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외교안보 위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기대가 높았던 7월11일. 문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이 있다고. 그건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고백이었다. 취임 두 달 만의 무력감 토로라니.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과장법이려니 했다. 난제에 직면한 지도자가 한 번쯤 할 수 있는 푸념일 거라고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 참석해 블랙이글스 T-50 1호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달이 흘렀다. 한반도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그에 비례해 한국은 더욱 존재감을 잃어갔다. 트럼프 추종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펴졌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번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모욕을 참고 가랑이 밑을 긴 한신을 문 대통령과 동일시했다. 며칠 뒤인 9월22일 문 대통령이 김 의원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섣불리 다른 해법을 모색하기도 어렵죠. 압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추종은 이제 가설이 아닌, 입증된 사실로 확정됐다.

이때만 해도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정부가 한신처럼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뭔가 도모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국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인구, 산업능력, 군사력과 같은 하드 파워로 보나 기업혁신, 문화, 정부, 교육과 같은 소프트 파워로 보나 명실상부한 중견국이다. OECD 가입국이자 여러 국가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 주변 강국으로 인해 중견국에 걸맞은 역할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한 세대 전, 한 세기 전과 같이 주변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라야 했던 약소국은 더 이상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이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의 처지를 새삼 부각하지만 381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취임 5개월째인 10월10일 문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과 미련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합니다.” 세 번째다. 우리는 그가 세 번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더 이상 푸념도 과장도 아니다. 역전의 순간을 위해 일부러 힘을 감추려는 전략도 아니다. 그의 정직한 안보인식이자 정부 능력에 대한 자가 진단의 결과다. 또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곧 다른 경로가 열리지 않을까 하고 가슴 한쪽에 품고 있는 낙관론을 접으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무기력증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최후의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 자원을 최대로 동원해야 하고 무얼 하든 결사적이어야 한다. 남한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의 무릎을 꿇리려 한다. 게다가 남의 말 잘 안 듣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런 북·미 대결 상태도 한국이 손 놓고 물러선 상황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 반대다. 한국이 더 많은 힘을 쏟고, 다른 방법을 찾고, 비상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내놓은 해결책은 이런 것이다. ‘긴장이 완화되고 북한이 도발을 스스로 중단하면 그때 근본적 해법을 모색한다.’ 그렇게 기다리면 위기는 누가 해소하나? 문 대통령도, 트럼프도 아니라면, 김정은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와 미래가 달린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면 한국은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가? 미국에선 요즘 대안 논의가 활발하다. 트럼프의 외교 멘토 키신저는 주한미군 철수 대가로 중국이 북한을 붕괴시키는 안을 백악관·국무부에 제시했다고 한다. 백악관 실세였던 스티브 배넌은 미군철수와 북핵동결 구상을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한·미연합훈련 축소 한마디 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주한미군 철수론은 말할 것도 없다. 그건 한국인이 말할 수 없는 말이다. 미국은 한국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상을 마음껏 논하는데 한국인은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누가 좀 설명해주면 좋겠다.

김정은도 세계를 흔들었다.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왜 흔들리고 있나? 문 대통령은 광야에 홀로 선 존재가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이끄는 강력한 통치자,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민주사회의 지도자다. 트럼프·김정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을 믿고 싶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운명, 우리 손으로 개척할 수 있다. 문재인은 힘이 있다. 그 힘을 보고 싶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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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어서 해석이 분분하다.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는 것은 외부세계가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허용치 않고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행동에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핵에 대한 레드라인이 초기에는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에 이어 핵실험이 되었다가 핵실험 이후에는 핵확산 행위가 다시 레드라인으로 설정됐다. 가변적이며, 모호하게 표현함으로써 적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정치 용어가 레드라인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명확히 그은 취지는 이해한다. 이 선을 넘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놓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ICBM 기술도 완성단계 직전에 있다는 게 상식이다. 과거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문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개발을 강행, 머지않아 핵탄두를 장착한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못 박은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다. 레드라인을 고정함으로써 협상의 유연성이 사라지게 됐다. 핵무기와 ICBM 개발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확인되는 순간 선택은 논리적으로 전쟁밖에 없다. 군 통수권자와 국방장관의 견해가 다른 것도 문제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미국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했다”며 “레드라인은 우리가 설정한 것이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수사로 쓴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과 협의한 결과인지도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언급은 핵동결을 전제로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한다는, 정부의 2단계 북핵 해법과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했다 해도 동결이 가능하다면 협상을 통해 비핵화 단계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당국자들은 “북한의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부연했다. 시민들이 안보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중요하다. 말을 함부로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조차 레드라인을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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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방문한 사람들이 대통령을 직접 보는 것 말고 부수적으로 얻는 게 기념품용 ‘대통령 손목시계’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친필 사인이 새겨진 손목시계가 처음 제작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1978년 12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참가한 간접투표 방식을 통해 제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여론무마용 손목시계’를 만들어 돌린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도 기념시계를 만들었는데 스위스 제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시계 제작기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제작된 ‘대도무문(大道無門·옳은 길을 가는 데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 시계’는 시민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렸다. 앞면엔 한자 이름(金泳三)을, 뒷면엔 좌우명 ‘大道無門’을 새긴 이 시계는 다른 숫자는 없고 ‘0’과 ‘3’만 크게 쓰여 있어 ‘영삼(03)시계’로도 불렸다. ‘대도무문’ 시계는 1992년 대선 때 대량 유포돼 금권선거 논란이 거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 뒷면에는 ‘남북정상회담 첫돌과 광복 56주년을 기념하여’ 등과 같은 글귀를 새긴 게 특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 뒷면엔 ‘원칙과 신뢰,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문구가 새겨졌고, 케이스엔 권양숙 여사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과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대통령 기념시계가 배포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야당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자마자 봉황 문양이 없는 기념시계를 제작해 “‘대통령 놀이’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가 다음달 초까지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 제작을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기념품을 찾아봤지만 제작비가 저렴하고 만족도가 높은 선물로는 시계만 한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안이 없는 한 대통령 기념시계는 앞으로도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대통령 기념시계를 어떻게 차별성 있게 디자인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기억에 남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국정운영의 성공이다. 최고의 디자인은 바로 최고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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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귀국 엿새 만에 숨졌다.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고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무고한 관광객을 억류하다 숨지게 만든 북한의 야만적 행태는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할 수 없다. 북한의 반인권적 폭거를 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웜비어 가족에게 조의 전보를 보내 위로하면서 “북한이 인류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웜비어의 명복을 빈다.

