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중에 어느 것이 옳은가. 초등학생 수준의 어법으로 말한다. 진보가 필요한 시대에는 진보가 옳고 보수가 필요한 시대에는 보수가 옳다. 국운이 승하는 나라에서는 이런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런데 난조에 빠지는 사회가 있다. 진보시대에 보수정권이, 보수시대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는 경우이다.

1994년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7년 임기의 대통령을 두차례 지내고 퇴임할 무렵이었다. 그는 선거를 통해 집권한 최초의 사회주의자였지만, 국민들은 사회당의 장기집권과 높은 실업률에 염증을 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파정권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이때 좌파 정치인 자크 들로르가 나타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테랑 정권에서 경제·재무·예산부 장관을 거친 들로르는 1985년 ‘유럽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에 취임했다. 그는 임기 첫해에 각국의 국경을 폐쇄하는 솅겐조약을 체결해 유럽연합을 실질적인 하나의 영토로 만들었다. 1992년에는 유럽단일화폐 유로화를 탄생시킨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체결하는 등 하나의 유럽을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탑에 참배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정지윤 기자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부터 그의 인기는 상종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그는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들로르는 불출마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프랑스어통역사 최정화씨의 저서에서 인용한다. 첫째, 지금까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하여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에 봉사해 왔을 뿐, 최고의 지위에 이르기 위해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둘째, 프랑스의 체제에 많은 개혁과 쇄신을 가해야 하는데 대선에 승리한다 하더라도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회 내 지지 세력이 없다. 셋째는 개인적인 사항이었다. 1995년이면 일흔 살이 되며 지금까지 50년을 쉬지 않고 일해 왔으므로 여생은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삶의 균형을 이루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회당 지지자들은 그가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고 관념적 위선에 빠진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 국민 다수가 오른쪽으로 선회하기를 바라고 있는 시기에 좌파 대통령의 재등장은 나라를 혼선에 빠뜨릴 수 있음을 우려했다.

20여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반기문과 들로르는 여러 면에서 비교대상이 된다. 반기문은 세계의 대통령, 들로르는 유럽의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들로르는 70세였고, 반기문은 73세이다. 귀국시점이 대선 시기이며 개인적 인기가 높다는 점도 같다. 다른 점이라면 두 사람의 이념상 위치가 반대쪽이란 사실이다.

들로르가 파리로 돌아왔을 즈음 집권당인 사회당이 총선에서 대패해 좌파 대통령, 우파 총리의 좌우동거 내각이 들어서 있었다. 반기문이 서울로 돌아온 시기의 한국은 어떤가.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해 국회는 여소야대이며 촛불정국에서 유권자 지형이 왼쪽으로 이동했다. 진보대통령을 원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주시해야 할 것은 두 사람의 선택이다. 들로르는 자신의 정체성과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시대의 요구에 따랐다. 반기문은 어떨까. 그는 귀국연설에서 대선출마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결정하기 전에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이유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필자가 보기에 국민 다수가 진보정책을 원했던 진보시대에 보수정권이 집권했기 때문이다. 시대와 정권이 엇갈리면 헬조선으로 전락한다. 반기문은 사심 없는 마음으로 들로르의 고뇌를 숙고해 보기 바란다.

김제완 세계로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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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우리 과 주무관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하는 인사말이다. 이 친절한 인사말처럼 무례한 민원 전화도 끝까지 친절하게 응답을 해준다. 그 모습을 보며 오랜 시간 훈련된 공무원의 저력이 느껴져 감탄할 때가 있다. 한편 이 인사말을 들을 때마다 ‘공무원들은 시민들을 동료 시민으로서보다 민원인으로 만날 기회가 더 많겠구나’라는 생각 또한 든다. 이는 그의 직업적 소명을 다하는 데 중요한 자극제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민을 민원인으로 만나야 했던 전문관료가, 어느 한순간 시민들의 열정을 모아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정치인이 된다고 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가 직접 시민을 상대할 필요가 적었던 외교 고위 공무원이었다면 문제는 조금 더 깊어진다.

정치인은 자신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책임성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은 그가 시민들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민들을 역사의 수레바퀴를 함께 움직이는 동료로 인식하는지, 이러저러한 필요를 들고 와 요구하는 민원인으로 보는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지, 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싸워, 시민을 민원인이나 자신의 개인적 성취를 위한 도구가 아닌 동료로서 바라보는 태도를 놓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좋은 정치인이라 부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출처: AFP연합뉴스)

‘시민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 우리는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그가 남긴 말과 글을 통해 분석하게 된다. 말과 글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주요한 성취를 하는 정치의 속성 때문에도 그렇다. 2017년 대선을 맞아 차기 대선주자들이 하나둘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난해한 일이 발생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해서다. 그가 시민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외교부 장관 등 전문관료로서 그가 남긴 말과 기록들은 있다. 하지만 장관이라는 자리는 그를 임명한 대통령과 그 정부의 정책 비전을 수행하는 자리이지 그 개인의 정치적 비전을 수행하는 자리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외교부 장관 시절 그의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말이지 그의 말이 아니다. 그가 정치인 출신이 아닌 관료 출신의 장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자기 수장의 정치적 비전을 최대한 잘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성취해가는 관료의 속성상, 자신만의 고유한 정치 언어를 갖지 못한 것은 유능한 전문관료가 되는 데 큰 장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책임하에 주도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내린 말이 없다는 것은, 그래서 그 안에 담겨진 그의 시민관, 정치관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 없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큰 결격 사유이다.

