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3일 광화문광장은 휴일 나들이 인파로 북적였다. 눈부신 초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이들은 달리고 소리치고 웃었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안보불감증이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엄중한 정세라고 해도 이 정도의 행복과 평화조차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과도한 엄숙주의다. 70년 가까이 머리띠 두르고 북한 규탄 구호를 외쳤어도 달라진 것은 없지 않은가.

1주일 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날아갔을 때 일본은 발칵 뒤집어졌다. 학교가 휴교하고 신칸센이 멈춰서고 신문들은 앞다퉈 호외를 냈다. 일본 정부는 긴급 대피령인 ‘J얼러트’를 발령했다. 지진 때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반대로 한국인은 지진을 더 두려워한다. 북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한국과 남의 동네 일로 보는 일본의 반응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 오후 도쿄 거리에서 한 시민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배경으로 한 북한 핵실험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도쿄 _ AP연합뉴스

김정은은 핵 도박판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기대 이상으로 부응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쇼의 가장 충실한 관객은 도널드 트럼프다. 누구보다 빨리, 자주 반응한다. 반응 패턴은 불가측하고 피아를 넘나든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면 김정은을 극찬하고 도발하면 장롱 속 군사옵션을 꺼내든다. 트럼프가 중심인 국제사회 북핵 대응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발언에는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다.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왔고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했지만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죽 해온 게 아니라 하다 말다 했다. 클린턴이 대화 창구를 열어놓으면 부시가 창구를 닫는 식이었다. ‘터무니없는 돈’이란 말도 사실과 다르다. 미국은 북·미 제네바 합의로 북한에 중유와 식량을 제공했지만 북한은 그 대가로 핵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북핵 사태의 수혜자인 트럼프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트럼프는 북핵 사태를 주도하면서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흔들리는 국내 정치적 기반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터무니없이 돈을 쓰는 건 북한이다. 가장 발사비용이 싼 스커드미사일만 해도 1발에 600만~1000만달러인데, 북한은 지난 6년간 6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나라 곳간을 털어 도발하는 것을 트럼프는 감사해야 할 입장이다.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폭락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북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김정은의 핵도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의도치 않게 아베와 트럼프의 정치적 환경을 개선해주기도 했지만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쥐고 강대국들을 호령하는 편익이 훨씬 더 크다. 그러나 앞으로도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와 영구적 체제생존을 최종목표로 추구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려면 미국과 대등한 핵억지가 형성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핵무기 종류의 다양화와 운반체계 완비를 뜻하는 다종화다. 북한은 핵무기 종류는 구비하고 있지만 운반체계는 그렇지 못하다. 일종의 소모품으로 200대가량 보유 중인 미사일 발사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작 기술은 없는데, 유엔 제재로 수입할 길은 막힌 상태여서 언제 동이 날지 모른다. 향후 발사대 부족으로 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한은 과거 병뚜껑 제조기술 부족으로 생활필수품인 병 생산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용 잠수함도 버거운 문제다. 발사관 3개짜리 대형 잠수함을 건조해야 하는 데 비용, 시간, 기술 모두 북한 편이 아니다. 미국과의 핵경쟁은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는 것과 유사하다.

기술적 난관을 극복했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미국이 자신을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에 핵보유국 지위를 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 후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한 ‘파키스탄 사례’를 내심 기대하고 있겠지만 두 나라는 차이가 크다. 파키스탄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았고 국제사회와 반목하지도 않았다. 파키스탄의 핵이 숙적 인도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믿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은 이 중 어느 대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김정은의 핵도박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핵무력 교리도 어느덧 안보와 생존의 수단에서 공격 중심으로 변질됐다. 자위 차원의 핵개발 명분도 상실했다. 생존을 넘어 국제정치 현실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강대국을 꿈꾸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불가능하고, 추구하면 안되는 끔찍한 망상이다. 묻고 싶다. 북한은 왜 핵국가가 되려고 하는가.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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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귀국 엿새 만에 숨졌다.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고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무고한 관광객을 억류하다 숨지게 만든 북한의 야만적 행태는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할 수 없다. 북한의 반인권적 폭거를 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웜비어 가족에게 조의 전보를 보내 위로하면서 “북한이 인류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웜비어의 명복을 빈다.

