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실물을 내놓기 전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념의 문제였다. 정권이 역사관을 독점하면 안된다는 생각, 미래세대에게 하나의 역사관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생각.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무기로 싸웠다.

전선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높은 국정화 반대여론을 바꾸기 위해 완성도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지만 현대사에 교묘한 편향과 왜곡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2016년 11월28일 현장검토본 발표 후 깨졌다. 사람들은 이제 “이게 교과서냐”고 묻는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든 이들은 최신 연구 대신 수십년 전 폐기된 학설을 인용하고, 조선 대표 실학자를 소개하며 다른 이의 영정(인물그림)을 썼으며 좌우가 바뀐 사진을 원사료인 양 실었다. 교육부가 지적을 받아들여 현장검토본에서 수정했다고 밝힌 오류 건수만 760건인데, 민족문제연구소는 현장검토본과 공개된 최종본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실제 수정 건수는 1072건이라고 밝혔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최종본에 653개의 오류가 더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중 일부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견해 차이”라며 버티고 있다. 교육부 말대로라면 견해가 다를 수 있는 내용을 교과서에 실었다는 뜻이다. 수능시험에라도 나오면 당장 소송감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어떤 국정교과서 찬성론자들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을 강조한 것이 왜 문제냐”고 한다. 아쉽게도 국정교과서는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팩트로 싸운다. 교과서가 무기다. 현대사 부분까지 가기도 전에 교과서는 놀랄 만한 수준을 드러낸다. 세계 민주국가들의 교과서 발행체제를 공부하며 국정화 비판 논리를 준비하던 역사학자와 교사들은 상대를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사실에 실소를 짓고 있다. 한 지인이 “그래도 아까우니 한국어 교재로 활용하면 어떠냐”고 했다. 국립국어원이 단 1주일 동안 어문규범을 감수한 결과 <한국사>에서만 1436건의 비문과 오탈자, 표기 오류가 발견됐다. 한글교재로도 못 쓴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청와대가 시켰고 여당이 온 힘을 다해 뛰었다. 공무원이 뜻을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진짜 잘못은 국정교과서 발표 이후부터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인정한 부분만을 봐도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그사이 ‘주문자’는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촛불광장에선 수백만명이 얼굴을 드러내고 “국정교과서 폐기”를 외쳤다. 교육부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면, 선의로 했으나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반성했다면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하기 힘들었다면 몇개월 뒤 떠날 장관이 탄핵국면과 여론을 핑계로라도 이용해 교육부의 자존심을 지켰어야 했다.

교육부는 느닷없이 ‘다양성’이 중요하다며 국·검정혼용제를 발표해 국정교과서의 생명을 연장하고, 연구학교를 운영하겠다며 가산점과 돈으로 교사들을 유인하다 그마저도 안되니 보조교재로 뿌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장관은 행자부 장관과 법무부 차관을 대동하고 연구학교 신청을 막는 외부세력이 있다며 “법적 조치”를 운운했다. 겁쟁이들은 늘 “두고보자”고 한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기적 같은 기회를 교육부는 최선을 다해 걷어찼다.

대선 후보들은 교육부 폐지와 개편을 말하고 있다. 교육부가 정말 문을 닫게 된다면 이준식 장관과 현 간부들의 책임이 팔할이다.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꽃다발을 주고, 전국의 학교현장을 찾아다니며 덕담을 건넨 시간을 떠올리며 장관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교육부가 받은 박수는 장관이 아니라, 보도자료에 이름 한 줄 나오지 않는 공무원들이 헌신한 결과다. 공약은 ‘공약(空約)’이 되기 십상이고 교육부는 인사물갈이로 개편을 대신할지도 모른다. 어떤 결과든 이런 교육부는 마지막이길 바란다.

장은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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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문명고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5일째 교내 시위 중이다. 학생들이 다음 아고라에서 벌이고 있는 서명운동은 단 며칠 만에 목표치 1만명을 넘어섰다. 학교 재단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밀어붙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문명고 사태는 여론무시와 꼼수, 편법으로 얼룩진 국정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교장은 학교운영위원 다수가 반대하자 학부모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설득작업을 벌였다. 교사들에게는 찬성 서명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교사는 보직해임했다. 학생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등교하지 못하도록 자율학습 폐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결국 항의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연구학교 지정 문제를 떠나 재단과 교장의 일방적 학교 운영 자체만으로도 반교육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학교 운영은 내실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는커녕 혼란과 분열만 낳을 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문명고의 독단적 결정 과정은 박근혜 정권 교육당국의 행태를 빼닮았다. 경북교육청은 문명고 교사 다수가 반대하자 연구학교 지정 요건 가운데 ‘교사 80% 동의’ 항목을 삭제했다.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추진할 길을 터준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 승진 가산점과 연구지원비 1000만원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응하는 곳이 없자 마감 시한을 5일 더 연장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준식 부총리는 국정 역사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하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 정권은 교육 문제에서도 채찍과 당근이란 비교육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는 것 같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술 분량이 세종대왕의 7배를 넘을 만큼 편향된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오류도 수백개가 넘는다. 전국 5000여 중·고교 중 문명고 단 한 곳만 연구학교로 지정되는 초라한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어제는 고교생 92%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사왜곡 가능성, 편향된 역사의식, 집권당 성향 편중 등이 반대 사유였다. 고교생들도 알고 있는 문제점을 정작 당국자들은 모른다니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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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작되지 않았어야 한다. 대체 역사를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가 얼마나 되나? 국정화를 중도에 그만둘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정말 많은 국민이 반대했을 때, 정책을 추진한 세력이 탄핵당했을 때, 교육부 스스로 올바른 교과서란 명칭을 포기할 정도로 편향과 부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을 때가 그랬다. 그런데 이게 뭔가? 교육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이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갖은 혜택을 준다는데도 채택하는 학교가 없다. 학교 구성원의 반대를 깔아뭉개고 억지로 밀어붙였던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학생들까지 들고일어나서 반대한다. 대자보를 쓰고, 집회를 하고, 필리버스터를 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처음부터 역사교육 발전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서 드러났듯이 정권이 국민 편가르기를 통해 권력 기반을 다지려고 진행한 일이다. 주범이 단죄를 받고 있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목적으로, 같은 시기에 추진된 일이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육부가 국민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으려면, 국정교과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국·검정 혼용이니, 연구학교니, 보조교재로 보급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교학사 검정 통과부터 3년 반 동안의 일을 교훈 삼아 역사교육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토론을 시작하자. 어떤 역사교육은 안 되는지, 어떤 역사교육을 지향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자. 99.9% 학교가 채택한 교과서가 편향되었고 그 나머지 0.01%가 상식적이고 올바르다는 억지주장일랑 거두고, 헌법정신과 교육기본법에 나타난 민주시민 형성을 위한 역사교육의 방향을 토론해보자.