어느 감독도 기록 자체가 없는 선수는 경기에 세우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의 철학을 담은 말과 글이 없는 이를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으니 선택하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딸이니까 잘하겠지’라는 허상에 기대어,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주요한 일들을 결정할 지도자로 뽑았다. 그리고 혹독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잘하겠지’라는 기대감에 기대어, 반 전 총장을 그가 평생 다루어보지 않은 ‘정치’라는 경기장에 세워 달리게 하는 것,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까. 누가 그리 성급한 것일까. 선수인가, 감독인가, 구단주인가.

반 전 총장의 사실상의 대선 출마는 어떤 이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행정 경험과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두루 가진 행정 관료인 그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리더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그룹들의 무능력함을 가리는 도구로 소비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금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녹록지 않은 것들이기에 더욱 심란하다.

김경미 전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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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23일 밤 SBS 예능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했습니다. 책 <안철수의 생각>출간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방송 출연이 초미의 관심을 모았는데요. 안 원장은 이날 방송에서도 대선출마 여부는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는 말로 결정을 유보했습니다. 
안 원장은 책을 낸 배경으로 "제 생각이 지지자들의 기대수준에 맞는 것인지 지지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했죠. 방송에서 한 얘기를 전문으로 정리했습니다. '안철수의 생각'이 나라를 맡길 수 있을 만한 것인지 한번 판단해보세요. 

무릎팍 도사 출연부터 지금까지 안철수 원장의 행보를 기록한 뉴스라운드업은 여기로. http://khross.khan.kr/147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원장. /SBS제공

주요발언

-저는 숨은 의도를 갖고 말한 적이 없고 저는 의도가 있으면 의도도 말해요

-(언론이)제 말은 의도가 없는데도 상상하시는 거죠. 제가 다 안쓰럽습니다. 

-(힐링캠프 나오신 의도)오늘 새벽 책을 탈고했는데. 지치고 힐링이 필요했다. 

-기업이 수익창출이 목적일까요? 저는 (제가 한 일을 열심히 해서 인정받으면 나오는)결과 같다는 생각했어요. 

-저는 이름을 남기는 데는 관심없고 흔적을 남기는 데는 관심이 있다. 

-자기 잘못을 아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

-제 지지율은 정치한다는 분들의 지지율과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오해하면 교만이라고 생각 들어요. 

-서울시장에 출마해볼까 고민을 10% 정도 한 건 맞다

-(우유부단하고 간만본다는 얘기 있다)굉장히 긴 기간동안 의사결정을 치열하고 빨리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우유부단이라는 표현은 제 삶과는 거리 있는 표현이다. 

-(주위 분들 생각이 영향을 미치지 않나)최종결정은 제가 하는 거죠

-청춘콘서트 끝나는 9월말에 기부하려고 했다. 공교롭게도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 휘말려서 그 기간에 하면 오해를 받을 것 같았다. 시장선거 끝나고 2주 후에 발표한 거죠.

-제 지지율에는 제가 정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게 아니어도 양당  끊이없이 긴장하게 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분들, 여기도 저기도 싫은데 불만을 표현하는 거죠. 공통점은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의 현재에 대한 불만, 열망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이 공통적인 거라고 봐서 그 역할을 하자고 했던 거죠. 

-총선 결과가 여당 압승으로 나오니까 제게 관심이 다시 몰리는 게 당혹스러웠어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고민에 빠진 거죠. 지금도 그렇고요. 지금까지 결정은 저만 책임지면 되요. 그런데 대선 출마는 엄중한 문제다. 이거야말로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책을 시점으로 좀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금 저는 제 생각의 방향을 말씀드리고 저를 지지하신 분들의 기대수준과 맞는지 판단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조만간 결론 내릴 것 같다)결론 내려야겠죠. 

-(보수인가, 진보인가)그 전에 상식, 비상식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상식적인 일을 못하도록 강제하고 비상식적 일을 한 사람은 준엄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굳이 말하자면 상식파죠.  

-(5개월 뒤에 뭘 하고 있을 것 같은가)어떤 일을 하든 그 순간에 하는 일이 제가 의미를 느끼고 열정을 갖고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원장./SBS제공

(이경규)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라는 직함. 융합과학이 뭔가요. 

(안철수)융합이라는 걸 핵을 연구한다고 오해하시는데, 보통 보면 과학, 수학 한분야를 연구하는데 저희들은 두 분야 이상 합해서 연구하는 쪽이다. 학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먼저 놓고 풀기위해 학문을 활용하는거다. 

