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어제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수도권·강원·제주 지역 순회경선을 치른 결과, 누적 투표율 57%를 기록하며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제친 문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오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원내 5개 정당 대선후보들이 모두 정해지면서 19대 대선 본선이 시작된다.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문 후보는 어제 대세론을 확인하면서 대선 경쟁의 선두에 섰지만 그와 민주당에 주어진 과제는 무겁다. 우선 문 후보에게는 대선 본선을 정책 중심의 레이스가 되도록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촉박한 대선 일정으로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그랬겠지만, 후보들이 국정운영의 방향을 놓고 제대로 토론하지 못했다.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요구한 개혁 방안은 제대로 제시조차 되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후보 간 인신공격과 비방만 난무했다. 본선이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생산적인 경쟁이 될지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갈지는 문 후보와 민주당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력 주자인 문 후보가 선거판의 흐름을 주도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 후보와 민주당이 진정 준비된 대통령을 입증하고자 한다면 네거티브 대응을 자제하면서 선거판을 건강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가 3일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손을 들어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문 후보가 떠안은 또 다른 과제는 민주당과 국가의 통합이다. 문 후보는 끊임없이 친문재인 패권주의 논란을 불렀다. 지난 대선 이래 여러 당 대표가 문 후보와 지지자들과 맞서다 당을 떠났다. 이번 경선에서도 안희정 후보가 “질리게 한다”고 할 만큼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이런 포용력으로는 산적한 과업을 앞에 두고 있는 국가를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 당선과 함께 대개혁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차기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과 마주서야 한다. 시민의 기대가 높은데 민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그 정권은 실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과 그의 성과라기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구여권의 실정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것이다. 문 후보에 대한 지지율 못지않게 높은 비호감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문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이런 확장성의 한계와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시민들은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대선 레이스와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후보를 원하고 있다. 이런 책임을 우선 부여받은 문 후보가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면 문재인 대세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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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9일 전격 회동했다. 정 전 총리는 “우리나라가 이래 갖곤 안되겠다, 좀 더 잘 만들기 위해선 정치구도, 지형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화합과 통합으로 가야 한다. 통합·공동·화합정부를 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 봤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는 대권 도전 결심을 굳히고 다음주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도 출마 선언 이후 독자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회동에서 세 사람은 나라 걱정을 했다고 한다. 결국 보수·중도 대연합의 필요성을 공유했을 것으로 사람들은 보고 있다. 이미 김 전 대표는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반문(반문재인) 세력 결집을 주도해오고 있다.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 등과 조찬회동을 한 뒤 호텔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5·9 대통령선거는 이제 41일을 남겨놓고 있다. 각 당의 대선후보는 확정됐거나 차츰 윤곽이 잡히고 있다. 당 후보들은 모두 국정을 이끌 정책과 비전, 정치적 노선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당원·시민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데 정당과 무관한 사람들 몇이 바깥에 모여 ‘문재인은 안된다’는 식의 연대를 궁리했다면 어리둥절해질 뿐이다. 누가 이들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했는가.

큰 선거를 앞두고 정파 간의 연대나 후보단일화 논의가 나오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요, 비난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합집산에도 명분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실패에 대해 지금까지 보수 정당과 후보 누구도 반성과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반성은커녕 탄핵 정국 내내 민심에 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바른정당도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이들을 묶어 대선 구도를 바꿔보겠다는 시도는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세 사람은 ‘화합과 통합’을 얘기하지만,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진 후에 통합도 가능한 것이다. 

