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부, 국회, 언론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대체복무제 법안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대체복무의 기간, 분야, 근무형태, 심사기구 등이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산 넘어 산이다.

정부는 대체복무제 시행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첫 법안에 대체복무자와 군필자·현역병과의 형평성, 국가 안보까지 한 번에 담아내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의보다는 불리함을 참지 못한다’는 정서가 앞선다면 대체복무제는 ‘또 다른 형벌’이 될 수도 있다.

영화 <핵소 고지>의 한 장면

몇 번이고 다시 봤던 영화 <핵소 고지>는 비폭력주의자인 주인공이 총을 들지 않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입대한 뒤 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 없이 75명의 부상병을 구한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국의 병역거부자 존 콘스도 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와서 수많은 한국인을 의술로 살렸는데, 이는 대체복무의 일환이었다. 그는 2013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을 받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공론화도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간의 숙성 기간을 감안한다면 대체복무자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기간과 분야에서 빛을 발해 국가적·사회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청한 | 서울서부지법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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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명 안팎의 청년들이 ‘집총 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1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른 식으로 이행하겠다”는 이들의 호소는 번번이 법대(法臺)를 넘지 못했다. 1950년 병역법 시행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로 전과자가 된 청년만 2만명에 달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04년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지 14년 만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대안도 없이 아무리 엄하게 처벌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에 종지부를 찍은 판결로 평가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 상황과 병역 특혜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헌법상 기본권이며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은 합헌이지만,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번에 처벌에 초점을 맞춰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하급심의 무죄판결 급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헌재와 대법원의 잇따른 선고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반사회적 대상으로 처벌하는 대신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시민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남은 과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떳떳하게 국가에 기여하고, 병역특혜 논란이 일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대체복무제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를 검토해온 국방부·법무부·병무청 합동실무추진단은 2020년 1월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소방서나 교도소 합숙근무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체복무 기간은 27개월과 36개월 중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36개월이라면 육군 현역 복무기간(18개월)의 두 배다. 대체복무자가 군복무자와 비교해 형평성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또다시 차별하는 징벌적 제도가 되어선 안된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판결만큼 합리적인 입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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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8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한 종류로 인정하지 않은 조항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가 가능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병역거부자 처벌이 병역 자원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위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마련해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라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자체를 온전히 인정한 결정은 아니지만 그 취지를 분명하게 수용하고 대체입법을 촉구한 점은 환영할 일이다.

축하의 악수 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헌법소원 등을 청구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서로 축하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엄하게 처벌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끝없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해 국방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고도 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양심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병역의무도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은 병역거부자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조항 자체가 위헌인지 여부를 가린 것뿐이다. 본질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입영 거부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킬 것이냐의 문제다. 그 판단은 대법원에 달려 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온전히 인정할지 여부를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짓기로 하고 8월 말 공개변론 일정을 잡아놓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해마다 6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처벌받는 부끄러운 인권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대체복무제와 안보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세 차례나 7 대 2 의견으로 병역법 처벌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던 헌재도 이번에는 합헌 4 대 위헌 4, 각하 1로 합헌과 위헌 의견이 대등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복무 기간의 형평성을 갖추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대로 판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정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합리적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국회와 정부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체복무에 대한 조건과 기준을 마련하는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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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과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14년 만에 다시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대법원에서 따로 심리 중인 두 건의 병역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오는 8월30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것이다. 대법원은 대법관들 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거나 기존 판례를 바꿀 때 전원합의체를 가동한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 의무가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사회는 병역 의무를 강조한다. 힘없는 사람들만 군대에 간다거나 남북 대치 상황에서 병역거부를 용인하지 못하는 정서가 강하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스라엘·캐나다·호주 등 상당수 국가들이 헌법 또는 법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 종교적·윤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병역 의무는 대체 복무로 가능케 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한국에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병역 의무가 조화롭게 공존하게 할 수 있는 대체복무 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해마다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지난 한 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하급심의 무죄 선고가 52건에 달했고, 올해는 100건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를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대체복무가 현역 복무와 형평이 맞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가장한 병역기피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은 제도로 보완할 수 있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정부의 10대 인권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정부와 국회도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을 논의해왔다. 헌재도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대한 세번째 위헌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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