차제에 교과서 형태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선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나열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5지선다형 지식 교육은 이제 끝내자. 토론수업이 가능하도록 풍부한 자료를 싣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한 완전히 달라진 교과서도 상상해보자.

현재 진행하는 검정 일정은 일단 중지해야 한다. 44억원을 들여 1년 반 동안 만든 책에서 엄청난 오류와 편향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대체 왜 편향되었다는 지금 집필기준을 적용하여 다섯 달 만에 검정교과서를 만들라고 강요하는가. 2017년에는 우선 역사교육의 내용이나 교과서의 형태에 대하여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마련하는 해로 정하자. 검정 방식도 손을 보자. 최소한 지금 교육부가 정해놓은 1년6개월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 교육부가 검정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검정 기관의 내용 개입은 최소화하되, 전문가를 충분히 투입하여 오류가 없는 책을 만들자. 국정교과서 개발에 들인 돈의 10분의 1만 들여도 가능한 일이다.

새 교과서가 개발될 때까지는 지금 교과서를 그대로 쓰면 된다. 어차피 지금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가 내용기준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했으며, 그러고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강제수정까지 했다. 그 책을 2020년까지 쓰면 위 일정을 확보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역사가 요즘처럼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상황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이 역사교육을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활용하고, 그때마다 국민들이 이리저리 편을 갈라 갈등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존엄하다. 우리 헌법 10조의 가치다.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다름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도록 하며, 서로 다른 이들이 소통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는 역사교육을 할 수 없을까? 권력이 부당하게 역사를 이용하려 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다. 역사교육은 교사와 역사학자들에게 맡기고, 교육부나 정치권은 다른 일을 더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학생들은 역사 말고도 여러 교과를 배우며, 교육당국은 교과 공부와 관련된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 교육부 장관이 공대 교수 출신인 걸로 안다. 국정교과서 문제로 씨름하지 말고, 잘하실 수 있는 일로 국가에 헌신하길 바란다.

김육훈 | 역사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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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모든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친일·독재를 미화해 폐기해야 마땅할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제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부른 것은 검정 절차 탓이라는 지적이 있어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중·고교에서 쓰일 검정 역사교과서가 집필기준에 미달하면 검정 심사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의 큰 틀을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도록 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로 만들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고, 박정희·이승만 관련 내용과 북한의 도발 사례를 대폭 늘린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지 않는 검정 역사교과서는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판사가 심사본을 제출하면 교육부 지침에 따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출판사들로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탈락하면 교과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정 역사교과서 필진이 자기 검열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를 개연성이 높다. 검정 역사교과서가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검정 혼용 방침에 따라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자신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기 부정이자 무원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2015년 8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교육부 위탁으로 역사 교수와 중·고교 교사 13명이 참여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들어 공청회까지 거쳤다. 하지만 국정화 고시가 발표되면서 해당 집필기준은 시안으로만 남아있다.

시민에게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려볼 요량으로 꼼수만 쓰고 있는 교육부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박근혜표 국정교과서’에 부역해온 잘못을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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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으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만 20년을 채웠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멕시코, 터키와 더불어 OECD 내의 ‘못난이 3형제’다. 노동시간, 자살률, 노인 빈곤율 등 부정적인 분야에서는 OECD 상위권을, 수면시간, 노동자 근속 기간 등 긍정적인 분야에서는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붙은 별명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못난이 3형제’를 면할 뿐 아니라 ‘선배 선진국’마저 압도하는 분야가 바로 공교육이다. 높은 학업 성취도는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학습 시간 등의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것 말고도 학교 시설, 교육 인프라, 우수한 교원의 확보, 평등한 교육 기회 등 우리나라 공교육이 OECD 최상위권을 차지한 분야는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자신감, 학교에서의 행복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교사의 직무 만족도와 직무 효능감 등은 ‘못난이 3형제’마저 멀찌감치 따돌린 압도적인 최하위다. 비유하자면 훌륭한 연주자, 좋은 악기, 쾌적한 공연장을 갖췄지만 청중과 연주자 모두 불만에 가득 차 빨리 공연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이는 연주하는 곡 자체가 졸렬하거나, 오케스트라 운영방식이 잘못되었거나, 지휘자가 무능한 탓이다. 지난 10년간 교육당국은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정권 입맛에 따라 누더기나 다름없는 교육과정을 만들었고, 그걸로 모자라 걸레로도 못 쓸 국정교과서까지 들이밀었다. 그 밖에 수많은 낡은 교육제도와 시대착오적 교육법이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가로막았고, 거기 기생하는 관료들이 변화에 저항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기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교육을 왜곡했다.

