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국회는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강력하고 실효적 제재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제1야당이 빠진 ‘반쪽 결의’가 됐다. 그 시간에 한국당은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으로 임한다”면서 이날 열린 국방위·정보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여하긴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국회를 뛰쳐나와 고용노동부와 대검을 항의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9월4일 (출처: 경향신문DB)

 

지금 우리는 북핵이 턱밑까지 다다른 최악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 자고 일어나면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더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 등 눈이 핑핑 돌 지경이다. 이 판국에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도 모자라 장외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국민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의 공감대와는 동떨어진 정략적 이벤트다. 홍준표 대표는 “전대협 주사파, 안보·북핵 경험이 전무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4강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외교수장, 무기 브로커 출신 국방부 장관, 대북 협상만 하던 국정원장 등 이런 참모들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 대북정책은 다를 수 있다.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면 따질 건 따져야 한다. 하지만 비판도 때가 있다. 야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차이를 접어두고 합심협력, 북핵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무슨 호재라도 잡은 양 정치공세의 불쏘시개로 삼아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고 정부 발목이나 잡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북한 정권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분열과 방심이다. 북한 도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도 우리의 단결되고 결연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를 맞아 정치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 민심도 안정될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명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침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각당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야당 대표가 적극 호응, 정쟁을 중단하고 안보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를 과시하기 바란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건재함을 알리는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얼마 전 개봉되었던 영화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던 19만8000명의 영국군과 14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벨기에군을 영국의 군관민이 합동으로 구출해내는 기적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록 전쟁의 서막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으나 철수 작전에 성공함으로써 영국은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력전(total war)의 시대, 전쟁이 벌어지면 온 국토와 전 국민이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력을 하나로 단합시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서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전쟁 기간 중 조지 6세가 머물던 버킹엄궁은 7차례나 폭격당했지만, 국왕은 런던을 떠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궁이 폭격당하는 장면과 국왕의 건재함을 홍보영상으로 만들어 국민의 단합과 결집을 호소했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이미지

이외에도 영국 정부는 여러 방식으로 프로파간다 작업을 수행했다. 그중 하나가 왕실 마크와 선전 문구를 담은 ‘KEEP CALM’ 시리즈 포스터였다. 첫 번째 포스터는 “Your Courage, Your Cheerfulness, Your Resolution will bring us victory(당신의 용기, 당신의 활기, 당신의 결의가 승리를 불러올 것이다).” 두 번째는 “Freedom is in peril defend it with all your might(위기에 처한 자유를 전력을 다해 사수하라).”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이었다. 마지막 포스터는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공개되지 않다가 2000년 영국의 어느 고서점에서 1장의 포스터가 우연히 발견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정권은 민심을 호도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의 민심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침착하게 현실에 대처해왔다.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 계속되는 북핵 위기 속에서도 대다수 국민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진짜 가마니가 된다”는 사실 역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비참한 역사가 이런 사실을 반복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대구까지 피란 내려간 상황에서도 “안심하라! 국군이 북진하고 있다”를 연신 틀어댔고, 2014년 4월16일, 이미 선체가 침수되어 기울어 가고 있는 세월호 선내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죽음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참담하게 망가져가는 국가를 더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국민이 나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도 가만히 지켜만 보기엔 이른 듯싶다. 중요한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제1차 핵실험 이래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접근 방법은 북한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핵 개발을 포기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은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는 6차 핵실험 소식이다.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 그리고 무력시위로는 북한의 선택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과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계획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군사체제의 군사력은 앞으로도 북한을 계속해서 압도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유사시 한반도와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런 사실은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절대 안보’는 ‘절대 평화’ 이외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무시하는 한 어떠한 군사 무기의 도입도 현실적으로 비현실적이다.

온 국민이 김정은의 북한 핵과 트럼프의 대북 군사옵션이란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든 길이겠으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믿고, 국민을 위해, 국민과 함께 우리가 주도하는 해법을 만들어 그들을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전성원 | 황해문화 편집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분단 이후 한반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강대국들 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특정 국가에 의한 한반도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자간 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서서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든 것이고, 우리는 모두 그에 미친 듯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그들이 (북핵 문제 등으로) 우리를 툭툭 치고 있지만 그건 단지 곁가지(sideshow)에 불과하다”고 했다.

