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12.21 [기고]저 가노을빛을 어찌해야 하는가
  2. 2014.09.11 [기고]사회적 합의와 기륭전자 (1)

나는 십 년도 더 한결같이 비정규직 철폐 싸움을 하고 있는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가노을빛’ 그런다.

가노을빛이라니…, 서로 사랑하고 있건만 만날 길이 없어 한 번도 속내를 내대보질 못하다가 문뜩 들녘에서 마주쳤을 때 저도 모르게 바알갛게 달아오르는 얼굴빛을 일러 가노을빛 그런다.

그 빛은 그 어떤 하늘빛하고도 다르다. 들녘의 갖가지 꽃닢하고도 달라 그림으로도 아니 드러나는 빛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고 따라서 절로 피울 수도 있는 빛이라, 그 누구도 이를 짓이겨선 안 된다는 순결과 거룩의 상징이다.

그러니까 2008년 캄캄한 새벽녘이었다. 송경동 시인으로부터 기륭전자로 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어제도 갔었는데 또? 송 시인의 숨이 먼저 넘어가는 듯해 달려가니 그 캄캄한 새벽에도 눈이 어지러웠다. 밥 안 먹기(단식) 94일째 되는 김소연의 목숨이 어려웠건만 웬일로 얼굴만큼은 바알갛게 피어오르고 있질 않는가 말이다. 나는 무릎을 쳤다. 저건 얼씨구 가노을빛이라고. 죽음 바로 한 발 앞서서야 해방을 만나 피는 가노을빛이라고.

그런 가노을빛의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오늘부터 또다시 배밀이(오체투지)로 청와대까지 가겠다고 한다. 놀랄 일이다.

2010년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끈질긴 싸움 끝에 노사합의를 사회적으로 매듭지어 복직이 되었다. 다만 회사 측에서 2년 반만 시간을 달라고 해 꼬박이 그 약속을 지킨 뒤 출근을 했으나 일거리도 안 주고 돈도 한 푼 안 주고.

그러니까 만인이 환호한 사회적 합의를 노동자들에겐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깨고, 법의 판결도 찢어발기고, 그 모든 사람됨의 합리성도 갈기갈기 찢겼지만 꾹 참고 몇 해째 출근을 했다.

하지만 이참엔 회사가 없어지고 회사 건물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된 유령의 집에서 외로이 버티다 못해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이제 거리로 나서되, 배밀이로 나선다는 것이다. 주먹도 아니 쥐고 촛불도 안 들고.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는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륭전자 농성장을 정리하고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를 선언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 했다. 이와함께 사회적 투쟁을 선언하고,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요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청와대까지 시작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그네들의 결단엔 늘어졌던 기운이 퍼뜩 든다.

첫째, 비정규직은 노예라는 지적이다. 알다시피 노예란 자유권은 말할 것도 없고 생존권과 생명권이 없는 존재, 노동의 모든 창조성을 말살당한 꼭두각시다. 그런 900만 비정규직이 노예라고 하면 누군가가 나서 깨트려야 하는 게 문명사적 사명이 아니겠는가.

둘째, 그들은 복직이 아니라 아예 비정규직 제도를 폐기하라는 것인데 이것은 곧 오늘의 자본축적의 틀거리를 깨자는 것이다. 때문에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할지 몰라도 이건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일구어야 할 문제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렇다, 기륭전자 노동자라고 해보았자, 가시나 아홉, 머슴아 하나, 모두 열 명. 그들이 이 압도적인 착취구조를 바탕으로 한 박근혜 독재의 부조리를 타파할 수가 있을까.

나는 그 가능성을 기륭전자의 순결, 가노을빛에서 찾는 사람이다. 올바르고 아름다울 것이면 저도 모르게 두 볼이 바알갛게 달아오르는 그 가노을빛, 그것마저 짓밟힐 것이 뻔해 이제 때는 왔다고 혀를 차본다.

