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별수사단이 6일 옛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의 사찰은 2014년 6·4 지방선거 정국이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의 사전 계획과 청와대의 승인에 따라 지역 기무부대가 실종자 가족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사찰 첩보를 수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등에 대해 불법감청을 한 사실도 새로이 확인됐다. 밝혀진 것이 이 정도이니 얼마나 더 많은 불법을 저질렀을지 알 수 없다.

전익수 국방부 특별수사단장이 6일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수사는 기무사가 얼마나 철저히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박근혜 정권에 봉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무사가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 및 세월호 인양 포기를 정국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초 목적이 엇나갔으니 이후 활동의 불법성은 불문가지다. 기무사는 유가족은 물론 안산 단원고 학생까지 전방위로 사찰했다. 사이버 사찰도 서슴지 않았다. 적발되면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을 위장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기무사가 수사기관이 해야 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까지 나섰다는 점이다. 유 전 회장을 찾기 위해 은신처 근처에서 무차별적으로 무전을 감청했다. 간첩 잡는 장비를 엉뚱한 곳에 쓴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기무사를 향해 “최고의 부대”라고 칭찬했다. 이런 행태를 감안하면 기무사의 계엄령 발동 검토 문건은 단순한 서류상의 검토가 아닐 개연성이 높다.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정권을 유지하겠다고 나선 기무사가 시민을 총칼로 제압하겠다는 발상을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출처:경향신문DB)

아직도 기무사 해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수사결과를 보고도 기무사의 행위를 두둔한다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과거 윤석양 이병 양심선언으로 보안사령부를 기무사로 이름을 바꿨지만 불법활동은 근절하지 못했다. 정권이 기무사 정보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를 해체한 취지를 견지해나가야 한다. 남은 것은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수사다. 미국에 체류 중인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을 하루속히 국내로 데려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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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체에서 일하는 한 예비역 장성은 지난해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회사 대표가 불러서 갔더니 그의 책상 위에 바로 며칠 전 열린 방위산업 관련 군 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서류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국군기무사령부 출신 직원이 현직 기무사 요원으로부터 이 정보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산업체에 취직한 예비역 대령도 비슷한 경험을 토로했다. 첫 출근을 했는데 회사 관계자가 자신의 군 인사 기록을 보여주더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군내 평가가 포함돼 있어 민망했지만 회사가 군의 허술한 보안실태를 비웃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인사혁신처 취업심사를 받은 대령급 이상 기무요원 24명 가운데 8명이 방산업체·단체에 취업했다(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자료). 기무사 고위 간부 3명 중 1명꼴로 전역과 함께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역할이다. 안 위원장은 “현직 기무사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전직 기무사 요원들에게 제공하고, 자신들도 퇴직 시 방산업체에 재취업해왔다는 사실을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산업체에서 보안을 지키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방산 정보를 군으로부터 빼내오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대기업 재취업보다 더 심각한 일탈이다. 그동안 숱한 현역들이 보안 누설 혐의로 처벌받았는데, 엉뚱한 곳에서 비밀이 새고 있었던 셈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안을 지키라고 하면서 정작 기무사 요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었다니 황당하다.

기무사를 해편한 국군안보지원사령부가 첫발을 떼자마자 ‘도기사(도로 기무사)’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정도의 개혁이라면 과거 기무사와 다를 게 무어냐는 것이다. 방산업체를 둘러싼 기무사와 예비역의 커넥션에서 보듯 기무사 적폐는 사람과 규정을 바꾸는 것만으로 청산할 수 없다.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를 척결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군 정책은 기무사 개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무사 개혁은 지금부터다. ‘도로 기무사’는 촛불정신에 대한 치명적 배신이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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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6일 국군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은 폐지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보안사령부를 기무사령부로 바꾼 지 27년 만에 다시 간판을 교체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기무사령관을 교체한 데 이어 4200명의 기무사 요원을 원 소속인 육·해·공군으로 복귀시킨 바 있다. 다음달 1일까지 인적 청산도 하고 인력도 30%를 감축한다고 한다. 기무사를 개혁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국방부가 밝힌 개혁안은 새 사령부가 기무사 기능을 이어받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일탈 행위를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보안·방첩, 군 관련 정보 수집 업무는 그대로 두되 직무범위에서 벗어난 민간인 상대 정보 수집이나 수사 행위 등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대 규모를 줄이고 인적 청산을 통해 과거 기무사와 완전히 단절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기무사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선 기무사의 수사 기능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과거 기무사는 군내 방첩·보안 수사를 하다보니 민간인이 연결돼 있어 수사와 정보 활동이 확대되었다고 해명했다. 민간에 대한 수사를 선언적으로 금지하는 것만으로 민간인 사찰을 완전 차단한다는 보장이 없다.          