7월 28일 오후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미군 장비가 놓여 있다. 이날 국방부는 사드 기지에서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이외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은 ‘말폭탄’이 결국 ‘쇼’였던 것이다. 난공불락인 북한의 핵무기 위협 속에 살아남으려면 자수자강(自守自强)하는 수밖에 없다는 깊은 자괴감이 들었다. ‘어떻게’라는 물음에는 핵무기가 없는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가 숨겨져 있다. 풀기가 어려운 고난도 방정식과도 같다.

역대 어느 지도자도 자신에게 주어진 북핵 숙제를 풀지 못했다. 그 사이 북핵 문제는 점차 난도만 높아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레드라인’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도 임기 내 북핵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할 묘안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임기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세습으로까지 이어지는 왕조체제를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시 말한다. 김정은 정권이 10~20년 이내 붕괴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도 말자. 희망적 사고가 정책이, 국가전략이 될 수는 없다. 머지않아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것을 가정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면 당장 중단하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현명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경로를 택하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비핵화 벽돌을 한 장만 쌓는 일이다. 

‘가난한 국가’가 국가안보 수준을 단기간에 높이는 방법은 타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것이 정설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사드 배치 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듯이, 한·미동맹 강화 과정에서 중국의 크고 작은 반발에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명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이를테면 동북아 지역에서라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급격하게 세력 전이가 이루어질 경우 우리의 내부적 균열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의 동아시아 전문가였던 카를 필니가 19세기 말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존 헤이의 “지중해는 과거의 바다이고, 대서양은 현재의 바다이며,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를 인용하면서 21세기는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 역할을 맡는 다극화된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새로운 물증이 나왔다. 바로 북한 경제의 성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는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17년 만의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지표만이 아니다. 장마당 등 시장이 활성화하고, 시장에 나온 소비재의 거개가 중국산에서 북한산으로 바뀌었다. 내수산업이 회복하고 농업생산성도 증가했다. 대북제재가 성공적이라면 북핵 개발 억제 혹은 경제파탄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일성 시대 북한 경제는 남한을 압도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크고 주민 개별 삶도 상대적으로 윤택했다. 냉전시대 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진영 내 무역과 지원의 결과다. 그러나 이번 경제 성장은 성격이 완연히 다르다. 사상 유례없는 제재와 압박 속에서 일궈낸 성과다. 외부의 도움은 중국의 지원이 전부다. 그럼에도 남한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는 성과를 냈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경제의 성장을 ‘핵·경제 병진 노선’의 승리로 평가할 만하다. 고강도 대외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을 해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할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다면 김정은 체제의 내구성은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체제 측면에서는 경제 성장이 마냥 긍정적인 의미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성장의 원인을 분석해보자.

이번 북한 경제의 성장은 ‘장마당’과 ‘포전담당책임제’의 활성화에 따른 것이다. 김정은 정권 들어 장마당은 200개에서 400개로 늘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종사한다. 포전담당책임제 역시 김정은 정권 들어 크게 발전했다. 북한 주민이 의식주를 배급으로 해결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생활 수요의 대부분을 시장에서 충당한다. 문제는 두 제도가 사유재산과 인센티브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만큼 북한 체제에 위험한 것은 없다. 지도부의 권위와 권력을 약화시키고, 통치질서에 구멍을 뚫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유일사상 10대원칙’에 시장화 과정에서 확산된 부르주아 사상과 자본주의적 요소들에 대한 위기의식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성장은 주민통제 측면에서는 모래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 해의 경제성장을 두고 북한 체제 내구성과 연계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다년간의 노력으로 도입한 자본주의적 정책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장 활성화의 효과를 체감한 북한 주민은 더 큰 풍요와 안정을 바랄 것이다. 주민 누구도 생존의 한계치로 내몰렸던 피폐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주민 통제와 기본의식주 해결을 위한 경제 활성화 사이에서 임계점을 넘나드는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다.

그동안 북한 체제의 내구성은 불가사의 그 자체였다.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쇄도산과 종주국 옛 소련의 해체, 그리고 중국의 개혁과 독일 통일, 최고지도자들의 잇단 사망과 대기근에도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다. 대외의 원조 중단과 핵개발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고립정책과 경제파탄이라는 위기에서도 자신들만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며 버티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직면한 도전은 대외의 압력이 아니라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북한은 지금껏 한 번도 안 가본 길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도전에 부닥친 것은 김정은 정권만이 아니다. 북한의 경제 성장은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의 제재·압박은 핵개발 등 김정은 정권의 ‘나쁜 행동’을 벌주고, 분풀이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계속 제재와 압박에 매달리는 것은 속수무책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울분만 풀어보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핵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와 거꾸로 하면 된다. 북한이 시장을 키우고 대외 교역을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도 축소하지 말고 확대하도록 적극 협력하는 게 북핵 해결에 기여하는 길이다. 북한의 대내 결속을 도와주는 봉쇄정책을 버려야 한다. 중국 역할론도 허망하다. 중국은 대외적 압박이 북한의 체제붕괴를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할 게 뻔하다. 그보다는 김정은을 태운 호랑이가 속도를 더 내도록 채찍질하는 게 맞다.