2017년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다. 개헌 논의도 활발하다. 그렇다면 이참에 국가의 100년 기틀이 되는 교육도 개헌 수준으로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교육법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보호하고, 정권이나 기타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지켜주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내리 먹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교육전문가들의 토론, 교육자와 학생의 만남 속에 생성되어야 한다.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교육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통해 충성경쟁을 벌여왔던 교육 관료들의 권력도 저절로 무너지고, 우리나라 100년의 장래가 거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반대로 교육 관련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교육부 장관이 바뀌더라도 낡은 저 교육체제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헌법 공부가 유행이라고 한다. 헌법을 공부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권리다. 그렇다면 교육법을 공부하는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새해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교육법을 공부하는 모임들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손바닥 헌법’처럼 ‘손바닥 교육법’ 같은 책자도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 교사가 자신들을 개·돼지로 만드는 권위주의적이고 낡은 법 조항들을 샅샅이 밝혀내 폐지를 요구하고, 그 자리를 대신할 조항들을 만들어 제안하고 공론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는 교육의 개헌이며, 결국 우리나라 미래 100년을 책임질 개헌이다. 2017년이 교육주체들에 의한 교육 개헌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꿈꾸어 본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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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교육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사용을 1년 유예하고, 유예 기간이라도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려는 학교가 있으면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검정교과서를 개발하여 2018년학도부터 국·검정을 혼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품질’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먼저 역사인식의 기초인 사실의 오류가 너무 많다. 필자가 보기에는 근현대사 부분의 경우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에 비해 낫다고 말할 수 없다.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 선생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인데, 통합 이전의 직책인 내무총장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이니.

더 큰 문제는 사실과 사실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특정한 의도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외교론과 실력양성론의 독립운동을 유달리 강조하고 노동자·농민 등 대중의 생존권운동을 사회주의운동처럼 취급하며 가벼이 다뤘다. 또 유신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말할 때 흔히들 그 이유를 긴급조치에서 찾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법률이 제9호이다. 그럼에도 1300여명을 구속시킨 제9호보다는 경제문제를 다룬 제3호를 중점 소개하고 있다. 사실을 빙자하여 시대의 이미지를 비틀어 버린 대목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1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국정교과서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러다보니 국정교과서는 더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정치적 배경을 빼버렸고, 식민지기 역사를 수탈과 저항의 역사로만 기술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설명한 생활사 부분이 없다. 경제와 사회 영역이 생략·축소된 경우는 고대, 고려, 개항기 서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시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길안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재이다.

이것도 수정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글쎄, 필자들이 수정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문장을 수정해서 될 일도 아니다. 분량과 수업 시수를 고려하며 단원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까지 감수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수정이 아니라 ‘신판’ 제작이다. 오탈자 수정도 신고하는데, 이 지경에 이르면 ‘재검정’을 해야 한다.

이런 교과서를 현재의 검정교과서와 함께 사용하면 2017년 고교 1학년생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국정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운 학생은 검정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의 전체 쪽수가 최소 100쪽 차이가 나는데, 근현대사 부분에서 특히 편차가 크다. 반대로 국정교과서는 특정한 곳에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는데, 검정교과서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국정교과서를 배운 학생이 2019년의 입시를 준비하려면 다른 출판사의 책을 2~3종 더 사서 공부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외워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부 장관은 ‘공통 범위에서 출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자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절충이라지만 부담을 학생과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면 2018년 국·검정 혼용을 본격화할 때는 어떻게 될까. 이때 사용할 검정교과서는 1년 만에 인쇄까지 해야 해서 시간이 매우 촉박함도 문제지만,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교재라서 문제다. ‘대한민국 수립’ 문제와 같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더구나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은 정치사 중심이어서 역사교육의 계열성을 무시하고 있다. 1876년 개항 이전과 그 이후의 서술 비율도 6 대 4를 지향하고 있어 근현대사 교육을 강조하는 지금까지의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검정을 혼용할 것이 아니라 2019년도부터 적용할 교육과정을 우선 새로 개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역사교육을 정치화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침 내년에 대선이 있으니 역사학 대회에 참가하는 학회들이 후보자들에게 역사교육 공약을 공개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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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촛불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것은 과도한 권력욕 때문인가. 납득할 수 없다. 아무리 권력욕이 강해도 이토록 몰상식하고 몰염치하고 비양심적일 수는 없다. 분명 권력을 통해서만 획득 가능한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 권력마저 수단으로 삼는 그 무언가가 비밀의 열쇠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는 3가지가 있다. 경제성장, 대북강경론, 그리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에게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뭘 선택할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는 박정희의 딸일 뿐 아니라 정치적 후계자다. 박정희가 아프면 대통령도 아프다. 대통령은 영원히 아프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을 교육에서 구했다. 바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다.

고교 한국사 검토본을 보면 무려 9쪽에 걸쳐 박정희를 다루고 있다. 5000년 역사를 다룬 교과서 전체 분량이 293쪽이니, 과도하다는 표현이 무색하다. 반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술은 4명 모두 합해 0.5쪽에 불과하다. 박정희 이름은 23회나 언급하면서 다른 대통령은 평균 2~3회만 언급한 것도 말이 안된다. ‘효도교과서’가 아니라 ‘박정희 위인전’ 수준이다. 진짜 위인들과 비교해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성웅’ 이순신 서술은 2쪽, ‘대왕’ 세종은 1쪽이다. 안중근 의사와 류관순 열사는 각각 단 두 문장이다. 박정희는 역사 속 위인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걸출한 위인인 셈이다.