웜비어는 북한 여행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스물두 살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억류된 직후 갑자기 식물인간이 됐다. 북한은 그가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서 빠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웜비어를 진단한 미국 의사들은 식중독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족들은 웜비어가 혹독한 고문과 학대를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건강하던 그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질 리 없다고 주장한다. 누구라도 웜비어 가족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부전산망 개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거론하며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워싱턴 _ AFP연합뉴스

북한이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면서 적용한 것은 체제전복 혐의였다. 그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인 웜비어가 북한 체제전복을 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그가 한 행위가 아무리 북한의 관점에서 범죄에 해당한다 해도 턱없이 과중한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웜비어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을 때 치료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이런 비인도적 행태는 북한 정권의 폭력성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북한은 현재 한국인 6명 등 10여명을 억류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을 즉각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도 석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웜비어 사망이 그의 가족과 미국인에게 비극일 뿐 아니라 북·미관계 차원에서도 나쁜 신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긴장상태인 북·미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음주 열릴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은 미국이 안보를 위협한다며 핵개발에 몰입하고 있지만 인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야말로 더 큰 위협이다. 북한은 웜비어의 북한 체류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제사회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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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 노무현의 이상은 높았다. 꿈을 이뤄내는 게 정치다. 정치는 주어진 환경에서, 여러 난관을 물리치고,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힘은 부족하지 않았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한 최초의 민주정부였다. 참여정부는 그 힘을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과거사법·언론개혁법·사립학교법)에 쏟아부었다. 민생과는 거리가 멀다고 시민들은 느꼈다.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보수언론을 포함한 보수세력은 반노무현 전선을 구축하고 총결집했다. 돌에 걸려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라고 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노무현은 고립됐다. 여당은 대통령을 지키는 동력을 상실했고 울타리는 허물어졌다. 결국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노무현이 몇 세대를 앞서 너무 일찍 대통령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 같았다. 그의 생각은 옳았고 꿈은 창대했지만, 다수의 시민을 끌고 가지 못했다. 그는 항상 시민들의 몇 발짝 앞에 있었다. 그를 지지하고 열광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시민도 많았다. 보수세력의 저항은 집요했고, 참여정부는 서툴렀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행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노 전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씨 등이 1004마리 나비를 날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고 했다. 맞다. 참여정부 실패의 본질은 대통령과 시민 간 괴리였다. 그래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정치인은 국민 반발짝만 앞서가라고 했다. 개혁은 시민이 체감하고 환호할 때 성공한다. 피로감을 느끼고 짜증을 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 문 대통령은 75% 이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탈권위, 개혁 드라이브, 민생 챙기기, 사이다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개혁은 민생과 같이 가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미세먼지 감축 대책이 동시에 이뤄지는 식이다. 민생과 개혁을 씨줄과 날줄로 교직(交織)시킨다. 자수(刺繡) 놓는 솜씨가 참여정부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정교하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문 대통령은 확 달라졌다. 학습을 많이 한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떨어지고 재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인사는 그가 직면한 첫 난관이다. 처음 새 정부의 인선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미흡한 인사검증으로 발목이 잡혔다.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의 34%가 그 이유를 인사 문제로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검증이 약간 안이해진 것 아닌가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인사는 이제 시작이다.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6명이 인사청문회를 마쳤고 그중 5명이 임명됐다. 나머지는 아직 청문회도 시작하지 못했다. 국회는 참여정부 때보다 더 열악하다. 그때는 여대(與大)였지만 지금은 야대(野大)다. 문재인 정부는 벌써 코너에 몰리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다. 탄핵당한 적폐세력의 분풀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반문 프레임이 보수언론→보수정당→보수언론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왕따 사이클은 이미 작동되기 시작했다. 반노무현 프레임의 작동법과 똑같다. 문 대통령은 현실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문재인정부가  참여정부 때와 다른 게 있다. 노무현은 시민보다 앞서갔고, 문재인은 시민과 함께 가고 있다. 문재인은 시민들과 담쟁이 덩굴처럼 하나로 휘감겨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특히 야당의 힘은 시민의 지지에서 비롯된다. 야당은 여론과 따로 떨어져 있을 수도, 등을 지고 갈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무릎을 꿇려야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회초리로 나무라도 될 일을 몽둥이질을 하고 있다. 지지율 10%의 정당이 지지율 80% 정부의 허리를 분지를 태세다. 시민들은 묻고 있다. 야당은 몽둥이질을 할 자격이 있는가. 정치란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행위라는데 당신들은 누구의 눈물을 닦아줬는가. 대의(代議) 민주주의는 정확히 작동되고 있는가.

많은 시민들은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던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비난했던 사람들도 알게 됐다. 그의 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시민들은 깨어났다. ‘노무현 죽이기’를 무력하게 지켜만 봤던 그때의 시민들이 아니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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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1950년 11월30일 “핵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마 이 협박이 북핵 개발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1956년 2월23일 북한이 소련의 드브나 핵연구소에 30여명의 연구원을 파견한 것이 핵개발의 기원일 수도 있다. 그 기원이 무엇이든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지 올해 60년이 넘는다. 이 60여년은 한마디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핵 대장정의 시기였다. 때로는 경제붕괴 상황에 직면하고, 때로는 선제공격의 위험이 닥쳐도 중단 없이 행진한 시간이었다. 오랜 고립과 제재를 견디고, 온갖 난관을 헤쳐온 끝에 드디어 핵 보유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북한이다. 제재를 더 강화하거나 추가한다고 핵 국가의 꿈을 포기할 리 없다.

지층처럼 켜켜이 쌓인 핵 문제들을 풀려면 단계적 접근법이 합리적이다. 북한과 외부세계가 상호 조치로 신뢰를 쌓아가며 원인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방법이다. 과거 핵 합의 때 많이 해본 것이다. 그러나 순서대로 풀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인내심을 요한다. 최근 평양에서 이런 통첩이 날아왔다. “주체 조선이 대륙간탄도로켓(ICBM)을 시험 발사할 시각이 결코 머지않았다.” 그런데도 남북, 미국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며 사돈 남 말 하듯 하고 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핵 상황을 악화시켰던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가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를 천명했을 때만 해도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금 압박뿐 관여는 없다. 누구보다 상대가 그 의미를 본능적으로 느낀다. 북한은 “최대의 압박과 제재로 누구를 굴복시킨 다음 대화 탁에 끌어내어 항복서를 받아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말해주듯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벌써 실패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와 대북정책 전환도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일까?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60여년 수없이 제재도 하고, 경제지원도 하고 타협도 해봤지만, 사실 모두 변죽을 울리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초기 실패를 거울 삼아 관여의 수준을 높인다 해도 북핵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있는 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압박 수위를 올려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핵항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면 할수록 핵에 대한 북한의 물리적, 심리적 의존도는 높아진다. 위기 고조는 북한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위기 조성으로 보상의 크기를 키운 뒤 미국이 제시하는 카드가 마음에 들 때 적당히 물러서면 그만이다. 북한은 현 국면에서 아쉬울 게 별로 없다.