조호연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방안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먼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어 완전한 핵폐기를 이루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어 새로울 게 없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대규모 파괴와 인명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제재·압박에 대화를 병행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핵 해법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방안 공개는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측에 이를 미리 알리고, 회담에도 대비하게 하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접근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한·미 일각의 우려를 씻으려는 의도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 발언은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가 송환된 지 얼마 안 돼 사망한 것과 관련, 북한을 연일 성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어떤 맥락에서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은 트럼프가 이날 백악관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지도자 사이에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중요하다. 문제는 외교·안보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문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발언 논란이 불거진 데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이라는 새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여론이 싸늘해지고 이를 반영하듯 미국 행정부는 대북 대화 조건을 비핵화로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군사적 조치를 운운하던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화적인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한·미 간에 큰 균열이라도 발생한 것인 양 소란스러운 보수세력도 경시할 수 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이념공세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자칫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건강한 논의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구상을 제시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된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 선제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핵보유 단계에 접어든 북한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기왕의 대북 지원 차원을 넘어서는 담대한 제안이 요구된다. 실효성 있는 선제적 조치를 마련한다면 미국은 물론 국내 여론을 설득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세상이 바뀌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교체도, 정권붕괴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을 믿어달라”고도 했다. 외교언어치곤 거칠지만 진정성은 묻어난다. 그는 지난 3일 국무부 직원 강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틸러슨의 발언은 정확히 북한의 흉중을 꿰뚫는다. 김정은 정권의 제1목표는 체제 생존이다. 핵개발도 미국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체제 보장을 공개 약속했다. 북한의 핵개발 명분과 논리는 거대한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이렇게 선명한 반전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처음에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반도는 전쟁위기설로 설설 끓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거론한다.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건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핵과 미사일 실험 동결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_ AP연합뉴스

국가 관계는 말과 행동으로 구성된다. 말로 명분과 정당성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북한은 틸러슨의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말 한마디로 70년간 쌓인 북·미 간 적대감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북핵 게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대외전략 환경 변화는 대미관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혈맹’ 중국의 태도변화도 북한을 곤혹스럽게 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시사하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적극적이다. 북한으로선 하나같이 아프다. 북한이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못하는 데 미국의 군사적 실력행사와 중국의 대북 압박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남한 내에서도 ‘우군’을 잃고 있다. 구조적으로 북한의 ‘적대적 이익공동체’인 남한 보수는 허약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자유한국당 여론지지율은 8%다. 불과 열흘여 전인 지난 대선에서 이 당 후보가 20% 넘게 득표한 것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보수는 대선에서 특유의 색깔론과 이념공세를 폈지만 먹히지 않았다. 과거 보수의 안보공세에 쩔쩔매며 변명으로 일관하던 진보후보가 오히려 보수후보들을 ‘가짜 안보장사꾼’으로 공격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아마도 북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공존 추구와 대화를 중시하는 대북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북한을 비난하고 강경정책을 구사하는 보수 정권이 상대하기 쉬울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고마운’ 존재였다. 남북 간 적대감은 북한에 논리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북한의 체제 및 핵개발 논리의 명분과 당위를 갉아먹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중장거리 ‘화성-12’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며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겉으로 북한을 비난하면서 뒤로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며 북한에 돈을 건네려 하거나, 선거 때 북한군에 남쪽으로 총을 쏴달라고 부탁하는 보수 대통령, 보수 정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대외정세의 변화는 김정은 정권에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한국·미국·중국 3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국정 최우선 목표로 삼고 공조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의 일이다. 평화적인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도 공유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을 보였던 6자회담과 9·19합의 등을 연상시킨다. 한국과 미국이 대북접근 방식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북한에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북핵·미사일이 동북아 및 세계평화·안정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대두된 지금 북한 역시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해 있다.

