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결렬 선언 직후 독자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그제 통상임금 등 노사정 협상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의제는 정책화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청년층의 고용절벽과 장년층의 고용불안 등 절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구조개선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계의 결렬 선언 하루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반노동적 정책 강행에 나선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협상을 주선한 것 자체는 평가할 일이다. 해고와 임금 등 민감한 노동 현안을 노동계와 협상하는 것은 흔치 않은 시도였다. 또한 노사정 대타협 무산의 책임이 정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협상 결렬 후 정부는 돌연 노동계와 맞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책임성이 가장 큰 노사정 협상 주체로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노사정 대타협은 정부의 노동정책에 정당성을 얻으려고 노동계를 들러리 세우려는 획책”이라는 노동계 일각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노사정 대타협 결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추진방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의 독자적인 구조개선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일반해고 기준 명확화’를 둘러싸고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해고의 불명확성을 없애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하지만 노동계는 해고요건 완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추진이 노동자 권익 보호보다 재계의 이해 증진 목소리에서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누구 말이 타당한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저성과자 해고 완화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미래가 걸린 시급한 과제라는 데 이의가 없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청년 실업, 근로시간, 60세 정년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사정 간 신뢰다. 신뢰가 있다면 정책적 견해차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계와의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대결적 노동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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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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