과거의 게임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지긋지긋한 핵 현상 유지를 깰 방법이 하나 있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 핵 문제의 본질로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은 평화의 부재 상태, 즉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군사적 환경 때문에 핵을 선택했다. 한반도 평화 체제의 대안으로 핵을 손에 쥔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를 주고 핵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러나 한·미는 반공주의 이념과 제도, 주한미군, 군사력 우위를 기반으로 한 기득권 체제인 정전체제의 수혜자였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핵과 ICBM을 품은 정전체제는 이제 더이상 쓸모없게 됐다. 대전환의 시간이 온 것이다. 북한이 60년간 요구했지만 한·미가 외면하던 것, 평화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그걸 위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평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 첫 신호로는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지, 한·미 연합훈련 유보가 적당하다. 그건 북한이 바라던 바이므로 호응할 것이다. 그럼 북한과 탁자에서 마주 앉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 이게 진정 대화의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 트럼프를 만날 때 양국의 북핵 문제 원칙을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핵 문제 돌파구를 열 과감한 구상을 던져야 한다. 북핵 개발 60년사를 전해주며 지난 20년간의 협상에도 왜 비핵화에 실패했는지 이해시키면 어떨까. 트럼프가 믿고 있듯이 김정은은 미치지 않았다. 할아버지·아버지로부터 계승되고 학습된 생존법칙을 따를 뿐이다.

트럼프는 기성 논리, 기존 경로에 집착하지 않는다. 창의적 해법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좀 터프해야 한다. 오마바가 취임 초 의기양양하게 말했던 터프한 외교(tough diplomacy)를 상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짜 거래를 제안해 보라. 트럼프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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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를 가장 가까이서 줄곧 지켜본 사람이다. 분명히 그 경험은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 자신도 그 실패의 경험을 교훈으로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실패’의 자산목록에 노동은 없는 것일까? 그는 과연 노무현 정부의 노동에 대한 실패에 어떤 입장일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업무지시가 비정규직 관련이었고, 비정규직 비율(곧 정규직 전환 비율로 해석될)을 적은 전광판을 집무실에 설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공부문 중심으로 일자리를 수십만개 만들기 위해 무려 10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근데 여기에 노동은 없다. 연일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대통령이 나서지만 여기에 노동은 없다. 노동 문제를 ‘일자리’의 문제로 치환한 것이 문재인의 노동정책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계승한 것이기도 하다.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이름을 바꾸려고 시도한 것이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이었다. 당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대립적 노사관계가 안정적 노사관계로 바뀌면서 노동행정도 일자리 창출이 중요해지고 있어 명칭도 바꾼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들을 쏟아냈고, 비정규직 비율 축소를 말하더니, 갑자기 ‘노사관계 선진화법’을 들고나와 비정규직보호입법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확대 법률을 통과시켰다.

24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열린 일자리상황판 설치와 가동 일정에 참석해 이용섭 일자리위원회(부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그때 노사관계는 전혀 안정적이지 않았다. 2003년 취임 첫해 노동자들은 ‘노동인권변호사 노무현’을 믿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분신의 행렬로 바뀌는 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비정규노동자 이용석이 분신했고, 세원테크 지회장 이해남과 이현중 등이 자결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왜 그들이 죽어야만 했을까를 묻기보다, “죽음을 투쟁 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고 잔인하게 일갈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실패, 아니 참극으로부터 교훈을 얻을까? 또다시 노동을 우회하는, 노동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닐까?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진용을 봐도 이 우려는 재워지지 않는다. 새 정부의 일자리 수석비서관은 안현효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일자리기획비서관은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이 내정됐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도 관료 출신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을 빼고 온통 경제부처 관료 출신인 셈이다. 그리고 장하성 실장도 사실 노동 전문가가 아니라 ‘주주’자본주의와 기업구조 전문가이다. 결국 노동정책을 산업정책 우위로 바라본다.

