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3.27 [사설]판사 10명 중 9명이 윗선 눈치를 본다니
  2. 2016.12.23 [기자칼럼]무오류의 양승태

현직 법관 10명 중 9명이 대법원장과 법원장의 정책에 반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법관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법관 독립을 보장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법관들은 되레 사법부 외풍이 아닌 내부로부터의 법관 독립 침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사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도해 이뤄졌으니 신뢰할 만하다. 현직 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인사제도 관련 설문조사는 좀체 드문 일이다.

법관들은 독립을 침해하는 주요인으로 ‘제왕적 대법원장’과 ‘사법부 관료화’를 지적했다. 이들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승진·전보·선발성 보직 등 인사 분야’(89%), ‘평정·재임용 등 직무평가 분야’(72%)를 꼽았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71.6%)이 압도적이었으며 그 방법으로 대법원장의 관여를 줄여야 한다(64.3%)고 했다. 그동안 대법원장의 인사권 독점이 일선 법관들의 통제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판사들의 목소리로 새삼 확인된 셈이다.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 해외연수 선발, 법원장 임명, 대법관 임명제청 등 말 그대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개별 법관들은 법원장의 인사 평정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법원장들은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3000여명에 이르는 전체 법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법관들은 과거 독재권력에 맞서 사법권 독립을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재판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법부 독립의 외양은 갖췄지만, 정작 속으로는 사법부 수뇌부의 눈치를 살피며 곪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인권법연구회의 이번 학술대회를 축소하라는 압력 행사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제 보니 판사들의 이런 자가 진단 내용이 바깥에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모양이다.

법관의 독립성은 시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판사들마저 윗선 눈치보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진정한 사법부 독립은 이뤄지기 어렵다. 이제 진단은 나왔으니 수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이를 사법부에만 맡겨둬선 안된다. 독일은 법원이 사법부 독립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행정부와 의회, 법관 대표기구 등이 참여한다. 대법원장 전권 아래 놓인 대법관 추천 방식도 선진국처럼 시민·사회 의견을 거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사법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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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대법원장이 국가정보원의 사찰을 받았다는데 3000명에 달하는 판사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법원 게시판도 조용하고 판사들 사이에 화제도 아니다. 전직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양승태 원장이 업무시간에 등산 갔다는 내용이잖아요”라고 심드렁히 말했다. 이렇게 되니 “실로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는 헌정사상 가장 강경한 성명을 읽은 대법원 공보관만 무람한 처지가 됐다.

정권의 간섭에는 어김없이 저항해온 다섯 차례 사법파동은 우리 법원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권력에 순종하고 협력해온 검찰은 흉내조차 내본 적이 없는 일이다. 이런 사법부의 수장이 ‘실로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를 선언하는데도 판사들은 냉담하다. “사생활을 들춰낸 것도, 재판의 결론을 알아낸 것도 아니다. 업무시간에 등산을 갔다는 것뿐이다. 대법원도 예상한 수준 아니냐”고 판사들은 말했다.

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법원에 출입했는데 그때도 법원 담당 국정원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공보관도 만나고 법원장도 만나 돌아가는 얘기를 들었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이들과 정보를 주고받던 시절이 있다. 최근에는 판사들이 국정원의 사상검증을 거쳐 임관한다. 양승태 대법원은 대수롭지 않다고 반응했었다. 등산 문제로 발끈하는 대법원장이 그래서 어색한 것이다.

국회 청문회 도중 불거진 대법원장에 대한 사찰 의혹이 알려진 15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근하며 기자의 질문을 받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지윤 기자

판사들은 속내를 털어놨다. “이미 한참 전에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수첩이 공개됐다. 청와대가 판사들을 손보려고 벼른 사실이 드러났지만 말 한마디 없던 대법원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는 관련 법관 징계는 청와대에 영향받지 않았다는 동문서답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9일에야 내놓았다. 정권의 판사 위협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대법원장의 순결만 주장하는 태도였다.

청와대의 표적들은 빠짐없이 고초를 겪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무죄 판결을 비판한 김동진 판사, 선박 사고 영장을 기각하면서 세월호 사고와 국가의 책임을 언급한 이형주 판사, 국가보안법 사범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박관근 판사 등이다. 게으른 기자인 나는 모르는 사건들이 산처럼 많을 것이다.

판사들의 싸늘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대법원은 등산사찰 항의 성명에 이렇게 덧붙였다. “청와대 등에서 법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였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된 바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법원으로서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청와대의 시도가 전달되지는 않았다며 이번에도 대법원장만 보위했다.

이런 대법원이 최근 대법원장의 강력한 인사권을 복원하는 인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역사를 되돌리는 일이다. 앞서 2010년 국회는 대법원장의 지나친 인사권을 해소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대법원장이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일부를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시키고, 이들을 다시 추려 대법관에 제청하면서 법관들을 줄 세우는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외부의 압력이 강해지자 2011년 대법원은 개혁 요구를 일부 반영해 개선안을 만들었고 올해로 시행 5년째로, 과도기였다.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이 퇴임을 열 달 앞두고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판사들은 자신들의 인사 문제라 발언을 주저하고 있으며, 행여 내년 2월 인사에 불이익이 있을까 숨죽이고 있다. 판사들에 대한 청와대의 위협은 외면하면서 이 와중에 제왕적 인사권을 회복했다.

“법관들은 정치권력도 두려워하지 않고 언론권력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관은 겁내는 것이 있는데 대법원장의 인사권”이라고 판사들은 말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을 앞두고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이 눈치를 보고, 대법관 제청을 앞두고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움직인다. 제왕적인 대법원장은 무오류의 대법원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모든 다른 의견들을 소멸시켜가고 있다. 이것이 2016년 겨울의 사법부다.

사회부 이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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