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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19 [여적]놀이교육

네덜란드 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최근 한국의 일부 학교에서 시행 중인 ‘놀이교육’을 본다면 흐뭇해 할 것 같다. 그는 ‘유희의 인간’이란 뜻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본원적 특징을 놀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놀이는 창조적 활동이며, 대부분의 문화도 놀이 충동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책이 나온 지 80년이 다 된 지금 그의 이론을 대전 둔전초등학교가 성공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이 학교는 매주 화요일 5교시에 놀이교육을 한다. 정규 수업 시간에 강의 대신 딱지치기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올 초 시작한 교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설문조사를 했더니 전자게임·TV 시청이 전체 여가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 수서초등학교는 놀이교육 시행 결과 학교폭력과 왕따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이들은 놀면서 속상한 마음이 풀려 싸웠던 친구에게 먼저 사과하고, 공부도 더 집중이 잘된다고 토로했다. 놀이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중요한 소득이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강요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던 아이들이 자발적인 놀이를 통해 자기 삶과 행동의 주인으로 거듭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기르고,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와 책임감과 배려도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한다. 이쯤 되면 놀이는 한국 교육의 병폐를 뜯어고칠 수 있는 ‘명약’이 될 만하다.

18일 대전 둔천초등학교 1학년 2반 교실에서 놀이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놀이가 만든 변화와 치유의 힘은 극소수 학교의 사례일 뿐이다. 우리는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의 무기력과 분노의 결과를 훨씬 더 자주 접한다. 만연한 학교폭력과 컴퓨터·스마트폰 게임 중독이 그 증거다.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동적이고 억압적인 삶에 대한 반발로 이런 일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시간을 허비하고 공부를 못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탓에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이제 어린이들만이라도 속박을 풀고 자유롭게 놓아줘야 한다. 마침 유니세프가 어제 놀이증진 전략을 짜라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무한경쟁에 찌들어가는 아이들에게 긍정적 에너지와 내적 동기를 심어주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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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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