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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1 [동네적 풍경]치유를 향한 길


<노트북>으로 유명해진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2008년도에 찍은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Lars and a real girl)>는 언뜻 별나고 정신이 좀 이상한 청년에 대한 영화인 것 같지만, 세월호 사건을 거치고 나서 보니 정신이 좀 아프고 외로운 청년 하나에 대해 동네 전체가 어떻게 그를 돌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시골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는 스물일곱 청년 라스는 지나치게 내성적이다. 엄마가 그를 낳으면서 죽고 형은 일찍 집을 나가 외롭게 자랐지만, 외롭게 자란 것치고도 지나치게 내성적이라 아버지가 살던 집에서 임신한 아내와 사는 형이 이사를 들어오라고 해도 꿋꿋이 차고에서 산다. 다른 사람과의 교제도 전혀 없어서 형과 형수는 물론 마을 사람들이 다 걱정할 정도다.

그런데 이 청년이 직장 옆자리 오타쿠 동료가 보여준 사이트에서 리얼 돌, 그러니까 ‘섹스 돌’을 산다. 그런데 이 인형의 원래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양갓집 아가씨 부럽지 않게 존엄을 지켜 주면서 휠체어에 태워 비앙카라는 이름을 가진 자기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며 여기저기 다닌다.

형과 형수는 라스의 이상 행동을 걱정하며 온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요즘 애들 약해 빠졌다고 흥분하는 이웃 아저씨도 있지만, 결국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라는 목사님의 말에 이웃들은 모두 라스의 이상한 사랑놀이에 장단을 맞춰준다.

단 한 사람도 라스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사람은 없다. 마침내 비앙카가 위독하다며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라스를 위해 동네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만들어 주고 함께 있어준다. 그러면서 ‘친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정신이 아픈 이웃을 다 함께 걱정하고 돌보는 동네가 과연 가능할까. 한 사람을 위해 한 동네가 마음을 쓰는데, 큰 상처를 당한 한 동네를 위해서는 과연 몇 나라나 나서면 좋을까.

9월1일 안산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치유공간 ‘이웃’이 열린다고 한다. 이곳에서 집밥을 만들어 줄 봉사자와 잠을 자지 못해 뻣뻣하게 굳어 있는 유가족들의 몸을 온화하게 마사지해 줄 자원봉사자를 찾는다고, 문의는 malyma@daum.net으로 하면 된다고 한다. 나도 가을이 되면 그저 ‘같이 있어’ 볼 생각이다.


김현진 |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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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