그림 좋아하는 이들과 사진가들은 그 가노을빛을 실상으로 꾸려내야 하지 않을까. 시인과 소설가들은 그 가노을빛을 살아있는 살티(생명)로 빚어내고, 소리꾼들은 가노을빛의 염원을 노래로 꾸리고, 춤꾼들은 그 가노을빛을 산 형상으로 어기차게 구현하고, 연극인들은 이 현실을 무대처럼 살리고, 철학과 학문은 이 썩어문드러진 자본주의 문명을 해체·청산하는 데 앞장서고, 사람들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 하고 부르던 그 가슴으로 이 가노을빛을 길라잡이로 굽이치게 해야 하질 않을까.

그렇다, 이참 거짓된 빛으로 멀미져온 우리 인류는 저 기륭전자의 가노을빛을 시대의 횃불로 삼아야 하리라고 믿는다.


백기완 |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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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사람 사는 세상에는 늘 모순이 있고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그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서 노사분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갈등과 분규가 우리 사회의 기본 상식과 배치된 채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경우다. 이 경우 우리는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라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 온 경험이 있다.

기륭전자 문제도 그런 것이었다. 대부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저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지가 날라 온 것이 지금부터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2005년이었다.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는 잡담 등이 이유였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저버린 사측에 노동자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후 1895일간의 지난한 복직 투쟁이 시작됐다. 공장 점거, 삭발, 고공 농성, 94일간의 단식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안 해본 것이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치열한 싸움이었다.

이런 노동자들의 눈물 어린 투쟁으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이 사회에 생생히 알려지게 되었고 더 이상 기륭전자의 갈등을 방치하는 것은 단지 노사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마침내 2010년 11월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여야 국회의원 그리고 많은 종교인들과 사회단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노사는 함께 ‘사회적 합의’에 서명할 수 있었다.

그날 노사는 그간의 주장을 한발씩 양보해 사측은 ‘직접고용 절대 불가’를 철회하고, 노조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사정을 고려해 고용 시점을 1년6개월 늦출 수 있도록 양보했다. 이후 노조는 다시 고용 시점을 1년 더 양보해 2년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곡절이 있었지만, 그날의 사회적 합의는 큰 숙제 하나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함께 풀어냈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그날 사측의 최동열 회장도 “지난 6년간 서로 큰 고통을 겪었으나 사회통합과 노사상생을 바탕으로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그 자리에 함께했던 모든 이들, 그리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너무 큰 짐을 지워놓고 있다는 자괴감에 마음이 아팠던 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날의 합의는 그렇게 우리 사회의 상식적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함으로써 작은 정의나마 이루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단지 거기까지였다. 그날의 합의에 따라 노조는 2013년 5월1일 사업장으로 복직했지만 장장 8개월간 업무 대기가 지속됐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월급, 4대 보험 등을 지급하지 않아 8개월간 임금이 체불되기도 했다. 급기야 회사는 지난해 12월30일, 조합원들 몰래 사무실을 이전하는 야반도주의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면서 모든 사회적 합의는 휴짓조각이 됐다. 현재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사측이 도망가버린 빈 사무실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최동렬 회장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는 등의 수모를 겪고 있다.

한진중공업,기륭전자,쌍용자동차,전교조,공무원노조의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사회적 합의,정치적 약속 불이행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문화제를 열었다. 기륭전자 유흥희 분회장이 정부및 사측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함께 만든 약속을 스스로 부정하는 측과 그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측의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기륭노조 분회장인 유흥희씨는 이렇게 묻고 있다. “누구도 이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는 많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한 사회적 합의조차 그냥 종이쪼가리로 취급하며, 최소한의 신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노동자들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기륭전자 노조는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지속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사회적 합의조차 불이행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묻고자 최동렬 회장을 사기죄로 고발하는 사회적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참 안타깝고 치사스러운 시절이다.


정진우 |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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