11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열을 지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주장하는 패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내용은 훨씬 더 심각하다. 박정희는 사회 모순과 가난을 타파하고 산업화, 선진화를 이끈 인물로 그려진다. 5·16쿠데타 단원은 쿠데타의 동기와 명분을 평가 없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홍보물을 연상시킨다. ‘유신헌법과 중화학공업 육성’이란 단원 제목에서는 왜곡의 냄새가 풍긴다. 민주주의 말살과 인권탄압의 원흉인 유신체제를 마치 중화학공업을 육성시킨 원천으로 오해하도록 교묘히 조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한국사를 수능 과목에 포함시킨 것은 박정희 우상화를 위한 역사조작의 마지막 한 수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박정희=절세의 위인이란 공식을 뇌리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실 박정희 위인 만들기는 국정교과서가 처음이 아니다. 경북 구미시에서는 매년 ‘탄신제’가 열리고, 생가에는 5m 높이 동상이 세워졌다. 기념박물관, 체육관이 건립되고 박정희 이름을 딴 소나무와 등굣길, 밥상, 곶감이 탄생했다. 구미시장은 박정희에 대해 “하늘이 내린 반인반신”이라며 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서울 광화문에 동상을 세우겠다는 추모단체도 나타났다. 이 정부 들어 박정희 관련 사업 투입 예산은 3000억원이 넘는다. 박정희 띄우기는 파생상품도 만들어낸다. 박 대통령이 최대 수혜자다. 울산시가 지난 여름휴가 때 다녀간 박 대통령의 산책코스에 ‘대통령님이 걸으신 곳’이라고 안내문을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그를 다룬 책에는 “진짜 거인” “선덕여왕의 화신”이란 표현이 넘쳐난다.

지자체와 일부 시민사회, 출판계의 박정희 부녀 띄우기는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우상화를 연상시킨다. 북한에서는 곳곳에 동상을 세우고 화재가 나면 가족보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부터 먼저 챙기는 코미디가 연출된다. 함경남도 신포의 이준 열사 생가 마당에는 ‘김정일 장군님 발자국’까지 보존하고 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남한에서 현실화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지금 촛불 시민은 국정농단만이 아니라 박정희 망령과도 맞선 거대한 역사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국가와 시민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싸움이다. 절대 져서도, 질 수도 없다.

대통령에게 촛불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원망스러운 존재일 게 틀림없다. 내년 박정희 탄생 100주년에 맞춰 교과서를 만들고 현장 배포를 코앞에 둔 지금 갑자기 나타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촛불에 밀려 자칫 불명예 퇴진이라도 당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국정교과서가 폐기되면 머리카락 빠진 삼손 꼴을 면할 수 없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가장 필요한 것이 시간이다. 최소한 교과서가 폐기되지 않도록 방안을 만들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는 이미 저물었다.

그제 사상 최대 230만 촛불은 대통령을 오갈 데 없는 구석으로 몰았다. 잔꾀와 말장난으로 버티지 말고 당장 물러날 것을 명령했다. 이게 정답이다. 파탄난 국정을 정상화하고, 나라 전역에 그림자를 드리운 박정희 망령을 걷어내는 길은 하나다.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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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믿었다. 김주열의 피로, 경무대 앞에서 쓰러진 학생들의 피로 4·19혁명이 이뤄졌다. 박종철, 이한열, 그리고 자신의 몸을 불사른 많은 열사들의 피는 19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자유를 위해 비상해 본 사람이면 안다. 자유에는, 민주주의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는 걸.

어느새 아득한 시절이 돼 버린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시절. 학교엔, 거리엔 화염병과 최루탄, 쇠파이프와 곤봉이 난무했다. 그걸 당연시했다. 이렇게 온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고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믿었다.

요즘은 민주주의가 촛불을 먹고 자란다. 100만명, 200만명이 촛불을 들고 권력자를 쫓아내려는 집회와 행진을 이어가지만 경찰과의 충돌은 없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는 촛불 시민들의 구호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무서운 비난과 분노가 권력자를 향해 외쳐졌다. 그러나 그들 모두 어쨌거나 임기는 마쳤다. 이번에는 정치적 꼼수가 훤히 보이긴 하지만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말은 꺼내놓은 상태다. 화염병보다 촛불의 폭발력이 더 강하다.

6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새누리당 해체 요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채택, 탄핵 추진에 제동을 건 새누리당의 대형 깃발을 찢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현 상황을 명예혁명이라 부르는 이들도 많다. 명예혁명은 1688년 영국에서 무력충돌 없이 왕을 몰아낸 혁명을 말한다. 이 혁명은 국왕의 전횡에 맞서 의회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일으킨 반란이다. 입법권, 조세제정권 등 당시 의회가 쟁취한 권리와 자유가 일반 민중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영국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긴 했다. 하지만 혁명의 과실을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의회의 주인인 귀족과 부자들이다.

무엇보다 명예혁명이라는 말은 혁명의 대상을 주인공으로 하는 명칭이다. 당시 영국 왕 제임스 2세는 새로 들어설 왕의 묵인 아래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로 도피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혁명이라면 왕을 단두대나 교수대로 보내는 거지만 왕은 스스로 물러났고, 혁명세력도 쫓겨난 왕에게 살길을 열어줬다는 의미에서 명예혁명이라 불린다.

