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5.29 금강산 가는 길
  2. 2014.10.08 금강산에 달린 DMZ 공원·평창 성공

중학교 수학여행을 못 갈 뻔했다. 집안에 우환이 있어 수학여행을 가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을 때였다. 그때 아버지가 한 말이 있다.

“너무 낙담하지 마라. 네가 크면 금강산도, 백두산도, 다른 나라들도 다 가볼 수 있을 텐데….” “정말요?” “그럼!”

설마 했다. 학교에서도 무시로 ‘무찌르자 공산당’의 구호를 외치던 시절, 언감생심 어떻게 북한 땅을 밟아본단 말인가. 통일이라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어린 생각에 전쟁이라도 한 번 더 치르자는 말인가 싶기도 했다.

뒤늦게 알았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때 아버지는 수학여행을 금강산으로 갔었다. 돌아가시고서야 빛바랜 낡은 앨범에서 동무들과 금강산에서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가 1972년. 전쟁 후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어린 나에게는 북한은 금단의 땅이었던 반면 아버지에게는 수학여행을 갔던 기억이 생생한 친근한 곳이었을 터였다. 그분으로서는 그저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된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격랑의 시기이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 고비를 맞을 때였고,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평양에 가 김일성을 만나고 ‘7·4공동성명’을 발표할 때였다. 그것은 곧 ‘10월 유신’으로 이어졌지만…. 아버지의 그 말은 두고두고 뇌리에 남았다.

그래서였을까? 중·고교 시절, 지리 과목처럼 지겨운 것도 없었다. 사과, 배 등 온갖 과일 산지는 물론 철광석, 구리, 금 많이 나오는 곳 등등. 오로지 ‘외우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 맥락 없이 외워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 같은 지겨운 과목이 바로 ‘지리’였다.

그래도 지리부도 받는 즐거움은 하나 있었다. 유일하게 컬러인쇄가 된 교과서였다. 학년 초 잉크 냄새가 배어 있는 지리부도를 받으면 그것을 펼치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때 수없이 그려보았던 ‘꿈의 여정’이 있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차고 평양~블라디보스토크~시베리아~모스크바~베를린~파리~마드리드를 거쳐 지브롤터까지. 아프리카는? 다음 기회에….

그 꿈은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졌다. 서울역 북쪽 철로 길은 송추 가는 교외선과 101보충대의 의정부역 즈음에서 딱 끊겼다. ‘분단’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정불변의 고유명사가 됐다. 국가보안법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 북한과 관계된 모든 것은 불가근 불가촉의 금기였다. 꿈속에서일망정 북한을 경유하는 여로는 아예 지워야 했다. 노문학과와 중문학과는 미래가 아닌, 과거를 탐색하는 학과 정도로 치부되던 시절이었다.

1998년에 서소문 현대드림투어에서 금강산 관광 접수를 받고 있는 모습 (출처 : 경향DB)


1999년 말 금강산 갈 기회가 있었다. 1년 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확대되면서 언론사 기자도 초청했다. 아버지가 말한 그런 시절이 정말 온 것이다. 호기롭게 후배 기자에게 양보했던 것이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그 후에도 몇 차례 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이제는 가보고 싶어도 못 가게 됐다. 이북 출신으로 군에 몸담고 계셨던 장인도 ‘평양이라면 가보겠지만, 금강산은 그렇다’며 방북을 주저하다가 그만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05년 초 금강산 가는 길의 남측 구간을 걸은 적이 있다. 언론인 안보현장 답사로 어렵사리 기회를 얻었다.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금강통문까지의 4㎞ 남짓한 거리. 한 해 전 개통한 금강산 육로 길. 2차선으로 잘 포장된 길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눈 덮인 산야에서 빛나게 뻗어 있었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유유자적 허공을 가르는 철새들의 비행은 이곳이 남북 대치의 완충지대라는 것도 잠시 잊게 했다. 안내를 맡은 정훈장교도 이 길을 많이도 오갔지만 걸어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걸음은 통문 앞에서 멈췄다. 그곳에서 1시간 정도를 더 걸으면 바로 북한 땅. 짧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이면 걸어서 금강산에 갈 수 있는 거리다.

