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한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청와대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청년희망펀드 모금 규모까지 정해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전경련 이모 상무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박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를 발표한 이후 청와대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지시가 내려와 기업인들이 청년희망펀드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또 “기업인들이 1200억~1300억원 정도 참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2015년 9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설립된 청년희망펀드의 실제 모금액은 1450여억원으로 청와대의 모금 목표액과 거의 일치한다. 이 상무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미르·K스포츠 재단처럼 대기업 갈취를 통해 이뤄진 것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 화면.

그동안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기업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모금이 이뤄졌다”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동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청년희망펀드가 설립되기도 전에 재단설립 태스크포스(TF)에 파견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24~25일 재벌총수와의 단독면담에서 청년희망펀드에 참여해달라고 했다”며 박 대통령을 뇌물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특검은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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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대기업 비정규직의 증가가 몰고 올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2020년부터 취업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규· 비정규직 간 극심한 격차가 지속될 경우 청년층의 경제참여를 위축시켜 고용여건은 더욱 나빠진다고 진단했다.

30일 고용노동부의 상시고용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형태 공시 결과 발표도 이 한은의 경고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20%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아졌고 기간제 비율까지 합치면 대기업 노동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었다. 기아차 모닝 생산공장이나 롯데 영등포역 백화점처럼 운영 인력이 100% 간접고용이지만 정규직이 워낙 적어 공시에서 제외된 기업까지 포함하면 이미 비정규직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급여는 49% 수준이다. 청년들의 구직 욕구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청년실업이 아니라 일시 취업과 해고를 반복하며 숙련 형성 기회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되는 ‘청년 낭인’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화 <카트>의 실제 주인공들인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부의 대책을 반대하며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있다._경향DB

 


하지만 대기업들은 비정규직 비중을 낮추고 고용 안정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청년들의 취업 욕구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책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녀세대에게 안정된 미래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며 청년실업 문제를 세대갈등의 문제로 접근했다. 기업의 책임은 외면한 것이다. 대한상의도 ‘청년실업 전망과 대책’ 보고서에서 20년 전 ‘대학정원 자율화’를 원망할 뿐 고학력 실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은 시종 ‘최저임금을 동결하지 않으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급기야 법정활동 마감시한인 지난 29일에는 최저임금을 시급·월급제로 병행 표기하자는 제안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회의를 거부했다.

인구고령화는 당장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저임·비정규직 남용은 막아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고용지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대기업들의 ‘이기적 고용’에 끌려다닐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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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은 한국 재벌사에도 인상적인 해다. 100년 역사의 재계 판도가 뒤집힌 날이기도 하다. 서열 1위인 현대그룹이 이른바 ‘왕자의 난’을 거치며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인 경영권 분쟁은 재벌의 숨겨진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자회견장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서울 계동 사옥 본관 문을 걸어 잠근 채 상대방 진영의 출입을 차단한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한 편의 코미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필 서명을 둘러싼 위·변조 논란도 여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수십조원의 판돈이 걸린 경영권 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권력의 세계와 다를 게 없다. 승자독식 구조라는 속성을 감안하면 당대에 끝나는 싸움도 아니다. 어디 현대그룹뿐이랴. 형제간에 우애가 좋기로 유명했던 두산그룹도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재벌 총수가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비극을 연출했다. 40대 재벌그룹 중 17곳이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는 통계도 있다. 거의 2곳 중 한 곳꼴이다. 현대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총성 없는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내 재벌 총수들이 오찬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다음달 CJ 이재현 회장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범삼성가에서 이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는 소식이 재계의 화제다. 삼성과 CJ는 앙숙이라 불릴 정도로 수십년간 분쟁에 시달려왔다. 근자에도 삼성의 이 회장 미행 사건과 사상 최대 규모의 소송전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번 탄원서를 계기로 양가가 해묵은 앙금을 털고 화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대표기업이 당대의 경영권 분쟁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며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기업 분쟁은 한낱 집안싸움으로 치부하기엔 후유증이 너무 크다. 우리 경제는 지금 경기 침체와 청년실업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국가경제를 위해 헌신해야 할 기업 총수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형제의 난’ ‘왕자의 난’ 같은 단어는 없어져야 할 유물이다. 가뜩이나 기업 총수들의 잇단 구속과 법정 다툼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재계가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박문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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