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사들이 어제부터 한국관광상품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 실행에 들어갔다. 롯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 제공 결정 이후 가시화된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 관광당국인 국가여유국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조치로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객 모객이 전면 금지됐다. 한국을 여행하려는 중국인들은 개인이 직접 비자 및 항공권을 처리해야 한다.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아도 내상을 입은 호텔·면세점·항공 등 관련업계의 피해는 더 커질 게 뻔하다. 서울 명동에도 중국인의 발길이 끊겼다고 한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도에서는 크루즈 관광객의 하선 거부에 이어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생활터전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한국 관광 금지를 본격화한 15일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중국 내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매장 112개 중 57개가 영업을 정지당했다. 다른 한국 기업들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드 후폭풍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나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안보를 빌미로 민간기업에 보복하는 중국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국제 규범에도 맞지 않는다. 양국 간 감정이 나빠지면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은 참담한 지경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며칠 전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아우성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경제수장이 할 소리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면 책임회피이고, 진짜 모른다면 직무유기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직후에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돼 있다. 경제보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충돌 과정에서 중국이 일본에 가한 다양한 경제보복 조치를 안다면 할 수 없는 얘기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대응할 게 없다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기업들이 직면한 곤혹스러운 상황은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아니다. 당면한 어려움을 최소화할 즉각적이고도 효과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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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가 법으로 제도화된 것은 불과 50여년 전이다. 소비자의 천국이라는 미국조차 20세기 중반까지 캠페인 수준에 머물렀다. 케네디 대통령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4대 권리를 발표한 때가 1962년 3월15일이다. 나중에 ‘소비자권리장전’으로 알려진 것으로 안전의 권리, 알 권리,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권리 등이다. 이후 열국은 매년 3월15일을 ‘소비자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한국은 1979년 국회가 ‘소비자보호법’을 통과시켰던 12월3일을 소비자의 날로 정했다.

3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 롯데백화점 앞에서 10여명이 ‘친구가 오면 좋은 술을 대접하고 승냥이·이리가 오면 사냥총을 준비한다’ ‘사드를 지지하는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이보

소비자의 권익보호에 관한 관심은 각종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졌다. KBS는 <소비자 고발>, MBC는 <불만제로> 등을 만들었다. 고발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코미디도 나올 정도였다. 중국 관영방송인 CCTV는 1991년부터 매년 ‘소비자의 날’ 저녁 8시에서 2시간 동안 <3·15 완후이(晩會)>라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거론된 기업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2011년 3월15일 타깃은 금호타이어였다. 금호타이어는 2007년부터 4년간 중국 내 타이어 점유율 1위였다. <완후이>는 금호타이어가 타이어를 만들 때 재활용 고무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준치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금호는 사과했으며, 타이어 30만개를 리콜했다. 이후에도 맥도널드(2012년), 애플(2013년), 니콘(2014년), 벤츠와 랜드로버(2015년), 아동용품(2016년)이 문제가 됐다.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은 양면이 있다.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무고한 기업을 문 닫게 할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최종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으나 타이어시장을 상실했다. 국내에서 한 화장품회사는 <소비자 고발> 방송 이후 공중분해됐다. 오는 15일 완후이가 방송된다. 중국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국배치와 관련해 한국 관광을 막고, 땅을 제공한 롯데를 난타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일 전격적으로 사드 2기 발사대가 국내로 들어왔다. 이번에 방송될 프로그램은 ‘롯데 특집’을 넘어 ‘한국 특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책임질 자는 있는 건가.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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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롯데가 이사회를 개최하여 경북 성주 소재 골프장과 남양주 군용지의 맞교환을 승인했다. 다음날 국방부는 롯데와 계약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했다. 국방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텅 빈 부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경계작전 인원을 투입하고, 헬기까지 동원해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어 주민들과의 충돌을 자초하고 있다.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지난해 12월부터는 기본설계조차 없이 이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는 수용한 골프장을 미군에 공여하는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미군도 사드 기지를 조성하기 위한 설계를 시작으로 조만간 시설공사에 나설 것이다. 모든 절차를 중첩해 최대한 속도를 내어 하루라도 빨리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6~7월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미군에 부지를 공여한 이후에는 사드 배치에 관한 형식과 절차가 미국 측 의도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한·미가 협의해서 결정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낼지 궁금하다. 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지 공여 이후에는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음에도 국민 우려를 고려해 한다고 설명하고 있어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이다. 과연 투명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 국방부는 향후 비용문제에 있어서도 부지 내는 미측이, 부지 외 기반시설 공사는 한국 측이 부담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측 부담이 결국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말끝을 흐리며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기반시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불분명하다.

롯데인터넷면세점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서비스가 모두 3시간여 동안 중단된 2일 오후 롯데인터넷면세점 화면에 서비스 점검 중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 김창길 기자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되기 이전에 사드가 이 땅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 운영에 필요한 공사가 끝나기 전에 사드 포대만이라도 도둑 이삿짐 싸듯 옮겨오는 방안에 대해 한·미 간 논의가 있었고, 지난 2월 매티스 미 국방장관 방한 시 합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꼼수이자 소위 알박기의 전형이다. 부지가 미군에 공여된다는 점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일부터 독수리훈련이 시작되었고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KR) 연습에는 사드 운용을 통한 탄도미사일 방어연습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드는 어렵지 않게 항공기나 배를 수단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훈련 명분으로 한반도에 들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월30일까지가 독수리훈련 기간임을 고려할 때 그렇게 들여온 사드를 배치 임박을 핑계로 그대로 보관하겠다는 몽니를 부리지 않을까 하는 소설을 써본다.

사드와 관련된 논란은 무수히 많다. 군사적 효용성, 안전성, 미사일방어(MD) 참여, 중국의 보복 등 지금까지 사드 배치 추진 과정에 발생한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은 정책 결정과정 중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진솔한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에게 탄핵당한 정부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진정으로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건만을 성급하게 옮겨놓을 이유가 없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정말 사드 포대부터 먼저 들여오는 일이 생긴다면 오히려 선거를 의식한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절차의 비민주성과 국론의 수렴 없이 밀어붙이는 사드 배치는 앞으로 우리를 더욱 힘들고 어렵게 할 것이다. 안보를 넘어 국익과 내 아들딸들이 살아가야 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모한 사드 배치 추진은 중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현 정부와 국방부의 솔직하지 못함으로 꼬일 대로 꼬여버린 사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할 것이다. 사드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우리 국민의 선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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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롯데, 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