그러나 지금 거리의 촛불은 박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명예혁명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혁명의 대상이 아니라 혁명의 주체가 주인공이 되는 이번 혁명의 이름은 촛불혁명이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과 두 달여 전만 해도 현재 펼쳐지는 상황을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과연 바람은 딴 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듯 촛불혁명은 우리 앞에 툭 떨어진 것일까. 아니다. 촛불혁명은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 수백명의 피, 메르스로 고통 속에 숨진 시민 수십명의 피,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피를 먹고 자랐다. 시민들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보며 ‘이게 나라냐’고 절망했고, 남북관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만 치닫게 하는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에 절망했고, 아버지를 미화하겠다는 ‘박근혜 국정교과서’에 절망했다. 쌓여만 가는 절망들이 결국 촛불혁명으로 폭발했다.

피와 절망으로 점철된 이 땅에서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을 뿐이다.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때 세월호에 타고 있지 않아서, 그때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하지 않아서 지금 살아 있다.

수많은 이들의 고통으로 차려진 밥상에 정치인들은 숟가락을 들고 쇄도하고 있다. 대선을 어느 시점에 치러야 유리한지 주판알을 굴리고, 누구 뒤에 줄을 서고 누구와 합종연횡해야 살아남을지 탐색하는 이들의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다. 본디 자기가 차린 밥상도 아닌데 독차지하겠다고 싸우고 있다. 밥상을 엎을 기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새 대통령을 뽑겠다고 나온 것이 아니다. 그들이 분노하는 것도 단지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절망 때문만은 아니다. 근저에는 특권과 반칙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실망이 깔려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사건들은 더욱 심각해지는 부의 양극화, 전혀 변하지 않는 권력과 재벌의 유착, 그리고 시류에 표변하는 하이에나 같은 언론과 검찰 등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상징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래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다음 대통령이 아니라 이런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한다.

밥상이나 엎지 마라. 그게 살아남은 자의 의무이고 최소한의 염치다. 지난 주말 거리를 비춘 232만개의 촛불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촛불혁명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김준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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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8일 교육부는 끝내 국정교과서를 공개했다. 국정교과서를 어떻게든 기정사실화하려는 속셈이다. 이는 국정교과서의 부당성을 규탄하며 국정화 강행이 가져올 혼란을 우려하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국정화는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다. 역사 지식의 논쟁성, 해석의 다양성, 비판적 사고를 배운다는 역사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 국정교과서는 그 자체로 ‘반교육적’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전쟁을 불사하면서 국정화에 앞장섰다. 이번에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 현대사 서술이 많이 줄었는데도, 유독 박정희 정부 시기는 분량을 크게 늘렸고, 박정희와 직접 관련된 서술이 매우 많으며 그의 공적을 곳곳에서 기록하였다. 사진까지 신경 써서 5·16 쿠데타 때의 군복을 입은 사진을 뺀 대신 산업현장에 선 그의 모습을 실었다.

이 책은 은밀하게 되살아난 교학사 역사교과서로 불릴 소지도 많다. 두 책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친일 문제에서 많이 다르다. 그러나 건국절 논리를 전면화한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 건국 아버지로 이승만의 공적 부각하기, 친재벌 교과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성장일변도의 경제사, 냉전적 시각을 강화한 북한 서술 등은 매우 많이 닮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과서라면서 정작 학생을 배려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교과서는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역사책이며, 풍부한 학습자료와 다양한 학습활동을 담은 수업 안내서여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맥락 없이 나열된 수많은 사실, 본문과 연계되지 않은 사진과 자료들, 조악한 편집 등으로 도대체 읽기가 힘들다.

터무니없는 부실 교과서이기도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거의 똑같은 문장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오류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자서전이라 쓴 터무니없는 잘못을 비롯해 곳곳에서 사실의 오류가 확인된다.

편향과 부실은 예견된 재앙이다. ‘99.9%의 교과서가 편향되어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총리의 주장을 기억해보자.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거나,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던 대통령의 발언은 또 어떤가? 애초부터 원하는 대로 써줄 필자만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 신원을 철저히 감춰온 ‘복면집필자’ 31명 중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복면집필자가 실제로 썼는지도 의문이다. 교과서라면 당연히 교육과정이나 편찬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 책은 교육부가 법원의 판결을 받고서야 공개했던 편찬기준과 현저히 다르다. 그런데 그 편찬기준조차 애초에 만든 편찬기준과 또 달랐다. 더구나 공개 직전에 황급히 수정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누가 썼는지도 불분명한, 부실투성이 교과서. 은밀하게 되살아난 교학사 교과서이자,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선포한 교과서. 아니 교과서란 이름이 아까운 이 책을 전국 모든 학교의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선생님들이 불복종운동을 선언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도 거세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철회 운동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도 국정교과서의 폐기를 요구하면서 교과서 구입 거부 운동을 공언하고, 교육청에서 학부모의 뜻을 존중하여 교과서를 개별구입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교육부가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일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책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문제까지 감안하면,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아 발생하는 혼란은 상상 그 이상이다.