며칠 전 세계 평화여성운동가 30여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면서 비무장지대(DMZ)를 건너왔다. 당초는 판문점을 경유해 걸어서 오려 했다. 남측 당국이 난색을 표해 경의선 육로를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아쉽다. 그 길을 걸어서 올 수 있었다면 이들 세계 평화여성운동가들은 그 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금강산 가는 길이 다시 트였으면 좋겠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도보 통행까지도. 그렇다면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두 아들 녀석들도 함께.


백병규 | 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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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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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세 3인방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잃어버린 7년’만큼이나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이 가운데에는 중단된 지 6년을 넘긴 금강산관광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 아시안게임 역시 어려운 숙제를 안겨줬다. 대회 유치 당시 인천시장이었던 안상수는 “20조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2조원이 넘는 빚잔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응원단이 왔다면’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묻는다. 3년4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은 다를 수 있을까?

강원도 전역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인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회 예산으로 모두 9조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인프라 예산이 7조원 가까이나 된다. 인천시가 큰 빚을 자초한 이유가 바로 16개의 경기장 신축에 있었다는 점에서 평창 조직위는 인프라 예산을 대폭 조정하는 것부터 검토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남북관계와 지역적인 특수성이다. 인천과 마찬가지로 강원도도 북한과 접경 지역이다. 이는 올림픽의 성공 여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금강산관광 사업이 있다. 세계적인 명산인 설악산과 금강산을 관광권으로 연결하면 시너지 효과는 대단히 클 것이다.림픽의 성패는 해당 지역의 관광 자원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금강산관광 사업재개 및 설악산과의 연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생각해보라. 남북한의 명산이 단일 관광권으로 묶이고 도로와 철도까지 DMZ를 관통할 수 있다면, 이게 DMZ 평화공원이 아니고 뭐겠는가? 평창올림픽을 찾은 국내외 손님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설악산을 구경하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내려서 DMZ 평화공원을 둘러보는 것이야말로 평창올림픽의 대박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이미 보이는 길 앞에서 계속 주저하고 있다. 10월7일 통일부가 밝힌 입장이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가 있다는 점 등에 유의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금강산관광 대금이 북한의 핵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우려가 해소되어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강산 소개 팜플렛의 표지 (출처 : 경향DB)


그런데 몇 가지 짚어볼 대목들이 있다. 우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및 이와 관련된 미국의 입장이다. 대북 제재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 재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얼마 전 이렇게 말했다. “금강산관광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가 중요하다.” 당연한 얘기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는 ‘대량 현금’의 북한 유입을 금지한다. 정부는 이 조항을 들어 금강산관광 재개에 난색을 표한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는 정상적인 상업 거래까지 금지하지 않는다. 제재 결의에 찬성했던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근거로 대북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조차도 일부 제재를 해제했다. 금강산관광 중단 역시 유엔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제재로 남한이 독자적으로 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제재 해제 여부는 남한 정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두 번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의 관련성이다. 북한에 지급됐던 관광 대금은 연간 440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데 9000억원 가까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1년간 벌어들인 금강산관광 수익 모두를 로켓 발사에 쏟아부어도 5%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끝으로 ‘때린 주먹이 더 아픈 현실’이다.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1998년부터 중단된 2008년까지 관광 대가로 북측에 약 5000억원이 지급되었다. 그런데 관광 중단 이후 6년 동안 남측이 입은 피해는 1조3000억원 안팎이다. 기간 대비 남측의 손실 규모가 북측의 4배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는 대안으로 관광 대가를 현금이 아니라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걸 받을 가능성도 낮고 상거래 규칙에도 어긋난다. 사정이 이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열어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DMZ 평화공원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북핵은? 이건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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