장영달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장이 2일 오후 기무사개혁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개혁위에서 모인 의견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그동안 기무사의 병폐가 근절되지 않은 데는 역대 권력이 이른바 ‘통수보좌’를 고리로 기무사를 활용한 것이 한 요인이었다. 통수보좌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보좌한다는 명분으로 기무사가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다. 그동안 기무사가 정치 댓글을 달고 세월호 유족 등을 사찰하고 계엄문건을 작성한 것이 다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됐다. 개혁안이 새 사령부에 군내 정보 기능을 부여한 것은 통수보좌를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개혁안은 또 기무사개혁위가 폐지하라고 권고한 일선 60단위 기무부대에 대해서도 선별적 폐지를 시사하고 있다.

당초 기무사개혁위는 기무사를 대폭 축소해 국방부 산하 본부급 부대로 두는 방안, 외청급 정부기관으로 하는 방안, 현행 기무사처럼 독립부대로 존치하는 3개 안을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중 마지막 안을 택했다. 그렇다면 기무사의 일탈을 막을 확실한 견제장치를 강구했어야 했다. 민간인 비율을 조금 높이고 부장검사급 감찰실장 한 명 보낸다고 막을 수 있는 기무사의 일탈이 아니다. 기능은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바꿔단 결과가 지금의 기무사이다. 새 사령부의 통수보좌와 수사 기능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개혁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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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개혁위원회(위원장 장영달)가 2일 기무사 개혁안을 마련해 국방부에 보고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개혁안을 전달한 뒤 언론브리핑을 열고 “기무사 요원은 현 인원에서 30% 이상을 감축해서 정예화·전문화해 더 높은 국방의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며 “조직 개편에서 전국 광역시·도 11곳에 배치된 ‘60단위’ 기무부대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200여명인 기무사 인력은 3000여명으로, 장성도 9명에서 3명 이상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의 기무사 조직과 인력의 대폭 축소 권고는 당연하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기무사의 규모는 지나치게 크다. 기무부대 고유의 기능인 군내 보안과 대전복 업무를 포함한 방첩 기능을 수행할 조직으로 최소화하는 게 맞다. 기무사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보안·방첩 기능에 대한 애매한 규정을 확대해석해 군 내부와 민간인 동향을 상시적으로 살피도록 놔뒀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정치개입이나 민간인 사찰을 못하게 하려면 관련 기능과 조직 자체를 없애는 수밖에 없다. 군 내부도 필요할 때만 살피고 감청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기무사는 조직을 일부 고치는 수준으로는 개혁할 수 없다. 군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 작성 시 비밀장소에서 망에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를 이용한 사실이 2일 추가로 드러났다. 문건을 작성한 뒤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해 흔적을 지웠다. 계엄령 문건의 당초 제목도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다. 계엄을 실행할 의도가 있었음이 더 분명해졌다. 기무사를 해체 수준으로 재정비해 새 조직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기무사의 불법적 행위를 뒷받침해온 대통령령과 기무사령 등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개혁위의 판단을 지지한다.

국방부는 이날 권고안을 검토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개혁위는 기무사를 대폭 축소한 뒤 지금처럼 독립부대로 두거나 정부의 외청으로 하는 방안, 그리고 국방부 내 본부급 조직으로 격하시키는 방안 등 세 갈래로 대안을 제시했다. 또 대통령이 기무사령관을 독대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런 취지라면 기무사는 국방부 내 본부로 격하시키는 게 맞다. 군내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본부로 둬야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무사 계엄 문건이 실행할 목적으로 작성됐다면 기무사는 해체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한국당은 약속한 대로 기무사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는 방안에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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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법원의 예언자였을까. “한 고위 법관은 ‘양 후보자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 사법행정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2011년 8월19일자). ‘양 후보자’는 기사 게재 전날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양승태 변호사를 가리킨다. 우려는 적중했다. 이제 양승태라는 이름 뒤에는 사법농단이란 문구가 따라다닌다.