핵개발을 통해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북한의 발상은 그 자체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상대국도 핵으로 무장하거나 기존 핵무장력을 강화하게 되므로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핵개발로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 역시 무모하다. 예컨대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이지만 강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핵개발은 강국을 보장하지 못한다.

특히 주민 삶을 희생하는 핵개발은 오히려 국가의 토대를 약화시킨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저서 <부수적 피해>에서 “다리의 운명은 가장 약한 교각이 결정한다”고 했다. 북한이라는 다리에는 수많은 교각들이 있다. 하지만 핵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부실하고 강도가 약하다. 김정은은 핵을 자랑하기에 앞서 바우만의 경고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조호연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거세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주는 타격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 노력을 공언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다. 대화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문제 정책적 공간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핵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은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 실험·미사일 발사 동결 등 대안을 제시하고 주변국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취임에 맞춰 4강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등이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핵 접근법에는 이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데 제재에만 의존한 북핵 폐기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어떤 대안이나 비전 제시도 없이 대결적 이념공방만 되풀이하는 국내의 낡은 풍토도 바꿔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역설하던 ‘진짜 안보’를 구현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공고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보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 보호 방침을 재확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한·미 공조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는 어디까지나 한국이 주도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핵 문제 접근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과 공조가 중요하지만 한국만의 주체적 외교 역량을 발휘하는 일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다.

북핵 문제는 한국전쟁과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며 그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립은 동북아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결코 풀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이 어제 서해 동창리에서 동해 쪽으로 중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지난달 ‘북극성 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22일 만이다. 이는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대 위반이다. 지역 평화를 깨뜨리고 국제규범을 거듭 파괴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저울질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보란 듯이 이뤄졌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면서 대북 선제타격, 대중국 세컨더리 보이콧과 함께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하나가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특히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경쟁을 하자는 것으로 결코 북핵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출처: 경향신문DB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불가의 인물이다. 후보 때부터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더니 취임 후에는 갈수록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을 매우 강하게 다스리겠다” “김정은이 한 일에 대해 매우 화가 난다”는 그의 발언에서는 북핵 문제의 합리적 해결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자칫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부딪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북·미가 번갈아가며 모험적 대응을 하면 서로에게 강경책의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지 모른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북한이 잇따라 도발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흔들어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북한이 얻을 것은 없다. 당장 한·미 양국은 북한 도발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도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북 지원 명분은 약화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명분은 강화될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수록 국제적 고립만 자초한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핵·미사일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이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하루빨리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촉구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외교관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어제 브리핑을 통해 고려항공 직원과 북한 외교관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추가로 발표했다. 북한 외교관의 범행 연루 의혹은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직접 개입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더 이상 달아날 구석이 없어 보인다.

말레이 경찰은 두 사람을 조사할 수 있게 해줄 것을 북한 대사관 측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협력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것이라며 강제수사 의중을 내비쳤다.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송환도 요구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가 여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 모두 북한 국적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처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쿠알라룸푸르 시내 부킷아만의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광성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등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들의 신원을 추가로 밝히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_ AFP연합뉴스

북한은 지금까지 궤변과 억지를 부려가며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 했다. 말레이 경찰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심지어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는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결탁해 조선(북한)을 배후로 몰고 간다”며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공항 폐쇄회로(CC)TV 동영상 등 과학적 증거가 사건의 배후가 북한임을 가리키자 물타기 해보려는 의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남 탓하기 전에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태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혈족이 사망했는데도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원수로서 무책임할뿐더러 형제간 도의에도 맞지 않다. 

