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이 ‘8인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한 순간 짜릿한 전율과 함께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순간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진한 감동의 순간이면서 동시에 손톱만큼의 헌법수호 의지가 없는 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우리의 선거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함을 깨닫는 안타깝고 부끄러운 순간이기도 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한 검증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들은 박근혜씨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선거법’ 때문이다. 선거법에는 대통령 탄핵을 통해 확인한 국민주권주의가 없다.

2016년 총선, 유권자들은 ‘2016총선시민네트워크’를 만들어 그동안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정부정책을 옹호하거나 입법발의한 후보자들,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후보들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활동에 참여한 유권자 2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선거법에서는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고 공직자로서의 적절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위법행위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 모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던 시민 중 촛불을 들고있던 한명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 인용을 선언하는 순간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유권자의 입과 손발을 묶고 손에 쥐여주는 정보만으로 판단하고 투표하라는 선거법이야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만들어낸 주범이다. 그렇기에 탄핵 후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시스템이자 첫 번째 정치개혁 과제는 바로 선거법 개혁이다. 당장 시급하게 해야 할 정치개혁은 정치권이 말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선거법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질문들이 던져져야 한다. 누가 공동체의 시민자격이 있는가? 누가 그것을 정할 수 있는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하는가? 왜, 누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온라인 세상에 가두려 하는가? 주권자의 정치적 기본권은 어떨 때 제한할 수 있는가? 절반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진정한 국민적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 어떤 국민의 선택은 무시되어도 좋은가? 우리는 주권자의 뜻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는 무엇인지,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선거법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많은 답이 나와 있다.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연동형 비례 대표제, 결선투표제 도입,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등 다양한 연구와 조사, 국민적 논의를 통해서 훌륭한 해법들이 만들어졌다. 이제 적용만 하면 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를 새로 쓴 국민들에게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3월 선거법 개정으로 응답하라. 3월 국회에서 반드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선거법 개정은 그동안 책임을 방기한 정치권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그래야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국민주권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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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어리석은 행위가 세계적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국정농단을 둘러싼 참혹한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면서 나라는 국제 망신이고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언론보도, 촛불시위, 검찰조사에 이어 특검과 국정조사가 진행되면서 과녁은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함으로써 온 나라를 가득 메운 촛불의 마지막 국면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 국회의원 171명의 이름으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 야 3당이 만든 탄핵소추안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부실대응을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은 뇌물죄와 직권남용, 강요죄로 명시했다. 12월9일 의결을 예정하고 있는 ‘탄핵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탄핵안이 발의된 순간 가결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탄핵안은 가결되거나 가결 이상의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 근거를 밝혀보자.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다. 우리 헌법 제1조는 국민을 대한민국의 주권자로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90% 이상이 대통령에 반대하고 압도적 다수가 탄핵을 원하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탄핵을 받았다. 헌법적 권능에 기초해서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이 그 권능에 기초해 탄핵을 요구하는 이 시점에서 이미 탄핵은 이루어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탄핵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다. 대통령 탄핵의 법적 권한은 국회에 속하지만 이번 탄핵의 진원지는 광화문이다. 국민이 탄핵의 결정자라는 뜻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4%가 이를 대변한다. 탄핵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며 국회의원 300명의 의결은 국민들의 결정에 대한 보충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 이것이 탄핵 결정권의 본질이며 진행 중인 촛불 정신이다.

국정농단의 공범인 새누리당에는 탄핵 결정권이 없다. 새누리당은 탄핵 발의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의 명령을 거부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추풍낙엽처럼 흔들리면서 우왕좌왕하는 새누리당은 노선 부재와 내부 분열로 대통령 탄핵에서 변수가 되지 못한다. 새누리당에 남은 일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각자 생존을 도모하는 것뿐이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대통령 역시 탄핵의 변수가 아니다. 국정파탄의 몸통으로 특검과 국정조사의 핵심 대상으로 전락한 대통령은 범죄행위의 피의자에 불과한 만큼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잘못을 시인하고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자숙하며 탄핵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이것이 한때나마 자기를 뽑아준 국민에게 예의를 다하는 길이다. 더 이상의 고집이나 부질없는 담화로 탄핵 국면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죄를 더할 뿐이다.

이제 탄핵이 임박한 시점에서 국회가 명심해야 할 역사적 진실이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은 4년(국회의원 선거) 또는 5년(대통령 선거)에 오직 하루 주권자의 지위를 인정받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하지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여 새로이 건설해야 하는 비상한 국면에서는 능동적 주권자로서 국회 자체에 대하여 창조적 파괴를 명할 권능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국회와 권력이 본디 국민의 것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원리로서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론에 기초한다.

국회의원에게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 권리는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범법자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며 의무는 주권자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탄핵을 완수하는 것이니 권리와 의무가 하나로 일치한다. 국민을 모독하는 범죄행각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해산에 준하는 정치적 탄핵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이를 거부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자로서 자격을 상실할 뿐이다.

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며 바람이 일어 태풍이 된다. 주권자의 집합적 자기표현인 촛불은 새로운 상상력으로 낡은 관행을 파괴하는 혁명적 항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역사적 국면에서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거나, 숫자를 셈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이 요구하는 바가 아니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주권자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이행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국회의 대오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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