그런데 사법농단이 적확한 표현일까. 군이 적을 향해 겨눠야 할 총부리를 시민에게 돌렸다면? 군사쿠데타라 부른다. 법관이 사실과 증거 대신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했거나 계획을 세웠다면? 사법쿠데타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심한 표현이라는 시각이 있겠다. 사람이 죽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깨고 KTX 승무원들의 복직 길을 막아서자 세 살배기 딸을 둔 해고자가 목숨을 끊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깨고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이후 노동자 5명이 세상을 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7월27일 (출처:경향신문DB)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진상규명을 위해 군·검 합동수사단이 구성됐다. 시민은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해 기무사의 실상을 목격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 차례나 문건 관련 메시지를 내놓았다. 양승태 사법농단을 두고도 검찰 수사팀이 꾸려지긴 했다. 그뿐이다. 대법관과 법원장들은 태연히 재판거래 의혹을 부인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를 약속했으나, 자료를 내놔야 할 법원행정처는 요지부동이다. 양승태 체제에 순치된 일부 판사들은 사실상 ‘관선변호인’ 노릇을 하고 있다. 국회는 법사위를 열었지만 안철상 행정처장의 “재판거래를 인정할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듣는 데 그쳤다. 청와대는 언급을 삼간다. 삼권분립이란 헌법정신 때문이다.

법원은 이를 틈타 치외법권지대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사법농단 수사팀은 17건의 압수수색영장(e메일 보전조치 영장 포함)을 청구했다. 발부된 것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에 대한 2건뿐이다. 발부율은 11.76%다. 지난 1~6월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80.85%(법원통계월보)였다.

기각 이유를 살펴보자. 현직 대법관 연루 정황까지 제기된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사례다. 검찰은 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인사심의관실 및 문모 전 판사의 사무실, 현기환 전 정무수석(구속 중)의 구치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①윤리감사관실의 경우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②인사심의관실 자료는 “국가 중대 이익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며 ③문 전 판사 건은 “별건수사”이고 ④현 전 수석 수감실은 “증거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①행정처는 윤리감사관실 자료 제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②법관 인사자료를 내준다고 국익이 훼손된다는 건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 ③과 ④는 더 군색하다. ③절도범 쫓다가 살인범 목격하면 외면해야 하나. ④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구치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왜 허락했나.

양승태 체제를 옹호하는 일부 법관들은 시민의 합리적 의심을 일축한다. 우리가 위법이 아니라면 아닌 거다, 우리는 사법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뿐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대법원 상고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 별도로 맡는 법원) 도입에 욕심을 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들을 보면, 양승태 대법원은 ‘법관의 해외공관 파견’과 ‘고위 법관의 외국 방문 시 의전’ 같은 사안까지 알뜰히 챙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행정처의 재판개입 시도가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사법정책적 목표 외에 극소수 엘리트 판사들의 ‘복지 증진’ 차원에서도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낯부끄러워서라도 법복을 벗어던지는 고위 법관 한 사람쯤 나와야 옳다. 과도한 기대인가.