국정화는 오직 한 사람, 박 대통령을 위한 일이었다. 그 한 사람을 위해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이 공론과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며 강행했다는 점은 2016년 가을 온 국민이 아프게 체험하는 사태와 본질적으로 같다. 이미 국정교과서는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했다. 국정교과서를 조건없이 폐기해야 옳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독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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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개를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기초적인 사실 오류가 수백건에 달할 정도로 함량 미달의 부실 교과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라이트 시각을 반영하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편향성은 차치하더라도 엉터리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이준식 부총리는 “질 좋은 교과서”라고 했으니 교육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에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서울·광주·전남 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역사교육연대 등 역사학회가 그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오류가 한 쪽당 1.5건가량이고 1·2권을 합치면 400~500건에 이른다. 오류와 왜곡이 너무 많아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역사적 사실을 틀리게 기술한 것은 물론 최근 연구를 통해 오류로 밝혀지거나 학회에서 쓰지 않는 과거 사료가 들어간 사례도 허다했다. 인류 최초의 금속도구는 순동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인데도 <한국사>엔 청동기로 기재됐다. 중학생용 <역사2>에는 인류 최초의 법전이 ‘우르남무 법전’이 아닌 ‘함무라비 법전’으로 나와 있고, <한국사>엔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 대신 내무총장으로 잘못 표기됐다.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 기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것은 역사 왜곡이다.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란 단어를 20회 이상 사용하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을 대폭 늘린 대신 1987년 6월항쟁 이후 30년간의 역사는 4쪽 안팎에 그쳤다. 친일파의 범위에서 군인, 경찰, 사법관료와 동아일보 김성수, 조선일보 방응모 등 언론 사주를 빼기도 했다. 또 집필진이 초고본에 “유신헌법이 민주화운동의 헌법적 근거가 됐다”거나 “외환위기의 원인은 파업”이라고 서술했다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토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국편은 직원들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했다는 논란을 가릴 증거인 초고본과 개고본을 모두 삭제해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교육부는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는 것은 물론 수십억원의 국가 예산을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국편이 초고본과 개고본을 삭제한 경위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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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후광’이 가장 중요했다. ‘박’가에게 통치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역성혁명’의 논리였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성혁명이란 새 왕조의 옹립을 의미한다. 국정교과서를 통해 박정희 정권을 영원히 미화하려는 것이나, 국가예산을 들여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거나, 옥천군 예산으로 육영수 숭모제를 지내겠다는 계획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보다는 오히려 ‘나라님 숭배’의 정서에 가깝다.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서 자란 ‘비운의 공주’ 이미지가 사실상 많은 지지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한 전근대적 역성혁명의 결과가 현재의,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전근대적인 국정농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여성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만큼,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거나, ‘여성대통령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묻지 못했다’는 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걸핏하면 여성혐오 발언과 사건들이 불거지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그토록 고귀한(?) 존재인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여성’의 수치심이 국정농단의 범죄보다, 300명 이상의 목숨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만큼, 대한민국이 그렇게 여성을 맹종하는 사회였던가?

발언자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러한 발언은 대한민국 여성을 ‘김치녀’로 매도하는 여성혐오의 문법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현 대통령을 옹호는커녕,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김치녀로 표현되는 여성혐오의 출발점이 바로 ‘여성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줄 안다’는 남성들의 지레짐작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경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최대의 이익을 거두려 한다’는 ‘상상과 억측’이 여성혐오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 대통령을 ‘모시는’ 이 ‘신사(?)’들의 발언은 바로 이 상상과 억측에 기초해 있을 뿐만 아니라, 뻔뻔스럽게도 그것이 충성이라고 주장하는 행위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는 좌우, 학력, 세대, 계층적 차이와 무관하다. 심지어는 현 대통령을 철벽수비하려는 입장과 비판하는 입장마저 가리지 않는다. 여성대통령의 사생활 운운하는 ‘충신’들의 발언이 여성혐오적이라면, 대통령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임을 강조함으로써 조롱의 수위를 높이는 표현들 역시 여성혐오적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여성은 여성이라는 범주의 한 차원에 불과하고, 여성이라는 범주의 다른 특성들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도 않는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과도한 추앙이나 과도한 조롱을 받을 이유가 없다.

여성대통령의 ‘여성성’은 성적 이미지가 아니라, 젠더 불균형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통해서만 강조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보편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리고 그러한 현상 뒤에 ‘여성들의 이기심’이 아니라 왜곡된 사회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여성정치인의 여성성을 강조할 유일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찬숙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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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여론 수렴 후 내년도 학교 현장 적용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편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검토본은 우려했던 대로 헌법가치를 부정하고 편향적 역사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장검토본은 1948년의 이승만 정부 수립을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했다.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이승만 정부라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한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친일파를 ‘친일세력’으로 완화하고, 친일 관련 서술을 줄인 것도 이해가 안된다. 정부가 앞장서 건국 97년의 역사를 68년으로 축소하고,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반민족적, 반역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장검토본은 또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옹호·미화하고 있다. 독재란 용어를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바꾸고, 박정희 정권 시절을 다룬 단원 제목을 ‘냉전시기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경제·사회발전’으로 정하는 식이다. 독재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5·16쿠데타의 경우 쿠데타 명분과 함께 개혁을 설파하는 ‘혁명공약’까지 따로 싣고 있다. 쿠데타의 정당성을 옹호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체제였다”고만 기술했다. “대통령이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기존 교과서 기술과는 천지 차이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는 마치 국가 안보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

경제성장도 성과는 강조하고 문제점은 축소하는 편향적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문제점과 관련해 ‘전태일 분신사건, 농민의 희생 등이 있었다’는 식으로 단순 사실만 나열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마을운동의 경우 비판적인 내용은 한 줄에 그치고 칭찬 일색으로 서술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이 부총리는 “역대 정부 독재를 사실대로 서술하고 경제성장의 성과와 한계를 균형있게 서술했다”고 밝혔지만 낯부끄러운 얘기다.

국정교과서는 내용의 문제에 앞서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해치는 반민주적, 반헌법적 성격 때문에라도 폐기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뉴라이트 계열이거나 친정부 학자들이 다수인 집필진은 편향성 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편찬과정과 집필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밀실집필을 강행함으로써 국정화 정책의 공신력도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바꿔보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려는 기도가 성공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국정농단 주범으로 국정 운영의 권능을 상실한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자 반역사적인 폭거다. 이런 교과서로 국가의 미래인 학생을 가르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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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가 임박했지만 국정화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법원이 국정교과서 집필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일부 일선학교는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는 실력행사를 선언하고 나섰다. 전국의 교육감들은 어제 협의회를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런 반발과 혼란에도 국정교과서 정책을 강행할 것인지 교육부에 묻고 싶다.