나는 한국의 노동 문제를 한 정권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적 민주주의의가 아니라 현실 자본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로 여기 이 지점에서 출발하자. 이 냉정한 현실을 적당히 넘어가지 말고 적어도 인정하자.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모든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말이 얼마나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지 생각해보란 말이다. 적어도 국가의 집행자인 정부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최소한의 균형자 노릇을 하란 말이다. 편을 들어 달라는 말이 아니라 편을 들지 말라는 말이다. 노동의 편은 아니겠지만, 자본의 편도 들지 말라는 말이다. 법도 재판도 다 노동자들이 이겨도, 자본은 법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럴 때 법의 집행관으로서 나서라는 말이다. 적어도 자본과 결탁한 친자본적인 정권이 되진 말라는 말이다. 소위 국가·자본의 동맹을 해체하라는 말이다. 노동자들을 ‘비국민’ 취급하지 말라는 말이다. 일자리를 늘려주기 이전에 일자리를 자본이 없애는 데 가담하지 말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당연시하지 말라는 말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가장 미개하고 후진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권영숙 | 노동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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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모 방송사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를 맡았던 가수이자 프로듀서 박진영씨의 마지막 멘트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박씨에 따르면 오디션 프로그램 최종 우승자 중에서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제대로 이수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했거나 홈스쿨링을 한 사람들이 우승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씨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부탁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옛말에 ‘변방에서 장수 난다’라는 말이 있다. 주류사회는 장수를 키우기 위해 늘 노력하지만 실제로 주류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미 주류문화의 한계에 갇혀 있기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대선 기간에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교육혁명을 이야기했지만 교실에 또다시 새로운 컴퓨터 기기를 도입하겠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주류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에서 그치고 다양한 변방이 존재할 수 있는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여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기존의 주류 교육문제만 다룰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실험을 하는 ‘교육실험 소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성적 경쟁 중심의 학교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내부개혁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학교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입을 위해 파행적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거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을 생각하지 않는 고등학교, 교사 공동체와 협약을 맺어 운영을 위임하는 차터 스쿨, 초등 유휴 교실을 활용하여 부모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공동육아 공립 유치원 등 우리 교육의 다양하고 새로운 교육형태를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일부 대안학교나 대안형 특성화 고등학교들이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수요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다. 제도권이든 제도권 밖이든 우리 교육을 위해 필요한 실험을 하고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 주류사회의 경쟁교육을 피해 독립운동하듯이 어렵게 운영되는 대안학교들이 많다. 이러한 대안학교들은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부가 개인에게 축적될 수 없는 방식의 조직 형태를 갖춰야 한다. 국가가 대안학교에 학생 수에 비례해서 1인당 공교육비(초등 600만원)의 5분의 1 수준의 돈을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설립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교육과 부동산 문제는 엄청난 이익이 걸려있기에 어떠한 단순한 해법으로도 풀리지 않는다. 마치 뜨거운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만들어진 태풍처럼 욕망의 에너지원을 끊임없이 공급받아 우리 사회를 삼키고 있다. 태풍은 바다 위에 있는 한 사라지지 않고 결국 육지에 상륙해야 소멸된다. 경쟁교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세력이 모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이 세력이 커질수록 육지가 되어 태풍을 약화시키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교육실험 소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교육 시스템이 조사·발굴·지원되기를 소망한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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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하기 싫은 수사였구나. 지난달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기소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든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된 역사적 수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촐했다. 달랑 9장짜리 보도자료에 특별수사본부 공보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비공개 브리핑이 전부였다. 지난해 11월 최순실씨 등을 기소할 때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발표하는 모습을 생중계까지 했던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입맛에 맞는 수사를 골라 의도대로 끌고 가며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한 과거와 너무 다르다.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의 거센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수사가 시작됐고, 그 수사의 최종 목표가 자신들과 한몸인 박근혜 정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긴 했지만 사실상 특검의 ‘설거지’를 한 셈이고,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를 파면 팔수록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신이 났을 리 없다. 그때 이미 검찰은 다가오는 운명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최고 사정기관이라 불린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그 자리는 중앙정보부가 차지하고 있었고,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보안사령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이 검찰을 압도했다. 검찰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다. 고문, 조작 등의 불법수사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자리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법률 전문가 집단의 ‘법질’이 대신하게 되면서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지난 11일 커피를 마시며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검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2003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다. 참여정부 들어 판사 출신 여성 법무부 장관(강금실)이 임명되고 파격적인 고검장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내 반발이 커지자 노 전 대통령이 검사들을 직접 설득하겠다며 만든 자리다. 과거처럼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검찰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대화와 소통으로 공감대를 찾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사들은 그 자리에서 ‘검사스러웠다’. 고졸인 노 전 대통령에게 대학 학번을 묻고, 수사정보를 통해 얻었을 것이 분명한 대통령의 과거나 친·인척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여야 거물 정치인을 줄줄이 구속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다시 한번 위상을 떨쳤고, 참여정부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권불십년. 이제 검찰도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다수가 된 데다 새 대통령이 바로 참여정부 검찰개혁 실패를 민정수석 자리에서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에 낸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때) 검찰개혁의 출발선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봤다. 즉,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걸 개혁의 핵심으로 본 것”이라며 민정수석으로 오면서 검찰과의 전용회선(핫라인)까지 끊었다고 소개했다. 권력과의 유착이 검찰의 가장 큰 폐해라 보고 권력을 잡은 스스로가 그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과의 유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이 참여정부 2인자로 불린 문 대통령을 잡기 위해 엄청 뒤를 캤지만 나오는 것이 없어 오히려 놀랐다는 얘기도 돌았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에 비법조인 출신 조국 서울대 교수를 임명한 데 이어 판사 출신의 법무비서관, 전직 국회의원 민정비서관, 감사원 출신 공직기강비서관 등으로 민정수석실 진용을 짰다. 검찰 출신은 반부패비서관 한 명뿐인데, 그조차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로 박근혜 정권에 찍혀 옷을 벗은 인물이다. 참여정부 출범 때와 흡사하다. 인권변호사인 문재인 민정수석, 부산대 총학생회장을 했던 이호철 민정1비서관, 판사 출신 박범계 민정2비서관, 여성 변호사 황덕남 법무비서관, 인권변호사인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등 모두 비검찰 출신이고, 사정비서관만 오래전 검사를 그만둔 양인석 변호사였다.

문 대통령이 과거의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조만간 증명될 것이다. 바야흐로 개봉박두다. 제목은 <검찰의 운명>. 당장의 관전포인트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누가 캐스팅되느냐다. 문 대통령이 장고하는 건 검찰개혁을 위한 최적의 배역을 찾기 위해서 같다. 이 작품은 음모와 복수가 난무하며 누가 권력을 뺏고, 빼앗기느냐가 결정되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국민들에겐 우리 사회의 부패와 범죄 근절을 위해 사정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며 경쟁하는 복리를 안겨주고, 검찰도 본래 존재가치인 ‘인권보호’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준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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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더 하시죠.” 방금 한 잔 했는데 또 재촉이다. 그는 이미 혀가 약간 꼬부라져 있었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마셔요, 술 마시는 기분 나지 않아요?”

요즘 뉴스를 보는 일이 즐겁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가 흥을 돋운다고 한다. 뉴스에는 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등학생이 사인 받을 종이를 찾느라 가방을 뒤적이는 동안 키를 낮춰 기다려주는 대통령도, 5·18 때 아버지를 잃은 시민을 안고 위로해주는 대통령도 볼 수 있다.

이런 일에도 시민들은 감동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듯이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다. 세월호·광주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고도 무표정한 지도자, 비정규직을 숫자로는 이해해도 결코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로봇 같은 지도자 대신 시민의 고통과 슬픔을 느낄 줄 아는 이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지난 15일 서울 은정초등학교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사인을 받을 종이를 찾기 위해 다급하게 가방을 뒤지는 학생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사람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사람에게 어렵다.’ 모라벡의 역설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밥 먹고 말하고 걷고 커피 마시는 것은 사람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로봇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반면 복잡한 계산은 로봇에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람에겐 어렵다. 보통 사람은 절대 못하는, 정치 공학적 계산에는 능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고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걸 어려워하는 로봇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하자. 대통령이 그토록 쉬운 걸 왜 못하는지 사람은 절대 이해 못한다. 이렇게 속아서였을까. 5월9일까지만 해도 차선의 선택이라도 한 것인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시민은 자신의 손으로 뽑고도 놀란다. 우리처럼 말하고 우리처럼 생각하고 우리처럼 느끼는 정부를 선출했다니!