(이)전국민 중에서 안철수 이름 세글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뭐하는 분인지 헷갈려 한다. 카이스트 교수, 벤처 CEO, 의사...도대체 어떤 게 주 종목이고, 직업이 몇 개인가요. 

(안)모두 다 했었다. 

(이, 한혜진) 그걸 다할 수 있으세요? 잠은 안 자나요?

(안)잠이 많은 편이라 괴롭다. 새벽 3시 일어나는 거 7년 째 하는데 7년째 하는 새벽에도 적응이 안된다. 한때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컴퓨터 백신을 만들고요. 의대 교수였으니까 그때는. 

(이)정치인은 어떻습니까?

(안)언론에서 기자분들이 많이 물어보고 저는 답하고 했는데 저는 숨은 의도를 갖고 말한 적이 없고 저는 의도가 있으면 의도도 말해요. 정치하는 분들이 의도를 말하기보다 에둘러서 말하고 언론의 역할은 그분들이 말한 내용 자체가 왜 이 말을 했을까, 숨은 의도를 찾는 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러니 제 말은 의도가 없는데도 상상하시는 거죠. 제가 다 안쓰럽습니다. 

(이)기자분들이 확 달려들면 황급히 가시더라

(안)빨리 갈데가 있어서. ㅎㅎㅎ

(이)저는 보면서 '왜 저럴까…저게 뭔가 숨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의도가 있으면 의도가 있다고 한다고 했잖아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다. 오늘 힐링캠프 나오신 의도, 뭡니까.

(안)책을 오늘 새벽에 탈고했는데요. 저도 지치고 힐링이 필요해서

(김)책 선전하러 나오셨군요? ㅎㅎ

(안)꼭 그렇지는 않고요. 책상에 아무것도 없다가 일하다보면 책이 쌓이고 노트도 헝클어지고...저는 책 쓰는게 헝클어진 탁자를 치우는 일이예요. 그걸 정리하면서 제가 한 실수를 솔직히 얘기하고 그러다보면 책 한권으로 집약되고 책상이 싹 정리되죠. 그러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요.  

(이)우리는 복잡한 일을 깨끗하게 '한 병'으로 정리하는데요. ㅎㅎ

(안)저는 머리를 비우는 일이 힐링이예요. 

(이)제가 궁금한 것은 그런 것보다 김제동하고 정말 친합니까?

(안)ㅎㅎ예. 친하죠. 

(이)친하면 제가 연줄을 좀 댈려고 했지. 좀 부럽잖아요.

(안)이경규씨도 저희 세대에서 아이돌이었잖아요. 어렸을 때 TV에서 보다보니까 저보다 연배가 10살쯤 많은 것 같이. 영화도 만드셨잖아요. '복수혈전'. 제가 그때 의대생이었는데요. 의학 쪽으로 머리가 꽉 차 있어서 '복수'면 배에 물이 차는 거고 '혈전'이면 피가 굳는 거거든요. 그래서 '의학드라마를 만드시나' 했어요. 

(이)내가 수억 들여 만들었는데 이런 모욕을...

(김)보셨어요?

(안)안 본 분이 더 많지 않겠어요? ㅎㅎ

(이)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으셨다고

(안)도서관이 작았어요. 

(이)제 후배 중 이윤석이 책을 많이 읽었는데 책 속에 길이 없다는 생각 든다. ㅎㅎ

(안)책에서 길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실망.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 속해 있는데 거기서 해답을 줄리 없잖아요. 저는 소설을 볼 때 줄거리에 관심 두기 보다는 주인공에 왜 저렇게 안타까운 결정을 하고 왜 슬퍼할까...사람에 관심을 많이 두고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식으로 책 읽다보니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져서 경영자 때 도움됐다. 어떤 사람이든지 이해할 수 있을거 같다. 그래서 왠만하면 화를 내기보다 이해를 하는 편이다. 

(한)이경규씨는 책을 안 읽어서 화를 많이 내시나. 

(이)저도 데미안이라는 책 간직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수모를 당해야겠어? 여기서 우리 이러면 안돼. 

(안)제가 그렇게 공부를 잘했던 편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 60명 중 중간 정도?

(김)공부를 못했는데 의대를 갔는데 혹시 고도의 의도된 자기자랑 아닙니까. 

(안)초등학교 때 절반 정도 했다니까 한 방송 PD가 진짜 제가 다닌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제 성적표를 찍어왔어요. 오랜만에 보니까 정말 수, 우가 없어요. 수가 눈에 띄어서 봤더니 제 이름에 있더라고요. 철수. ㅎㅎ

(김)유머코드가 굉장히 독특하시네요. 

(한)의대 공부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안)다 같이 어렵죠. 함께 고생하면 견딜만 한 것 같아요. 옆사람이 조는 걸 보면 잠이 깨는 것처럼..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보면서.

(이)우리는 아닌데. 같이 자야지...

(안)공부만 한 건 아니다. 동아리 활동도 했다.