사면초가의 북한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은 지금이라도 국제사회 규범을 지키는 것이다. 먼저 말레이 당국의 사건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8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를 말레이 수사 당국에 보내 조사를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제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자에 의해 독살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8시부터 줄을 서 있다가 뒤에서 접근한 이들 여성에 의해 독극물을 흡입한 뒤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도주 중인 범인 2명이 베트남 국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의문은 남아있지만 북한의 소행을 제외하고 달리 추론할 근거는 없다. 국가정보원도 어제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이번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를 북한 정보당국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5년 전인 2012년에도 살해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등 껄끄러운 그를 북한 정권이 제거했다는 것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시각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15일 쿠알라룸푸르 남쪽에 위치한 푸트라자야 병원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호송하고 있다. 김정남의 시신은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옮겨져 부검됐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등이 이 병원에 와 부검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푸트라자야 _ EPA연합뉴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김용진 내각부총리 등 최고위직에 대한 처형과 숙청을 거듭해왔다. 이제 형제인 김정남까지 외국의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백주에 독극물로 살해함으로써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북한이 현대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습과 공포정치로 유지되는 비정상 체제이며, 김정은은 반인륜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지도자임을 또다시 확인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이나 중국과의 관계에 개의치 않으면서 서슴없이 범죄를 자행하는 김정은 정권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사회다. 최근에는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연일 대북 선제타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의 시민들도 북한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당장 말레이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냉정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 정권의 미래에 변화가 있을 것처럼 섣불리 예단해서도 안되지만, 난무하는 억측을 방치해 시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이번 사건은 북한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이 아니며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을 안보 사안으로 몰고 가려는 여권 일각의 행태는 용납돼선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뒤이어 대선이 눈앞에 닥칠 수 있는 중대한 시국임을 직시해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핵 문제는 상당 부분 북·미 간 문제다. 북·미 간 타협과 갈등으로 점철된 북핵 문제의 긴 역사가 잘 말해준다. 그런데도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이 쉽게 끝낼 수 있다며 중국에 떠넘겼다. 그런데 그건 미국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미국은 선제타격으로 북한을 무릎 꿇릴 수도 있고, 대북 경제 지원으로 북한 태도를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두 그게 전략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오바마가 북핵 문제를 북·중 간의 문제로 바꿔치기하려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실패한 이유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은 손을 뻗어 트럼프의 옷깃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단계에 있다고 발표하자 트럼프는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즉각 반응했다. 그리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한국과 일본에 보내 북핵을 주요 위협으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미가 신호를 주고받은 것은 미·중이 서로 책임전가하며 시간을 낭비한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러나 이건 두 거친 남자가 치명적 무기를 다루는 일이다. 김정은은 정말 ICBM을 발사하거나 6차 핵실험을 할지 모른다. 트럼프와 네오콘 못지않은 그의 주변 인물들도 어떤 카드를 꺼낼지 알 수 없다.

이런 정세에서는 종잇장 차이로도 험한 대결과 큰 거래라는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정은·트럼프 간 교신이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협상을 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예측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은 잘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게 요즘 한반도 주변 정세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하기에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한국 국방백서는 미국이 군사 우위를 지키는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일본이 해·공군 중심의 군사력을 경쟁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1월 기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의 군사비 합계는 세계 군사비의 57.6%다. 동북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비를 쓰고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상대를 겨누는, 세계 최고의 중무장 지역이다. 이런 긴장 상태라도 대화와 교류가 활발하다면 위기감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 북·미 사이뿐 아니라 한·중, 한·일, 북·중, 중·일 사이를 채우고 있는 것은 깊은 불신과 적대감이다. 이런 상태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결정,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었다.

한반도와 주변에 지금 모자란 것은 군비, 무기, 적의가 아니다. 부족한 건 대화다. 급한 것도 대화다. 그렇다면 정당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건 피해야 한다. 북한이 수용할 것 같지 않은 당위적 주장보다 북한이 원하고 한·미가 들어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바로 한·미 연합훈련 일시 중단이다. 북한은 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하면 핵실험도 일시 중단하겠다고 줄기차게 제안했지만 한·미는 일관되게 거부했다. 결과는 핵전력을 총동원한 더 강력한 훈련, 북핵 개발의 가속화, 한반도와 주변에 만연한 위험과 불안이다. 그럴수록 한국은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협력체제에 깊숙이 끌려들어갔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훈련 일시 중단은 비핵화에 관한 북한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낡은 도그마를 깨는 선제적 조치다. 그건 북한을 대화의 마당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와 북핵의 핵심에도 다가가게 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북핵은 평화의 부재가 낳은 것이다. 과감하게 군사 문제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로도 진전시킬 수 있다. 미·중에 휘둘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수렁에 빠진 한반도 상황을 탈피하고 싶다면 한국이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군비통제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울에 온 매티스는 북핵 문제에 관해 A부터 Z까지, 24시간 365일 긴밀히 소통하고, 3각 협력 및 연합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더 강력하게 한국을 미국의 손안에 틀어쥐고, 북한과 중국에 맞서겠다는 말로 들린다. 다음 한국 정부가 너무 나서지 못하게 미리 쐐기를 박아 놓자는 것일 수도 있다.

김정은의 무모한 모험을 부추겨도 안되고, 트럼프의 변덕에 휘둘려도 안된다. 그러자면 선택해야 한다. 김정은·트럼프가 추는 지뢰밭 위의 탱고를 구경만 할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나설 것인가.

이대근 논설주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