웜비어는 북한 여행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스물두 살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억류된 직후 갑자기 식물인간이 됐다. 북한은 그가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서 빠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웜비어를 진단한 미국 의사들은 식중독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족들은 웜비어가 혹독한 고문과 학대를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건강하던 그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질 리 없다고 주장한다. 누구라도 웜비어 가족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부전산망 개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거론하며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워싱턴 _ AFP연합뉴스

북한이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면서 적용한 것은 체제전복 혐의였다. 그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인 웜비어가 북한 체제전복을 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그가 한 행위가 아무리 북한의 관점에서 범죄에 해당한다 해도 턱없이 과중한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웜비어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을 때 치료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이런 비인도적 행태는 북한 정권의 폭력성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북한은 현재 한국인 6명 등 10여명을 억류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을 즉각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도 석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웜비어 사망이 그의 가족과 미국인에게 비극일 뿐 아니라 북·미관계 차원에서도 나쁜 신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긴장상태인 북·미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음주 열릴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은 미국이 안보를 위협한다며 핵개발에 몰입하고 있지만 인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야말로 더 큰 위협이다. 북한은 웜비어의 북한 체류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제사회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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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주한 미 상공회의소 환영행사에 참석해 “지난 5년간 한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미국 산업이 진출하기에 (한국시장의) 장벽이 너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펜스는 ‘공정한 무역’ ‘무역상대방의 이익’ ‘양국의 밝은 미래’라며 포장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동안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봤으니 양국 간 협정내용을 미국에 유리하게 손보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에 대한 생각은 ‘미국 노동자의 이익과 미국의 성장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한·미 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 근거는 무역적자다. 이는 미국무역대표부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도 반영돼 있다. 미국무역대표부는 한·미 FTA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대한 수출은 12억달러(1조3800억원) 줄었으나, 한국제품 수입액은 130억달러(약 14조9500억원)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의 의료, 금융, 법률 등 서비스시장 개방도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순방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지난 16일 첫 순방지로 한국을 찾은 펜스 부통령은 2박3일간 일정을 마치고 이날 일본으로 향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미국이 한·미 FTA로 인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맺지 않았다면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더 큰 무역수지 흑자를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 기간 중 한국의 대미 서비스 수지 적자폭은 확대됐다. 한국의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는 109억7000만달러에서 140억9000만달러로 28.4% 늘었다.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액도 미국 기업의 대한 투자액의 두 배가 넘는다. 그리고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시장 내 미국산 자동차 점유율도 5년 새 두 배 뛰었다. 그만큼 우리가 미국에 반박할 주장도 많다는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면 미국은 대한국 수출품의 관세를 낮추고, 반대로 한국 수출품의 대미국 관세를 높이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유리한 농·축·수산업과 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한국에 요구할 것이다. 이에 한국 측은 수세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미국에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할 기회도 있다. 예컨대 기존 한·미 FTA에 없었던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얻을 수도 있다. 한국은 이익균형을 근거로 미국에 요구할 것은 적극 주장해야 한다. 우리의 FTA 전략, 우리의 FTA 모델을 가지고 트럼프와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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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소리만 요란했다. 북핵 공동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에도 중국역할론에 매달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안 나서면 미국이 독자적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맘먹고 나서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오래된 궁금증, 중국이 적극 행동하면 북핵 문제가 풀릴 수 있나. 사실 검증(팩트 체크)이 필요하다.