(한)연애도 하시고ㅎㅎ

(안)원래 그게 숨은 의도는 아니었는데. 30년 전 구로동은 지금과 다른데 주말이면 봉사진료하고 방학이면 무의촌 가서 무료봉사하고 그랬다. 사람은 고귀한 존재라는 게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우면 사람도 힘들어지고 가정도 깨진다는 걸 실감했다. 한 할머니가 류마티스 관절염이 너무 심해서 왕진을 가게 됐다. 할머니가 손녀딸과 사시는데 관절염이 너무 심해서 거동을 못하시니까 초등학교 손녀 딸이 신문팔이하면서 할머니를 먹여살린 거예요. 그 손녀가 중학생쯤 됐을 때 제가 왕진 갔는데 어느 날 가보니 상가가 돼 있어요. 중학생 딸이 달아났어요. 할머니가 아사하신 거죠. 아, 현실이 소설보다 참혹하구나..그런 것들을 배웠다.

또 하나 있었는데 환자분들이 잘 낫지 않는다. 저희가 학생 수준이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날 좀 일찍 도착해서 줄 서 있는 분을 보니 애들이 흙바닥에 앉아서 공기를 하는데 알약 갖고 하더라. 진료비를 하나도 안 받았는데 무심히 버려둬서 약을 잘 안 드셔서 병이 안 나았던 거예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100원을 받기로 했어요. 그러니 자기가 소액이라도 돈 주고 산 약이니까 시간 되면 꼭꼭 챙겨먹어서 갑자기 명의가 됐다. 그 소문을 듣고 멀리 3시간씩 버스 타고 찾아왔던 기억이 있다. 

(이)원래 내가 돈 주고 보약 지어먹으면 끝까지 다 먹어요. 동아리에서 여자에도 눈을 뜨게 되는 거죠. 아내를 동아리에서 만나셨다고 들었는데.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원장/SBS제공


(안)처음에는 알고 지냈죠. 처음부터 눈에 띄긴 했고요. 1년쯤 지난 뒤 제가 본과 4학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들고 나왔는데 그 여학생이 저 멀리 혼자 커피를 들고 앉아 있는 거에요. 그래서 이야기할 사람 없냐고 다가갔는데 3시간이 그냥 갔어요. 공부는 하나도 못하고 이야기만 하다가 다음날부터 자리잡아주기 시작했죠. 

(한)그런데 사모님은 다른 얘길 하셨다. 사모님은 도서관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하시더라. 너무 오래 얘기해서 도서관 문 닫을까봐 초조했대요. 그 다음 만남은 논두렁에서. 농촌에서 봉사활동하다가 밤새서 얘기하셨다면서요. 

(안)밤이 새더라고요. 

(이)행복했습니까?

(안) 하하하하...

(한)안 원장 군대 시절 사진이에요. 이건 신혼여행 사진이고요.  

(안)제주도 가서 찍은 사진이예요. 

(한)극장표를 아직도 모아놓고 계시네요.

(안)다 추억이니까. 아내가 모아놓은 모양이네요. 

(한)그때 사모님에게 쓰신 편지도 입수했어요. 군대에서 쓴 편지. 설이엄마와 설이가 보고싶습니다...처음 만나던 때가 기억납니다. 논두렁, 시내가에 앉아서 별을 바라보던 기억...설이를 기르면서 행복했던 나날들....

(김)초등학생 편지 아닙니까? ㅋㅋ

(한)다음 월요일에도 가야 하는데 물집 한곳이 낫지 않아서 걱정되는군요. 제발 발이 빨리 낫고 총이 말을 잘 들었으면. 그동안 설이 엄마도 강의 잘하고 재밌게 지내길...

(김)반이 감동적이다가 반은 투정으로...ㅎㅎ

(이)아내는 어떤 분입니까?

(안)아...저랑 같은 곳을 보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마흔까지는 의사로 열심히 살았다. 미국에 갔을 땐 법대를 갔어요. 법학과 의학이 만나는 의료 분쟁 관련 부분, 의료 윤리에 관한 부분들...

(이)실례지만 따님이 공부 잘합니까?

(안)원래 열심히 해요. 화학과 수학을 했었어요. 

(이)다 두개를 하네요. 우리 애는 다 포기하고 2개만 하던데. ㅋㅋ

(김)아내에게 잘해주세요?

(안)그래야 나이들어서 안 쫓겨나니까. 

(한)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신대요. 부인은 커피 내리는 법을 모르신대요. 토스트에 쨈도 발라주신다면서요. 

(안)아침에 제일 힘들어하는 것 같아사

(이)저는 제가 내려서 제가 토스트해서 먹습니다.

(안)커피에 대한 책은 사봤어요. 커피를 좋아해서. 

(이)왜 사업가의 길을?

(안) 제 신조가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살자. 내가 죽고 나서도 제가 했던 얘기 때문에 사람들 생각이 좋은 쪽으로 바뀌거나 좋은 조직을 남겨서 회사 사람들이. 저는 이름 남기는 데 관심 없고 흔적을 남기는 데. 

(김)의사도 하고 사업을 했는데 사업도 잘했고. 운입니까? 천재입니까?

