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전통 문양이자 인류 최고의 길상 문양 ‘스와스티카’와 나치의 상징 문양 ‘하켄크로이츠’의 유사성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진다. 히틀러는 아리아인의 혈통과 인종적 우수성을 나타내기 위해 스와스티카를 회전시켜 나치의 상징물로 채택했다.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해 12월31일 정유라의 성적을 조작해 학사 특혜를 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류철균은 그해 11월20일 카카오톡에서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상태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변경했다. ‘나는 불행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 류철균과 나는 카톡을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 순간 류철균이 불행을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다루어야 할 것으로 취급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류철균을 내리덮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마음이 일어났다.

세상만사에 대해 오만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라 해도, 적어도 불행에 대해서는 이런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자신의 불행에 대한 것이라 해도 마침내 그것은 타인의 불행에 대한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김영민 기자

이제 눈을 감고, 우리 시대에 만연한 불행의 면면을 떠올린다. 얼굴이랑 가슴이랑 여기저기가 불붙듯이 매우 화끈거린다. 다음 순간 중국으로 전래되어 만(卍)자로 자리 잡은 스와스티카 문양의 신비로움을 떠올리며, 머릿속의 실타래가 풀린다.

언젠가 류철균이 카톡 상태메시지를 ‘나는 불행하다’로 변경하기를 바란다. 만약 류철균에게 ‘불행에 대한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류철균은 구속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박근혜에게 ‘불행에 대한 진정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박근혜는 탄핵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박근혜가 눈물 흘리며 ‘나는 불행하다’라고 혼잣말하기를 바란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박근혜의 머릿속에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간 세월호 아이들의 비명이 권력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발파음처럼 자꾸만 터지지 않을까.

박근혜를 비롯하여 최순실, 차은택, 우병우, 류철균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의해 소환, 체포, 구속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불행에 대한 진정성, 타인에 대한 공감의 단서를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기고 다시는 그것을 가지고 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단번에 늙어버린 자의 피로감이 발견될 따름이다.

류철균이 <인간의 길>이라는 소설에서 미화했던 박정희 대에 시작되었고 박근혜 대에 이르러 한층 증폭된 우리 사회의 병폐는 ‘불행에 대한 진정성’과 ‘타인에 대한 공감’의 실종이다. 어처구니없는 불행의 폭탄을 우리 사회 한복판에 작렬케 한 세월호 아이들의 사망 및 실종 사건의 장본인이 박근혜인 것도, 그로 인해 박근혜가 탄핵에 이르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위로와 치유, 힐링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도리어 상황이 나빠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고인이 된 문화평론가 이성욱은 이인화(류철균)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가 몇 개의 소설을 고스란히 표절한 것임을 낱낱이 밝혔다. 이인화는 그것을 온전히 시인하는 동시에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혼성모방 기법이라고 강변했다. 혼성모방 또는 패스티시 또는 문학적 조각이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면, 혼성모방의 ‘끝판왕’으로 스와스티카를 모방한 하켄크로이츠만 한 것이 있을까. 리얼리즘 또는 모더니즘의 정색이 진부하다고 해도, 포스트모더니즘의 농담은 ‘류철균과 이인화’(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단군 이래 최고의 농단인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한복판에서 발군의 학자·문학인의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류철균이 카톡 상태메시지에 다음의 문장을 덧붙이기를 바란다. ‘나는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기 위해 나의 불행을 사용한다.’ 부디 류철균 그리고 박근혜가 마음속 깊이 불행을 경험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불행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 수 있기를. 소망컨대, 하켄크로이츠가 스와스티카 또는 만자로 회귀할 수 있기를.

강영희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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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류철균 교수가 수의를 입고 초라하게 끌려가는 모습이 뉴스를 장식하자 많은 사람들은 ‘사필귀정’을 머리에 떠올렸다 한다. 그러나 나는 ‘이(저)러려고 교수가 됐나 하는’ 모욕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화면 속 그는 <영원한 제국>을 쓴 야심 찬 문학청년도, 시대착오적인 박정희주의자이거나 ‘능동적 부역자’도 아니었다. 소심하고 비굴한 ‘하수인’이나 화이트칼라 범죄의 피의자처럼 보였다. 그가 조교에게 죄를 떠넘기려 했다는 최악의 행태도 ‘우병우스러운’ 뻔뻔함보다는 비굴함의 발로로 보였다.