서울행정법원은 어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조영선 변호사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역사교과서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집필기준을 공개해도 집필 및 심의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지장받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정부의 국정교과서 집필 과정이 불법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불법성이 입증된 역사교과서라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역시 용납해선 안될 일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의 분노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피의자 대통령’이 추진한 교과서라는 것만으로도 국정화는 이미 교육적·윤리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열을 지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주장하는 패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광주시의 모든 중학교는 내년에 1학년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2, 3학년은 기존의 검정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상당수 시·도 교육청도 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년에 중1 대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문하도록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냈지만 일선 학교들이 실력행사로 맞서면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시·도 교육감들은 어제 협의회에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한다면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처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내년부터 모든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가르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파행을 면치 못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국가가 지정한 단일한 역사관만을 주입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역사교육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중단하고 포기하는 것만이 역사와 시민 앞에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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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와 역사교사 절대다수, 그리고 국민 3명 중 2명꼴로 반대하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박근혜 정권이 고시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1년 사이에 많은 게 바뀌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코앞에 다가온 것부터가 그렇다. 박근혜 정권의 야심작인 국정교과서도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정권의 현재 지지율은 5%다. 역대 최악의 지지율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그러나 심판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사태와 작년 11월 국정교과서 강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과서 문제로 가시화된 역사쿠데타를 통해 친일독재 미화정권, 불통정권의 실상이 드러났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를 겪은 뒤 펴낸 총선백서에도 국정교과서 강행이 민심의 이반을 초래했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박근혜 정권의 역사쿠데타에 대한 심판은 매서웠다.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전면 무효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은 이제 식물정권이다. 온갖 잘못된 정책의 배후에는 사교 냄새가 풍기는 최태민 일가의 농간이 있었다. 역사교육을 정체 모를 ‘혼’이나 ‘기운’ 수준에서 이해한 것도 최순실의 영향임이 틀림없다. 거센 박근혜 퇴진 요구 앞에 정부정책은 대부분 중단되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박근혜 정권 최악의 정책인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겠단다. 최근 교육부 장관은 “지금 교과서가 발간되지 않으면 다음 학기부터 역사교육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집필자도, 집필기준도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작업을 해놓고는, 이제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를 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교육부로서는 그동안 내뱉은 말이 있으니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권의 몰락이야말로 교육부가 국정교과서에서 발을 뺄 마지막 기회다. 국민의 뜻을 내세워 국정교과서 작업을 중단하면 된다.

다행히 대안도 있다. 작년에 확정된 ‘2015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는 2018년부터 쓰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꼼수를 부려 역사교과서만 2017년부터 쓰는 것으로 수정고시했다. 박정희 출생 100년인 2017년에 반드시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 교육부가 2018년부터 새 교과서를 쓴다고 다시 수정고시하면 된다. 한번 수정고시했는데 다시 못할 이유가 없다. 국정교과서 작업을 중단해도 내년에는 기존의 검정교과서를 쓰면 된다.

지난 5일 서울의 촛불집회에 모인 20만명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퇴진과 국정교과서 폐기를 외쳤다. 오는 12일 열릴 예정인 민중총궐기에는 1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의한 정권을 끝내겠다는 의지로 모인 수많은 사람이 다시 박근혜 퇴진과 국정화 폐지를 외칠 것이다. 4·13총선에서 국정교과서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야 3당은 ‘최순실 교과서’라는 새 별명을 얻은 국정교과서 금지법 제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새누리당도 법안에 반대할 명분이나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막상 교과서가 공개되면 시비하기 애매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그 말이 맞는지는 웹 전시본 공개가 예정된 오는 28일에 밝혀질 것이다. 공개된 국정교과서에 단 하나의 사실오류나 편향서술,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표현만 있어도 그날로 폐기처분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답은 나와 있다.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이 수립된 날 곧 ‘건국절’로 썼다는 게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큰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 퇴진과 함께 건국절 주장도 폐기될 것이다. 그런데도 건국절 주장이 담긴 교과서가 나온다면 우리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부에 헌법을 부정한 역사쿠데타의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이준식 | 근현대사기념관 관장·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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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문란 사태로 시민의 관심이 분산된 사이 시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부가 문제의 정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반대가 여전하고, 강행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아랑곳없다는 태도이다.

1일 역사학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정농단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교육부는 오는 28일 인터넷에 ‘e북’ 형태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연말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 3월부터 전국 6000여개 중·고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학생들은 내년부터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은 물론 친일파와 박정희 정권 미화를 통해 미래 세대의 역사 인식을 왜곡하는 위험한 정책이다. 시민사회도 최근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등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 의지를 처음 피력한 지난 2013년 6월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과 업무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던 시기다. 박 대통령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최씨와의 관련성을 의심케 하는 주술적 발언도 한 바 있다.