(안)보기에 다른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실 지 모르는데 피눈물나게 노력한 편이죠. 카이스트에 처음 왔는데 제가 강의를 너무 못하는 거예요. 외부강의 요청받았을 때 왠만하면 다 갔다. 한학기동안 100회 정도. 못하면 적어놓고 다음 강의에는 실수 안하고. 조금씩 쌓아나가다보니 청춘콘서트까지 간 거죠. 

(김)제가 처음 뵜을 때 유머라는 게 수준이라고 할 수 없었거든요. 나중에 보니 유머가 세련돼졌더라. 

(이)의사하다가 사업하면 망할 확률이 높은데 겁이 없나봐요. 

(안)회사해서 돈 벌어본 적 없어서 겁이 났죠. 기업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라고 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까?

동네에서 어떤 분이 빵집을 열어요. 김탁구가 빵집을 열었는데 가장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조리법을 개발해서 적정한 가격에 빵을 내놓죠. 동네 분들이 와서 옆집과 비교해서 건강해보이고 가격도 적당해서 사먹으면 빵집이 돈을 벌어요. 빵집은 돈을 벌려고 해서 그런 게 아니고 열심히 잘하니까 그 결과로 돈을 벌어요. 수익창출이 목적일까? 저는 결과 같다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존 빵집은 수익 창출이 목적이예요. 목적이 무서운게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거든요. 값싸고 건강에 안좋은 재료로 만들면 돈은 벌지만 그 동네 아이들은 건강을 잃어요. 사회로 보면 범죄가 되는 집단이죠. 제가 하는 일 열심히 하고 결과를 인정받으면 돈을 벌수 있다고 하니까 제가 하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에요. 그래서 용기를 얻었죠. 

(이)그래도 성공했으니 과정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 성공한 다음에 끼워맞춘 거 아니냐. 

(안)성공확률은 생각 안해요. 결과는 하늘에서 주어진 게 아닐까.

(이)너무 원칙 정해놓고 살면 맑은 물에는 고기도 안 산다고 하는데 접대도 해야 하고 편법도 가끔 써야.

(안)네...안 썼어요.

(한)썼어도 여기서 어떻게 애기하겠어요. ㅎㅎㅎ

(안)그게 편법인지 모르겠는데 처음 4년은 직원들 월급 맞춰주는 게 힘들었어요. 고생해도 현금이 없죠. 직원들에게 어음을 줄 수는 없으니 은행에 가서 어음깡을 하는 거죠. 그런데 어떤 날은 담당 직원이 기분 좋으면 해주고 아니면 안해주고 그래요. 저는 항상 곰보빵 좋아하는 직원이 있어서 들러서 곰보빵을 사서 가져갔던 기억이...그게 편법인가요?ㅎㅎ

저한테는 화가 나지만 다른 사람에게 화를 안내요. 제가 화를 내면 다른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자기 잘못을 아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더라. 제게 화가 날 때는 샤워 틀어놓고 고함을 질러본다든지...

(김)고함을 크게 지르는 게 확실하죠. 혼자 있을 때도 가르마 타고 아~~~이러실 것 같다. 

(안)물을 크게 틀어야 해요. 물소리에 목소리가 가려야 하니까.

(한)그것도 가리시는 거예요?ㅎㅎ

(이)사실 대중들은 안 원장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셔서 갑자기 확~. 그 이후 방방곡곡 다니면서 강연을 다니셨단 말예요. 

(안)청춘콘서트는 아니고 지방대학 기 살리기를 해보자, 서울보다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기회 적은 사람에게 생각을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강연하고 2년정도 했죠. 그 모습을 본 법륜스님이 혼자서 돌아다니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여름 방학 때 약 30개 도시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시작된 게 청춘콘서트다.  

(한)그 강연 들은 학생이 4만4천명 정도 된다고 해요.  

(이)김제동은 거기 왜 끼어놓은 거예요? ㅎㅎㅎ그분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준거 아닙니까.

(안)어루만져준 것만은 아녜요. sympathy가 있고 empathy가 있는데요. 둘다 공감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고 sympathy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머리로 이해하는 거여서 동정에 가깝고요. empathy는 그 사람의 아픔을 마음으로 느끼는 거죠. 그게 공감인 건데요. 

첨에 지방에서 얘기하는데 썰렁해요. 유명한 사람이 와서 오긴 했지만 내용이 잘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무릎을 굽히고 눈을 맞춰서...그러다보니 그분들의 고통이 제게도 느껴져요. 그렇게 공명이 된거죠. 

(이)청춘들이 왜 아픈가.

(안)사회 여건이 자유로운 선택을 못하도록 억누르고 스펙 쌓아야 살아남도록 해요. 선택을 박탈당한 세대..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기성세대로 이런 환경 만든 사람이니 미안하다...하지만 세상 바뀌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안 바뀐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노력하면 살아남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지 저만의 방법을 알려주는 게 청춘콘서트였다. 

(이)어떻게 하면 되나. 