재판거래 의혹의 피해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수사 대상자들이 법원에 남아 스스로를 변호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의 말처럼 피의자 혹은 잠재적 피의자들이 수사를 방해하는 상황을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영장심사는 물론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도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가 절실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법농단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안 2건을 발의할 예정이다. 전자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여기서 추천된 판사들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후자는 재심사유를 확대해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길을 넓혀주는 법안이다. 이제 국회가 적극 나서 신속하게 입법해야 한다. 법원은 현대판 ‘소도(蘇塗·삼한시대 죄인이 도피해도 잡지 않았던 신성지역)’가 아니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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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이다. 제헌헌법이 탄생한 지 70주년을 맞는다. 제헌헌법은 국민주권, 민주공화국,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권력분립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본원리를 담고 있다. 가히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손색이 없다. 시대가 변하고 정권이 바뀌고 아홉 차례 개정을 거쳤어도 헌법의 근간과 기본정신은 변함이 없다. 다만 정권에 따라 헌법규범과 헌법현실 사이에 크고 작은 괴리는 있어왔다. 때로는 법치가 아니라 인치로 기본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되기도 했고, 권력분립은 장식장에 진열된 장식품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군사쿠데타로 헌법이 파괴된 적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이 촛불시민혁명으로 바로 세워지기도 했다. 헌법을 살아있게 만드는 사람은 정치인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라 바로 권력의 원천인 국민임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7월 13일 (출처:경향신문DB)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비정상의 과거에 머물러 있는 자들이 있다. 법치를 망각하고 주권자를 무시한 군사독재의 잔재가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있다. 대한민국 70년 헌정사에서 헌법을 가장 많이, 그리고 아주 심각하게 위반한 군대조직, 기무사가 바로 그들이다. 민주화 이전에도 그랬고 민주화 이후에도,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이름이 바뀌고도 그랬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소불위의 기무사는 자신들이 떨어뜨린 새만큼 헌법적 일탈을 자주 범했다. 출범 초창기부터 불법적인 체포와 수사, 간첩사건 조작, 정치공작, 민간인 불법사찰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서빙고 대공 분실은 고문현장의 대명사다.

가혹한 고문으로 회유하고 자백 받아 간첩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등 과거의 불법적 일탈행위가 최근까지 이어졌다. 권력의 정점을 맛본 기무사(보안사)는 음습한 조작과 공작정치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결국 사달이 났다. 2014년 세월호 가족들의 활동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가 발견된 데 이어 탄핵결정을 앞두고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 위수령 발동 및 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이 폭로되었다. 독재권력의 핵심이었던 시절에 보였던 행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하라는 군사보안, 군 방첩 및 군에 관한 첩보의 수집 처리 등에 관한 업무는 뒷전으로 하고 민간인을 불법사찰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평화적 촛불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음모를 꾸민 것이다.

기무사가 2017년 3월 헌법재판소 탄핵결정 직전에 작성했다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논란거리다. 실행계획으로서 내란예비음모·군사반란예비음모냐 아니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통상적인 검토문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하지만 공식 출범한 특별수사단의 수사로 밝혀질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무부처인 합참을 제쳐 두고 기무사가 월권하여 계엄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 진보세력을 종북으로 등치시켜 대비방안을 세웠다는 점, 국방부 내부 검토에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던 위수령 발령을 검토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화집회·시위를 화염병 투척, 경찰서 방화·무기탈취의 가능성이 있는 폭도로 몰아 어마어마한 무력으로 진압하려 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반헌법적 발상이자 비민주적 군사독재의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위수령 발령에도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가 곤란한 상황이 되면 계엄을 선포하고 구체적 증원부대와 담당구역까지 지정한 것으로 보아 실제 군 부대 출동을 염두에 둔 실행계획이며 계엄의 법적 요건과 절차에 관한 검토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단계별 발령권자, 계엄업무수행군 구성, 계엄사 편성과 업무 등을 망라하고 계엄 시 정부부처를 감독하는 계엄협조관 파견, 보도검열단과 언론대책반 운영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미루어 실행목적하에 작성한 게 틀림없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이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고 한다. 기무사도 이를 감지하고 기각에 대비한 계획을 세웠다면 다분히 실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민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아수라장이 될 뻔했다.

세계가 인정한 평화집회의 민주시민이 폭도로 돌변할 것을 가정하고 무력진압의 대상으로 본 계엄 문건이 아니더라도 정치개입과 민간인 불법사찰의 행태를 버리지 못한 기무사는 사라져야 한다. 이름도 바꿔보고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는 세심(洗心)의 퍼포먼스도 했지만 딱 그것뿐이었다. 치욕적이고 비극적인 역사의 한가운데 자리했던 기무사는 해체되거나 해체에 준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력과 예산의 획기적 감축, 기능 대폭 조정이 불가피하다. 위헌·위법을 일삼아 온 반헌법적 국가조직이 1987년 민주화와 2016년 촛불혁명의 시대에 여전히 남아있음은 대한민국의 수치이자 민주주의 헌법에 반하는 것이다.

