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카 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에서 가정폭력을 다루는 사례를 들며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최근 홍익대에서 발생한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유포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짐작한다.

홍대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례적 주목을 받았다. 경찰은 수사의뢰 8일 만에 가해자를 구속했다. 이후 ‘경찰이 다른 불법촬영·유포사건에는 왜 그토록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속한 수사는 바람직하지만, 여성이 피해자일 때와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불만의 초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5일 오후 현재 34만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으로 검거된 사람 중 98%가 남성이었다. 같은 기간 불법촬영 피해자 중 84%는 여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몰카 범죄 엄단을 지시하면서도 국민청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거론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본다.

홍대 사건 수사가 신속했던 것을 두고 피해자가 남성이어서라고 주장하는 건 비약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찰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불법촬영·유출과 달리 시간, 장소, 사람들이 특정돼 빠른 수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왜 국민청원에 여성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권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성명을 통해 “홍대 사건의 가해자가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동안, 우리가 지원하는 여성 피해자는 포르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며 “어째서 이제야 이례적인 일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졌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은 문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성범죄 수사 관행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최우선 가치는 피해자 보호이고, 그 다음은 신속한 수사다. 이참에 ‘몰카’라는 용어도 ‘불법촬영’으로 대체되길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연인 간 데이트폭력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에서는 남자친구에게 맞은 40대 여성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앞서 서울에서는 2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마구 때려 치아 5개를 부러뜨리고 이를 말리는 사람들을 트럭으로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에서는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사귄다고 의심해 모텔에 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달 충북 청주에서는 2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일어났다.

올 상반기에만 4565명이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됐다. 폭행, 스토킹, 온라인 성범죄 등 주로 여성들을 겨냥한 ‘젠더폭력’은 갈수록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으나 가정폭력처럼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해 보호하는 조치도 없고 강력 대응할 법적 근거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으로 지난해 46명이 사망했다. 8일에 한 명꼴이다. 가해자 8367명이 입건돼 449명이 구속됐다. 데이트폭력은 주로 폐쇄된 사적 공간에서 일어난다. 피해자의 신고가 없으면 잘 드러나지 않아 실제 발생 건수는 경찰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돼도 폭행 흔적 등 증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연인 간 ‘사랑싸움’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한번에 그치지 않고 반복·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므로 가정폭력 사건처럼 가해자의 접근을 막아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협박이나 주거침입 등이 없는 경우엔 가해자가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괴롭혀도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전부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데이트폭력 처벌 특별법’이 발의되긴 했지만 관련 상임위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 데이트폭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젠더폭력’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라 데이트폭력 가해자를 체포해 격리하고 피해자에게 접근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데이트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상대 연인의 전과 정보 조회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자의 77.6%는 전과가 있다. 정부가 1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정부는 데이트폭력 외에도 몰래카메라, 온라인 성범죄 등 여성 상대 젠더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8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젠더폭력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데이트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