일본의 제안으로 추진 중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 신냉전 체제를 부추길 수 있는, 민감한 쟁점이다.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야욕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밀린 숙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정부가 말릴 이유도 없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등 외교·안보 정책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난 바 있는 최씨가 이 협정에도 간여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비선 실세 최씨의 국정농단이 남긴 후유증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그의 개입으로 왜곡된 정책을 재검토하는 차원에서도 강행하면 안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시민의 신뢰를 잃었다. 민감한 현안을 밀어붙여 또다시 국정혼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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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민족사적으로 환희와 비극이 교차한 광복과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들머리부터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을 두고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는데 또 일본 총리 아베는 봄을 맞이해 군국주의 부활을 외칠 모양이다. 그런데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연말, 올 3월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한국사의 국정화를 결정짓겠다고 공언하였다. 이 작업이 지금 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의도와 목적은 무엇일까? 아마도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면서 이질적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시대 상황에서 정부의 통제 아래 두고 정체성이란 이름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군국 국가나 전제체제적 발상이다. 현재 일본에서도 군국주의적 발상으로 근현대사 중심의 교과서 서술을 왜곡하고 있으나 국정으로 가자는 논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 교과서 발행제도의 세계적 추세는 검정과 인정, 자유채택제로 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를 겪었거나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나라인 북한을 비롯해 베트남, 러시아다. 불행하게도 1970년대 반민주적·반역사적·반동적 유신체제를 겪었던 한국도 한때 한국사 국정교과서 국가에 포함되어 있었다.

과거를 더 돌아보자. 조선왕조 시대에도 사학이든 관학이든 아동교육 교과서로 <천자문> <동몽선습>을 가르쳤으나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채택하였다. 대한제국 시대에 신교육의 보급에 따라 교과서가 발행되었으나 검정 또는 인정 제도를 시행하여 채택의 자율성이 상당히 보장되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총독부 당국은 한국어와 한국사 교육을 현장에서 몰아내고 일본어와 일본역사를 필수로 가르치면서도 교과서를 국정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미군정 시기와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1946년 새 학기에 국어와 국사를 편찬하면서부터 교과서에 검·인정 제도를 계속 시행했다. 독재정권의 의도는 접어두고라도 형식논리로만 따져보면 국정을 채택한 적이 없었다.

그 당시의 한국사 교과서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적에 다양했다고 볼 수는 없을지라도 형식에서만은 검·인정을 존중했던 것이다. 최소한도 절차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 곧이은 유신시기, 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적 민족주의를 외치면서 국사를 국정으로 지정하여 반역사의 길로 치달았다. 왜? 국정의 이 국사 교과서는 반민주적 유신을 합리화하고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을 극복하는 도구로만 바라본 것이다. 북한의 교과서 국정은, 근현대사를 김일성 중심의 주체사상으로 왜곡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비추어 볼 때 유신시절 국정화의 의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국사 교과서를 비롯해 교과서의 자유로운 표현을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일었고 한국사 근현대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관학 교수들의 “역사는 한 세대가 지나가서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를 마치 역사 이론의 정설처럼 받아들이는 척박한 풍토에서 근현대사 교육문제의 제기는 하나의 진전이었다. 그리하여 이승만-박정희의 독재 역사가 현장에서 교육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쪽의 김일성 교조도 단편적으로 포함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갑자기 좌편향 교과서 내용을 바로잡고 또 근대화와 산업화 논리를 펴자면서 국사 교과서 개편작업에 나섰다. 결국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지침이 되는 국사 교과서를 이리 뜯어고치고 저리 덜어내면서 누더기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역사에 대한 무지한 무리들이 자신의 무지를 모른 채 주제넘은 짓을 한 셈이다. 다행하게도 국정으로 가자는 논의나 제안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른바 교학사 교과서라는 사생아가 태어났다. 그 집필자들은 기득권 세력과 권력을 쥔 부류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잔머리를 굴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근대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적절하게 대비, 마치 가치중립을 포장하여 국사 교과서를 만들어냈다. 곳곳에 널려 있는 사실의 오류는 제쳐두고라도 그 천박한 논리는 억지로 꿰맞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리해 역사학계와 지식인은 물론, 학부모의 세찬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고 말았다. 이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성찰과 반성의 자료가 될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 말을 다시 돌려보자. 이인호라는 서양사를 전공한 원로 역사학자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 청와대에 초청을 받아 대통령 옆에 앉아서, 국민통합을 위해서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가야 한다”고 건의를 했겠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이해한 발언일 것이다. 그는 이어 친일파 청산의 지령이 모스크바에서 내려져 국내에서 친일파 청산운동이 일어났다고도 했다.

그런 뒤 국사 교과서 국정 논의는 물살을 탔다. 김무성과 같은 뉴라이트 교과서를 지원하는 정치인을 비롯해 이승만을 ‘민족의 태양’이라고 추어올리는 유영익 국편위원장과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주장을 펴기도 하고 동조를 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힘입어서인지, 아니면 ‘유신의 딸’인 대통령의 눈치를 살살 살펴서인지 담당 부서인 교육부 장관이 “역사는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국정화 작업의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앞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한국사 국정화 반대 교사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 경향DB)

 

마지막으로 국정교과서로 지정해서 학생들이 하나의 교과서로 국사를 배우고 시험을 볼 때 오는 폐단을 지적해 보자.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이 획일화되고 다양한 가치관이 하나로만 치달아 창의성이 마비된다. 또 수험생들은 하나의 교과서만 달달 외우려는 풍조도 일어날 것이다. 아니면 독재와 유신이 근대화라는 이름에 묻히고 민족과 민주를 찾으려는 운동과 희생이 역사의 무덤으로 파묻힐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산-독재국가에서 지향하는 국정교과서가 민주국가에서도 시행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될 수도 있다. 지금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그 보기가 될 것이다.

어찌 두렵지 않은가?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교육부가 이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면 다시 “완구백화점” 사건보다 훨씬 세찬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나아가 사회분열을 조장할 것이며 미래사회에서 전제적 발상이라는 역사의 꾸지람도 따를 것이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껍데기만 남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즉각 진행을 중단하기 바란다. 평지풍파를 일으켜 역사전쟁을 다시 유발하지 말라.

 

이이화 |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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