민감한 국내 쟁점이기도 하다. 외교, 안보,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남북, 한·중, 한·미 관계를 두루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당연히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과도 연계해야 한다. 결코 소수의 군인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드 기습 배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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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1주일 만에 처음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했다.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최고군령부인 합참에서 군 대비태세를 보고 받은 뒤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휘관회의에 여야 국방위원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및 야당과의 협치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야당 의원과 안보 정보까지 공유하며 과감하게 협치를 시도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해 대회의실에 도열한 전군 주요 간부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날 협치 시도는 문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반쪽으로 끝났다. 야당 소속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바른정당의 김 의원,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서영교 의원 등 3명이 전부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영우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다 여당과 가까운 의원들이어서 야당이 동참했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불참한 야당 국방위원들의 태도는 유감스럽다. 그렇지만 야당 의원들을 탓할 일만도 못된다. 의원들은 전날 오후 참석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사전에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참석을 요청해 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한 것은 협치라고 할수 없다.

협치는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협치를 제대로 하려면 협치할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새 정부가 그런 점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시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면 야당 의원들도 정부에 호응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는 협치를 보장할 수 없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행사에 야당이 들러리 서라는 식이면 될 일이 없다. 전군 지휘관회의에 참석한 국방위원들은 문 대통령과 차 한잔한 것 외에 한 일이 없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도 말로만 협치를 내세울 뿐 새 정부와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일 비난만 해왔다. 국민의당도 문 대통령 비판으로 새 원내지도부 출범을 알렸다. 이런 신경전으로는 협치가 어렵다. 새 정부와 야당이 진실로 협치를 하고자 한다면 협치의 틀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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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 통신망이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계룡대에 있는 한 부대가 외부 인터넷망과 내부망을 동시에 연결해 놓은 것이 발단이 되어 악성코드가 내부망으로 퍼지면서 무려 3200여대의 컴퓨터가 감염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군이 해킹 흔적을 처음 발견한 뒤 한 달 반이 넘도록 내부 통신망이 해킹된 것을 몰랐으며, 지금까지도 해킹 피해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방어 전선이 뚫린 것도 모자라 사후 대응에서도 무능을 드러낸 것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내·외부망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며 해킹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이번에도 “3개의 정보체계 중 업무용 인터넷망과 국방망은 뚫렸지만, 작전에 사용되는 전작망은 해킹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제 이 해명 역시 믿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작전계획 전체를 새로 수립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군의 사이버 능력과 보안 관리는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하기에 창피한 수준이다. 사이버전을 담당한 부대가 특정 대선후보를 위해 댓글이나 달고 있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사이버전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군은 사이버전이라도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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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야당과 시민이 반대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안을 의결했다. 협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오늘 한·일 양국의 서명으로 체결·발효된다. 중대 안보 사안을 지난달 27일 국방부의 협상 재개 발표 이후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군사작전하듯 처리했다. 이런 협정안 의결은 사실상 무효다. 무엇보다 범죄 피의자로 국정 책임자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한 식물대통령과 문민통제를 거부하는 군부의 결정에 대한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 대통령도 총리도 아닌 부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의 효력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단 한번의 공청회도 열지 않고 협정을 강행한 정부의 결정을 신뢰해야 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이 이 협정을 단지 외국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의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한·일 간 직접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의 정보는 기존의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그보다는 이 협정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이 북핵 위협을 이유로 자위대의 북한 지역 접근을 시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어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덜컥 협정부터 맺은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북핵 대비용이라고 하지만 영토 관련 사안을 이토록 허술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중국이 협정을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 편입으로 보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의 한류 규제 강화도 보복성 조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후의 안보 지형을 감안하지 않고 협정을 체결한 것도 성급해 보인다. 협정 체결로 인한 동북아 정세의 변동성을 절대로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갈등적 사안은 통치권 붕괴 상황에서 강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중단했던 협상 재개를 선언하고 기습작전하듯 처리했다. 시민 반대를 묵살한 채 밀어붙인 협정은 향후 안보의 중대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은 협정을 주도하고 동조한 모든 책임자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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