앞서 대선과 개헌을 병행하려는 이른바 ‘개헌 연대’가 흐지부지 소멸된 바 있다. 개헌을 고리로 대선에 승산 없는 세력들이 연대해 장차 권력을 나눠 먹겠다는 속이 너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야합이 동력을 받을 리 만무했다. 3인이 통합정부니 공동정부니 운운하는 것도 호응이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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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후보 간 경쟁이 정책 대결이 아니라 말꼬리 잡기와 흠집 내기로 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표창장’ 논란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가 토론회에서 특전사 복무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받기도 했다”고 소개하자 민주당 안팎의 대선후보들이 융단폭격하듯 비판을 쏟아냈다. 비판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 삼을 일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 자유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 끝에 별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문 후보 아들의 대기업 입사에 대해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최성 고양시장.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대선에서 정책 토론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경제와 민생, 외교안보, 노동 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후보 간 치열한 토론을 통해 공약을 검증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게다가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와 캠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책을 조율할 틈도 없이 바로 집무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공약을 국정에 그대로 반영한다면 상당한 시행착오가 우려된다. 그런데 후보 간 정책 토론의 빈도는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적다.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복지와 외교안보 정책 등을 놓고 정책선거를 했던 것에 비해서도 후퇴하고 있다. 갑자기 치러지는 대선이라 공약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도 아쉬운 일이다. 후보 약세로 공약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정당과 후보들이 비방전에 더욱 적극적인 점은 유감스럽다. 정책 대결을 선도하지는 못할망정 흠집 내기로 선거판을 흐리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

문 후보를 비판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어제 공세를 멈추며 “경선 캠페인이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품격 있게, 그리고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제안했다. 바람직한 태도이다. 모든 후보와 캠프는 꼬투리 잡기 캠페인을 자제하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 정책을 검증받지 않은 후보가 집권하면 시민은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언론과 시민들도 정책 대결이 가능하도록 후보들의 공약에 주목해야 한다. 유권자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후보들 간 정책 대결도 유도할 수 있다. 후보 간 직접 토론뿐 아니라 전문가들 간 토론의 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조기 대선이 정작 시민의 바람과 거꾸로 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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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선거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며 토론하는 마당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은 그렇게 되지 못할 것 같다.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심각한 독소 조항이 있는 선거법을 방치한 결과다. 앞으로 촛불집회나 친박단체의 집회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입장을 밝히는 등 정치 현안에 대한 통상적인 발언은 괜찮지만 입후보 예정자를 지지·반대하는 발언은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탄핵 환영(규탄)’이나 ‘사드 배치 반대(찬성)’라는 구호는 허용되는데, ‘정권을 교체하자’거나 ‘사드 배치 반대하는 ○○당을 선거에서 심판하자’를 외치면 불법이다. 지금까지 광장에서 맘껏 의사 표현을 하던 것은 이제 범죄행위가 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제한이 비현실적인 것은 알지만 그동안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판례들이 있기 때문에 법 규정대로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악명 높은 선거법 90조(시설물 등의 금지)와 93조(인쇄물 등의 금지)도 그대로 있다. 무심코 차량에 붙이고 다니던 ‘정권교체’나 ‘○○당 아웃’ 등의 스티커도 불법 부착물이 된다. 후보자 초청 대담 내용을 게재한 인쇄물을 배부하는 것도 법 위반이다. 모든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선거법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모순을 그대로 두고 선거를 치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돈은 막고 입은 풀라는 선거법 제정의 취지와 어긋난다.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미 선관위도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이런 맹점을 시정하기 위해 법 90조와 93조를 폐지하자는 개정을 정치권에 요구한 바 있다. 말과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을 선거운동기간(대선의 경우 22일)에만 가능하도록 한 제한도 없애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여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시민들로부터 시시비비를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시민들의 관심과 평가가 불편하다는 의사 표현이기도 하다. 선거 과열 방지를 통제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민들의 견해를 제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선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다. 선거는 시민의 의사를 결집하는 과정이고 선거 결과 역시 다양한 견해가 모여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고 선거를 치르겠다면 선거의 정당성도 그만큼 훼손된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오히려 억제하는 선거법은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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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원내대표가 어제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3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단일 헌법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다음주 초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도 개헌 대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판에 느닷없이 개헌 합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 국면에서 헌법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시민 사이에 일정한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개헌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대선 이후 시민의 뜻을 모으고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권 일부가 뚝딱 합의해 추진할 일이 결코 아니다. 30년 만에 시민의 권리장전을 다시 제정하겠다면서 대선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틈을 이용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불순하다. 게다가 국민의당이 탄핵당한 자유한국당,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바른정당과 손잡고 대선 국면을 호도하기 위해 개헌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정치공작적 행태는 묵과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앞쪽부터)가 15일 국회에서 ‘대선 때 개헌안 국민투표’에 합의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까지 남은 55일 동안 개헌안에 합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4년 중임의 대통령제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정부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만 놓고도 장시간 논의해야 한다. 조그마한 법 하나 바꾸는 데도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보내는 정치권이 언제 무슨 수로 합의를 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개헌을 하려면 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제1당을 제외한 것도 의도를 의심케 한다.