새 정부가 정말 적폐를 청산할지, 개혁에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겨우 새 정부 출범 14일째다. 연합정부 없이 ‘여·야·정 협의체’만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앞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새 정부가 시민을 대하는 자세, 정부를 책임질 인물을 고르는 감각, 현안을 다루는 방식만 보고 있으면 불안감이 사라진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기를 의식한 것도 있겠지만, 그걸로 시민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가슴 태우던 세월, 절망스럽고 부끄러운 시간을 견뎌내느라 지친 시민, 낡은 권력에 시달린 시민을 위로하는 퍼포먼스가 당분간 필요하다.

새 정부는 앞으로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 우리를 고통에 빠뜨린 건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묻지마 지지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칭찬하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비판하면 된다. 그게 공정한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그래야 실패를 줄이고 성공을 부추긴다. 다행히 대선 이후 이념·지역에 결박된 지지와 반대가 약화됐다. 시민들은 이념·지역이 아닌 당면한 의제와 현안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과 태도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그게 시민의 요구에 반응할 줄 아는 민주당·정의당 지지율은 오르고 세상 물정 모르고 역주행하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폭락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TK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85%에 이르고,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선 이유도 알려준다. 한국당의 전국 지지율은 8%, 국회 의석수는 36%. 과잉대표다. 한국당은 이제 시민이 준 지지보다 4.5배나 큰 몸집을 지닌, 덩칫값 못하는 공룡이 됐다. 이것 역시 시민들이 반응성 있는 정치를 한 결과다.

예전의 한국인을 정의한다면, ‘정치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은 상처 때문에 정치를 혐오했고, 상처를 줄 수 있는 정치의 힘 때문에 정치를 욕망했다. 정치에 대한 이런 혐오와 집착은 한국 정치를 병들게 했고 시민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정치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시민은 더 이상 정치 밖에 머물지 않았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정치 참여의 마당이 된 것도 정치에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상처에 굴복하지 않고 정치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낸 결과였다.

이제 정치는 시민을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 치유된 시민은 더 많은 정치 참여를 할 것이다. 그래서 더 나은 정치, 더 나은 삶도 가능할 것이다. 이게 바로 민주화 30년 만에 뒤늦게 배달된 선물이다.

다시 어려움이 닥쳐도 시민은 극복할 수 있다. 동료 시민을 믿자. 내일 또 행진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오늘은 건배하자. 낡은 권력을 무너뜨리고 새 정부를 세운 시민은 그럴 자격이 있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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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박근혜와 봉하로 간 문재인. 같은 날 다른 두 장소에 선 전·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박근혜가 탄핵되면서 세월호가 올라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 날 박근혜의 첫 공판이 열렸다. 사필귀정이다.

연일 고공 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때문에 U-20 대회의 축구 경기장이 썰렁하다고 한다. 적폐청산과 개혁 드라이브가 “슛! 골인”의 쾌감보다 더 짜릿한 까닭일 게다. 그럼에도 연일 매스컴에는 각계각층이 주문하는 개혁과제가 줄을 잇는다. 그 대열에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인권정책의 과제다.

다른 건 몰라도 문재인 후보의 인권정책 공약은 별 생각나는 게 없다. 공약집에서 애써 찾아보니 문 대통령의 인권정책 공약은 10여개가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도·감청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과 공무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방지법 제정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인권의 가치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했다. 그 한가운데 독립성을 상실하고 본분을 망각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있다. 권력에 쓴소리는커녕, 민감한 사항을 외면했고, 반인권적 결정까지 줄을 이었다. 더하여 인권 감수성과 전문성이 높은 일부 직원들이 쫓겨나고 밀려났다. 촛불 탄핵 정국 이후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예민한 사항에 대해서는 미적대거나 시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인권위의 정상화는 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인권 분야의 첫 번째 과제다. 인권위가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인권의 가치와 원칙에 따라 과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으려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보장이 필수적이다. 위원장과 인권위원의 임명 과정에서 투명성과 전문성의 확보,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이 보장돼야 한다. 사법부가 3명의 인권위원을 지명하는 것이 타당하고 적절한지도 고려해 볼 점이다. 법조인이 인권위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법조인이 많다보니 인권위의 많은 결정이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 갇히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상상과 국제 인권법 및 국제관습법을 포괄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옷깃에 수용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권위의 부침을 바라보면서 얻는 교훈은 ‘인권기본법’ 제정과 같은 안정적인 인권 레짐(regime)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인권의 지속적 보장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권교체 때마다 인권위 흔들기는 반복될 여지가 크다. 자유·평등 같은 인권의 가치는 기득권이나 특권과의 끊임없는 저항과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권 문제는 정치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인권기본법’은 인권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인권의제를 상시적으로 논의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정책을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사회의 여러 단위들이 인권 증진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영향평가를 하며, 인권교육의 제도화와 시민사회의 참여 등을 통해 인권보장의 안전하고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인권의제 중 가장 핫한 뉴스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였다. 인권에 대한 국민적 감수성은 최근 십수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반면 갑질과 같은 불평등과 혐오는 갈수록 만연해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또한 미뤄서도 안되는 시대적 과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평등한 세상으로 만들어 갈 의지가 없다는 말과 같은 얘기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문제는 기본권 강화를 중심으로 한 개헌이다. 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치권은 헌법 중에서 통치권 구조의 변화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헌법은 무엇보다도 인권법이다. 통치구조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일 뿐이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미국 덴버대학의 크리스토퍼 힐 총장은 “민주주의의 첫 번째 축은 다수결이지만, 두 번째 축인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공허하거나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여성·노인·어린이·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평등 보장과 권리 강화는 시대의 대세이자 민주주의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난민 등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세상에서 일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방안도 심도있게 토론되어야 한다. 촛불의 정신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의미한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민주·인권 강국 대한민국 만들기’에 고성능 엔진을 제대로 가동시키길 바란다.

문경란 |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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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지 만 8년이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3기 민주정부가 출범한 올해는 어느 때보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추도식이 열린 23일 김해 봉하마을에는 역대 최다 인파가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했다. 모두 공감할 만한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 지난겨울 1700만 시민은 정의와 민주주의가 우선하는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기어이 불의의 시대를 종료했다. ‘노무현정신’은 소통과 참여, 탈권위, 반특권이라는 가치의 실현과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통합정치의 구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8년이 지났어도 많은 시민들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현실의 벽에 돌진했던 ‘바보 노무현’을 기억하며 한목소리로 노무현정신을 외쳤다. 마침내 위대한 시민은 역사의 질곡을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바보 노무현’을 활짝 부활시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앞줄 오른쪽),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앞줄 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1004마리의 나비를 날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어느 정부, 어떤 대통령이든 공(功)과 과(過)가 있다. 이념과 입장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지지자나 반대자 모두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진보·보수 정부 전체를 성찰하겠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문재인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이다. 옳은 방향이다. 

