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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6 [사설]박 대통령, 일상 복귀론 펼 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휴업했다가 수업을 재개한 서울 대모초등학교를 찾았다. 이 학교는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 인근에 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를 ‘중동식 독감’으로 지칭하며 “손 씻기 등 건강습관만 잘 실천하면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의 경영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불안심리 차단을 강조한 바 있다. 과도한 ‘메르스 포비아(공포증)’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일상생활이 지나치게 위축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치사율은 높아지고, 첫 40대 사망자가 나오고, 당국의 통제범위 밖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일상 복귀를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일원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해 메르스 예방 교육을 참관했다. (출처 : 경향DB)


모든 불안과 공포에는 이유가 있다. 메르스 대란 속에 시민의 두려움이 확산된 주요인은 정부의 불투명성이다. 사태 초기 정부는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환자 발생 병원 등 기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의 부재가 집단적 불안감을 낳고,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는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어제 공개한 조사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메르스 관련 정보가 신속·투명하게 공개되는지 묻자 응답자의 88.6%가 ‘잘 안되고 있다’ ‘미흡하다’ 등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의 메르스 대책에 대해서도 68.8%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 주체가 정부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만연한 불안감을 대중의 ‘비과학적’ 과민반응 탓으로 간주하며 유체이탈식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시민과 유리된, 불통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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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에서 ‘일상 복귀론’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권은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참사의 아픔과 교훈은 가슴에 새기자’거나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경제를 살리자’류의 언설이 난무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2개월이 지나도록 진상 규명은 지지부진하고, 선체 인양은 구체적 계획조차 수립되지 못한 상태다. 메르스 사태 속의 일상 복귀론도 ‘불순’하다. 정부의 초기대처 실패를 덮어버리고, 메르스 대응을 개인위생 차원의 문제로 환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초기대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지도 않은 대통령이 먼저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비과학적 ‘정신승리’에 불과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섣부른 일상 복귀론을 접고, 메르스 사태의 실체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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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