출처: 경향신문DB

이처럼 되지도 않을 개헌을 3당과 민주당 일부가 추진하고 나선 의도는 뻔하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위시한 민주당 후보를 이길 방법이 없으니 개헌을 연결고리로 대선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문재인 개헌연대’라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국가를 책임 있게 이끌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기 바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이어져 긴급히 대선을 치르는 비상 국면이다. 시민과 정치권 전체가 박 전 대통령 검증의 실패를 뼈저리게 반성하며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개혁입법도 소홀히 한 정치권이 개헌부터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스로 개헌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3당이 진정 나라와 시민을 생각한다면 정략적 개헌 논의를 즉각 중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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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개헌, 대선

안녕하십니까? 문재인 전 대표님과 안희정 도지사님, 그리고 안철수 의원님, 유승민 의원님. 물론 이재명 시장님과 남경필 도지사님께도 인사드립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으시죠? 얼마 전에 대선정책자문단 참여를 제안한 언론사로부터, 이번 대선의 중요 의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도 당연히 떠올랐습니다.

대선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이니, 이 모든 것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겠노라고 말씀하느라 바쁘시겠습니다. 어느 분이든 국민의 직접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되실 수 있으니, 당선된 후에 할 일을 꼼꼼히 밝혀주시는 것은 고맙습니다.

그런데 대선에 나오겠다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지 않는 게 있더군요. “내가 출마할 이번 대통령 선거가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말하고 참여하는 정치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이상 반대 또는 지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보장한 상태에서 선거를 하자는 말은 왜 아무도 하지 않나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왼쪽부터)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19대 대선 공명경선 선언식에서 경선 기호가 적힌 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호욱 기자

우리나라 선거는 이미 유권자들이 충분히 자유롭게 말하고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고 믿어서 그런가요?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제부터 선거법이 적용되니 국민들이 입후보 예정자를 거론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말이 부드러워서 그렇지, 단속하고 처벌한다는 엄포입니다.

4개월 반에 걸쳐 광장에서 자유롭게 정치를 이야기하고 비판했던 국민입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었으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서 이야기하라고요? 선거가 다가왔으면 선거에 관계된 이야기를 국민들이 더 많이 하는 게 당연한데, 그걸 하지 말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지난 2월 초에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비례민주주의연대 등이 결성한 선거법개혁공동행동에서 질문지를 보내드렸죠. 유권자 입을 막는 선거법 개정에 대해 찬성하는가 아닌가를 묻는 질문지였습니다. 여태 답변서를 보내주지 않은 유승민 의원님을 제외하곤 찬성한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권자 입을 막는 선거법을 개정하는 데 찬성한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부터 고치는 게 맞지 않습니까? 특히 이번 대선이 어떤 선거입니까? 주권자인 국민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와 만든 대선 아닙니까? 그 대선을 만든 주역인 국민들에게 이제는 집에서 TV토론 방송만 보고 있으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들이 선거에 나올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표현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선거법을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합니다. 나 혼자서는 못한다고요? 선거법 90조, 93조 등을 대선 전에 조금이라도 개정하자고 여러분이 속한 당의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주세요. 국민의 입과 손을 묶지 말자고 선거캠프에 속한 대변인이 말하게 해보세요. 그래서 3월 국회에서 조금이라도 손보고 대선을 맞이합시다. 지금 안 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당선되면 그때 노력하겠다는 립서비스는 거절하겠습니다.