문 대통령은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다”라고 했다. 또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둘도 없는 친구로서 어려운 결심이었을 것이다. 추모를 넘어 희망을 나누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분노와 적대, 분열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지역주의 타파, 권력기관의 탈정치화, 남북 평화와 번영 등 노 전 대통령이 사회에 던진 과제들은 아직 미완성이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은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이룰 때 가능하다. 개혁과 통합이 우리 사회 발전 동력으로 승화될 때 비로소 노무현정신은 영원한 가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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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보 상시 개방, 물 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착수 등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이전에 많은 시민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 할 만하다.

4대강 보 상시 개방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대선후보들이 공약했고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여름철을 앞둔 요즘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녹조라떼’라는 오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 개방은 수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아울러 정부는 보의 유지와 철거를 좌우할 수 있는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의 구성과 그 역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보의 철거 여부도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된 물 관리는 그동안 정책 비효율의 대표 사례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조치로 부처이기주의를 깨는 것은 물론 개발 위주의 정책을 보전과 관리 중심으로 틀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의 주요 강에서는 ‘녹조라떼’란 신조어가 생겼다. 심한 녹조로 2013년부터 조류경보제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 달성군 낙동강 상류 강정고령보 주위에 22일 부유물들이 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녹조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은 6개 보를 오는 6월1일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는 문 대통령의 재평가 약속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이라고 한 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정 사업을 두고 4차례나 감사를 한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기존 3차례 감사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이번 정책감사는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이정표가 되도록 철두철미하게 진행해 시빗거리를 일절 없애기 바란다. 정책 실패에 따른 국론분열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이명박 전 대통령 쪽도 이번 조치를 정치 보복이나 정책 뒤집기라는 편의적 잣대로만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4대강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4대강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하며,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은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물 정책은 정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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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촛불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나는 촛불혁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당연한 진리를 국민들이 국민 대표들 앞에 당당히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라 믿는다.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았다고 이러한 촛불혁명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촛불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떠올려볼 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국민 모두의 머리와 가슴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날까지 촛불혁명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19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들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개헌이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야당 원내대표는 “국회 개헌특위를 즉각 가동하고 대통령도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국회가 개헌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또 다른 야당의 한 원내대표는 “대선 전 국회 개헌특위에서 민주당을 제외하고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합의한 내용이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헌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분들의 말 속에는 개헌의 주체가 ‘국회’라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아니다. 헌법 제1조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권력도 국회가 아니라 당연히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 보면, 개헌논의가 항상 정치권에서 정치인들의 필요에 의해 촉발되고 개헌이 정치인들이 짠 정치일정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권력구조나 대통령 임기조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중에 독재로 치달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상의 권력구조나 대통령 임기조항을 손댔다. 심지어 1987년 6월항쟁의 결과 쟁취해낸 개헌의 기회에서도 주인인 국민들이 아니라 정치인인 여야 8인 대표들이 개헌안을 만들었다. 6월항쟁에서 피를 흘린 국민들은 개헌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그래서 6월항쟁은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고, 그 후 약 30년이 지나도 나아진 것 없는 답답한 현실 앞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개헌을 한다면, 이제 국민 주도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 연초부터 국회에 개헌특위가 설치돼 활동 중이지만 국민 여론수렴은 뒷전인 모양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개헌의 내용이 무엇인지 듣기보다는, 또다시 분권형 대통령제니, 의원내각제니 하면서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권력구조 개헌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통령제가 문제여서 이 부분을 개헌해야 한다고 말하는 국회의원들 중에는 바로 그런 대통령을 보좌해온 분들이 없지 않다. 누가 권력구조 개헌을 통해, 말로는 ‘국민을 위한 개헌’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나 자기 당의 권력 참여지분 확대에 더 치중하는지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물론 현행 헌법 제128조에 의해 개헌발의권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헌법 제1조의 정신으로 이 조항을 읽으면, 개헌의 방향과 개헌안의 주된 내용은 국민들이 정하고 국회나 대통령은 이를 받아 발의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일정에 따라 당리당략에 따른 주고받기로 만든 개헌안에 대해 국민들이 국민투표로 찬반의사만을 표시하게 해서는 ‘국민 주도의 개헌’이 될 수 없다. 또한 국민 주도의 개헌절차를 밟다보면 당연히 개헌의 주된 방향과 내용도 국민들이 결정하게 된다.

헌법에는 권력구조 조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조항, 경제민주화 조항, 지방자치조항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더 중요한 조항들이 많이 있다. 촛불현장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된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배제되고 기존의 정치인들만 참여하는 개헌논의 과정 속에서는 결코 반영될 수 없다. 비정치인으로 구성된 헌법심의회가 우편이나 각종 소셜미디어상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개헌안을 마련해 낸 아이슬란드 개헌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주도의 개헌이 외국에서도 대세를 이룬다.

개헌은 국민들이 주도하게 하고, 국회와 정부는 적폐청산, 일자리 등 민생, 외교안보 안정화,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한 정치개혁에 노력을 집중하면 된다. 촛불혁명의 시작도 국민이 했듯이, 그 수행도 국민이 개헌을 통해 이루어내야 한다. 이번 개헌이 반드시 국민 주도의 ‘촛불개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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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5개 교육청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광주시교육청의 ‘5·18 교육’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인천과 경북을 제외한 15개 시·도 교육감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개최, 5·18 계기교육 지원, 5·18 체험학습, 광주 오월민주강사단 교육, 학생 희생자 추모사업 등을 펴기로 했다. 이들은 또 4·19혁명, 제주 4·3사건, 부마항쟁, 대구 2·28사건 등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보조교재도 만들기로 했다. 초·중·고교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각 지역 교육청이 시대정신을 받들어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동안 5·18 교육은 일부 교육청이나 전교조 중심의 교사들이 계기교육 차원에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5·18 즈음만 되면 일선 교육 현장은 이를 둘러싼 갈등에 휘말려왔다. 무엇보다도 입맛에 따라 5·18을 폄훼·왜곡·축소해온 보수정권 탓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말 국정 역사교과서 밀어붙이기에 나서면서 국가 스스로가 갈등의 주체가 됐다. 지난 1월 공개된 중·고등 역사,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교과서에 비해 사실관계를 모호하게 기술하고 진상을 축소·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이상 5·18 교육을 둘러싼 소모전은 사라져야 한다.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투쟁은 1987년 6월항쟁과 지난해 촛불혁명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자 한국 민주화운동의 뿌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기념사에서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면서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제2호 업무지시를 내려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들이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문 대통령이 시대정신을 잘 읽고 있기 때문이다.