<하태훈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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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바다에 가라앉히거나 강에 흘려보내는 수장 풍습은 전 대륙에 걸쳐 나타난다. 수장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북구의 바다를 주름잡았던 바이킹들이다. 바이킹들이 전투 중 사망한 왕이나 동료의 시신을 불길이 치솟는 배에 태워 바다로 떠나보내는 장면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북아메리카 체로키 인디언들이 시신을 근처의 강에 흘려보내는 것은 사자의 재탄생을 믿은 결과다. 체로키들은 땅이 물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솟아오르는 과정이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천장·조장(鳥葬·시신을 새 먹이로 내어 놓는 장례 풍습)으로 유명한 티베트와 같은 내륙에도 수장 풍습이 있다. 죄인이나 병자, 임신 중 사망한 여성을 강에 던져 장사 지냈는데, 이는 물이 사자를 정화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수장은 사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이자 세계관의 반영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수장이 선호하는 장례가 아니다. 수장을 천민이나 노예에게만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 2차대전 때 미군이 일본군의 공격으로 침몰한 배와 사망한 장병을 바다에 장사 지낸 것을 명예로운 장례식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포장일 뿐이다. 인양이 불가능하거나 전투 중 시신을 옮길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택한 장례법이다. 삼국통일을 완성한 문무대왕이 동해바다를 지키겠다며 수장을 원했다지만 사실(史實)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는 화장을 한 뒤 다시 수장한, 엄밀한 의미의 수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서해안 섬 지역의 풍장에서도 시신을 바다에 던지는 것만은 피하려는 뜻을 엿볼 수 있다.

기무사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수장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발표 탑승자와 인양 후 탑승자 수가 다를 수 있고, 침몰 후 희생자가 상당기간 생존했다는 흔적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망자를 정중히 보내려는 뜻은커녕 증거를 지우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차가운 바다에 자식을 둘 수 없다는 부모들의 애끊는 호소에 이런 건의를 한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눈물 담화’로 이미지를 제고하라고까지 했다. 시민의 군대라면 꿈에서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촛불시위를 향해 계엄을 발동하자는 기무사의 발상은 결코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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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가 탱크와 장갑차, 특전사 병력을 동원해 촛불집회 시민 진압 계획을 세웠다는 문건을 보면 이런 군에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맡겨두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여러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폭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위수령 발령→계엄령 선포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엄군으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 무장병력 4800여명을 동원해 시민을 상대로 발포까지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국회가 위수령 폐지 법안을 추진할 것에 대비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시하는가 하면 보도검열단과 언론대책반을 통한 언론통제 계획도 마련했다. 1979년 신군부가 권력장악을 위해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했던 만행이 떠오르며 절로 몸서리쳐진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기무사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3월 당시 태극기집회에는 ‘계엄령선포촉구범국민연합’이란 이름이 등장하고 “계엄령이 답이다”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구호와 팻말이 난무했다. 계엄령 계획이 군을 넘어 권부 내 여러 곳과의 교감 아래 진행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문건이 누구의 지시로 작성돼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기무사는 댓글공작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시민단체를 사찰해 온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1년 동안 기무사 개혁 TF를 구성해 부단히 자정 노력을 벌이고 있다며 진정을 믿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TF를 이끌고 있는 현 참모장(소장)은 세월호 사찰과 계엄령 검토 문건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무슨 개혁이 가능할 것이며, 무엇을 내놓는다고 한들 수긍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기무사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다짐했지만, 악행은 끊임없이 되풀이돼왔다. 더 이상 기무사 스스로 개혁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의미해졌다. 지금 군에 고강도 적폐청산이 왜 필요한지 이유도 분명해졌다. 기무사는 당장 해체하거나 해체에 버금가는 대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무도한 계획을 세운 당시 군의 책임자와 관계자들을 모두 발본색원해 엄중처벌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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