(안)제가 회사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예요. 사무실 비용이 싼 데가 있어서 사무실을 구했어요. 밤에 보니 주변이 모텔촌이더라고요. 그래서 가서 일을 하는데 계속 돈이 몇십원씩 틀리는 거예요. 직원들 퇴근한 뒤에 남아서 맞춰봤어요. 어느 순간 저 혼자 밤에 계산기 두드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 떠오르냐면, 제 동기동창은 의대 나와서 좋은 대학병원에서 환자보고 잘살고 있을 텐데 저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더란 말이죠. 그걸 자각하는 순간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다. 거기를 올라오는 데 사흘 걸렸다. 다시는 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거기서 살아남는 방법 째, 절대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특히 동기동창들과. 둘째, 위만 쳐다보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그럴 때 아래를 쳐다보는 거에요. 자동차도 집도 작아진 모습을 보면 내가 이 정도를 이뤘구나..그걸 보면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너무 장기계획은 너무 지치는 것 같아요. 이번달에 뭘해야지..작게 나누고 열심히 해서 그걸 이루면 자기에게 상을 주는 거죠. 영화를 보러간다든지, 돈 없어서 못가던 식당에 간다든지. 그러면 한달을 버틸 수 있어요. 그래도 힘들면 뛰쳐나와서 걷는다든지, 목욕을 한다든지. 날 좋을 때 목욕탕 가면아무도 없거든요.  

(이)청춘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뭡니까. 

(안)어떤 사람을 뽑았느냐는 거예요. 한 친구에게 들으니 그 친구는 'I am maybe wrong'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애기하는 사람만 뽑는대요. 

내가 틀릴 수 있다고 하는 건 자신감의 표현이래요. 자신감 없는 사람은 자기가 틀렸다는 얘기를 절대 못한대요. 

요새 보면 한 분야 전문가가 완결을 못하고 다양한 분야가 같이 일하는 시대거든요. 그러면 다른 분야 전문가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분야가 다르면 문화도 언어도 다른데 제가 틀릴 수 있다고 생각되면 나는 이해 안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식이라고 여기면 같이 일할 수 있어요. 또 그런 사람만 발전해요. 

자기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 배우려고 하잖아요. 제가 아는 친구가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인데요. 어느 날 책을 봤는데 무릎을 쳤대요. 친구와 말다툼하는데 결말이 안난 거예요. 책을 보다가 내가 이 말을 했으면 그 친구를 물리칠 수 있었는데. 그걸 적어놓고 그 친구가 잘 다니는 곳을 어슬렁거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말을 듣고 너 앞으로 책 읽지 마라, 책은 저 틀린 거 교정하려고 보는 건데 자기가 맞다는 증거를 수집하려고 책을 보는 거죠. 그러면 자기 주위에 벽돌을 쌓는 거죠. 그러면 자기가 만든 성 안에 갇혀버려서 벽돌 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죠. 

(이)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청춘콘서트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했어요. 

(안)우리나라에서 동네 잔치하면 축제 날이잖아요. 청춘콘서트를 하면서 좋았던 게 즐겁게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그랬는데 사람 모이는 걸 싫어하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모이는 걸 싫어하면 안되지 않아요?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원장/SBS제공

(이)무슨 뜻인지 알겠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다. 제가 물어보면 솔직하게 '관훈토론'이라고 생각하고.ㅎㅎ '안철수 대세론'이 나왔습니다. 언제 처음 들었나. 

(안)들어본 적 없다.

(이)이러시면 안됩니다. 이러면 토론이 안됩니다.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몇시에 들었습니까. 말해주셔야 됩니다. 

(안)저는 정치한다고 얘기한 적도 없고 제 생각을 소상히 밝힌 적도 없는데 지지율이 모였다. 제 지지율은 정치한다는 분들의 지지율과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오해하면 교만이라고 생각 들어요. 

(이)9개월 전에 서울시장 출마설이 터졌습니다. 그때 출마하려고 하셨죠. 

(안)그런 건 아네요. 시장에 출마해볼까 고민을 10% 정도 한 건 맞다. 청춘콘서트가 10월에 끝나기로 돼 있어서 치열하게 고민해보자...그정도였어요. 그런데 신문기사가 90% 진도나갔다고 뜬 거예요. 그래서 여러가지 혼란이 그때 온 거죠.

(김)전혀 생각이 없었다는...?

(안)보도 난 다음날이 청춘콘서트가 서대문에서 열린 날이었는데. 저는 제 눈앞에서 그렇게 카메라 플래시가 많이 터지는 건 처음봤어요. 시장에 대한 질문에 제 결심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은 바꿀게 많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결심은 끝냈고 수순을 밟는 거라고 해석하더라. 참 안쓰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10%는 생각이 있었던 거 아닌가.

(안)10%는 진도 나갔죠. 

(김)그 뒤에 나온다, 안나온다 애기가 왔다갔다했다. 그래서 책만 읽던 사람이라 우유부단하고 간만 본다...이런 얘기들이 있었다.