예컨대 중국이 북한행 석유파이프를 잠그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아닐 것이다. 핵과 체제를 동일시하는 북한이 체제와 연료 중 뭘 선택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에 앞서 중국은 석유파이프를 잠그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잃는 것을 감수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중국역할론은 단순한 답을 구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이를 절대적으로 맹신하는 데 있다. 만약 중국역할론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면 이는 어떤 가짜뉴스보다 심각한 문제다. 북핵 저지에 사용할 동력과 자산을 낭비하고 북한에 핵능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플로리다 회담을 끝내고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한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을 마련해 둘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중국역할론은 미국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틸러슨의 말마따나 북핵을 해결할 ‘미국의 독자적 방도’가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면 되지 굳이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중국역할론을 내세우는 것은 대북정책의 실패를 숨기고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에 아웃소싱하는 것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핵 해결 노력보다 상황 관리에 치중하는 듯한 중국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병행 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이같이 정책 목표를 정했다면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끌어들이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이는 것이 맞다. 이러니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들고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러나 군사적 옵션은 위험천만한 접근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는 ‘김정은 제거작전’을 따져보자. 미국은 과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9·11테러 주범 빈 라덴을 사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라크는 내전에 휘말렸고, 테러는 지구촌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불량국가’의 지도자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것은 응징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민족적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보복공격이 불가능한 시리아와 그게 가능한 북한은 전혀 환경이 다르다. 북한붕괴론은 애초 성립 불가다. 북핵같이 급박한 문제를 북한 붕괴라는 시간이 걸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붕괴론에 기대 시간을 보내다 북핵 능력 고도화를 방조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후 “핵실험은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모든 나라가 핵개발의 정당성을 갖게 된다. 북한 핵개발이 체제 유지를 위한 내부 결속과 국제적 지위 향상 수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제규범을 무시한 채 동북아 평화·안정을 깨고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핵이 생존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핵 없이 생존해온 지난 70년 북한 역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진정으로 북한과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주민을 억압하고 국제사회와 반목하는 세습독재체제 그 자체다. 경고하건대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파국을 부르는 악마의 호출이나 다름없다.  

20년 넘는 북핵 역사에서 무수한 대책들이 명멸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고 핵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백약이 무효였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동결에 합의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 노력한 시기도 있었다. 대책 세우기 나름이다.

팩트 체크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인식을 통해 사실 여부를 알려주는 제품도 나왔다. 이 기계를 통해 기왕의 모든 북핵 대책들을 검증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기계에 해답을 물어보고 싶을 만큼 북핵 문제는 다급한 위협이다. 다만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북핵 위협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간이 걸리는 최종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당장 핵능력 고도화를 막는 게 시급하다. 핵동결을 최우선적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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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되던 날, 인터넷에는 ‘6자회담 가상도’라는 그림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합리적 해법이 되어야 할 6자회담의 참석자들을 사진과 함께 올린 것인데, 다 아는 내용이지만 막상 모아놓고 보면 한숨이 나온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 김정은, 그리고 박근혜. 시진핑 정도가 예외랄까, 도무지 제정신으로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심지어 이 맥락에서는 아베가 몹시 멀쩡해 보인다는 평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들이 모여서 회담을 한다면 북핵 문제의 합리적 해법은 고사하고 당장 3차대전이라도 시작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건 6자회담 참가국만의 일이 아니다. 히틀러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는 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을 뽑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2차대전 이후 나치의 잔당들이 만든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대선후보 노르베르트 호퍼가 작년 4월 대선에서 1위 당선자를 0.6% 차이로 추격했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채 쓸어내리기도 전에 부정투표 논란이 불거졌고 대법원은 재투표를 결정했다. 불과 한 달 전인 작년 12월4일 이루어진 재투표 직전까지 호퍼는 여론조사에서 계속 앞서갔고 당선이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실제 재투표에서 경쟁자인 판 데어 벨렌이 이긴 것은 다행스러운 이변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의원내각제인 오스트리아에서 대통령은 명예직에 가깝고 실제 권력은 총리에게 주어진다. 호퍼는 자유당의 진짜 실세인 슈트라헤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인데, 현재의 정당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2018년 총선에서 슈트라헤는 오스트리아의 총리가 될 것이다.

영국은 이미 브렉시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그 결정의 유일한 승자는 유럽연합(EU) 제재에 균열을 내는 데 성공한 러시아뿐이다. 프랑스는 어떤가. 올해 4월로 예정된 대선 가도에서 현재 1위를 달리는 후보는 역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마담 프렉시트”라고 부른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도 EU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의 호퍼가 “오엑시트”를 내세웠던 것은 물론이다.

