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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17 [김진우의 기자 칼럼]위험한 발상 ‘국감 무용론’

2014년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향하고 있다.

총평을 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이번 국감만큼 시작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국감은 없었던 것 같다. ‘역대 최다 피감기관과 최단 준비기간’으로 특징지어지는 이번 국감은 해마다 지적돼온 국감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애초 여야는 지난 1월 ‘분리 국감’ 실시에 합의했다. 상·하반기로 국감을 나눠 실시해 내실을 기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분리 국감은 무산됐다. 여야는 오히려 지난 9월30일에야 국감 일정에 합의하면서 ‘벼락치기’ 준비에 몰려야 했다. ‘부실·맹탕 국감’ 우려가 제기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실제 국감이 시작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일부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감 첫날부터 일부 상임위가 파행했다. 구체적인 비판이나 생산적 논쟁보다 호통과 고성이 이어졌다. 자료 ‘재탕’도 반복됐고, 각종 소품과 동식물을 활용한 ‘관심끌기용 쇼’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국감 파행과 여야 공방이 반복되면서 ‘정쟁 국감’ 비판은 물론 ‘국감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정쟁 국감’ ‘국감 무용론’으로 국회를 싸잡아 비판하는 건 따져볼 일이다. 이런 담론이 자칫 행정부 견제·감시라는 입법부 기능까지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쟁’ 담론은 여권의 ‘전가의 보도’다. 이 프레임 안에선 정부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과 구체적인 지적까지 ‘정쟁’으로 호도되고, ‘정략’으로 매도된다. 특히 야당 입장에선 이 같은 프레임이 ‘이중’ ‘삼중’의 올가미로 작용한다.

사실 국감은 국회, 특히 야당이 이기기 쉽지 않은 전장(戰場)이다.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무엇보다 인력·정보·전문성에서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국회가 행정부 공무원들을 상대하기 버거운 경우가 많다. ‘한 방’을 터뜨리는 ‘노하우’를 가진 고참 보좌관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피감기관들은 다양한 형태로 국감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공개 자료’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기본. 늑장 제출, 부분 제출, 엉뚱한 자료 제출, 핵심만 쏙 뺀 자료 제출 등 수많은 수법이 동원된다. 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상임위 의결사항인 만큼 여당이 반대하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표면적으로야 국감의 ‘갑(甲)’은 국회의원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셈이다. 피감기관들이 갑질에 당하는 ‘을(乙)’로 납작 엎드리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을 갖고 노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 국감에선 일부 피감기관들의 자료 제출 거부나 무성의한 답변이 도를 넘었다는 평이 있다. 산업부가 “산하기관 답변서는 소관과 스크린 후 제출할 것” 등의 지시가 담긴 공문을 하달한 게 밝혀지는 등 국감자료 검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야 모두가 제지하는데도 굳이 업무보고를 하겠다면서 의원들을 ‘도발’하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후안무치에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야당에서 국감을 중단하겠다고 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겠는가.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사무차장과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사실 국정감사권이 완전히 부활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개정된 헌법을 통해서였다. 앞서 유신정권은 국회의 국정감사권을 없앴다. 그때 논리가 “부패를 불러오고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국감 무용론의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호통만 치는 ‘버럭’ 의원들이 미덥지 못하지만, 국감을 포기해선 안되는 이유 또한 엄연히 있다. 이번 국감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이버 검열과 증세 문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여론을 환기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권 불신에 편승한 국감 무용론보다 국감 내실화 방안에 천착해야 하는 이유다.


김진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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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