박근용 |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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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대선

30년 전 민주화는 대통령을 시민이 직접 뽑는 변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그 밖의 많은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뒤 권위주의적 생산체제에 맞선 노동운동의 도전도 있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는 ‘박정희 시대의 발전모델’, 즉 정부가 재벌과 동맹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체제가 여전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압도했음을 의미했다. 박근혜 정부의 출현이 가능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박근혜 정부의 몰락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전개된 것은 흥미롭다. 대안세력의 성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의도하지 않은 행위’의 결과로 구체제의 재생산이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터진 2016 촛불집회가 대통령 개인의 거취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사회 발전모델의 변화를 요구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대안을 누가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외환위기 사태를 전환점으로 ‘신자유주의적 발전국가 모델’이 강화되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일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본격화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지금의 야당들이 어떤 대안적 발전모델을 모색하고 구체화했는지에 대한 것인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간 야당들이 사회경제적인 사안들에 대해 개혁적 언사를 앞세웠다고 해도, 크게 보아 온정주의 이상은 아니었다. 적어도 온정주의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간 진보나 보수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여야를 포함해 언론과 지식인들이 말했던 공적 언어들이 모두 진짜였다면, 한국 사회는 벌써 이상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모두가 비정규직을 걱정하고, 청년 문제의 해결을 말하며, 사회 통합과 약자 보호를 강조하고, 성장만큼이나 공정한 분배를 강조했는데 현실은 왜 좋아지지 않았을까?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이후 체제’를 만들자 하면서 개혁 과제를 나열하고 구호화하는 것만으로 과연 다른 세상이 가능해질까.

이와 관련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해야 사회를 좀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힘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주의 체제의 양대 생산자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노동과 자본이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초 위에서만이, 노동의 권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일에 대한 헌신’이 발휘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당들이 뚜렷한 이념적, 계층적 차이 위에서 공익의 방향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종류가 다른 정당들’이 민주정치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정당들이 그런 실체적 차이를 가져야 진짜 내용을 두고 다투며, 또 그런 진짜 차이로 인해 정치적 타협과 조정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서로의 차이가 ‘정도의 문제’에 그치면 다툼은 내용 없이 격렬해질 뿐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종류의 차이’를 두고 다투면 나눌 수 있는 편익을 교환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회경제적으로는 노사가, 정치적으로는 정당들이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를 두고 다툰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기초 위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할 때, 좀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민주주의가 훨씬 더 평화롭고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험은 말해준다.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곧 다가올 20대 대선에서 야권 후보들은 ‘박근혜 체제 극복론’을 외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당 체계나 노사관계의 조건 위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는 솔직히 상상이 안된다. 정치세력들의 정체성이 친박·반박·친문·반문으로 구분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에 대한 반감으로 정당들이 설명된다는 것은 누가 대통령 권력을 가질 것인가를 둘러싼 차이만 있을 뿐, 실체적으로는 별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따라서 누군가 무작정 박근혜 이후 체제를 말한다면 그는 지금 상황을 그저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보다는 ‘종류가 다른 정당들이 경쟁하는 동시에 타협할 수 있는 정치의 토대’를 만들고, 나아가 ‘좀 더 대등한 노사관계 위에서 생산의 주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음을 말하는 사람이 진짜 박근혜 이후 체제를 준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노사관계와 정당 체계를 바꿀 수 있는 정치세력이 다음 정부를 이끌어야 변화는 가능하다.

