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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27 [기고]대리석과 적벽돌 문화의 교훈

올여름 유럽 배낭여행에 도전했다. 파리, 런던, 로마로 이어진 초반부 여정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풍경은 오래가는 대리석과 적벽돌로 지어진 건축물이었다. 특히 로마를 떠나 이탈리아 남부여행의 요지인 나폴리와 소렌토 인근에 위치한 폼페이 유적의 중앙광장 기둥은 절묘하게도 대리석과 적벽돌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공화정 로마의 전성기를 간직한 채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해 사라졌다 부활한 광장 기둥의 모습은 귀족과 평민, 부자와 빈자, 예술과 실용 등의 조화로운 결합이 진정으로 오래가는 강건한 나라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화려한 대리석에 과도하게 몰입한 로마의 왕정과 중세의 신정은 물론 18세기 최고조에 달한 프랑스 절대왕정이 민심이반에 직면해 허무하게 무너진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우선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가 자신의 대리석 궁전과 어울리지 않는 평민들의 주거지를 현대식 도시계획이라는 미명하에 불태운 일은 불도저를 앞세운 뉴타운 건설을 연상시킨다. 또한 중세의 신정을 주도한 교황들이 권위의 상징 교황청을 보다 화려하게 치장하기 위해 각기 황제와 평민의 무대였던 프로 로마노와 콜로세움까지 허물어 가며 대리석을 약탈한 일은 신의 이름으로 용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나아가 전 유럽의 황제들이 동경했던 화려한 대리석 궁전 베르사유의 유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루이 16세는 기요틴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반면 대리석 궁전에 상응해 대다수 시민들을 위한 적벽돌 건물에도 관심을 기울인 고대 로마와 근대 영국은 인류의 역사를 대표하는 양대 제국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발굴작업이 진행 중인 로마의 유적은 한결같이 적벽돌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런던의 도심에는 산업혁명과 더불어 부상한 실용적인 부르주아의 힘을 상징하는 적벽돌 건물들을 지금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대리석과 적벽돌은 화강암에 비해서는 여리지만 목재에 비해서는 견고한 소재이다. 이 점에서 대리석과 적벽돌은 적절한 혼합을 전제한 상태에서 건축은 물론 국가발전의 소재로서 중용의 미덕을 구현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는 화강암에 치중한 잉카문명이나 목재에 안주한 제3세계 국가들이 서구 열강이 주도한 제국주의 쟁탈전에 허무하게 무너진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니콜라 피사노의 걸작 시에나 두오모 성당. 화려한 외부의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보다 내부의 대리석 상감무늬가 더욱 현란하다. (출처 : 경향DB)


한편 대리석과 적벽돌의 은유는 민주주의는 물론 자본주의 심화과정에서 표출된 노사관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19세기를 풍미한 자유시장의 기풍하에서 독점자본은 소년노동까지 불사하며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하였다. 이에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구상한 사회주의 기풍이 유럽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나아가 기업의 천국 미국에서도 20세기 초반을 전후해 유럽의 경험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산업화의 부작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은 오늘의 우리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국민과 불통하는 권력과 파이 키우기에 급급한 재벌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위기담론을 앞세워 또다시 성장연합을 구축한 권력과 재벌은 규제혁파 담론을 확대재생산하는 일에 부심하고 있다.

결국 적벽돌의 유용성을 간과하고 대리석의 화려함에 도취한 편협한 발전전략으로는 미래 한국의 진로를 개척하기 어렵다. 따라서 적벽돌이 상징하는 국민 전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는 단순히 국민 개개인의 자기이익을 초월해 국가나 자본의 궁극적인 안위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정렬 | 대구대 도시행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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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