몇몇 이화여대 교수들이 총장(또는 그 배후)의 사주나 강요를 받아 정유라를 위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비리는 황당하고도 몰상식한 범죄지만, 사실 그 디테일들은 오늘날 한국 대학의 평범한 민낯의 한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감히, 총장이나 학장이 교수들에게 집합을 걸어 특정 학생을 잘 봐주라 강요하거나, 교수 최후의 권한인 채점과 수업운영에 대해 간섭할 수 있는가? 대학마다 좀 차이가 있겠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라 본다. 경쟁과 성과주의에 찌든 신자유주의 대학에는 관료주의와 ‘독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의사결정의 반민주성 문제로 내홍을 겪는 대학들은 예외 없이 이 문제를 앓고 있다.

민주적·상향식 총장 선출방식이 무력화되자 국공립대 총장 선임에 청와대와 권력기관이 노골적으로 개입해왔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의 사립대학에서는 ‘박근혜 스타일’이거나 부역자형 또는 기름장어형 인간이 대학운영을 맡는 일이 잦아졌다. 사립대 총장과 재단 중에는 교수·교직원을 자기 집 머슴쯤으로 생각하는 ‘갑’들도 있다 한다. 그런 자들이 권력을 마구 휘두르니 대학의 다른 존재들은 자연스레(?) 모두 ‘을’ 이하가 된다. 이를 제어하는 제도적·법적 장치가 없다는 게 한국 고등교육의 최대 비극 중 하나다.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 영장이 발부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으로 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에는 마치 신분 같은 위계가 있다지만 이제 대부분의 정규직 교수도 ‘까라면 깐다’. 동국대 사태 등에서 보듯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조차 막무가내로 해임하는 전횡도 가능하다. 조교수·부교수들도 고과와 성과의 압박 때문에 바짝 엎드려 살아간다. 그러니 비정규직 교수나 대학 내 다른 노동자들의 권익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유령의 것이 되었다. ‘헬조선’ 전체를 짓누르는 ‘노동의 분할’과 지배의 방법론이 대학 안에서도 예외가 없는 것이다. 정규직에게는 나은 연봉과 허위의식을 떡고물로 주는 대신 과잉된 불안과 개별화를 부여하고, 다수의 비정규직에게는 일자리 자체를 대가로 한 가혹한 착취와 억압으로써 복종하게 만든다.

촛불 덕분에 사회개혁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에 대한 꿈이 살아나고 있지만, 교육과 대학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아직 잘 들리지 않는다. 입시와 학사관리 부정이 과연 이화여대뿐일까? 교원 인사는 어떨까? 오늘날 신자유주의 대학체제는 ‘헬조선’ 부패와 불평등의 전진 생산기지다.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대학 바깥에서는 대학의 경쟁력과 발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고등교육법과 사학법이 개정되어 교주와 재단의 대학 소유와 전횡을 제한해야 한다.

대학 내부의 당사자 운동도 절실하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대학교수의 정년보장과 독립성은 원래 학문의 자유나 정치적 자유를 위한 것이지만, 권위주의와 성과주의 앞에서 거추장스러운 제도로 간주돼 파괴돼 가고 있다. 교수들의 책임도 크다. 정년보장과 독립성을 월급쟁이로서의 안위와 개인주의를 누리는 데 써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모임을 만들고 의견을 모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뭔가 이례적이고 위험한 일처럼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수회나 노조가 제대로 기능하는 대학이 몇 군데나 될까? 조장돼 있는 불안과 파편화를 넘는 연대와 세밀한 조직이 필요하다. 고령화된 민교협이나 정규직 중심의 교수노조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거나 혁신해서, 젊은 연구자들과 비정규직 교수들이 주축이 되고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당사자들의 싸움이나 목소리가 없는 한, 문제 자체가 아예 가시화될 수 없는 파편화와 불통의 구조가 대학에 강고하다. 이에 도전을 시작할 때 조교나 대학의 다른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마침 이화여대에서 교직원·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는 반가운 뉴스가 들려온다. 그렇다. 제대로 된 교수회, 강사·조교·직원 노조, 대학원생·대학 총학생회의 구성만이 특권·부패의 ‘정유라 대학’을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우리 대학’으로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

천정환 | 성균관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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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몰랐죠. 학적팀에서 e메일을 받고 깜짝 놀라가지고. ‘아이고, 정유라가 내 수업을 들었어요?’라고 해서 그쪽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그랬습니다. 하하.”