(안)저는 사업 해본 사람이어서 사업가는 우유부단하면 성공할 수 없어요. 제가대학에서 학생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시간보다 경영자로서 시간이 훨씬 더 길었고요. 포스코 같은 큰 이사회 의장도 해서 굉장히 긴 기간동안 의사결정을 치열하고 빨리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우유부단이라는 표현은 제 삶과는 거리 있는 표현이다.

(김)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당시 지지율이 큰 차이가 났다. 

(안)언론에서 기정사실화를 하니, 빠른 시간안에 결심했죠.

(이)17분만에...

(안)시안은 안 재서 모르겠는데 대략 20분 정도. 

(이)그때 무슨 얘기를 주고 받았나.

(안)그때 생각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부터 알던 분이었다. 그때 박 변호사가 왜 시장에 출마하려고 하는지, 얼마나 의지가 굳은지, 본인을 둘러싼 환경이 어떤지...그런 생각을 들었죠. 거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에 도전해보시라고 한 것이다. 

(한)이해 안됐다면 양보 안했을 수도

(안)그랬을 수도 있죠

(이)주위 분들 생각도 미치는 영향이 큰데 

(안)제 아내 뿐 아니라 절 아는 모든 분들이 하지 말라고 하시죠. 지금 현재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고 많이 다치고 잘못되는 경우를 보아왔으니 걱정을 하는 거죠. 

그렇지만 최종결정은 제가 하는 거죠. 카이스트 있을 대 어떤 학생을 봤냐면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말도 잘 듣는 착한학생이었다 대학 1,2학년 때는 노니까 상관없는데 대학 3학년이 되서 정신차리고 둘러보면 부모가 택한 전공이 자기와 안 맞는 거예요. 평생 그 전공으로 살 자신은 없고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고. 

그런 것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주위 행복이나 기대를 보고 결정하면 오히려 불행해 질 수 있다. 자기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선택을 자기 판단, 신념에 의해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주변 사람도 행복해지거든요. 최종결정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서울시장 양보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이젠 대권이다...저분은 대권을 노리기 때문에 한발자국 나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얘기 가 있었다. 그런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을 때 1500억 사회환원으로 또 관심을 받았다. 

(안)예전부터 가진 생각이 성공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업하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최선 다하지 않고 버려뒀는데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결과에 영향 미치는 몫는 100% 아닌거죠. 내 몫이 아닌 것은 사회가 가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 거죠. 

청춘콘서트 끝나는 9월말에 기부하려고 했죠. 공교롭게도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 휘말려서 그 기간에 하면 오해를 받을 것 같았어요. 시장 끝나고 2주 후에 발표한 거죠. 

(이)그런데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고 2주 후에 하다보니 이건 대권이다...된 거죠. 모든 게 정리되고 환원하니. 

(안)그러려고 했다면 지금 했겠죠. 그런 오해를 안 사려고 정리한 거거든요. 그리고 그 재단은 저와 떨어져 있어요. 저는 기부자일 뿐이고. 제가 정치 쪽으로 나가더라도 거기는 그런 일은 전혀 하지 않을 거고요. 

(이)빌 게이츠 만나러 미국 가면서 기자회견도 하고..많은 사람들이 정말 대권 수순을 밟는다..언론플레이다라고 했다. 

(안)1월 초 미국 출장 간 건 학교 일 때문이예요. 빌 게이츠를 만난 건 재단에 대해 빌 게이츠가 선구적으로 한 게 많아서 어떤 시행착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디 듣고 싶었다. 1시간 정도였지만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게 참 외롭대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모으지 않으면 외로워질 수 있대요. 

(김)그런데 미국에서 돌아오니 신당설, 창당설이 나옵니다. 나오려면 지지기반 세력 있어야 하거든요. 저희 질문 날카롭지 않습니까?

(안)서울 시장 이후 제 지지율 모여드는데 저는 무엇을 얻겠다는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제 지지율에는 제가 정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게 아니어도 양당  끊이없이 긴장하게 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분들, 여기도 저기도 싫은데 불만을 표현하는 거죠. 공통점은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의 현재에 대한 불만, 열망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이 공통적인 거라고 봐서 그 역할을 하자고 했던 거죠. 새누리당도 간판도 바꾸고 경제민주화 도입하려고 하고 민주당도 통합하면서 여러 노력이 있지 않았나. 그런 데 일부라도 노력한 거 같고요. 

 제 생각에 변화는 없었는데,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고 야당 대권후보가 부상하면 저는 서서히 퇴장하고 제 본연의 일을 열심히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여당 압승으로 나오니까 제게 관심이 다시 몰리는 게 당혹스러웠어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고민에 빠진 거죠. 지금도 그렇고요. 지금까지 결정은 저만 책임지면 되요. 그런데 대선 출마는 엄중한 문제. 이거야말로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3가지를 생각해야 하는 거 같아요. 첫째, 저에 대해 지지하는 분들이 생각이 무엇인가. 둘째, 과연 제 생각이 그분들이 기대수준에 맞을 수 있는가. 세번째, 제가 정말 능력과 자격 있는가.,거기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제 생각의 방향을 정하는 게 순서인 것 같아서 책을 쓰기로 했다. 미리 계획했다면 총선 끝나고 바로 내거나 했겠죠. 이제 겨우 다 썼어요.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나 과제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에 사는 많은 사람의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게 2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가 자살률, 출산율인 것 같다. 자살률은 현재의 상태죠.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가. 출산율은 미래에 대한 지표예요. 내 아이가 얼마나 잘 살 수 있는가. 자살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고 출산율은 하위권이예요. 심각하게 보자면 우리나라는 불행하고 미래가 밝지 않다고 보는 국민이 다수 아닌가. 그런 어떤 방향을 가지고 노력하면 바꿀 수 있을까. 10개월 정도 고민했고요. 그 생각을 책으로 담았죠. 