5·18 교육은 민주시민 양성과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은 쓸모가 없다. 15개 시·도 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향후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아울러 인천과 경북 교육청도 빠른 시일 안에 5·18 교육에 동참하길 바란다. 교육에 지역차별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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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했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했다. 김 부총리 지명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강 외교장관 지명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 분야에서 최초·최고 여성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 외교 전문가다. 피우진 보훈처장에 이어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뚫은 파격 인사라는 점에서나, 외교부의 서열주의와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나 호평을 받을 만하다. 다만 장녀의 위장전입 흠결은 유감이다. 문 대통령은 “병역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능력을 앞세워 인사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김동연, 강경화, 정의용, 장하성(왼쪽부터)

이들은 모두 친문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내각은 아니지만 신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를 주도한 바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보수성향 경제학자다. 문 대통령은 “저와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잡아야 한다”고 했다. 능력과 전문성 위주의 탕평·통합인사를 하겠다는 지향점이 뚜렷해 보인다. 취임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가 넘는 것도 시민 대다수가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이런 ‘사이다 인사’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교안보 사령탑이 늦게나마 구축된 것은 다행이다. 국가안보실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이래 모두 군 출신이 맡아 왔다. 그러다 보니 통일외교안보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복잡한 국제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약했다. 더구나 지금처럼 북핵·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자유무역협정(FTA) 등 얽히고설킨 외교안보 분야의 난제들을 군 출신들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기용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종전 대통령비서실에 있던 외교안보수석 자리를 없애고 국가안보실로 통합한 것은 외교안보 업무를 통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임명한 것도 그런 측면을 고려한 결과라고 믿는다. 문 특보가 대통령을 도와 외교안보 문제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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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분권’은 국민 통합과 선진국 진입의 필수 조건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분권형 개헌과 가칭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등을 요구해 온 것도 바로 이 같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평소 ‘연방제에 버금가는 분권’ 실현을 강조해 왔다. 이런 철학은 작금의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방식으로는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 기초한 것이라 생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분권을 강조하고, 이를 실천할 정책들과 정치 일정까지 제시했다. 새 정부와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자못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역 행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치 분권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다. 이 나라의 복잡다기한 문제들을 과거와 같은 후진적인 중앙 통제적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기초·광역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현장의 문제들을 처리하고, 이것이 불가능할 때 중앙정부에서 도움을 주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정부가 재조직돼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또는 지방의회를 통해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을 운용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분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자기 책임성’의 원칙이다.

새 헌법을 통해 국가 운영의 기본원칙으로 ‘지방분권국가’임을 천명하고, ‘지방자치단체’란 명칭도 ‘지방정부’로 바꿔야 한다.

그에 걸맞은 ‘자치 입법권’과 ‘자치 조직권’, ‘자주 재정권’을 보장하는 조항들도 폭넓게 담아야 한다.

더 나아가 헌법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법률도 필요하다. 시도지사협의회는 그동안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결정한 사무들에 대해 중앙정부가 관련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지 않고 있는 사항들을 모아 가칭 ‘지방일괄이양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는 여야를 비롯해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는 시대정신이다. 돈과 권력이 한군데로 모이는 것을 해소하고 분산시키면 된다. 그 첫 단계의 필수적인 수단이 바로 ‘자치 분권’이다.

최문순 시·도지사협의회장·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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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라는 직업이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협회도 있고 자격증까지 줍니다. 식당에서 와인을 추천하는 이 소믈리에들이 많아진 것은 와인 소비가 늘어난 현실을 반영합니다. 어느덧 ‘포도주’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죠. 화이트와 레드를 구분하는 정도였던 와인에 대한 이해도 아주 깊어졌습니다. 이제는 호주산인지, 칠레산인지도 따지고 각종 브랜드와 생산연도까지 꿰차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5만원 밑에도 인기 있는 와인이 있지만 1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죠.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 와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100만원은 고사하고 10만원만 넘어가도 쉽게 손이 가지 않죠. 어쩌다 비싼 와인을 마시게 되면 역시 다르구나 싶습니다. 조심스레 한 모금 넘기면 칭찬과 탄성이 튀어나옵니다.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싶죠. 별 차이를 못 느껴도 내가 잘 모르는 것이겠지 싶어 술자리가 끝난 후 와인스쿨을 검색해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와인 전문가들도 막상 눈을 가리면 와인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실험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한 실험에서는 똑같은 와인을 마시고도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고급 상표라고 여겼을 때 평가단은 찬사를 쏟아냈죠. 반대로 싸구려 와인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시큰둥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상표에 대한 편견 때문이죠. 이런 편견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명품 가방이 더 품위 있어 보인다거나 알프스 어디 물이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런 예일 테죠.

짧지만 떠들썩했던 선거전을 치른 한국정치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후보라는 상표를 좋아한 사람들은 그의 공약뿐 아니라 언행 하나하나에 열광했습니다. 미소 하나도 듬직하게 보았고 그의 공약을 보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죠. 하지만 상대 후보는 늘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습니다. 음식을 넘기는 입 모양 하나도 꼴불견처럼 느껴졌고 그의 지지자들마저도 이상하게 쳐다봤습니다. 심지어 거의 같은 공약을 두고도 내 후보 것은 혁신적이라고 불렀고 상대방의 것은 엉터리로 믿었습니다.

사실 상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가방을 다 뜯어보고 들어볼 수는 없습니다. 그 많은 와인을 다 마셔볼 수도 없죠. 모든 후보의 공약집을 다 읽어보고 비교 분석한 후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북 외교, 경제 운용, 노동, 환경 등등 수많은 정책 이슈가 있습니다. 각각의 이슈를 들여다보면 많고 많은 정책이 있죠. 이들은 서로 얽혀있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헷갈립니다.