기자는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와 지난해 11월 여러 차례 통화했다.

류 교수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취재 중이었다. 류 교수의 행적은 의심스러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였고 차은택씨와 함께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필명 이인화로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소설도 썼다.

류 교수는 학점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씨를 몰랐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김경숙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 학장이 정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 없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이번 게이트와 정말 무관하냐’는 질문에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싶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재학 당시 정 씨의 대리 시험 등 학사 특혜를 준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하지만 그의 각종 비리를 밝힌 보도(경향신문 2016년 11월8일자 2면)가 나갔고 류 교수는 더욱 강경하게 나왔다. 본지 기사에 대해 왜곡 보도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이 기사로 인해 삼성그룹 간부 대상 강연이 취소됐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본지는 중재위에서 “국회가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까지 결정한 사안을 반론을 빌미로 언론사에 허위사실을 적시토록 하는 게 맞느냐”고 했지만 그의 대리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류 교수는 해를 넘기지도 못한 지난달 31일 체포돼 수의를 입고 눈앞에 나타났다.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류 교수의 변호인이 밝혔다는 내용은 더 참담했다. “김경숙 학장이 정씨를 잘 봐달라고 부탁해 최씨를 만났다”는 해명이었다. 이번 논란에서 류 교수는 한번도 일관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공적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사법기능을 하는 중재위에서, 수사를 하는 특검에서 다른 말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는 문학과 게임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동안 여러 차례 표절 의혹을 샀고, 그때마다 혼성모방이니 판타지니 하는 말들을 했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는 또 어떤 말을 꺼낼지 궁금하다.

이혜리 | 사회부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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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류철균, 필명 이인화. 그는 평론을 발표할 땐 본명을, 소설을 내놓을 땐 필명을 썼다. 문단에 먼저 나온 것은 평론가 류철균이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 본명 류철균으로 계간 ‘문학과사회’에 양귀자 소설 평론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평론가 류철균은 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이인화(二人化)라는 필명으로 1992년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제1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의 평론을 본명 류철균 명의로 쓰는 이른바 ‘셀프 평론’으로 화제가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 등을 표절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당시 그는 “실재와 모방의 경계를 무너뜨린 ‘패스티시(혼성모방)’와 패러디 기법으로 쓴 작품”이라며 “문단의 혹평과 힐난은 ‘마녀사냥’과 흡사하다”고 강변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재학 당시 정 씨의 대리 시험 등 학사 특혜를 준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소설가 이인화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은 1993년 선보인 <영원한 제국>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모티브로 조선 22번째 임금 정조의 독살설을 다룬 <영원한 제국>은 100만부 넘게 팔려나갔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왕권을 강화하려는 정조와 신권정치를 주장하는 노론 사이에서 왕권정치의 편을 드는 역사의식을 드러냈다”는 문단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박사 학위를 받기 전인 1995년 이화여대 교수가 된 그는 1997년 발표한 소설 <인간의 길>에서 독재자 박정희를 ‘난세의 영웅’으로 묘사하고, 국가주의를 지지해 독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노골적인 ‘박정희 찬양가’를 불러서였을까. 교수 류철균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 등을 지내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학점 취득 특혜를 준 혐의로 긴급체포돼 영어의 몸이 될 처지에 놓였다. 교수 류철균의 ‘날개 없는’ 추락이다.

소설가 이인화가 발표한 작품 제목처럼 독재자 박정희가 간 길은 <인간의 길>이 아니었고, 세상에 <영원한 제국>은 없으며,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닐까.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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