우리 시대 과제는 복지, 정의, 평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복지는 이룬 게 많죠. 지난 50년동안 산업화,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잖아요. 먹고 사는 문제를 산업화로, 자유 갈구를 민주화로 해결했어요. 우리는 50년만에 해결했으니 자부심을 느낄 만 한데 가장 큰 과제는 불안이다. 그 불안을 해결하는 가장 큰 방법이 복지, 사회안전망이다. 열심히 일하는 중산층이 갑자기 몸이 아파서 힘들게 되면 안된다. 

정의는 달리기에 비유하면 선수들이 전부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총소리에 출발하는 거죠. 뛰는 과정에서도 반칙, 다리걸기 하면 안돼고요. 골인했을 떄 승자도 있지만 패자도 있는데 버려두기보다는 재도전 해보라는게 바람직한 거죠. 정의도 같다. 기회를 가지 못한 사람에게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경쟁 시작하면 편법이나 특혜가 없어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골인하면 패자에게 재도전할 기회가 주어지고. 이런 게 정의로운 사회 아니겠나.  

평화는 복지, 정의가 평화 없이 이뤄질 수 없는 거니까요. 그렇게 3개가 시대과제인 것 같다.  

(김)거의 국정운영 과제인데. 그래서 정치과외를 받는다는 얘기 있었다. 왜 과외를 받으세요?

(안)과외받은 적은 없는데. ㅎㅎ 저도 한분야의 전문가로서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서 의견 교환을 했던 것은 맞고요. 동등한 의견 교환이지, 고등학생처럼 과외는 아니죠. 

(이)제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물어보는 게 출마 발표하느냐고. 그건 아시잖아요. 

(안)모르는데요. 

(이)문자로도 출마하시는 건가라고 날아왔다. 이제 물어보겠습니다.나갑니까?

(안)책을 시점으로 좀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금 저는 제 생각의 방향을 말씀드리고 저를 지지하신 분들의 기대수준과 맞는지 판단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판단하고 여전히 원한다면? 

(안)기준에 따라서 판단해야겠죠. 

(이)자의든 타의든 대권후보에 올랐다.

(안)그래서 지지자의 생각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분들 생각 알려면 제 생각 보이고 얼굴 맞대고 소통하면 그분들의 생각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국민들이 내 생각과 틀리다고 하면

(안)그러면 저는 제 자리에 돌아와서 제가 할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이)시대가 원한다면 출마 가능성이 있는 건가.

(안)양쪽 다 가능성 열어놓고 판단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김)좁은 의미의 출사표라고 봐도 되나.

(이)조만간 결론 내릴 거 같은데

(안)결론 내려야겠죠. 

(김)어떤 대통령 필요한 것 같습니까?

(이)어떤 정치하고 싶으신 거냐

(안)시대과제가 복지, 정의, 평화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걸 이루는 방법이 소통과 합의인 것 같다. 대표적 복지국가로 스웨덴 꼽는데 안착하는 비결이 진보당이 집권했을 때 자기 마음대로 한 게 아니라 보수적 정당과 화합해서 이뤄나갔다. 독일은 보수당이 집권했는데 진보적 정당과 같이 했다. 복지는 해야 할 분야는 많은데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문제가 생길 때 해결은 오히려 쉬운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정말 능력 있는 분들이 많아서 방법을 찾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그것이 문제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흩어져 있다. 지금은 소통과 합의의 중심에 서 있는 대통령 필요하다. 

(이)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

(안)그 전에 상식, 비상식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상식적인 일을 못하도록 강제하고 비상식적 일을 한 사람은 준엄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굳이 말하자면 상식파죠.  

(이)힐링캠프 출연도 인기 올리는 정치적 쇼라는 비판

(김)책이 어떤 판단을 받느냐, 이 방송이 책 인기 올리는 거라면? 저희는 음모론자여서...ㅎㅎ

(안)판단은 국민이 하실 수 있는 것 같다. 이게 정말 진정성 있는지.

(김)장기 계획은 안 세운다고 하셨는데 지금 7월이죠. 5개월 후에는 뭐할 것 같은지. 

(안)최근 들어 제 느낌을 말씀드리면 제 나름대로 최선 다해서 살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제가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그 다음에 할 일이 다가오는 것 같더라. 어떤 일을 하든 그 순간에 하는 일이 제가 의미를 느끼고 열정을 갖고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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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