유권자의 선택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가이드라인에 기대게 됩니다. 여러 정보의 극단적 축약본인 ‘상표’는 이럴 때 요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명 브랜드를 믿고 사듯, 정책은 다 몰라도 정치 이데올로기를 보고, 후보 이름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복잡한 현대정치에서 이런 선택은 어쩔 수 없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지하는 후보의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부작용을 낳는 것 중 하나죠. 그러니 정책에 대한 논쟁은 쉽지 않습니다. 대신 토론은 외모나 말투에 국한되고 그럴수록 서로 간의 소통은 고통스러워집니다. 불편한 소통 대신 우리끼리 모여 함성을 지르며 선거를 치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드디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갖게 됐습니다. 정치 이데올로기를 옆에 두고, 브랜드를 무시하고 좀 더 차분히 지켜볼 여유가 생겼죠. 문재인 후보가 좋아서 그를 지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좋다고 정부 정책을 감싸기만 해서는 안될 테죠. 한쪽에선 벌써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들립니다.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됩니다. 조건 없는 지지는 조건 없는 명품 소비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문재인 브랜드를 접어놓고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어야 저쪽도 ○○○ 브랜드를 내려놓고 대통령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사람 사는, 나라다운 나라에 우리는 한 발 더 다가가는 것이겠죠.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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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손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대통령은 5·18에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아버지를 잃은 딸과 눈물의 포옹을 했다. 5·18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거명하며 “그들의 헌신을 기리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가슴속에 막혀 있던 것이 뻥 뚫린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분노와 슬픔의 역사가 끝나고 새로운 세상을 맞는 심경이 각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민주주의 염원을 압축한 노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합창단이 부르면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는 합창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후 해마다 5·18 기념식은 이념 갈등의 장으로 변질됐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진보·보수를 떠나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씨, 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1980년 5월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선 광주시민들의 투쟁은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탱하는 근간이었고, 1987년 6월항쟁과 지난해 촛불혁명을 이끌어낸 시원(始原)이었다. 광주는 민주의 가치와 인권과 평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줬고 잠자는 시민의식을 일깨웠다. 문 대통령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처사다. 5·18민주화운동은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는 인류 보편의 정신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의 완전한 진상규명도 다짐했다. 5·18 진실을 온전히 밝히는 것은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일일 뿐 아니라 정의가 승리하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한데도 계엄군 헬기 기총소사, 국가기관의 조직적 왜곡과 날조 등으로 5·18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은폐돼 있다. 지금껏 발포 명령자가 누군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북한군 특수부대가 침투해 일으킨 폭동’ ‘님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 찬가’라는 따위의 황당한 허위 주장이 난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학살의 주범 전두환마저 회고록에서 “나는 광주사태의 제물”이라며 마음껏 5·18을 능멸했다. 늦었지만 국회와 정치권이 5·18진상규명위원회 구성,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5·18이 박제된 과거가 아님을 웅변했다.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의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습니다.” 37번째 맞은 행사지만 이날 기념식은 특별했다. 5·18정신을 온전히 승계한 민주정부만이 국민의 생명을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민주정부였다면 광주 민주화운동의 토대 위에 굳건히 서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로 인해 국민도 잃고 권력도 잃었다. 국가가 존재 이유를 잊으면 비극이 발생한다. 5·18은 항상 그 교훈을 일깨운다. 우리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절대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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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지난 4월2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개발한 중거리 미사일 방어 시스템 ‘다윗의 물매돌(David’s Sling)’이 최초로 실전 배치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의 물매돌을 하찮은 무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불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표현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대결에 많이 쓰이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구약성경을 보면, 다윗은 물매돌로 거인 골리앗의 이마를 쳐서 쓰러뜨린 후 그의 목을 벤다. 물매돌로 이마를 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물매(Stone sling)란 가죽으로 만들어진 끈을 사용하여 돌을 회전시킨 뒤 원심력의 힘으로 던질 수 있도록 고안된 도구이다. 물매는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청동기 시대부터 고대 근동 및 유럽에서 전투무기로 널리 애용되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군의 탄도학 전문가인 에이탄 허시는 1995년 한 심포지엄에서 물매돌과 같은 강한 발사체로 두개골에 충격을 주어 사람을 의식불명에 빠뜨릴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그리스 의사 셀시우스는 물매돌에 맞은 군사의 몸에 박혀 있는 돌이나 납덩이 등의 효과적 제거를 위해 상세한 의학적 처방을 남기기도 했다. 더욱이 물매는 상대가 갑옷이나 투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무기다. 다윗이 골리앗과 맞선 때는 혈기 넘치는 10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그 위력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윗은 단 한 번에 골리앗의 얼굴을 명중시켰다. 다윗만 물매돌의 달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의 기록에 따르면 에게해 주민들은 최고의 물매돌 전문가들로, 이들은 단지 적군의 얼굴을 명중시킬 뿐만 아니라 얼굴의 특정 부위를 정밀 타격하는 데도 능했다고 한다. 성경을 보면 다윗은 골리앗을 상대하기 전에 이미 사자나 곰을 물매돌로 기절시키거나 죽였다. 반면 골리앗은 힘센 거인이었지만, 성경의 기록을 보면 방패병의 도움을 받으며 다윗과의 대결에 나갔다. 아마도 말단비대증으로 인해 시력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성경의학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날아오는 돌을 피하지 못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베스트셀러 <다윗과 골리앗>에서 보병인 골리앗은 백병전으로 결투를 치를 계산을 하고 나왔지만 다윗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투석을 이용해 싸우는 방식을 썼기 때문에 이겼다며, 이것은 일대일 대결의 패러다임을 깬 혁명적 전술이었다고 기술했다. 1967년 ‘6일전쟁’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한 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모세 다얀도 에세이에서 ‘골리앗과 싸운 다윗은 열세가 아니라 우세한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위대함은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싸우겠다고 나간 것에 있지 않고 나약한 사람이 장점을 파악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무기 활용법을 잘 아는 데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허무맹랑한 대결이 아니다.

다윗은 치기 어린 혈기나 광신적인 믿음으로 골리앗을 상대한 것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그를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다윗은 엄청난 믿음의 소유자였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력가이자 전략가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이스라엘을 위해 벌인 전쟁에서 연전연승한 이유가 그것을 증명한다. 다윗은 지금도 이스라엘 최고의 왕으로 칭송받고 있다.

다윗시대의 이스라엘과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비슷하다. 새 대통령이 뽑혔다. 부디 다윗과 같은 지혜로운 지도자가 되어 최고의 대통령으로 칭송받게 되기를 기도한다.

이종훈<성경 속 의학 이야기> 저자·안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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