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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19 [여적]문재인 생가

영국의 스트레트퍼드 어폰 에이본에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다. <스케치 북>의 작가 워싱턴 어빙은 이 집을 ‘나무와 회로 된 조그마하고 보잘것없는 건물’이라고 썼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나고 숨진 곳이다. 170년 전 생가를 경매로 판다는 광고가 신문에 실렸다. 미국의 한 갑부가 이 건물을 사서 미국으로 옮기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영국은 발칵 뒤집혔고 ‘셰익스피어 생가 구하기’ 여론이 일었다. 영국인들은 경매를 숨죽이고 지켜보다 환호했다. ‘셰익스피어 생가 보존위원회’가 낙찰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생가는 셰익스피어 생가 근처에 있다. 처칠 생가인 블레넘 궁전은 영국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로 꼽힌다. 궁전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한 존경받는 정치인의 생가라는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태어난 경남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 생가. 거제시 제공

한국의 대통령 생가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는 전남 목포에서 2시간 이상 배를 타고 들어가는 하의도 후광마을이라는 곳에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고향을 사랑했던 듯, 후광이라는 호를 음차해 사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는 거제시 외포리에 있다. 아호가 거산인 김 전 대통령이 13세까지 성장한 곳이다. 경남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는 추모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의 생가는, 그가 영면하고 있는 너럭바위 옆이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곳이다. 하지만 생가가 봉변을 당하거나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와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는 방화피해를 입었다. 구미시가 최근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 터에 새마을 테마공원을 추진하면서 ‘우상화’ 논란도 있다.

경남 거제시가 문재인 대통령 생가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태어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 생가 주변을 정비·복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1953년 태어나 6살 때 부산으로 이사갈 때까지 살던 곳이다. 시는 생가복원을 위해 생가 주변 땅을 사들이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며칠 안된 상황인데다 탈권위 방침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옛말 하나를 새겨보면 어떨까.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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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