박상훈 | 정치발전소 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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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앞선 주자는 대세론을 주장하고, 후발 주자들은 ‘제3지대’ 연합이니 야권 공동경선 등을 제안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젊은 후보들은 세대교체와 정책 중심의 경쟁을 외치지만 정국을 주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슈퍼우먼방지법’ 공약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육아휴직 3년 보장법’,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 정책 등도 이목은 끌었지만 의제로 떠오르진 못했다. 오히려 유력한 대선주자들일수록 특정 지역에 한정된 약속들만 내놓고 있다. 현안에 대한 해법이나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정책 제안보다는 유리한 경쟁 구도 만들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혜화동의 한 소극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대선은 정당과 후보들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공약으로 제시해 대결하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 공약의 기조는 당면한 안보·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재벌과 검찰, 언론 개혁 등 과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급선무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와 교육 정상화,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해법도 필요하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돌발 상황에서 치러진다. 촛불민심으로 표출된 시민들의 요구도 대통령이나 집권 정당을 바꾸자는 수준을 넘어섰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넘어설 대안을 구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한 집권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가 후보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촉박한 대선 일정으로 정책 검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특정 후보가 정책 토론을 회피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대로라면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이 뭔지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한 채 기표소에 들어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당선된 대통령은 인수위원회에서 정책을 조율할 틈도 없이 곧바로 집무를 시작해야 한다.

공약과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지 못하면 또다시 실패한 정권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졸속으로 만들어 낸 공약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그 길을 피하기 어렵다. 공약 없이 이미지로 선택받겠다는 것처럼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은 없다. 후보들 간 활발한 정책 경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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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특검 수사에 몰입하고 있던 지난 며칠 사이, 두 개의 섬뜩한 국제뉴스가 있었다. 하나는 트럼프 시대의 개막이다. ‘미국 우선!’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그 첫 번째 결실을 보았다는 기사이다.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17일간 1만2500㎞를 달려 영국 런던에 도착한 것이다.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를 거쳐 마침내 영국에 도착했다. 트럼프 시대에 예상되는 변화는 언론을 통해 비교적 많이 소개되었으니 여기서는 일대일로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육로와 해로 두 개의 길을 통해 중국과 유라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을 거쳐 스칸디나비아까지 연결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최대의 국가사업일 뿐 아니라 2차대전 이후 유럽의 부흥을 가져온 마셜 플랜의 12배 규모이다. 완성되고 나면 전 세계 인구의 65%, 그리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설명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옹호론자들은 물론이고 회의론자들조차도 최소한 이 사업에서 구경꾼으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중국에서 출발한 기차가 런던에 도착했다는 것은 일대일로의 첫 길을 열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트럼프의 미국이 미국 우선의 고립주의 길을 가는 동안 중국은 유럽으로 뻗어나갈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초유의 거대 프로젝트는 엄청난 자본을 필요로 한다.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돈은 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나온다. AIIB는 일대일로의 돈줄이자 동시에 금융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에 맞서는 중국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57개 주요국이 참여했고, 한국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AIIB에 참여하면서 5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냈다. 미국으로서는 단단히 서운할 일이었는데, 그 와중에 전승절 행사까지 참석하면서 화를 돋웠다. 그 후 한·일 간 각종 외교분쟁에서 미국이 일본 편을 드는 느낌을 주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분담금의 대가로 받은 부총재직은 4개월 만에 날아가고 그 자리는 국장급으로 강등되었다. 그뿐인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갑작스러운 방향선회로 이번에는 중국의 각종 보복조치에 시달리고 있다. 돈은 돈대로 내고 양쪽에서 뺨을 맞고 있는 격이다.