세계는 오바마를 잃었지만 그래도 아직 메르켈이 있지 않으냐고? 하기야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가 하도 엉망으로 돌아가니 메르켈이 4선을 고민한다는 보도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작년 9월 지방선거에서 메르켈의 기민당은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에 메르켈 본인의 지역구를 내주어야 했다. 올가을 치러질 총선에서 독일은 극우정당의 연방하원 입성을 허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마지막 희망은 연대와 관용의 복지선진국 스웨덴일 터.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나치주의와 연계된 극우정당 스웨덴 민주당의 지지율이 25%를 넘어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불과 5년 전 이 정당의 지지율은 5%였다.

세계가 증오의 정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증오로 하나 된 세계’라 해도 손색이 없을 판이다. 유럽에서 퍼지는 증오의 큰 원인은 난민 문제인데, 난민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헝가리 같은 나라도 장벽을 쌓고 있고 몇몇 나라들은 기독교도만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했다. 하기야 난민이 아예 없는 필리핀의 두테르테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범죄와의 전쟁이란 미명하에 자국민을 죽임으로써 정치적 정당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술의 변화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글로벌리제이션으로 그나마 있는 일자리는 다른 나라로 옮겨가거나 혹은 이민자들이 뺏어간다는 것이 증오의 정치를 뒷받침하는 논리이다. 실제로는 이민자들이 빼앗아가는 일자리는 미미하거나 혹은 자국민들이 채우지 않는 일자리를 채운다는 연구결과는 부풀려진 증오 앞에 별 힘을 쓰지 못한다.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기존의 사회구성원들이 동질적일수록, 그런 사회에 소수자 집단의 유입속도가 빠를수록 증오는 커지고 거기에 비례해서 극우정당 득표율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한국은 이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그게 왜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수십년간 반복 주입되어온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는 사회구성원의 동질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다. 지금은 조선족과 외국인노동자, 그리고 북한이탈 주민에 한정되어 있지만 통일이 가시화되기라도 한다면 소수자 집단의 유입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증오가 폭발하고 극우정치가 판을 칠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일부 학자들은 막스 베버 이후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이성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바야흐로 광기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1000만 촛불로 열린 광장의 결실이 대선 결과로만 판단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광기의 시대에도 온전히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이성과 관용의 제도화가 그 결실이 되어야 한다.

장덕진 |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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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트위터에서 가장 이슈가 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2016 민중총궐기대회’와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이슈가 가장 많은 대화를 생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민중총궐기’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트위터 내에서 관련 트윗이 총 130만건 생성됐다. 집회 당일인 12일 오후 10시30분쯤에는 광화문광장 주변 빌딩 옥상에서 촬영해 광장을 가득 메운 집회 사진 등의 트윗이 분당 1200여건 발생할 정도로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는 트윗량이 폭증했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촛불 파도타기를 하는 영상은 1만2000번 이상 리트윗됐다. 해시태그 ‘#내려와라 박근혜’, ‘#박근혜 하야’ 등을 포함한 현장 영상과 사진들도 수만건 올랐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가 연간 9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의 프로포폴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트위터상에서 ‘프로포폴’이 많이 언급됐다. ‘최순실 사단’으로 알려진 비선 조직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해당 키워드의 언급량도 급증했다. 최씨가 2012년 대선 때부터 운영했던 비선 조직이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까지 들어가서 이른바 극우 정치 성향의 글들을 실시간 보고하고, 야당 정치인과 관련한 SNS 동향을 감시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트위터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예측을 벗어난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도 국내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뉴욕타임스에서 대선 승리 후보를 점치는 그래프인 ‘포어캐스트’가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더 높다는 방향으로 예측을 바꾸는 순간 트위터에는 ‘도널드 트럼프’ 이름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역시 주목받았다. 특히 패배 연설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되리라 점쳐졌던 후보로서 여성들에게 “언젠가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길 바란다”고 말한 부분이 많이 공유됐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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