돈도 냈고 뺨도 맞았으니 얻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거대한 물류·문화·정치의 망을 통해 한창 산업화가 진행 중인 고성장 경제에 동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자리 부족, 양극화, 성장동력 상실, 저출산 등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모두 탈산업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제조업이 줄어들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것이 앞서 나열한 모든 문제들을 일으킨다. 경제성장, 계층이동의 사다리, 낙수효과 같은 기회의 문들은 탈산업화하는 국가가 아니라 산업화하는 국가들에 있다. 중앙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 일대일로를 따라 펼쳐지는 기회에 우리도 동승해야 한다. 일대일로의 대부분 경제활동은 소위 ‘경제회랑’을 통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6개의 경제회랑이 있는데 한국이 포함되어야 할 동아시아 경제회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일대일로와 매우 비슷한 구상에서 출발했다. 돈도 냈고, 뺨도 맞았고, 구상도 같다면 이제야말로 실익을 챙겨야 할 때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한 일은 느닷없는 개성공단 폐쇄로 실익을 챙길 기회를 스스로 막아버린 자해적 정책이었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개성공단 부활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강화된 대북 제재로 인해 이제 와서 되살린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나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후보들의 공약은 두 개의 큰 틀 안에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나는 코앞에 닥친 인구절벽·소비절벽 앞에서 적어도 20년을 내다본 정책의 장기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와는 달라진 미국과 중국의 양대 헤게모니 격돌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성장과 한반도 평화를 얻어낼 것인가라는 글로벌 전략이다. 주요 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공약들에서 이런 큰 틀의 사고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유엔의 수장을 지낸 후보조차도 아직까지 이런 사고를 선보인 적이 없다. 그들의 준비 부족일 수도 있을 것이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선거에 이기는 데 글로벌 전략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권교체든, 정치교체든, 시대교체든 좋다. 그러나 그 새롭게 만들어진 세상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에서 우리 스스로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장덕진 |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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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노인의 기준 연령은 65세다.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1889년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령연금 지급연령을 65세로 정했다. 유엔과 미국이 이를 따르면서 65세는 노인의 기준연령이 됐다. 한국도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를 받을 수 있는 기준연령을 65세로 정해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노인의 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고, 현재 65세인 정년도 5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연금 지급시기가 늦춰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클 수 있어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노인 기준연령 조정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10년 전 75세를 기준으로 ‘전기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로 나눠 의료보험 혜택을 차별화했다가 노인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정권이 교체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그제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과 장관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 65세 정년 도입”을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만 72세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노인폄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표 의원은 “정년 없는 선출직과 최고위 정무직에 정년을 도입하자는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만 63세)가 대통령이 된다면 2년 뒤에 그만두게 하자는 것이냐”며 “선출직 공무원에 정년제한을 두는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표 의원의 주장대로 역대 대통령에게 65세 정년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직무정지가 된 박근혜 대통령은 만 65세로 올해가 정년이다. 만 56세에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김영삼(만 65세), 김대중(만 73세), 이명박(만 66세) 전 대통령은 모두 65세를 넘겨 당선됐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대통령 정년을 65세로 제한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세대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표출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래저래 나이까지 논쟁의 대상이 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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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근들이 2012년 대선 당시 여론 조작에 관여하고 이후 청와대에 입성한 뒤로는 야당 의원들의 SNS를 감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분야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최씨 관련 비리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대통령 연설문 등이 들어있는 최씨의 태블릿PC 원소유자로 알려진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행정관 등은 지난 대선 기간 중 800여개 유령 계정을 이용해 극우 성향의 선거용 글을 전파했다. 김 행정관의 경우 ‘대박스타일’(@glomex)과 ‘마레이’(@glomex2012) 등 2개 트윗 계정을 활용해 총 580차례 SNS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김 행정관은 한 명이 여러 개의 계정으로 특정 메시지를 확산시킬 때 쓰는 트윗덱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고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퍼 날랐다. 김 행정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같은 방법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JTBC도 박 대통령의 비선 캠프와 인수위원회 SNS홍보팀 출신이 사용하는 메신저 단체 채팅방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문제의 채팅방에는 ‘일베’ 등 극우 성향 사이트 게시물과 조회수 등이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채팅방에는 김 행정관 등 뉴미디어정책실 출신 인사들이 소속돼 있었다. JTBC는 채팅방에서 오간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시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뉴미디어정책실이 국가정보원의 패킷 감청기를 이용해 야당 의원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글을 실시간으로 살펴봤다는 주장도 있다. 패킷 감청기는 특정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카카오톡 등 그 사람이 쓰는 모든 SNS를 화면에 뜨게 하는 기계다. 사실이라면 최순실 사단이 온라인에서 야당 인사 등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의원들이 카톡방에서 대화하는 모든 것을 청와대가 보고 있다고도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비선 캠프인 ‘삼성동팀’ ‘신사동팀’ ‘논현동팀’을 지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발생한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 등을 고려하면 최씨가 비선을 통해 여론 조작을 주도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최씨 측이 이렇게 공작정치까지 했다면, 이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였는지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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